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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속의 엑스트라 151화

무료소설 무림 속의 엑스트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0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151화

151화. 자하신공 (3)

 

 

 

백단영은 천강십이수를 이용하여 어렵지 않게 대응했다. 거기에다 자연스럽게 최근에 무흔에게서 배운 천강무흔비를 섞었다.

몇 차례 천강무흔비에 혼쭐이 난 장후성이 다급하게 물었다.

“이게 무슨 무공인가요?”

“천강무흔비요! 무흔이 운경각에서 찾아냈을 걸요?”

백단영은 대답하면서도 장후성을 몰아붙였다.

퍼펑-

백단영의 일장과 그 속에서 암기처럼 쏟아진 강기의 파편에 장후성은 금방 수세에 몰렸다. 그녀의 천강무흔비는 변칙적인 공격이었기에 상대하기가 쉽지 않았다. 간신히 호신강기 덕분에 낭패를 면한 장후성은 자신의 성취가 아직 멀었다는 사실과 백단영이 예상외로 강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그만! 이제 검으로 해봅시다!”

비세를 절감한 장후성이 이번에는 검법 대결을 선언했다.

백단영은 연검을 들고 장후성과 대치했다.

후기지수 최고 기재에 용봉대에서도 최강인 장후성의 검공은 매서웠다. 화산의 절기 매화이십사검이 순차적으로 백단영을 엄습했다.

백단영은 백변연환검법으로 대항했다.

챙- 챙- 챙-

어두운 밤에 울리는 금속성이 두 사람의 비무가 얼마나 치열한지 대변해줬다.

매화이십사검을 백단영이 어렵지 않게 막아내자 장후성은 공세를 전환했다. 이번에는 무당의 절기인 태극혜검을 펼쳤다.

태극혜검 특유의 부드러움이 전장을 압도하자 백단영도 새로운 검법으로 옮겨갔다. 바로 무흔이 창안한 백상검법. 놀랍게도 백상검법은 무당의 절기인 태극혜검에 전혀 밀리지 않았다.

장후성은 생각이 많아졌다. 예상과 달리 매화이십사검에 이어 태극혜검마저 통하지 않았다. 역시 백단영의 무공의 상승은 말 그대로 천지개벽 수준이었다. 그는 마지막 절초를 강하게 펼쳤다.

백단영은 상대의 검초가 심상치 않게 변하는 것을 확인하자 천상비연검법으로 대응했다. 장후성의 검초가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그녀의 허리를 베었고 백단영은 무흔천상보를 이용해 상대의 검격을 흘린 후 가슴을 찔렀다.

다급하게 장후성이 검을 틀어 그녀의 공격을 막았다.

쩡-

눈부신 섬광이 폭발하며 두 사람이 떨어졌다. 백단영에 비해 장후성은 훨씬 큰 충격을 받고 자세가 흐트러졌다.

헉헉대는 호흡을 간신히 갈무리하며 장후성이 감사를 표했다.

“잘 배웠습니다.”

“저도 잘 배웠습니다.”

백단영도 두 손을 모으며 마무리했다. 무엇보다 장후성을 오히려 압도했다는 사실에 그녀는 가슴이 뛰었다.

나란히 걸음을 맞추며 돌아가는 동안 두 사람은 말이 없었다.

비무를 마친 두 사람은 각자 묘한 기분에 빠져있었다. 한참을 묵묵히 걷기만 하던 장후성이 마침내 어렵사리 입을 뗐다.

“연공실에서 화산과 무당의 절기를 연마했는데 말이죠.”

화산파 제자가 무당의 무공을 익힐 기회는 사실상 없다. 다만 장후성이 특출난 기재이고 무림맹의 위기 상황이라는 행운이 작용해서 벌어진 일이다.

“지금까지 제 무공의 기반은 화산의 자하신공이었어요.”

화산파의 심법 가운데 가장 뛰어난 무공이 자하신공이었으니 당연한 사실이었다.

“그동안 자하신공을 기반으로 화산의 다른 무공을 익힐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죠. 그런데 이번에 무당의 무공을 익히다 보니 문제가 발생하더군요. 초식 연마는 평소와 같았으나 초식과 심법의 연결에서 턱턱 걸리는 느낌이랄까. 같은 도가의 무공이라 상관없을 줄 알았는데 같은 계열의 무공임에도 매끄럽지 않더군요.”

장후성이 어려움을 토로했다.

백단영은 그가 말하고자 하는 의미를 짐작했다. 그녀 또한 무흔에게서 무공을 받으면서 비슷한 경험을 했었으니까.

“그동안 백 소저는 여러 무공을 잡다하게 많이 접했잖아요? 또 만혈대에서 천상신모의 절기를 이었다고 했었죠? 그 과정에서 무공 간 부딪침이랄까, 어긋남이랄까 그런 현상을 경험하지 않았나요?”

“잠시 그런 고민을 하긴 했었지만…….”

사실 백단영이 상단에서 배웠던 심법은 상급 무공이 아니어서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그다음 익힌 심법은 무애잡아함경이었고 그 이후로 천상심공과 소림의 반야금강선공을 익혔다.

사실 이 세 심법은 모두 불가의 무공이어서 백단영은 그런 고민을 하지 않았다. 실은 무흔이 그녀의 앞날을 미리 알았기에 불가 쪽의 심법을 익히게 하고 그 내용 또한 일부 조정한 덕이다. 무흔이 아니었다면 그녀 역시 비슷한 문제로 상당히 고생했을 것이다.

백단영은 조심스럽게 의견을 냈다.

“그 부분을 해결하려면 심법이나 초식 운용 구결을 수정 보완해야 해요. 무당에서 배운 절기가 많은가요?”

“저희 화산파와 무당파는 모두 검을 사용하죠. 특히 무당의 태극혜검은 저희 화산파의 검법과는 다른 유형의 검법이고요. 그 외에도 무당의 절정 기예 몇 가지를…….”

장후성의 입에서 무당이 자랑하는 몇몇 절기의 이름이 나왔다. 그런 절기를 무당이 타 문파 제자인 장후성에게 전했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웠다.

“그 절기를 모두 수정 보완하기 어렵다고 본다면 결국 할 수 있는 일은 무당의 태극부운심법을 익히거나 아니면 화산의 자하신공을 수정 보완하는 방법밖에 없겠네요.”

그 어느 것도 사실상 힘든 일이다. 그렇다고 완벽하게 사용할 수 없는 무당의 절기를 지금처럼 그대로 안고 있는 것도 가슴이 답답하다.

한숨을 내쉬는 장후성을 보며 백단영은 무흔이라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란 생각을 했다. 무공의 복원이나 수정 보완에서 무흔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능력이 있으니까.

실망한 장후성이 답답함을 토로했다.

“태극부운심법을 익히면 자칫 자하신공과 충돌할 위험이 있어요. 무당이 저에게 그 무공을 내주지도 않겠지만 말입니다. 만일 제가 무당의 무공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면 다시 사마극을 만났을 때 여전히 어렵겠죠?”

장후성의 안타까움이 짙어졌다. 이것은 장후성의 개인 문제를 넘어 정파 무림에게도 큰 난제였다. 기껏 문파 간에 연합해서 장후성이란 기재를 길러냈음에도 결국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셈이니까.

“그동안 백 소저는 여러 문파의 무공을 익혀 어떤 비결이라도 있을까 해서 물어본 겁니다. 조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더는 해결책이 없다고 생각한 장후성이 포기하고 돌아서려는 순간이었다.

백단영이 새로운 제안을 했다.

“힘든 일이란 점은 압니다만, 혹시 저에게 자하신공을 보여주실 수 있나요? 보완할 방법을 알아낼 수도 있어요.”

장후성이 조용히 그녀의 맑은 눈을 쳐다봤다.

타 문파의 무공을, 그것도 핵심 무공의 비급을 볼 수 있겠냐는 질문은 분명히 어리석다. 절대 용납될 수 없는 요구다. 그런데도 장후성은 그녀의 해법이 전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평소 그녀에게 품고 있던 신뢰와 호감 때문일 것이다.

백단영이 황급히 수정했다.

“아, 제가 너무 앞서 나갔네요. 못 들으신 것으로 해주세요.”

장후성은 대답 대신 품에서 자하신공 책자를 꺼냈다.

“여기 있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얼떨결에 비급을 받아든 백단영은 깜짝 놀랐다. 화산의 보물을 이렇게 쉽게 건네다니. 당황 속에서도 장후성이 그녀를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하니 절로 미소가 그려졌다.

“알겠어요. 내일 바로 돌려드릴게요.”

장후성은 특별한 대답을 하지 않고 미소로 응답했다.

 

***

 

장원으로 돌아온 백단영은 장후성과 헤어진 후 무흔을 찾아갔다.

무흔은 예속 부대 소속이라 건너편 장원에 머물고 있었다.

백단영이 예속 부대 숙소에 나타나자 그곳은 한바탕 난리가 났다. 용봉대원이 찾아오는 것 자체가 흔치 않은 일인 데다 무려 요즘 가장 뜨는 인물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본의 아니게 백단영을 만난 무흔은 다른 이들의 부러움을 샀다.

진풍이 무흔에게 속삭였다.

“너 혹시 아가씨랑 사귀냐?”

“뭔 소리야?”

무흔이 불쾌한 표정으로 녀석을 노려봤다.

“겨울이라 밖이 상당히 추워. 웬만하면 내가 책임지고 방 하나 비워 줄게.”

“너 그러다 맞는다.”

무흔이 주먹을 내보였다.

진풍이 찔끔 몸을 움츠리더니 이번에는 백단영을 향해 짓궂은 미소를 지었다.

“단영 아가씨, 무흔 조심하세요. 얘가 밤에는 완전히 늑대예요, 늑대.”

무흔이 발끈하려는 순간 백단영이 노련하게 응수했다.

“얘가 늑대였어요? 내 앞에선 강아지던데…….”

주변의 모두가 폭소를 터트렸다.

무흔이 황급히 백단영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백단영은 장원 깊숙한, 인적 없는 곳으로 그를 데려갔다. 이에 무흔은 조용히 그녀를 따라가며 내심 당황했다.

“여기 앉을래?”

백단영이 정원 구석의 작은 돌판을 가리켰다. 둘이 앉으면 딱 맞을 넓이였다.

“무슨 일이세요?”

무흔은 재빨리 용건을 물었다.

백단영이 입가에 미소를 그리며 웃었다.

“정말 강아지였네.”

백단영이 웃음을 거두면서 품에서 책자를 꺼냈다.

자하신공.

표지에 적힌 네 글자에 무흔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백단영이 그의 의문을 익히 짐작하고 장후성과의 일을 설명했다.

무흔은 생각이 복잡해졌다. 장후성을 도와야 하는 걸까.

잠시나마 고민이 깊어졌지만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지 않았다. 그의 궁극적인 목적인 백단영을 살리는 일에 장후성은 분명히 도움이 되는 존재다. 거기에다 화산의 최고 무공인 자하신공을 살펴볼 수 있다는 유혹 또한 너무나 컸다.

무흔이 손을 내밀었다.

백단영이 그에게 비급을 넘겨주며 말했다.

“내일 돌려주기로 했으니까 오늘 중으로 다 읽을 수 있겠어?”

무흔이 책 내부를 쓱 훑었다. 어차피 이 책을 읽는데 걸리는 시간은 한 시진이 채 되지 않는다.

“흐음, 가능하긴 한데…….”

“한데?”

“아가씨가 옆에 있어 주면 더 빨리할 것 같아요.”

퍽!

백단영의 주먹이 그의 가슴을 때렸다.

“아이씨, 왜요?”

“너, 요즘 점점 엉큼해지는 것 알아?”

“전 빨리 돌려주려는 의도뿐인데, 지금 날씨가 얼마나 추운 줄 알아요? 게다가 무려 자하신공을 숙소에 들어가서 다른 사람 앞에서 볼 수도 없잖아요?”

무흔의 하소연은 타당했다.

추운 날씨에 무흔 혼자서 이곳에서 비급을 읽게 내버려 두는 것도 못 할 짓이란 생각이 그녀도 들었다. 둘이 있으면 그나마 좀 덜 추우려나. 어째 갑자기 무흔이 꽤 추워 보였다.

백단영은 사과했다.

“알았어. 그럼 빨리 비급을 연구해봐.”

무흔은 내심 웃었다. 그나 그녀는 내공이 심후하여 한서불침의 몸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당황한 백단영이 미처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한 것 같았다.

무흔은 살짝 그녀에게 기대며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그녀의 몸과 닿은 감촉이, 그녀의 향기가, 그녀의 숨소리가 나쁘지 않았다.

불과 반시진만에 무흔은 자하신공을 끝까지 쭉 읽었다.

그는 이미 알고 있는 몇몇 무당파 무공과 비교하면서 화산 무공과의 차이점을 깨달았다. 같은 도가 계열이었지만 무당과 화산은 차이가 컸다.

5성에 이른 자하신공의 깨달음을 바탕으로 무당파의 무공 초식을 운용할 때 발생하는 문제점을 머릿속에서 찾기 시작했다. 장후성이 마주친 문제점을 파악하기까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문제점을 찾았으면 해결도 어렵지 않다.

무흔은 앉은 자리에서 자하신공의 단점을 찾아내어 보완했다. 엄밀히 따지면 보완도 아니고 향상도 아니다. 단지 더 범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심법으로 개조했을 뿐이다. 그것도 최소한의 수정만 거쳐서. 말은 간단하지만 무흔이 아니면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모든 일을 끝내고 무흔은 옆을 돌아봤다. 어느새 그와 그녀의 자세가 바뀌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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