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 속의 엑스트라 11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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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56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112화
112화. 마교의 기습 (4)
순식간에 분위기는 반전됐다.
용봉대원에게는 지옥 같은 현실이 시작됐다. 사실상 멀쩡한 상태라 할지라도 대적이 어려울 판에 이미 내상과 외상을 입은 그들이 마교의 초강고수를 막아낼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제갈수는 대원을 모아 피해를 줄이려 했으나, 그 순간 이미 두 명의 대원이 천뢰혈신의 무지막지한 도에 사지가 갈라졌다.
그에 경악한 장후성이 급하게 반격했으나, 오히려 비틀거리며 물러났다. 이미 내상을 입은 그는 제대로 무공을 발휘할 수 없었다.
“절대 마교에 굴복할 수 없다!”
남궁이화가 목소리를 높이며 개입했다. 물러서는 장후성을 도와 천뢰혈신을 가로막았다.
콰앙-
천뢰혈신의 도가 남궁이화의 검에 막혔다. 하지만 그 충격이 작지 않은 듯 남궁이화는 수 걸음이나 뒤로 밀려나 무공의 격차만 확인했다.
“무지막지한 놈이군. 근데 마교인을 살해하다니 무슨 소리냐?”
“사천 매화곡 부근에서 발생한 잔혼객의 죽음을 모른다 하진 않겠지?”
“아!”
남궁이화는 비 오던 날 벌어졌던 혈사를 기억했다. 자칫 서옹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뻔했던 초강고수. 그날 무극서생이 아니었다면 이미 자신은 명을 다했을 것이다.
“크흐흐, 아는구나. 바로 네가 범인이었나 보군.”
남궁이화의 표정 변화는 천뢰혈신의 확신을 끌어냈다. 드디어 진범을 잡았다고.
도를 고쳐잡고 분개하는 상대를 보며 남궁이화는 아연실색했다. 범인이 따로 있다고 말할 생각은 없었다. 그것은 도와주었던 무극서생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으니까.
다만 한차례의 격전만으로도 상대가 그녀의 수준을 벗어난다는 사실만은 확실히 깨달았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동료에게 시선을 돌리다가 안색이 창백해졌다.
남은 마교인 유령겁마의 공세에 이미 두 명의 용봉대원이 추가로 쓰러져 있었다. 남은 자는 모두 넷. 간신히 유령겁마의 공세를 백단영이 상대하고 부상 중인 장후성이 도왔다.
안타깝게도 백단영의 상황은 매우 나빴다. 장후성은 부상 때문에 제 몫을 하지 못했고 동료는 이미 모두 쓰러졌다.
게다가 그녀가 상대하는 유령겁마는 그야말로 신출귀몰했다.
말 그대로 유령 그 자체. 앞에 있는가 하면 옆에 있고 옆인가 하면 뒤에 있었다. 극한의 보법을 활용한 위치 변화란 사실을 눈치챘지만 도무지 따라잡기 어려웠다. 그녀의 검법 역시 빠르기를 중시하는 쾌검이었으나 유령겁마를 잡기엔 역부족이었다.
“흐흐, 느리다 느려!”
상대의 인기척을 느끼고 홱 돌아섰을 때 이미 사라진 유령겁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백단영은 상대와의 상성이 매우 나쁘다는 사실을 인식했다. 보법 면에서 그녀의 성취가 그리 높지 않은 약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가장 빠른 백변연환검법으로 간신히 상대를 막고 있으나 그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
퍽-
유령겁마의 공격에 등을 가격당한 백단영은 급하게 연검을 휘둘러 몸을 보호했다. 다행히 유령검마는 빠른 대신 공격의 무게감이 떨어졌다.
그렇다고 해도 최강고수의 일격이 만만할 리 없었다. 일격을 맞을 때마다 내상과 외상에 상당한 타격을 얻었다.
백단영은 반야금강선공을 일으켜 내상을 치료하면서 유령겁마를 향해 검초를 뿌렸다.
채챙-
유령겁마의 권법에 검초가 깨지며 검신이 흔들렸다. 곧바로 유령겁마의 비웃음과 함께 그녀의 가슴으로 일권이 날아들었다.
빠박-
가슴에 큰 충격을 받고 백단영은 몸을 휘청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그녀가 자세를 다시 잡을 여유도 없이 재차 상대의 공격이 물밀 듯이 밀려왔다.
당황한 그녀는 천상비연검법의 초식을 펼쳤다.
검법의 위력에 유령겁마는 바로 공격을 회수하며 측면으로 돌았다. 공격을 미처 회수하지 못한 백단영이 측면을 수비하지 못한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허를 찔린 백단영은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방어가 어렵다고 판단한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옆구리를 포기하고 상대의 가슴을 향해 연검을 휘둘렀다.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하는 과감한 공세전환이었다.
백전노장인 유령겁마에게 그녀의 응수는 별것 아니었다.
그는 상대가 급하게 공세를 바꾼 관계로 검초의 날카로움이 줄어든 상황이라 상대의 옆구리를 취하고도 충분히 피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 옆구리 일격은 상대의 저항을 사실상 끝낼 것이다.
일권이 옆구리를 가격하려는 찰나 유령겁마는 등 뒤로 날아드는 강력한 살초를 느꼈다. 뒤쪽에는 용봉대원이 없었기에 사실상 신경 쓰지 않던 방위였다. 여차하면 무시할 생각이었으나 날아드는 살초는 심상치 않았다. 자칫하면 치명상을 넘어 죽음으로 몰고 갈 위력이었다.
혼비백산한 유령겁마는 백단영의 옆구리를 포기하고 몸을 틀었다.
자연스럽게 등 쪽의 살초를 흘렸다 싶은 순간 날아들던 초식이 일대 변화를 일으켰다. 예상보다 한 자가량이나 깊게 검기가 뻗어 들어온 것이다.
“헉!”
유령겁마는 보법을 극한으로 일으키며 재차 살초를 피했다.
다음 순간, 그의 허벅지에 화끈한 충격이 가해졌다. 가슴팍을 노렸던 백단영의 연검이 그의 움직임에 맞추어 허벅지로 방향을 튼 것이다.
당황한 유령겁마의 신형이 흐려지더니 삼 장이나 떨어진 곳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입술을 깨물며 한차례 신형을 휘청거렸다. 허벅지를 꽤 깊게 베였기 때문에 다리에 힘이 쭉 빠졌다. 유령겁마의 위력적인 보법이 무력화되는 순간이었다.
“됐다!”
백단영은 내심 환호를 지르며 유령겁마를 노려봤다.
그때 그녀의 시선에 그 뒤쪽에 서 있는 한 인영이 보였다. 탄탄한 몸과 훤칠한 키에 죽립을 쓴 중년 남자, 바로 무극서생이었다.
갑자기 불안감이 썰물처럼 사라지고 안도감이 밀려왔다.
그녀가 반가움에 인사하려는 순간 무극서생의 신형이 사라졌다. 무극서생은 곧바로 남궁이화를 노리고 있는 천뢰혈신에게 따라붙었다.
천뢰혈신의 도가 허공을 가르는 걸 무극서생의 검이 방해했다.
콰앙-
힘 대 힘으로 맞붙은 두 사람에게서 섬광이 번뜩이며 충격파가 퍼져나갔다.
힘을 쓰지 못하고 밀렸던 남궁이화는 갑작스러운 전세 변화에 입만 쩍 벌렸다. 무극서생과 천뢰혈신의 혈투는 천외천의 경지처럼 보였다. 그럴수록 무공의 부족함이 그녀에게 뼈저리게 다가왔다.
“제법이구나!”
무흔은 천뢰혈신의 힘에 혀를 내둘렀다.
무지막지한 내공에 기반을 둔 투박한 도법! 힘을 위주로 상대를 억누르는 무공답게 내공이 약한 자라면 사실상 상대가 극히 난감하다. 차라리 속도를 위주로 한 백단영이었다면 어떤 식으로든 천뢰혈신에 대적했겠지만, 남궁세가의 중후한 검법 위주인 남궁이화는 내력이 밀리는 상황에서 상대가 쉽지 않은 적이었다.
물론 무흔에게는 해당하지 않았다. 그의 내력은 이미 천뢰혈신을 능가했고 무공의 다양함은 누구도 따를 수 없으니까.
무흔은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천뢰혈신을 압박했다. 잔백수라십이검의 십일 검이 펼쳐졌다.
천뢰혈신이 혼비백산하여 그의 공격을 맞받아쳤다.
콰앙-
그때 천뢰혈신의 신형이 병기가 만난 엄청난 반탄력에 튀어 올랐다.
“네놈이 바로 며칠 전 우리를 공격했던 그놈이구나!”
무흔은 그때 살아서 도망쳤던 한 녀석을 떠올렸다. 그 녀석의 보고를 듣고 고위급 두 놈과 번승이 몰려온 모양이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겠지만 그것은 마교의 실수다.
“어떻게 요리해줄까?”
무흔은 곧바로 허공에 튀어 오른 천뢰혈신의 아래쪽을 선점했다.
허공에서 낙하 중인 천뢰혈신은 낙하지점을 이동할 방법이 없다. 물론 이것은 천뢰혈신에게 나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는 도를 수직으로 내리꽂으며 무흔의 죽립을 향해 일격을 날렸다. 전력을 쏟아부은 거력이 도에서 쏟아졌다.
만일 쉽게 상대할 생각이었다면 무흔은 이런 무리수를 쓰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속도를 중시하는 검법과 추혼천상보를 활용해서 천뢰혈신의 약점을 파고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힘으로 상대와 겨루어보고 싶었다. 그에게도 천뢰혈신의 도법과 비슷한 검법이 있다. 바로 비천삼검이다.
비천삼검의 삼 식. 강함과 중후함에서 독보적인 초식이 펼쳐졌다. 무흔은 평소와 반대로 하늘을 향해 비천삼검 초식을 뿌렸다.
번쩍!
묵천신검을 타고 솟구친 기운이 어두운 하늘에 하얀 빛을 수놓았다. 주위는 마치 돌풍에 휘말린 듯 거대한 기운이 용솟음쳤다.
비천삼검과 천뢰혈신의 검격이 부딪치며 대기가 갈기갈기 찢겨 나갔다.
콰아아앙-
맞부딪힌 강기의 파열이 주위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그 엄청난 충격파에 천뢰혈신의 도가 산산이 깨졌다.
“커윽!”
천뢰혈신은 난생처음 무지막지한 압력을 온몸으로 받았다. 몸이 허공에 뜬 상황에서 상대의 강기를 흘려보낼 방법이 없었다. 게다가 조각난 도의 날마저 허공으로 솟구치며 전신을 강타했다.
천뢰혈신의 몸에 수십 줄기 혈흔이 그어지며 혈인으로 변했다. 사실상 끝난 목숨이었다.
바로 아래에 있던 무흔의 신형이 흐릿하게 사라졌다.
추혼천상보를 펼치는 무흔의 신형은 종잡을 수 없을 만큼 빨랐다. 이번에는 다시 유령겁마의 앞에 나타났다. 다리를 다친 유령겁마는 간신히 백단영과 공세의 평형을 이루고 있었다. 그 와중에 불쑥 나타난 무흔은 그를 경악시키기에 충분했다.
당황해서 발이 엉킨 유령겁마의 가슴을 백단영의 연검이 난도질했다. 순식간에 가슴팍이 너덜너덜해지며 피가 튀었다.
동시에 무흔의 천강무흔비가 펼쳐졌다. 강기의 파편이 바람이 되어 암기처럼 뿌려졌다. 이 파편은 유령겁마의 호신강기를 뚫고 상체 곳곳에 구멍을 냈다.
“크아아악!”
비명과 함께 유령겁마의 신형이 사라졌다.
역시 보법의 달인답게 유령겁마의 신형이 십여 장 밖으로 도망치고 있었다. 물론 그대로 놓아둘 무흔이 아니었다.
무흔은 천상추혼보를 펼치며 바로 따라붙었다. 혼비백산한 유령겁마가 기겁해서 속도를 올렸으나 무흔을 떨쳐내지 못했다.
두 사람은 순식간에 봉우리 하나를 넘었다.
정신없이 도망치던 유령겁마가 한적한 산봉우리에서 경공을 멈추었다.
“이 자식이! 겁이 없구나!”
“꽁지에 붙은 불이 꺼졌나 본데?”
무흔은 빈정거리며 상대의 앞에 내려섰다. 유령겁마의 속셈을 추측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경공으로 상대를 따돌리기 쉽지 않은 데다 일대일 단판 승부라면 그나마 기대할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일 것이다.
역시나 무흔을 향해 유령겁마가 하얀 이빨을 드러냈다.
“네놈 하나쯤은 죽여주마.”
무흔은 천천히 묵천신검을 풀어 바닥에 내려놓았다. 유령겁마의 의혹 어린 눈이 묵천신검을 따라 내려왔다.
“검을 버리나?”
“검 없어도 너 하나쯤은 충분히 요리할 수 있거든.”
자신감 넘치는 대답에 유령겁마가 피식 웃었다. 검을 사용하지 않으면 별것 아니란 생각이 든 것이다.
무흔은 여유롭게 상대를 훑으며 중얼거렸다.
“잔혼객도 죽기 전엔 그렇게 반응했었다.”
잔혼객 이야기가 나오자 유령겁마의 안면에 핏줄이 붉어졌다. 분노가 제어되지 않는 모습이다.
유령겁마의 윤곽이 흐릿해지더니 무흔의 사방에서 그림자를 만들었다. 놀라운 보법이었다. 곧바로 모든 방위에서 유령겁마의 권격이 공습했다.
전투를 바라던 무흔이 맞대응에 들어갔다.
추혼천상보와 천강십이수의 조합!
퍼퍼퍼퍽-
두 사람의 신형이 엉키면서 격렬하게 공세를 주고받았다. 신출귀몰한 그들의 신형이 점차 가속되며 전투가 격렬해졌다.
아무리 유령겁마의 보법이 대단하다지만, 추혼천상보도 그 못지않았다. 더구나 유령겁마는 허벅지를 다쳐 적잖게 이동에 제약을 받는 상황. 당연히 무흔이 밀릴 이유가 없었다.
무흔은 불사신승의 천강십이수를 사용하여 상대를 가격했다. 여기에 엄청난 무흔의 내력이 가미되자 시간이 지날수록 유령겁마는 버티기 힘들어졌다.
상대하기 어려움을 깨달은 유령겁마는 상대를 향해 허초를 날리고, 그 틈에 뒤로 물러나려 했다.
물론 내버려 둘 무흔이 아니었다.
콰앙-
무흔이 휘두른 주먹이 유령겁마의 가슴에 큰 충격을 가했다..
“커윽!”
사실상 그것으로 끝이었다. 유령겁마는 입으로 피 분수를 내뿜으며 주저앉았다. 가슴을 보호하던 갈비뼈가 모조리 나가고 내부 장기마저 손상을 입었다.
허나 이것으로 끝낸다면 하지 않으니만 못하다. 무흔의 손끝에 하얀 강기가 어렸다.
푹-
천강십이수를 더욱 완벽하게 만드는 수강이 일렁거리며 유령겁마의 가슴에 구멍을 뚫었다. 마교 서열 십칠 위의 마두가 세상에서 사라지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