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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속의 엑스트라 129화

무료소설 무림 속의 엑스트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0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129화

129화. 백회령 (2)

 

 

 

협상이 잘 이루어졌던지 왕 표두가 밝은 표정으로 돌아왔다.

“같이 고개를 넘어가기로 했습니다. 모두 육십 명이나 되니 산적들도 함부로 건드리기 어려울 겁니다. 하하.”

나쁜 소식은 아니었다.

백가상단은 동방상단이 점심을 마무리하기를 기다렸다.

불과 반 시진 후에 두 상단은 나란히 객잔을 떠나 고갯길에 올랐다.

기세등등한 동방상단이 앞에 위치하고 백가상단이 뒤를 따랐다.

무흔과 백단영은 말을 탄 채 백가상단의 가장 앞부분에서 움직였다. 그러다 보니 동방상단의 뒤에서 움직이는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엉키게 됐다.

무흔은 동방상단에 관한 아무런 정보가 없었기에 백단영에게 질문했다.

“동방상단도 큰 상단인가요?”

“큰 곳은 맞아. 산동에서는 거의 제일 큰 상단이니까. 전체 규모는 우리 백가상단이랑 비슷할걸.”

중원의 중심인 하남성에 비하면 산동성은 시골이다. 그렇기에 산동성 제일 상단이라 해봐야 실제로는 중원 한복판에 있는 백가상단에 절대 미칠 수 없다. 그나마 백단영이 많이 쳐준 것이다.

무흔이 대충 규모를 가늠할 때 옆에서 피식 웃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크기만 비슷하면 뭐하나, 산적 하나 무서워서 벌벌 떠는 주제에.”

객잔에서 백가상단을 얕잡아보던 연녹색 무복의 바로 그 여자였다. 무흔과 백단영이 대화하는 소리를 들은 모양이다.

무흔은 슬그머니 부아가 치밀어 그녀 옆으로 말을 몰았다.

“동방상단 호위이신가요?”

무흔의 질문에 연녹색 무복의 여자가 콧방귀를 뀌었다.

“호위는 호위지만…… 그냥 동행하는 거예요.”

“사문을 물어봐도 될까요?”

“산동 의정문 소속이죠. 그쪽은?”

“전 백가상단 소속입니다.”

“풋! 무관 소속도 아니고 상단 소속이라…….”

여인이 노골적으로 그를 무시하는 표정을 지었다. 무흔은 이런 경우를 무림맹에서 수도 없이 경험했기에 아무런 심리적 타격을 받지 않았다.

“혹시 별호를 물어봐도 될까요?”

여인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대답했다.

“나는 의정선자 문수란이에요. 들어보셨으려나? 산동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죠.”

정말인지 거짓말인지 모르지만 자신만만한 표정이었다.

당연히 산동성과 별다른 인연이 없는 무흔은 그녀에 대해 들어본 기억이 없었다. 마찬가지로 의정문도 처음 듣는 문파 이름이었다.

백단영은 의정문을 아는 듯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명문 정파인 의정문 문하이셨군요. 문주의 자제분으로 강호에 명성이 자자한 두 분을 뵙게 되어서 반갑네요.”

백단영의 반응으로 보아 산동에서 꽤 유명한 인물인 모양이었다.

“그대는?”

“저는 백가상단 상단주의 딸인 백단영이고 이분은 제 호위무사인 무흔이라 하죠.”

그녀의 대답에 문수란이 피식 웃었다.

“상단주 딸이라…… 대단한 신분이시군요.”

비꼬는 어투가 역력했다. 백단영은 그 부분을 개의치 않았다.

문수란이 다시 무흔을 곁눈질로 쭉 훑었다. 그러다가 무흔이 옆에 찬 검에 눈길이 멎었다.

“그럼 당신은 혹시 백가상단의 빈객인가요?”

상단주 딸 호위무사라면 적어도 상당한 무공의 소유자란 생각 때문일 것이다.

상단은 자체에 무림고수가 없다 보니 외부의 명숙을 초대하고 큰돈을 들여 고용하는 경우가 흔했다. 만일 무흔이 그런 경우라면 꽤 고강한 무공의 소유자란 결론이 나오니 질문했을 것이다.

무흔은 그 속셈을 꿰뚫어 보았으나 그렇다고 대답을 피할 생각은 없었다.

“그건 아니고요, 어릴 때부터 저희 아가씨 수발을 들었습니다.”

“큭!”

한 마디로 머슴이라는 이야기에 문수란이 경멸의 빛을 띠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내친김에 백단영이 질문을 이었다.

“동방상단의 호위는 의정문에서 주로 담당하나요?”

“네, 그렇죠. 우리 의정문이 대부분을 담당하고 가끔 다른 문파에서 일부 분담하기도 해요.”

문수란이 앞서가는 하늘색 무복 사람들을 눈짓으로 가리켰다. 그 사람들이 다른 문파의 사람이란 뜻이다.

무흔은 하늘색 무복이 어느 문파인지 물어보려다가 말았다. 굳이 남의 상단에 대해 깊게 알 이유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대화를 나누며 나란히 가고 있을 때 다시 한 남자가 끼어들었다. 마찬가지로 연녹색 무복을 입은 젊은 남자로 객잔에 문수란과 함께 있던 사람이다.

남자가 백단영에게 관심을 보이면서 정중하게 인사했다.

“저는 의정문의 문철남이라 합니다. 강호에서는 의정대협이라 불리고 있어요.”

백단영도 남자에게 자신을 소개했다.

“저는 백가상단의 백단영이라 해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문철남은 백단영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녀의 미모에 완전히 홀린 모습이었다.

보다 못한 문수란이 빽 소리를 질렀다.

“오빠! 뭐해요?”

“아! 아무것도 아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문철남이 머리를 긁적이며 백단영에게 물었다.

“당신 호위무사는 분명히 고수겠죠?”

백단영이 겸연쩍은 표정으로 무흔을 힐끗 돌아보고는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

“고수라면 고수일 수도 있지만 그냥 호위할 수 있을 정도지요.”

“상행을 다니다 보면 위험한 일이 많으실 텐데요. 반드시 고수와 함께하셔야 안전하지요. 지금 이 길에도 산적 무리가 있거든요. 만일 무슨 일이 생기면 꼭 제 옆에 붙어 있으세요. 하하하.”

호의인지 아닌지 모호한 말을 늘어놓았다.

백단영은 예의상 알았다고 대답했다.

고갯길을 올라가는 도중에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어째 내리는 눈발이 점점 굵어지는 것을 보니 쉽게 그치지 않을 날씨였다.

눈이 쌓이면 더욱 상행이 어려워지기에 그들은 빨리 고개 정상에 도달하기 위해 더욱 서둘렀다.

무흔은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보며 감회에 잠겼다. 이곳에서 처음 맞는 눈이다.

고개를 올라가는 도중에 날이 어두워졌다.

다행히 그들은 고갯길 옆에서 비교적 넓은 공간을 찾았다. 양쪽 상단이 공간의 한쪽을 점유하며 야영을 시작했다.

눈이 내리는 가운데 천막을 쳐서 눈을 피할 공간을 만들고 간단하게 죽을 끓여 저녁 식사를 대체했다. 곳곳에 모닥불을 피워 추위를 피했다. 양쪽 합쳐 육십여 명이나 되다 보니 꽤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무흔은 백단영을 위해 야영 천막을 친 후 그녀를 찾아다녔다. 중앙 모닥불 부근에서 쉬는 백단영 옆에 의정문의 문철남이 붙어 있었다.

“백 소저, 같이 술 한잔하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저는 술 마실 줄 몰라요.”

백단영이 거절하려고 둘러댔다. 정작 문철남은 진심으로 받아들인 모양이었다.

“하하, 제가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같이 갑시다.”

거절하는 백단영의 소매를 끌고 문철남이 강제로 동방상단 영역으로 데려갔다. 무흔은 미간을 찌푸리며 그들을 저지했다.

문철남이 피식 웃으며 무흔을 보며 말했다.

“호위는 호위답게 잠자코 있어라. 백 소저께 주도를 가르쳐 주려 하지 않느냐.”

백단영의 눈짓에 무흔은 한숨을 내쉬며 쥐었던 주먹을 풀었다. 어차피 저런 녀석은 백단영이 언제든 처리할 수 있을 테니까.

동방상단 본부에는 이미 양쪽 표두가 모여 술을 한잔 걸치고 있었다. 그 옆에서 문철남이 백단영과 함께 자리를 잡았다. 자연스럽게 그 옆에 문수란도 합석했다.

호위를 자처한 무흔은 약간 떨어진 곳에서 홀로 서성였다.

“이곳에 산적도 있다면서요? 술 마시면 위험하지 않을까요?”

백단영이 술잔을 거부하자 문철남이 호기롭게 껄껄 웃었다.

“백회령산채요? 하하,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제가 지난번에 손을 봐줬거든요.”

문철남은 동방상단이 하남 쪽으로 상행을 가다가 백회령산채와 한판 붙었던 이야기를 펼쳐놓았다. 대충 문철남과 문수란이 산채 산적 수십 명과 맞붙어서 완전히 박살을 내고 덕분에 통행료를 면제받았다는 내용이었다. 무용담에 살이 덧붙여지자 문철남과 문수란은 최강의 무림고수로 둔갑했다.

백단영은 옆에서 조용히 장단을 맞추며 내심 한숨만 내쉬었다.

“그래서 백 소저는 제 옆에 붙어 계시면 됩니다. 제가 알아서 산적을 몽땅 쓸어버릴 거니까요. 하하.”

문철남의 호언장담이 계속됐다. 술이 거듭되면서 점점 허풍이 세졌다.

무흔은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내리는 눈을 보니 어째 내일 상행이 어려우려나 보다.

밤이 얼마나 깊었을까.

갑자기 한쪽에서 소란이 일고 요란한 경고음이 들려왔다.

“산적이다!”어둠 속에서 갑자기 화살이 비 오듯 쏟아졌다. 양쪽 상단에서는 기습을 대비하여 경계병을 세우고 있었기에 금방 전투태세에 돌입했다.

술을 마시던 문철남이 벌떡 일어났다.

“하하, 나의 위용을 보여드릴 때가 되었군요. 백 소저, 잘 보시죠. 내가 어떻게 저들을 요리하는지.”

“오빠!”

“핫핫, 한방이잖냐! 걱정은 붙들어 매라!”

뽐낼 기회만 찾던 문철남이 기회를 놓칠세라 검을 쥐고 달려 나갔다. 그 뒤로 문수란이 투덜거리며 따라갔다.

무흔은 두 사람의 실력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했다. 그는 백단영과 함께 군중 속에서 상황을 주시했다.

고갯길에 산적 무리가 십여 명 나타났다.

모두 전형적인 산적 모습이었다. 텁수룩한 수염에 낡은 삼베옷과 각종 다양한 병기류까지. 그런데 그 뒤쪽으로 눈에 뜨이는 특이한 녀석 넷이 있었고, 심지어 그 가운데 한 녀석은 무흔이 아는 자였다.

바로 고산령과 대붕산채에서 만났던 흑귀였다.

그가 아는 흑귀는 무공이 일반 산적과 달리 대단히 높은 자다. 그런데 그 옆에 있는 세 사람 역시 일반 산적처럼 보이지 않았다. 어두운 암적색 마의를 걸치고 한 손에는 투박한 도를 쥐고 있는 전형적인 무인이었다.

“뭔가 있어 보이는 놈들이죠?”

“그런 것 같아.”

백단영도 금방 그 네 사람이 특별한 존재임을 알아차렸다. 무흔이 그녀에게 귓속말로 속삭였다.

“저기 흑의를 입은 놈 있죠? 얼굴이 반질반질한 녀석 말이죠. 저 녀석 지난번에 대붕산채에서 아가씨 동생을 위협하던 놈이에요.”

“응? 대붕산채 녀석이 왜 여기에 있어?”

“제가 알기로는 저 녀석 이름이 흑귀인데 녹림 총재주가 파견한 놈이에요. 여기 산채 인물이 아니고요.”

그때의 사건을 떠올린 백단영이 부드득 이빨을 갈았다.

“흑귀와 그 옆의 세 녀석 무공이 상당할 것으로 보여요. 의정문 두 남매가 상대하기에 버겁지 않을까요?”

무흔의 의견에 백단영의 표정이 다소 심각해졌다.

그 사이 문철남과 문수란 남매 두 사람은 다가오는 산적 무리와 대치했다. 평소라면 두 사람은 이렇게 일찍 나서지 않았을 것이다. 백단영 앞에서 무위를 뽐내고 싶었던 문철남이 생각 없이 나서는 바람에 문수란 역시 어쩔 수 없이 따라나섰을 뿐이다.

물론 두 사람은 얼마 전에도 이곳 산적들을 쥐 잡듯 두들겨 팼던 경험이 있기에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그래서 또 터지고 싶으냐?”

문철남이 낄낄대며 산적을 조롱했다.

앞서 있던 산적들이 움찔하며 몸을 움츠렸다. 불과 얼마 전 하남으로 가던 동방상단을 이곳에서 세웠다가 저 두 남매에게 혼쭐이 났던 기억 때문이다.

순간 문철남의 신형이 번개처럼 앞으로 나아가더니 가장 앞선 산적의 뺨을 왕복운동 시켰다.

짝- 짝-

“이 자식들아! 형님이 지나가면 얌전히 수그리고 있으라고 했지?”

“컥!”

순식간에 코피가 터진 산적이 머리를 감싸 쥐고 비틀거렸다. 옆에 있는 다른 산적들이 벌벌 떨며 뒤로 물러났다.

문철남과 문수란 남매는 더욱 기고만장해서 녀석들을 몰아붙였다.

“이것들! 꿇어라!”

다음 순간, 뒤쪽에 있던 흑귀와 암적색 마의를 걸친 세 괴인이 등장했다.

“사자가 없으니 고양이가 사자인 척한다더니!”

암적색 괴인의 신형이 문철남의 앞에 어른거리나 싶더니 문철남이 푹 쓰러졌다.

“헉! 오, 오빠!”

문수란이 갑작스러운 변고를 목격하고 달려들었다. 그 순간 흑귀가 그녀 앞에 등장하면서 그녀 역시 앞으로 푹 꼬꾸라졌다.

일순간 동방상단 무인들 사이에 혼란이 일었다. 그들이 당황해서 우왕좌왕하는 사이 다른 두 암적색 마의인이 나타났고 마찬가지로 두 호위무사가 쓰러졌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네 괴인은 쓰러트린 무인을 납치해서 순식간에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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