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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속의 엑스트라 128화

무료소설 무림 속의 엑스트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9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128화

128화. 백회령 (1)

 

 

 

무림다루에서 나온 무흔과 백단영은 무림객잔에서 무림전장 주인을 찾았다.

식사 시간이 지나 이제는 다소 한가해진 객잔에서 전장 주인이 점원을 다독거리고 있었다. 저런 면을 보면 일을 참 열심히 하는 자란 말이지.

“무흔이냐? 아, 아가씨께서도 함께 오셨군요.”

전장 주인은 무흔과 친해져서 자연스럽게 말을 놓았고, 백단영의 경우는 철저하게 아가씨로 호칭하여 높은 사람의 대우를 해주었다. 백단영이 백가상단주의 딸이니 그로서는 접근 불가능한 부를 지닌 전주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빈 탁자에 마주 앉아 그들은 차를 마셨다.

이 차는 무림다루에서 파는 차이지만, 동시에 객잔에서도 중요 손님의 후식을 위해 준비해 둔 것이다. 자연스럽게 무흔과 백단영은 다루에 이어 두 잔을 연속으로 마시게 됐다.

“현재 다루에서 파는 차 종류가 몇 가지인가요?”

백단영이 차 맛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모두 일곱 가지입니다. 사람들이 즐겨 마시는 종류는 다 있습니다.”

“차 종류의 다양화가 필요할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이런 종류의 차는 아이들이 마시기엔 적합하지 않아 보여서 말이죠.”

“아이들이 다루에 올 일이 있겠습니까?”

전장 주인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무흔은 기발한 생각을 떠올렸다.

“아저씨, 과일을 갈아서 주스… 아, 아니 과일즙을 물과 섞은 차를 만듭시다. 꿀도 조금 넣고요.”

전장 주인은 무흔의 제안을 금방 알아듣지 못했다. 하지만 상세한 설명을 듣자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거 맛있겠는데요?”

“계절별로 과일 종류를 다르게 하면 되고요, 몸에도 아주 좋아서 인기를 끌 겁니다. 과일차를 만들면 아낙네들이 아이들도 데리고 올 테니까 다루가 훨씬 가족적인 분위기로 바뀔 겁니다. 가족 나들이 명소가 되는 거죠.”

무흔의 제안을 백단영이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빤히 쳐다보더니 냉큼 찬성했다.

당연히 객잔 주인도 따라올 수밖에 없었다.

“다향이랑 상의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오늘 다루에 온, 기루 연합 회장단을 혼내주셨다면서요?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는 골치 아플 일 없을 겁니다. 대신에 명절 때마다 두 대주님께 선물 꼭 챙겨주시고요.”

백단영이 세부적인 내용을 지시했다. 동네 파락호들의 찝쩍거림을 해결한 것은 엄청나게 큰 도움이었다.

마지막으로 무흔이 사업 전반을 검토하고 추가 투자를 제안했다.

“저희 아가씨께서 개봉에 무림객잔을 한 곳, 무림다루를 두 곳 추가로 열고자 하십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투자 의향이 있느냐란 질문이다. 지금까지 투자한 사업이 성공하여 본 궤도에 올랐기에 추가 확장을 시도할 때가 됐다.

무림전장 주인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왜 그러십니까?”

“사실 제가…… 투자금 마련이 조금 부족하여…….”

무림전장 주인은 전장 지분 일부를 무흔과 백단영에게 넘기고 받은 돈을 객잔과 다루에 투자했다. 하지만 추가로 더 투자할 돈이 부족했다.

무흔이 웃으며 해결책을 제시했다.

“걱정 않으셔도 됩니다. 아저씨께서 여기 객잔을 관리하느라 무척 수고하신다는 점을 잘 알고 있으니까요. 추가 출점할 때 약간의 지분으로 보상해드리겠습니다. 전장 지분을 일부 추가로 넘기셔도 되고요. 앞으로는 여기 아가씨와 제가 투자금을 댈 테니까 아저씨께선 열심히 관리만 해주시면 됩니다.”

무림전장 주인은 머릿속으로 손익을 계산했다.

어차피 전체 사업에서 자신의 지분은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라 앞으로 사업이 승승장구한다고 본다면 이익이었다. 생각해보면 여러 객잔과 다루를 거느린 주인 겸 관리자도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럼 어느 지역에 분점을 낼까요?”

갑론을박 끝에 추가 장소 선정이 끝났다.

“추가 출점이 끝나면 사실상 개봉에서는 객잔과 다루 사업을 완전히 점유하게 될 것 같습니다.”

“개봉 다음에는 낙양으로 갈 겁니다.”

백단영이 사업 확장을 선언했다.

낙양이야말로 백가상단의 주요 무대다. 그러니 그녀에게는 실패가 불가능한 곳이다.

무흔은 훗날 중원에서 객잔과 다루를 휘어잡은 거대 상인을 떠올렸다. 아마 백단영은 향후 몇 년 이내에 그런 지위에 오르게 될 것 같다.

 

***

 

천상문을 찾아 산동성으로 떠나는 여행이 며칠 미루어졌다.

백단영이 이왕 산동으로 가는 길이니 백가상단의 상행과 시기를 맞추자는 의사를 피력했기 때문이다. 상단과 함께 이동하면 좋은 점이 많다. 일단 먹고 자는 문제가 해결된다. 다만 이동 속도가 느려지는 단점이 있다.

무흔은 찬성을 표했다. 그동안 무흔도 바쁘게 처리할 일이 많았다. 한동안 무림맹과 개봉을 비운 여파였다.

마교에서 접한 핵심 무공 가운데 사마극이 익혔다고 예상되는 무공 천마패를 정리하여 보고서를 올렸다. 이 보고서는 정마대전의 대책을 세우는데 유용한 자료가 될 것이다.

무흔은 개봉사걸을 만났다.

그들 넷은 비록 예전보다 나쁜 짓을 적게 하고 있긴 했으나, 여전히 시장 바닥을 전전하고 있었다. 무흔은 그들을 무림객잔과 무림다루에서 일하게 했다. 사실 그들이 나쁜 짓을 하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적당한 일자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개봉사걸은 흔쾌히 받아들였다. 이들이 일을 잘한다면 앞으로도 계속 고용할 생각이었다.

무흔은 추가 출점 지역의 사업부지를 매수하고 공사를 진행하면서 바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눈이 내리던 ,날 무흔과 백단영은 백가상단의 상행에 합류했다. 낙양에서 출발하여 산동으로 넘어가는 상행이었다.

백단영이 상단주의 딸인 데다 용봉대에 소속이라는 사실 때문에 상행단은 용기백배했다.

적어도 백단영의 무력이라면 표사 몇 명을 추가로 데려가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사실 엄밀하게 따지자면 지금의 백단영은 혼자서도 표사 전부를 합한 것보다 더 강하다. 물론 이런 사실을 상단 사람들은 전혀 모르고 있지만 말이다.

겨울이라 상행은 다소 힘들었다.

무흔과 백단영은 말을 타고 눈앞에 보이는 설산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십여 일 만에 하남에서 산동으로 넘어가는 경계에 다다랐다.

“단영 아가씨,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턱수염을 기른 왕길산 표두가 시선을 설산으로 던지고 있는 두 사람에게 다가왔다. 왕 표두는 백가상단에서 무려 이십 년을 지낸 상단의 핵심이었다.

“뭔가요?”

“며칠 전부터 뒤를 따라오는 인기척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서른 명가량으로 이루어진 대형 상단입니다.”

현재 백가상단의 인원도 모두 서른 명이다. 즉 뒤를 따라오는 상단도 그들과 같은 상행 규모인 것이다.

“어느 상단인가요?”

“동방상단입니다. 산동에 근거지가 있는 상단으로 알고 있습니다.”

“왕 표두께선 그들과 고개를 함께 넘자는 생각이신가요?”

“지금 산동으로 넘어가는 이곳 길목이 매우 험난한 곳입니다. 고개를 넘는 데만 하루 이상 걸려 중간에 야영도 해야 하고요. 거기에 백회령산채라는 대형 녹림채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산적을 상대하려면 상단끼리 힘을 합하는 게 유리하지요.”

지형 조건으로 보아 위기상황이란 뜻이다. 다년간 상행을 해왔던 표두의 직감이다.

“그럼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이곳에서 하루 머물면서 뒤쪽에서 따라오는 동방상단과 합세하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백단영은 표두의 말이 옳다고 승낙했다.

표두와 대화가 끝난 후 백단영이 무흔에게 물어왔다.

“넌 어떻게 생각해?”

“글쎄요. 호위무사가 많다면 산적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할 테니 쉬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죠.”

쉬어가면 좋은 점이 있다. 그만큼 표사나 쟁자수가 체력을 비축할 수 있고, 적어도 하루는 좋은 곳에서 머물 수 있다.

“다만…… 내일 되면 눈이 내릴 것 같네요.”

눈이 오는 날 고개를 넘으려면 더 힘들다.

무흔의 말에 백단영은 시선을 들러 먼 산을 바라봤다. 산봉우리를 덮고 있는 눈이 눈을 시리게 했다.

 

***

 

하남에서 산동으로 넘어가는 경계에 백회령이란 고개가 있다. 이름에서 드러나듯 험준한 산을 굽이굽이 백 번이나 돌아가는 고갯길이 바로 백회령이다. 높은 산은 아니지만 곳곳이 암벽과 절벽으로 뒤덮인 곳이라 딱히 이 고갯길 외에는 다른 길도 없다.

이 고갯길로 접어드는 입구에 백회령 객잔이 있었다.

백가상단은 이 객잔에서 하루를 머물렀다. 비록 내일 눈이 올 것 같은 날씨였으나 폭설만 아니라면 고개를 넘어가기에 그리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다음날 점심 무렵.

고갯길로 접어드는 동방상단이 객잔에 들어왔다. 객잔에서 점심을 먹을 목적이다.

한참 점심을 먹는 중인 백가상단과 자연스럽게 마주쳤다. 동방상단과 만나기 위해 시간을 맞추었기 때문이다.

왕길산은 계획대로 동방상단의 표두를 찾았다. 동방상단의 표두인 증석범은 왕길산과 비슷한 또래였다.

말이 잘 통할 것 같다고 생각한 왕길산이 자신의 의견을 전했다.

“언제 백회령을 넘으실 겁니까?”

“여기서 점심만 때우고 바로 올라갈 겁니다.”

“그렇다면 오늘 밤에는 백회령에서 노숙하시겠군요.”

“그래야죠.”

예상했던 일정대로다. 점심 후 바로 떠나면 다음 날 저녁 무렵에야 백회령을 벗어날 수 있다. 어떻게 움직이든 반드시 하루를 백회령 중간에서 노숙해야 한다.

“백가상단에서는 언제 떠나십니까?”

“어제 도착했습니다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같이 고개를 넘을까 하고요.”

“핫핫, 백회령산채를 겁내시는군요. 그깟 산적 무리를 겁낼 이유가 있을까요?”

증석범 표두가 껄껄 웃으며 왕 표두를 무시했다. 자신감 넘치는 증 표두의 표정이 좋긴 하다만.

신이 난 증 표두가 장담했다.

“저희는 하남으로 갈 때도 통행료를 내지 않았습니다. 그깟 녀석들에게 굳이 돈을 바쳐가며 움직일 필요가 있나요.”

“산적들이 위협하지 않습디까?”

“이번에 저희 쪽에 무림고수 두 분이 합류하셨습니다. 그 두 분이 산적을 처리하셨죠. 돌아가는 길에도 마찬가지이리라 생각합니다.”

증 표두가 자신만만하게 호언장담했다.

“우리는 거기까지는 바라지 않습니다. 그냥 통행세나 조금 적게 냈으면…….”

“하하,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만 따라오시면 아무 일 없을 겁니다. 통행세도 안 내도 되고요. 대신에 넘어간 후 거하게 한턱내십시오.”

왕길산은 증 표두의 말을 믿지 않았으나 어쨌든 나쁠 것은 없었다. 그렇게 함께 고개를 넘어가기로 했다.

무흔은 부근에서 짐을 꾸리면서 두 표두의 대화를 들었다. 그는 옆에서 마찬가지로 주의를 기울이는 백단영에게 물었다.

“동방상단의 전력은 어떤 것 같아요?”

“우리랑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아. 호위무사 수도 비슷하고 수준도 비슷하고. 굳이 저들이 저렇게 자신감을 드러내는 이유를 모르겠어.”

저쪽 일행을 쓱 훑어본 백단영의 평가에 무흔도 상단 일행을 살폈다.

무사는 대략 열 명을 약간 넘는 수로 보였다. 얼핏 보아 무사의 옷차림이 모두 세 부류였다. 상단 자체 무인을 제외하면 두 개 문파에서 호위무사를 고용한 것으로 보였다. 한 문파는 연녹색 무복을, 다른 한 부류는 하늘색 무복을 걸쳤다.

백단영이 한쪽을 눈짓으로 가리켰다.

“저쪽을 봐.”

동방상단의 호위무사 가운데 유독 돋보이는 두 사람이 보였다. 산뜻한 연녹색 무복을 입고 있는 두 남녀. 외모 또한 일행 가운데 단연 눈에 띄어 한눈에 명문정파의 자제임을 짐작하게 했다. 나이는 의외로 무흔과 비슷해 보일 정도로 젊었다.

두 남녀 역시 양쪽 상단의 표두가 서로 악수하며 나누는 대화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다.

대화를 듣던 여자가 비웃음을 터트리며 중얼거렸다.

“저쪽은 전부 겁쟁이만 모였나 봐요. 기껏 산적 때문에 몸을 사리다니.”

“그러게. 산적이 몰려와 봐야 우리 둘만 해도 충분하잖아?”

“그렇죠. 솔직히 우리 측도 다른 녀석들은 머릿수만 채우는 거죠, 제대로 한 거 없잖아요.”

“크크, 지난번처럼 우리가 몸을 풀어 산적을 조지면 충분해.”

두 사람의 대화가 이어졌다.

두 사람은 백가상단뿐만 아니라 자기네 상단 쪽 호위무사까지 깡그리 무시하고 있었다.

둘만의 대화라고 소리를 낮추었으나 고수인 무흔이나 백단영의 귀에는 모조리 들렸다.

“자신감이 쩌는군요.”

“그러게. 그래도 저 두 사람 말대로면 걱정할 필요 없겠네.”

무흔과 백단영이 황당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들이 찜찜한 기분이 든 이유가 있긴 했다. 연녹색 무복을 입은 그 두 남녀의 무공이 그들이 보기엔 별로인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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