무림 속의 엑스트라 104화
무료소설 무림 속의 엑스트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26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104화
104화. 무림객잔 (1)
연연의방에서 목적을 달성한 무흔과 백단영은 무림맹으로 들어가려고, 장터를 지나던 중에 절로 발걸음이 멎었다.
처음 보는 객잔에 손님들이 줄을 서 있었다.
“어? 못 보던 객잔인데?”
먼저 발견한 백단영이 신기한 듯 시선을 떼지 못했다. 무흔 역시 그녀를 따라 시선을 옮겼다.
무림객잔.
처음 보는 객잔이 영업을 시작하고 있었다.
당연히 무흔은 이 객잔의 정체를 안다. 바로 무림전장의 주인과 동업하여 사업을 확장한 첫 작품이었으니까.
그는 패천문에서 가져온 금은을 일부 투자하여 개봉 한가운데에 객잔을 열었다.
전장 주인은 기존에 있는 객잔을 인수하자고 했으나 무흔은 새롭게 짓기를 원했다. 바로 현대적인 감각을 이곳 객잔에 심어 넣기 위해서였다.
기존의 객잔은 어두컴컴하고 불결했다. 밥만 빨리 먹고 떠나거나 하룻밤 투숙하는 목적이 전부였다. 무흔은 이곳 객잔에 현대의 호텔과 레스토랑 개념을 가져왔다. 분위기가 훨씬 밝아졌고 내부는 무척 깨끗했다.
객잔임에도 기루보다 훨씬 화려하게 장식했다.
“우리도 저기서 밥이나 먹을까요?”
무흔이 자연스럽게 그녀를 인도했다.
자연스럽게 호기심이 동한 백단영이 앞장서서 기다리는 손님 맨 뒤에 가서 섰다.
예상보다 훨씬 많은 손님이 줄을 서 있어서 무흔 또한 깜짝 놀랐다.
무림객잔의 의도는 외부와의 조화. 그의 설계대로 객잔 내부의 절반이 외부에서도 훤히 보이도록 지어져 있었다. 덕분에 무흔은 줄을 선 상태에서도 객잔 내부 구조를 명확히 확인할 수 있었다.
“가족들이 함께 먹으러 온 사람들이 많네.”
백단영이 금방 이 객잔의 특이점을 찾아냈다.
일반 객잔은 오가는 행인이 배를 채우는 단순한 음식점이었다. 당연히 가족 단위 손님은 없다. 그런데 이곳은 가족 손님이 많았다. 그것도 여행객이 아닌 이 동네에 사는 사람들이다. 이런 유형의 객잔은 전례가 없던 일이었다.
“분위기가 가족이 밥 먹기에 딱 좋잖아요.”
“그렇네.”
백단영 역시 줄을 선 사람들의 심정을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으나 화를 내는 손님은 없었다. 모두 그만큼 기다려야 함을 이미 감수하고 왔기 때문이다.
무흔과 백단영은 차례가 되자 안으로 들어갔다. 밀려든 손님을 처리하느라 정신을 못 차리는 전장 주인이 보였다.
전장 주인이 무흔을 보고는 손을 흔들었다.
“무흔! 왔구나.”
“자리 있어요?”
전장 주인이 두 사람을 이 층으로 데려갔다. 아래가 훤히 보이는 가장 좋은 자리에 두 사람을 안내했다.
깨끗한 탁자와 의자, 여기에 주위 풍경을 만끽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 백단영이 무척 마음에 들어 했다.
두 사람이 앉자 전장 주인이 두서없이 말을 꺼냈다.
“사흘 전에 문을 열었는데…… 첫날에는 사람들이 객잔의 외관이 이상하다고 기피하더니 둘째 날부터 인기 폭발이야. 이렇게 잘 될 줄은 몰랐네.”
“하하, 자리가 좋은 겁니다.”
“그래, 뭘 먹을 텐가?”
무흔은 백단영의 의견을 받아 끼니 때우는 요리를 시켰다. 바빠진 전장 주인은 제대로 말도 나누지 못하고 후딱 내려갔다.
백단영이 바로 그에게 물어왔다.
“여기 주인 잘 아는 사람이야?”
“실은…….”
잠시 무흔은 물로 목을 축였다. 이곳의 절반이 자신의 것이라는 사실을 밝혀야 할지 전략적 고민을 했다. 예전이라면 숨겼겠지만 이제는 굳이 숨길 필요가 없었다.
지금은 그가 확실하게 강자로 올라서지 않았나.
“방금 보신 여기 주인분이랑 제가 동업으로 여기를 연 겁니다.”
“에이, 네가 무슨 돈이 있어서?”
백단영이 말이 안 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얼마 전에 제가 패천문의 보고를 발견했거든요.”
무흔은 간략하게 패천문 비동을 발견한 사실을 털어놓았다.
물론 소설에서 알아낸 것이 아니라 운경각 지하에서 패천문 자료를 찾아낸 덕분에 비동의 위치를 알게 되었다고 둘러댔지만.
백단영의 놀란 표정이 지워지지 않았다. 거의 믿지 못하는 표정이었으나, 그렇다고 믿지 않기엔 이곳의 무흔 지분을 달리 이해할 방법이 없었다.
이제 무흔의 전략이 들어갈 시점. 내친김에 그는 그녀에게 새로운 제안을 했다.
“제가 이 옆에 다루도 하나 낼 생각이거든요. 아가씨께서도 함께하시죠?”
백단영에게 투자하라고 부추겼다.
무흔은 원대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전장, 객점, 다루가 어우러진 종합적인 사업이다. 당연히 상단의 딸인 백단영을 끌어들이면 모든 환경이 달라진다.
상단 출신인 만큼 백단영 본인은 타고난 무재뿐만 아니라 놀라운 상재(商材)도 갖고 있을 터다. 더구나 그녀의 뒷배인 백가상단은 엄청난 자금을 동원할 수 있다. 당연히 무흔에게 불리할 것 없다.
“흐음.”
백단영이 호기심이 동하는 듯 무흔을 빤히 쳐다봤다.
“막 땡기죠?”
무흔의 너스레에 그녀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백단영이 그를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무흔아, 너 의외로 다양하게 재능이 있네. 무공 비급만 잘 분석하는 줄 알았는데.”
“제가 돈을 좀 잘 벌죠.”
“음…… 돈보다 여기 객잔을 잘 꾸몄어. 다른 객잔과 다르게 손님 마음이 팍 끌리도록.”
당연하다. 현대의 카페 디자인을 모방했으니.
물론 현대처럼 다양한 건축자재를 활용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기본 개념은 가져왔다. 그러니 당연히 백단영의 마음에 들 수밖에.
고민하던 백단영이 찬성을 표했다.
“좋아, 나도 투자할게. 이제 무공은 한시름 놓았으니.”
백단영이 용봉대에 들어온 가장 큰 목적은 제대로 된 무공을 익히기 위해서였다.
결론적으로 이번에 천상신모의 무공을 익히면서 그 목적을 달성한 셈이었다. 그러니 다른 쪽으로 슬슬 관심이 옮겨갈 때도 됐다.
반면 무흔이 그녀에게 투자를 권유한 이유는 달랐다.
무흔의 가장 큰 목적은 백단영의 안전이다. 사마극과 싸우지 않도록 잘 유도하면 된다. 그런 목적이라면 그녀가 무공이 아닌 다른 방면에 관심을 두도록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게다가 그가 그녀와 더 가까운 관계를 맺는 방법, 그건 바로 이처럼 사업을 같이하는 것 아닐까.
물론 그렇다고 그녀가 무림을 등지고 사업에 온전히 매달릴 일이야 전혀 없겠지만.
백단영은 오랜 시간을 고민하지 않았다. 부자인 그녀에게 이런 객잔이나 다루 정도는 굳이 신경 써야 할 규모가 아니다.
“무흔이 관심 있다면 나도 해볼게. 아버지께 서찰을 보내고 이곳 전장에서 투자금을 찾으면 되니까 금방 가능할 거야.”
다행히 그녀가 의욕적으로 뛰어드는 듯했다.
두 사람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갑자기 아래층이 소란스러워졌다.
곧바로 전장 주인이 다급하게 올라왔다.
“무, 무흔아, 놈들이 왔어.”
“놈들요?”
“검우방에서 왔어.”
전장 주인의 안색을 보니 말이 아니었다. 흡사 귀신을 본 듯했다.
“검우방에서 왜 와요?”
“그…… 뭐냐 보호비 있잖냐. 여기가 이번에 문 열어서 잘되는 것 같으니까 검우방에서 어제부터 사람을 보내더라고.”
검우방은 개봉에서 이권을 챙기는 사파의 한 방파다.
물론 무림맹이 있는 이곳 특성상 거대 사파는 아니고 뒷골목 파락호 수준이긴 하다. 대충 무슨 이야기인 줄 알아들었다. 이곳 주인이 누구인데, 간이 부은 놈들이다.
“무, 무흔아, 너 혹시 무림맹 내부에 아는 사람 없냐?”
무흔이 무림맹에 거주하고 있다 보니 전장 주인이 다급하게 물었다.
오히려 무흔이 황당해졌다. 이 사람은 지금까지 전장을 운영해왔으면서 무림맹에 아는 사람도 하나 못 만들었었나?
절로 한심한 생각이 들었으나 어쨌든 지금 일부터 해결해야 했다.
“흠…… 일단 이 층으로 올려보내세요. 아래층에선 다른 손님에게 방해가 되니까요.”
“그, 그럴까?”
주인이 미덥지 않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아래로 내려갔다.
잠시 후 한 덩치 하는 장한 다섯이 위로 올라왔다. 그 뒤로 전장 주인이 쭈뼛거리며 따라왔다.
무흔은 이런 장면을 워낙 많이 접했기에 전혀 동요 없이 그들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저, 저분하고 말씀하시면 됩니다.”
주인이 무흔에게 떠넘기고는 곧바로 뒤로 물러났다.
장한 다섯이 거들먹거리면서 무흔이 앉은 탁자로 다가오다가 갑자기 화들짝 눈을 크게 떴다. 어마어마한 미인이 무흔의 맞은편에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장한 하나가 목소리를 가다듬고는 무흔의 앞에서 목에 힘을 주었다.
“크흠, 네놈이 여기 주인이냐?”
“그렇소만.”
“우리는 검우방에서 왔다.”
“검우방 누구요?”
“난 검우방 부방주 녹사건이다.”
무흔은 상대를 다시 훑어봤다.
과연 부방주가 맞는 듯 다른 녀석들보다 체구가 더 반듯하게 각이 잡혔다. 얼핏 견적을 내본 것만으로도 제법 무공을 할 법했다. 그래 봐야 일류 수준에도 못 미치겠지만.
“아, 반갑습니다. 전 이곳 무림객잔의 주인인 무흔이라 합니다.”
무흔이 앉은 채 상대를 향해 고개를 까닥였다.
그 행동이 심히 못마땅한 듯 녹사건이 무흔의 맞은 편, 백단영 옆자리에 털썩 앉았다.
“내가 왜 왔는지 알지?”
“왜 왔는데요?”
영문을 모르겠다는 무흔의 표정에 녹사건이 화를 억누르며 설명을 시작했다.
“원래 이런 객잔을 내면 보호해줄 사람이 필요해. 아니면 시비 거는 자들이 많아서 금방 문을 닫을 수밖에 없어.”
“그래서 검우방에서 보호해준다는 건가요?”
“그렇지.”
“공짜는 아닐 테고…….”
“한 달에 은자 스무 냥이다. 여기 규모면 그 정도를 받아야 해.”
녹사건의 위협적인 말에 무흔은 안면을 찌푸렸다. 어디를 가든 이런 놈이 있기 마련이다.
녹사건이 비웃음을 떠올리며 이번에는 옆에 앉은 백단영을 찝쩍대기 시작했다.
“이 여자는 누구냐?”
“앞으로 여기 주인 될 분이십니다만.”
“아하, 그럼 잘됐네. 아가씨, 연약한 여자가 객잔을 운영하는 게 얼마나 힘든 줄 알아? 우리같이 건장한 남자들이 보호해줘야 제대로 돌아가. 안 그러면 파락호들이 와서 당신을 괴롭힐지도 몰라.”
백단영이 불쾌한 표정으로 녀석을 노려봤다.
“너무 비싼가? 그럼 아가씨가 우리랑 잘 놀아주면 일부 할인해줄게. 어때?”
녹사건의 음탕한 시선이 백단영의 몸매를 쭉 훑었다. 녀석의 입술이 흥분해서 절로 쭉 벌어졌다.
“검우방이 대단한가요?”
이번에는 백단영이 입을 열었다.
녹사건은 말이 좀 통한다 싶었던지 낄낄대며 웃었다.
“흐흐, 당연한 것을 왜 묻냐? 이 동네 가게 가운데 우리의 보호를 받지 않는 곳이 드물어.”
한 마디로 주변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는 뜻이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무림맹이 중원을 신경 쓰느라 바로 코앞을 등한시했던 탓이다. 사실 검우방이 무림맹 눈치를 봐서 크게 해 먹지 않은 탓이기도 하다.
백단영이 이 녀석들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녹사건이 검을 빼 들었다.
날카로운 검광의 번쩍임에 주변에 앉아 있던 손님들이 비명을 질렀다. 일부는 호기심 속에 그들을 계속 주시했고 일부는 황급히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아직 머리가 잘 안 돌아가나 본데…… 검우방이랑 척을 지면 어떻게 되는지 잘 생각해봐라.”
녹사건이 백단영의 눈앞에 날카로운 검신을 내밀었다. 그의 계산대로라면 여자들은 검을 보는 순간 기겁하고 바로 꼬리를 내리기 마련이다.
예전이라면 백단영도 위축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녀의 표정에 느긋함이 묻어났다.
녹사건은 백단영이 검을 보고도 별다른 반응이 없자 뭔가 이상하다는 기분이 들었다.
이곳은 무림맹 부근이다. 자연스럽게 무림맹을 오가는 무인들이 많았다. 그는 백단영과 무흔이 곁에 둔 검을 다시 살폈다. 아무리 봐도 그리 특별해 보이지 않는 검이다. 무인의 수준은 대개 무기의 수준을 보면 알 수 있다. 두 사람은 뜨내기 무인이 분명했다.
백단영의 표정에서 부아가 치밀어 오른 녹사건은 부하들에게 눈짓했다.
부하 넷이 무흔과 백단영의 곁에 바짝 붙으며 낄낄 웃었다.
“버티면 너희들만 힘들다고.”
“좋은 말 할 때 좋게 해결하자, 응?”
백단영이 때가 되었다는 눈짓을 무흔에게 전달하려 할 때였다.
아래층에서 누군가가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나타난 사람은 나이가 지긋한 두 남자였다. 두 사람은 주위를 둘러보며 빈자리를 찾다가 무흔을 둘러싸고 검을 든 다섯 장한을 발견했다.
“어? 이게 누구야?”
두 사람이 무흔 쪽 탁자로 걸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