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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속의 엑스트라 126화

무료소설 무림 속의 엑스트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379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126화

126화. 개봉 일상 (2)

 

 

 

오랜만에 무림맹에 돌아온 무흔은 곧바로 용봉대를 찾아갔다. 무엇보다 백단영에게 돌아왔다는 보고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늦은 저녁의 어둠이 깔린 연무장에는 계절에 맞춰 앙상한 나뭇가지만 드리워져 있었다.

무흔은 마치 고향에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사실 무림 세계에서 그가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낸 곳이 이곳이 아닐까. 무림에는 고향이라 할 곳도 없었으니 그런 심경이 드는 것도 당연했다.

푸근한 마음을 품고 그는 연무장을 가로질러 용봉대 막사가 있는 쪽으로 접근했다.

어둠 속에서 두 명의 대원이 검을 들고 수련하고 있었다.

그 가운데 한 사람의 검초가 눈에 익숙했다. 하얀 옷을 입고 검은 머리를 휘날리는 아름다운 미녀 검객. 바로 백단영이었다.

반가움에 소리를 지르려다 그는 조용히 그녀의 검무를 지켜봤다.

휙- 휙-

연검이 허공을 가르고 검기가 주위에 휘몰아치며 그 위력을 더했다.

일전에 본 모습과는 천양지차. 그 사이 그녀의 무공은 한 단계 더 성장해 있었다. 갑작스럽게 불어난 내력이 몸에 체화되고 초식을 반복연습하면서 그 숙련도가 증가함을 생각하면 당연하다.

열심히 초식 훈련에 매진하던 중에 누군가가 자신을 쳐다본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일까. 연검이 커다란 호선을 그리며 우아하게 정지했다. 백단영의 시선이 그에게로 향했다.

점차 그녀의 눈동자가 크게 떠졌다.

“무흔?”

“네.”

무흔은 빙그레 웃으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와아, 돌아왔네.”

백단영이 함박웃음을 머금으며 그를 두 팔로 맞이했다. 무흔도 반가움에 그녀를 가볍게 포옹했다. 마치 몇 년은 떨어져 있던 가족 상봉 분위기다.

“갔던 일은 잘 되었어?”

“예상보다 만족스러웠어요.”

“하긴, 은옥상이 직접 초청한 거니까……. 좋았겠네?”

어째 살짝 삐진 듯한 모습이다. 무흔은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아가씨 보고 싶어서 혼났었죠.”

“에이, 입에 침도 안 바르고 거짓말을…….”

툴툴 대면서도 싫지 않은 모습이었다. 사실 무흔도 거짓말이 아니었다. 비록 정신없이 보낸 시간이었지만 틈틈이 백단영이 생각났었으니까.

다시 만난 기쁨을 만끽하던 무흔은 화제를 돌렸다.

“이 밤에 연습하세요? 게다가 무공도 상당히 능숙해졌더군요.”

“그래? 난 별로인 것 같은데…….”

백단영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불만을 드러냈다.

“어쩐 일로 야밤에 연습을 다 해요?”

“그게…….”

백단영이 간략하게 마교 소교주인 사마극과 만났던 일을 털어놓았다.

정작 무흔이 식은땀을 쭉 흘렸다. 자칫하면 사마극에게 백단영이 죽을 뻔했다. 예상을 완전히 벗어나 그녀가 위기를 맞았다.

그녀가 고수가 되면 쉽게 죽지 않으리라고 생각했건만 그게 아니었다. 고수가 될수록 오히려 마교의 주목을 받게 되어 더 위험해진다. 상대적으로 사마극과 만날 일도 더 많다.

결론은 사마극을 능가하는 무공을 소유하지 않는 한 죽음의 위험을 벗어나기 어렵다. 과연 무공으로 사마극을 능가할 수 있나?

무흔의 상상은 예전에 보았던 소설 천향무후의 마지막 편으로 넘어갔다. 그때의 천향무후 백단영의 무공은 과연 어느 정도였던가?

그때 백단영은 주인공인 장후성과 합공하여 사마극을 공략했다. 둘이 합쳐도 쉽지 않은 상황. 백단영은 자신의 목숨을 도외시하고 사마극을 공격했고, 결국 장렬한 최후를 맞이했다. 즉 사마극의 무공에 백단영은 미치지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마극이 백단영을 죽이고 당황한 순간 장후성이 간신히 사마극의 생명을 끊는다.

‘쉽지 않네.’

백단영의 우울한 표정에 무흔 역시 덩달아 심각해졌다.

앞으로도 백단영은 조금씩 무공이 향상된다. 하지만 이제 대폭적인 향상은 어렵다. 이미 기연은 다 받았으니까.

“사마극은 도저히 상대하기 힘든 무공을 지니고 있었어. 무흔은 보지 않아서 몰라. 그 무공이 얼마나 엄청난지. 사마극 스스로는 그 무공의 이름을 패라고 하긴 하던데…….”

백단영의 목소리가 침울해졌다.

천마패. 이번에 무흔이 익힌 무공이다. 과연 사마극이 천마패를 펼쳤다면 아직 완전하게 숙련되지 않은 천상비연검법으로는 대적하기 쉽지 않다. 그녀가 어이없이 패한 점이 이해됐다.

“그래서 덮어놓고 연습에 매진하기는 하는데…… 솔직히 막막해.”

그녀가 이 밤에 연습에 몰두한 이유가 그것이었나. 무흔이 위로하려 할 때 백단영이 씁쓸하게 말했다.

“하긴 나보다 더 곤란한 상황에 빠진 사람도 있지만.”

백단영이 옆으로 슬쩍 시선을 돌렸다.

대략 십 장가량 떨어진 곳에서 남궁이화가 마찬가지로 검법을 연마하고 있었다. 얼핏 보니 남궁세가의 독문 무공이다. 그렇다 해도 한계는 뚜렷하다. 남궁세가의 최강 무공을 익힐 수 없는 그녀의 앞은 완벽하게 벽이 막혀있다.

한때는 백단영이 비슷한 답답함에 몸부림쳤지만 지금은 남궁이화의 차례가 되었다.

강한 무공을 향한 남궁이화의 욕심을 잘 아는 무흔은 그녀가 염려됐다. 괜히 사고라도 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으니까.

무공 연마에 집중하던 남궁이화는 백단영과 대화하는 무흔을 흘낏 보고는 하던 훈련을 계속했다. 무공의 압박 때문인지 아니면 훈련에 매진한 때문인지 그녀의 기분이 별로인 것 같았다.

“그리고 장후성은 폐관 수련에 들어갔어. 화산파의 도움을 받아서.”

백단영의 이야기는 다소 뜻밖이었으나 무흔은 역시 주인공답다는 생각을 했다.

강해진 상대역 사마극과 강약을 맞추려면 장후성의 성장이 필수적이니까. 화산파의 도움을 받고 있다는 것으로 보아 차기 장문인 감인 장후성을 적극적으로 밀어주기로 했나 보다.

“그래서 말인데…….”

백단영이 은근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나는 어떻게 할까? 아직 많이 부족하잖아.”

어째 그녀가 살짝 매달리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동안 그녀에게 많은 해결책을 던져주었었다. 적합한 무공을 알려주기도 했고 만혈대에 갇혔을 때는 그가 주도적으로 불사신승의 무공으로 인도하기도 했다.

물론 앞으로도 그녀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열심히 고민해야 하는 일이 그의 숙명이긴 하다만.

무흔은 반대로 물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실 건데요?”

다행히 백단영은 실망한 표정이 아니었다.

“나도 멀리 떠나고 싶어. 너처럼.”

갑자기 가출 분위기다. 그녀가 어린아이는 아니지만 혼자 보낼 생각은 없다.

“어디 가시려는데요?”

“천상문.”

“아!”

그녀의 사부인 천상신모를 배출한 천상문은 그녀의 사문이다. 산동성에 있는 작은 문파라 했던가? 현재 명맥이 유지되는지도 알 수 없는.

“거긴 왜요?”

“이번에 사마극의 무공을 접했더니 천상비연검법만으로는 어렵겠다는 결론이 나오더라고. 천상신모의 무공 근원이 천상문이니까 거기에 가면 어떤 식으로든 돌파구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무흔은 그녀의 발상 전환을 좋게 봤다. 그곳에 무엇이 있을지 알 수 없으나 강호를 유람하는 것만으로도 경험에 도움이 되니까. 운이 좋으면 정말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좋아요. 괜찮아 보여요.”

무흔의 찬성에 백단영이 활짝 웃었다.

“단, 호위무사를 데리고 가셔야 합니다.”

“호위무사? 나에게 호위무사가 어디에…… 아!”

백단영이 무흔의 말뜻을 알아채고는 킥킥대며 웃었다.

“알았어. 그래, 같이 가자.”

그녀가 바로 수락했다. 비록 남녀 둘만의 여행이 되겠지만 어차피 무흔은 그녀의 호위무사라 이상하게 여길 사람은 없었다.

무흔은 추가로 그녀에게 덧붙였다.

“떠나기 전에 우리가 하는 사업부터 정비해놓고요.”

“당연하지. 그거 많이 진행됐더라.”

백단영의 기분이 좋아 보였다.

 

***

 

개봉의 명물로 떠오른 무림객잔의 옆에 새로운 음식점인 다루(茶樓)가 들어섰다.

이름은 무림다루.

각종 차를 판매하는 다루는 일반 사람들에게 매우 낯선 곳이었다. 그동안 차를 파는 곳은 기루가 일반적이었다. 기루에서는 차와 술, 각종 음식을 팔지만 옆에 기녀가 붙는다. 물론 그 기녀는 음악과 노래 같은 기예를 제공하고 여흥을 돋우는 역할을 했다.

그런 상황에서 차만 파는 다루가 생겼으니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여기 만두도 파나?”

“기녀는 언제 나와?”

다루에서 손님들이 가장 불평하는 질문이었다.

처음에 사람들은 다루의 필요성에 반신반의했다. 밥을 먹는 곳도 아니고 그렇다고 술을 마시는 곳도 아니니 다루에 들릴 필요가 있냐는 의견이었다.

처음 한 달간 다루는 파리만 날렸다. 그러던 다루가 어느 순간부터 대전환점을 맞이했다.

음식을 먹기도, 술을 마시기도 불편했던 아낙들이 차를 마시기 위해 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다루의 고급 차와 세련된 분위기는 아낙들의 마음을 흔들어놓았다. 새로운 문화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개봉의 유명 대갓집의 아낙들이 하루 한 차례씩 다루에 들러 호젓한 분위기를 만끽하기 시작한 것이다.

무흔과 백단영은 무림다루 밖에 서서 안으로 들어가는 손님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저 자리가 좋아 보여.”

다루 이 층의 가장자리는 바깥 풍경이 훤히 보이도록 트여 있었다.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밖을 지나다니는 군상을 구경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그럼 들어가 볼까요?”

무흔이 앞장서고 백단영이 뒤를 따랐다.

다루 내부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아낙끼리 몰려나온 탁자도 있고 두 남녀가 수줍게 이야기를 나누는 탁자도 있었다.

“생각대로 분위기가 돌아가네.”

현대의 커피숍을 옮겨놓은 듯한 분위기에 무흔은 흡족했다.

두 사람은 목표했던 이 층의 좋은 탁자에 자리를 잡았다. 점소이가 달려왔고 무흔은 이곳에서 판매하는 최고급 차를 시켰다. 점소이는 그가 이곳의 주인인지 전혀 몰랐다.

차가 나오는 동안 백단영의 질문이 이어졌다.

“여기도 무림전장의 주인이 관리해?”

“그렇죠. 그분도 약간의 지분을 갖고 있으니까요. 그 전장 주인 요즘 엄청 바쁠 겁니다. 전장 운영하랴, 무림객잔 운영하랴, 거기에 이 다루까지 신경 쓰려니.”

“혼자서 어떻게 다해?”

“여기는 전문 지배인을 뽑았죠. 불러 볼까요?”

마침 차를 가져온 점소이에게 지배인을 불러달라고 요구했다.

잠시 후 붉은 옷을 멋들어지게 걸친 한 여인이 등장했다. 대략 서른 중반의 나이에 세련된 화장과 옷차림으로 보아 기루의 관리자로 있던 여인이 분명했다. 첫인상은 괜찮아 보였다.

“다향이에요.”

이곳으로 오면서 이름을 새로 지었나 보다.

무흔이 여인에게 손을 내밀었다.

“무흔입니다.”

“아!”

무흔이 누구인지 아는 듯 다향이 밝게 웃으며 정중하게 인사했다.

“이쪽은 백단영 아가씨고요.”

“아! 안녕하세요.”

다향이 탁자의 맞은편 의자에 자리를 잡았다.

“여기 주인분들이시네요.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이곳 무림다루의 지분은 백단영이 오 할, 무흔이 삼 할, 무림전장 주인이 이 할이었다. 즉 실질적인 주인은 백단영이라 할 수 있었다.

“장사는 어떤가요?”

무흔의 질문에 다향이 설명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고전했는데 지금은 아주 잘 돼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빈자리가 없을 정도예요. 무엇보다 이곳 개봉에선 여기를 와보지 않으면 시골뜨기 취급을 받거든요. 그러니 여기는 완전 명소가 된 거죠. 유명 대갓집 마님들은 모두 자주 오세요.”

그녀의 설명에 무엇보다 놀란 것은 백단영이었다.

“생각보다 더 잘되는군요. 힘든 점은 없나요?”

질문을 받은 다향이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다만…… 가끔 동네 파락호들이 와서 기녀가 왜 없냐고 시비를 걸어요.”

무림객잔을 열었을 때도 파락호들이 찾아왔었으니 여기는 그보다 더할 것이 뻔했다. 기루로 착각하고 있다면 분명히 별별 시비를 다 걸 테니까.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래층에서 커다란 소란이 들려왔다.

와장창-

그릇이 깨지는 소리와 손님의 비명이 들렸다.

“또 시작했나 보네요. 제가 내려가 보겠습니다.”

다향이 한숨을 내쉬며 일어났다.

다향이 내려간 직후 백단영도 따라서 일어났다.

“우리도 가보자. 어떤 놈이 감히 내 집에서 난장을 부리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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