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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속의 엑스트라 102화

무료소설 무림 속의 엑스트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32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102화

102화. 탈출 (3)

 

 

 

황당해진 백단영이 주인에게 사정했다.

“그래도 애들이잖아요. 애들이 얼마나 배가 고플까…….”

“애들이 문제가 아니라 당신이 더 문제지 않습니까? 어디에서 빌어먹는지 모르지만 여기에선 안 됩니다.”

그제야 백단영은 주인이 자신 역시 거지로 착각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녀는 발끈해서 소리쳤다.

“전 거지 아니고요, 돈을 드린다니까요.”

“당신 모습을 봐요. 돈이 문제가 아니잖습니까.”

백단영은 몇 안 되는 객잔 내부 손님의 눈치를 봤다. 모두가 그들을 바라보며 수군거리고 있었다. 객잔 내에 거지들이 몰려 있으면 당연히 영업이 어렵다. 그녀도 그 점을 이해했다.

“죄송해요. 그래도 애들이 배가 고프니까…… 잠시만 좀 부탁드립니다.”

그녀가 꾸벅 인사하며 사정하자 주인이 마지못해 승낙했다.

“그러면 저쪽 구석에서 후딱 먹고 가시오. 돈은 꼭 내고.”

주인장이 구석 탁자를 가리켰다.

무흔이 아이들을 데리고 자리를 옮겼다. 백단영은 툴툴대며 구시렁거렸다.

“인심이 야박하게…….”

“아가씨, 지금 아가씨 꼴이 딱 거지라 그래요.”

“아무리 그래도 내가 무슨…….”

백단영은 자신의 옷차림을 다시 살피다가 바로 찌그러졌다.

금방 밥을 뚝딱 먹어치운 아이들이 두 사람에게 인사하고 재빨리 밖으로 사라졌다.

밥을 먹고 나자 느긋해진 두 사람은 오늘은 이곳에서 묵기로 결정 내렸다.

“아저씨, 여기 깨끗한 방 있어요? 두 개만 줘요.”

“당신이 들어가면 그 순간 깨끗한 방이 아니라 더러운 방으로 바뀝니다.”

주인장이 뚱한 표정으로 대답하며 손을 내밀었다. 얼른 돈 내고 가란 뜻이다.

백단영은 한숨을 내쉬며 행낭에서 은자를 찾았다. 어찌 된 일인지 그녀의 안색이 확 바뀌더니 행낭에서 손을 꺼내지 못했다.

노련한 주인장이면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모를 리 없다.

“너! 진짜 거지였어?”

“아, 아저씨, 그게 아니라…….”

“감히 공짜로 먹어? 그것도 애들을 몽땅 데려와서? 오늘 죽어볼래?”

울상이 된 백단영이 막 하소연하려 할 때 무흔이 대신 은자 한 냥을 꺼냈다.

“여기 있습니다. 이만하면 방 두 개까지 빌릴 수 있죠?”

주인장이 은자를 유심히 검사하고는 마지못해 대답했다.

“좋소. 이 층에 제일 구석진 방 둘이요.”

“씻을 수 있게 물 좀 올려 주시고 깨끗한 옷도 한 벌씩 부탁드립니다.”

무흔이 다시 은자 한 냥을 주인에게 넘겼다. 그제야 주인의 입이 벌어졌다.

이 층으로 올라가면서 백단영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 행낭 속에 있던 은자가 싹 사라졌어. 어디에 흘렸지?”

무흔이 빙그레 웃으며 가르쳐주었다.

“그거요? 방금 밥 먹고 간 애들 있죠? 그 아이들이 훔쳐간 거예요.”

“뭐?”

백단영의 입이 쩍 벌어졌다.

“처음에 거리에서 애들이 쭉 둘러쌌을 때 훔치는 걸 제가 봤어요.”

“그때 왜 이야기 안 했어?”

“그냥 애들이잖아요. 돈도 많지 않고, 옥합을 도둑맞은 것도 아니라서.”

만변귀공을 익힌 무흔의 눈으로 이런 좀도둑질을 알아채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만일 애들이 옥합에 손을 댔다면 바로 잡았을 것이다.

“힝……, 그래도 애들이 나쁜 짓 하면 야단을 쳐야지.”

“그럼 일단 씻고 애들을 찾아보죠.”

아이들이나 약자에게 유난히 경계심이 허물어지는 백단영에게 경각심을 주었으려나.

황당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백단영의 몰골에 무흔은 다시 혀를 찼다.

 

***

 

목욕 후 새 옷으로 갈아입고 제대로 단장을 마치고 나온 백단영은 천하절색으로 바뀌었다.

그녀가 아래층으로 내려왔을 때 주인장을 그녀를 알아보지 못했다.

“누, 누구십니까?”

“거지 언니요.”

“아!”

백단영은 거품 물고 쓰러지는 주인장을 뒤로하고, 무흔을 끌고 거리로 나왔다.

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예쁘게 변한 백단영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여신이다!”

탄성을 들을 때마다 백단영의 입이 절로 벌어졌고, 무흔 또한 괜히 목에 뻣뻣하게 힘이 들어갔다.

저물어 가는 태양이 하늘을 아름답게 물들였다. 두 사람의 시선이 서쪽 하늘에 고정됐다. 이렇게 느긋한 마음으로 노을을 구경하는 여유가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기분이 새로웠다.

“아이들을 찾을 건가요?”

“찾아봐야지. 애들이 나쁜 자에게 이용당해서 그랬을 수도 있잖아?”

무흔은 백단영의 내심을 이해했다.

사실 백단영은 잃어버린 돈을 문제 삼지 않았다. 하지만 굶주려 허겁지겁 먹던 아이들이 눈에 밟혔다. 그런 순수한 아이들이 스스로 그런 짓을 했을 리 없다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었다.

이리저리 수소문한 결과 금방 거지 아이들이 모인 곳을 찾아냈다.

번화가가 끝나는 지역의 으슥한 뒷골목에 아이들이 모여 있었다. 해가 떨어지고 땅거미가 몰려들어 어둑어둑해졌다.

염려했던 대로 그 아이들을 보다 큰 두 녀석이 위협하고 있었다. 두 녀석의 나이는 대략 십 대 후반 정도. 막 소년티를 벗고 제법 어른티가 나는 녀석들이었다. 옷차림은 거지보다 조금 나은 수준으로 평범했다.

한 녀석이 어떤 아이의 머리를 쥐어박으며 윽박질렀다.

“그래서 이것밖에 못 가져왔어?”

녀석의 손바닥에는 아이가 상납한 듯 구리동전이 몇 개 놓여 있었다.

“그래도 오늘은 많이 가져왔잖아요. 언니한테 훔친 은자가 많았는데…….”

“그건 아까 전이고. 이번에는 실적이 영 별로잖아.”

녀석들이 돌아가며 아이들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아이들이 울상이 되어 훌쩍였다.

한참 아이들을 혼내던 녀석들이 동전 한 냥씩을 아이들에게 돌려주었다.

“자, 수고비다. 내일은 더 열심히 해야 한다. 알았지?”

“감사합니다.”

꾸벅 인사하고는 뒤돌아서던 아이들은 몇 걸음 앞에 대기 중인 무흔과 백단영을 발견했다.

“어? 착한 언니다.”

아이들이 그녀를 알아보고는 주춤 뒤로 물러났다. 돈을 훔쳤으니 당연히 켕길 수밖에.

뒤에서 두 녀석이 심상찮은 표정으로 물었다.

“누구냐?”

“밥 사준 언니요.”

아이가 대답하자 두 녀석이 벌떡 일어났다. 두 녀석은 무흔과 백단영이 찬 검을 확인하고는 행동이 신중해졌다.

“무슨 일이요?”

두 녀석이 경계심이 가득한 눈초리로 무흔과 백단영을 훑었다. 점차 그들의 눈동자가 커졌다. 백단영의 눈부신 미모 때문이다.

백단영이 말없이 손을 내밀었다. 아이들이 훔쳐간 돈을 되돌려달라는 뜻이다.

두 녀석의 시선이 서로 교환됐다. 그 움직임이 다소 복잡했다.

무흔은 그들의 움직임에서 이들이 갈등하고 있음을 눈치챘다. 자기들이 상대할 수 있을지 머리를 굴리는 것이 보였다.

훔친 은자가 만만찮게 많으니 쉽게 포기하긴 어려울 것이다.

역시나 녀석들이 우르르 도망치며 소리쳤다.

“튀어!”

순식간에 골목길에는 당황한 어린아이 넷만 남았다.

녀석들에게 속은 백단영이 실소를 터트렸다.

무흔이 먼저 어린아이들을 달랬다.

“저녁이 늦었네. 너희는 빨리 집에 가렴.”

두 사람의 눈치를 보던 아이들이 살았다는 듯 재빨리 사라졌다.

무흔이 그녀에게 말했다.

“우리도 얼른 추적하죠?”

 

***

 

두 녀석의 흔적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무흔을 따돌리기는 애초에 무리였다.

무흔과 백단영은 흔적을 뒤쫓아 마을 외곽에 있는 한 작은 문파에 도착했다. 제법 커다란 대문 위에 걸린 현판이 위압적으로 방문객을 맞이했다.

“적금문이라…….”

현판을 읽는 무흔을 향해 백단영이 피식 웃었다.

“대놓고 재물을 쌓겠다고 써놨네.”

두 사람은 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들을 제지하는 문도가 우르르 몰려나왔다.

“웬 놈들이냐?”

“방금 들어온 놈들 어디 갔어?”

무흔이 버럭 소리를 지르자 내부에서 더 많은 녀석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당연히 그 가운데 아이를 괴롭히던 두 녀석도 섞여 있었다.

그 두 녀석을 발견한 무흔이 손을 까닥였다.

“어이, 거기 두 놈! 이리로 와라!”

“큭큭, 자신 있으면 와서 데려가 봐!”

아이를 괴롭히던 두 놈이 오히려 무흔을 향해 주먹감자를 먹였다.

안면을 찌푸리는 백단영과 달리 무흔은 그런 정도의 도발에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주위를 둘러보니 대략 스무 명가량이 기세등등하게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무흔은 그 가운데에서 문주로 보이는 사람을 금방 찾아냈다. 제법 풍채가 좋고 외공에 단련된 사십 대 장한이었다. 바로 옆에 호위처럼 붙은 두 녀석은 전형적인 사파의 인상을 풍겼다.

적금문도의 숫자가 스무 명을 넘어가니 무서운 게 없나 보다. 녀석들이 백단영을 향해 시시껄렁한 농담을 뿌리기 시작했다.

“오! 천하절색인데?”

“저런 건 천하절색이 아니고 화용월태라 하지.”

“얼굴만 아니고 몸매도 죽이잖아.”

“캬캬, 우리 마누라랑 너무 비교되네.”

“문주님부터 드시겠지. 어딜!”

떠들썩한 가운데 지금까지 잠자코 있던 문주가 나섰다.

“소저는 어디에서 왔소?”

옆에 있는 무흔은 아예 보이지도 않나 보다.

백단영이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적금문 문주님이신가요? 오늘 그쪽 문하생이 어린아이를 괴롭혀서 구걸하게 하더군요. 앞으로 문도들이 그런 짓을 하지 않도록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녀의 똑 부러지는 말에 문주의 안면에 감탄이 일었다.

“아! 소저께서 제대로 가르침을 내리시는군요.”

의외로 흔쾌히 받아들이는 문주의 반응에 백단영이 의아한 웃음을 지었다.

문주의 표정이 바뀐 것은 한순간이었다.

“흐흐, 소저께서 오늘 밤에 이불 속에서 직접 가르침을 주시면 어떠실지요?”

문주의 대답이 나오자 문도들이 대소를 터트렸다.

그다음 수순은 예상대로였다.

“저년을 얼른 잡아서 데려와라!”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닌 듯 문도들이 낄낄대며 익숙하게 포위망을 좁혀왔다.

어떻게 할지 묻는 것인지, 백단영이 무흔을 슬쩍 봤다.

무흔은 단지 고개를 가볍게 끄덕여주었다. 그녀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는 의사표시다.

마침 아직 현실을 제대로 깨닫지 못한 문도들이 거리낌 없이 그녀에게 몰려왔다.

퍼버버버벅-

그리고 백단영의 신형이 흐릿하게 사라지는 순간 그녀를 포위했던 녀석들이 픽픽 쓰러지기 시작했다.

백단영의 신위! 이는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무위였다.

천강십이수.

불사신승의 절학이 그녀의 손에서 펼쳐진 것이다.

순식간에 문도들이 팔이나 다리가 부러져 바닥에 나뒹굴었다. 대부분 그녀의 그림자도 확인하지 못했다.

적금문 문주는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는 상황에 당황했다.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라 적당히 손을 보고 희롱해볼까 했는데 이건 완전히 잘못 건드린 것 같았다. 부하들이 힘을 쓰지 못하고 쓰러지는 것으로 보아 곧 자신에게도 화가 미치리란 사실을 직감했다.

도망치려고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치고 있자니 누군가가 그의 등을 쿡 찔렀다.

“누구냐?!”

대경해서 뒤를 돌아보는 순간 그의 몸이 굳었다. 무흔이 바로 뒤에 서 있었다.

“어디 가시려고?”

“허억!”

깜짝 놀란 문주가 방향을 틀어 도망치려는 순간 무흔의 일권이 가슴에 작렬했다.

퍽!

적금문주가 가슴을 얼싸안고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네놈이 문도에게 시킨 거지? 온갖 나쁜 짓은 다 하라고…….”

“크억.”

문주가 비명을 지르며 고통에 몸을 말았다.

무흔은 몇 차례 발로 밟아줬다. 죽일 수는 없고 당분간 일어서지 못하도록 확실히 몇 군데를 부러트렸다.

어느새 달려들던 녀석들을 모두 정리한 백단영이 오만한 표정으로 주위를 내려다보았다.

유일하게 남은 것은 어린아이를 괴롭혔던 그 두 녀석. 그녀가 의도적으로 남긴 덕분이다.

“으으…….”

두 녀석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주춤 물러섰다.

마치 지옥에서 온 사신처럼 백단영이 한발 앞으로 접근했다.

“또 아이들을 괴롭힐 거냐?”

“그, 그건 문주님이 지시한 거라…….”

두 녀석이 변명하는 순간 백단영의 손이 번뜩였다. 그녀의 손이 한 녀석의 어깨를 잡았다.

“커윽!”백단영이 손에 힘을 주자 녀석이 고통의 몸부림을 쳤다. 아마 한쪽 어깨가 완전히 부수어졌을 것이다.

다른 녀석의 눈이 동그래져서 필사적으로 손을 저었다.

“저, 절대 안 그러겠습니다.”

백단영은 손속을 멈추지 않았다. 다시 처절한 비명이 울리고 녀석이 꼬꾸라졌다.

무흔은 그녀의 행동에 머리가 복잡했다.

예전과 비교하면 그녀는 유약했던 심성이 대부분 사라졌다. 용봉대에 몸 담았던 초기와 비교해서도 달라졌고, 예전 소설에 비해서도 변화가 컸다.

무림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바람직한 변화라 환영할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그녀 본연의 다정함이 사라진 것 같아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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