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 속의 엑스트라 15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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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00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150화
150화. 자하신공 (2)
무흔 역시 바로 실책을 깨달았다.
하지만 솔직히 그것이 사실이었다. 현재 그가 아는 어떤 무공도 마교의 그 한 글자의 무공을 상대하기 쉽지 않다. 과거 백 년 전 천하 사대고수에 마교 쪽은 단지 한 사람에 불과했음에도 모두가 함께 동귀어진한 결과를 보면 그렇게 추론할 수밖에 없었다.
“자네의 생각에도 타당성이 있긴 하네. 하지만 내 생각에는 말이지…….”
만박노사는 잠시 뜸을 들이며 무흔의 반응을 살폈다.
무흔은 조용히 상대의 의견에 귀를 기울였다. 사실 이것은 그 역시 심각하게 고민하던 문제였다. 사마극을 해치우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이해해서다.
“정파 쪽 무공이 여의치 않다면 이런 방법은 어떤가? 정파의 무공과 사파의 무공을 융합해본다면?”
무흔은 생각지도 못한 방법에 금방 대답할 수 없었다.
일반적으로 정파의 무공과 사파의 무공을 동시에 익히는 것은 금물이다. 서로 융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칫 주화입마에 빠질 우려가 매우 크다. 때문에 이를 시도하는 자도 극히 드물었다.
“자네의 무공 복원이나 창안 능력을 고려하면…… 가능할 수도 있다고 보네.”
무흔은 불현듯 무엇인가 머릿속에서 번뜩였지만 이를 확신하기에는 아직 경험이 부족했다.
그래도 방향을 잡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도움을 받았다. 하지만 겉으로는 만박노사의 의견을 따르는 만큼 보상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
“천천히 해보겠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뭔가?”
“무림맹 정보가 기루를 통해 많이 빠져나간다는 사실 아시지요?”
“알고 있네만.”
“제가 조만간 기루를 한번 정리하고 싶습니다.”
뜻밖의 의견이었을까. 잠시 생각에 잠겼던 만박노사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림다루 개업 당시 방해를 일삼았던 개봉 기루 연합을 염두에 둔 요청이었다. 무림맹이 뒤에서 눈을 감아준다면 어떤 식으로든 정리할 자신이 있었다.
이야기가 마무리된 것 같아 무흔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사 무공의 융합은 아직은 꿈에서나 가능한 일이고 당장은 무흔이 너무 바빠 손을 대기 어려웠다.
문을 열고 나가는 무흔에게 만박노사가 마지막 소식을 전했다.
“자네도 알다시피 사마련의 회합은 무당파를 공격하려던 것이라더군. 이를 알면서 방치할 수는 없네. 우리는 백호대와 용봉대를 무당으로 보낼 생각이야. 아마 예속 부대인 자네도 함께 가게 될 거네.”
곧 원정이 있을 것이란 의미였다.
***
무당산 아래로 원정을 나온 용봉대와 예속 부대는 사마련의 소식을 들었다.
사마련의 주축이 무당산으로 움직이고 있으며, 이와 별도로 마교의 적살대도 몰려오고 있다는 정보였다.
그들은 무당산 아래의 작은 마을에서 진을 치고 대기하면서 대책을 논의했다. 지금까지 그랬듯이 장후성과 제갈수가 주로 의견을 나누었고, 다른 사람들은 이를 받아들이는 쪽이었다. 당연히 무흔은 이런 회의에 참석할 자격이 없었다.
대주인 풍사검객과 서옹은 무림맹으로부터 전해오는 정보를 전달할 뿐 세부적인 작전 계획에 관여하지 않았다. 지난 얼마간의 임무 수행으로 이제는 용봉대도 충분히 자율적으로 작전 수행이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실제로 이 무당산 작전의 큰 뼈대는 무림맹의 백호대와 사마련의 대치였고, 용봉대는 이런 구도하에서 가장 효율적인 방식을 찾아 독자적으로 행동하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백호대는 사흘 후에 도착할 거야.”
제갈수가 다소 불만 섞인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언제 사마련이 무당산을 치고 올라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백호대의 움직임은 예상외로 느렸다.
“그럼 그때까지만 우리가 지키면 되는군.”
구진광의 말에 장후성도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무당파 자체의 방어력과 용봉대를 합하면 사마련 대비 부족하긴 하지만 많이 밀리지 않는다. 그러므로 사마련도 쉽게 공격에 나서기 어렵다. 다만 백호대가 오면 더 어려워지므로 지금이라도 무리하게 공격할 가능성은 남아있다.
“마교의 적살대가 이곳으로 오고 있다면 사마련도 빨리 움직이진 않을 거야. 이점에 기대를 걸어야지.”
제갈수가 전체적인 대치 구도를 제대로 설명했다.
용봉대원들은 제갈수의 의견에 동조했으나, 전투 시작의 주도권이 사마련 쪽에 있음이 아프게 받아들였다.
“당장 무리하지는 말고 전선이 제대로 형성될 때까지 기다리자고. 대치가 시작되면 우리의 역할은 지난번처럼 치고 빠지기. 적의 수뇌부만 노려서 해치우는 게 최선이야. 모두 어떻게 생각해?”
제갈수의 계획은 무리 없이 받아들여졌고 회의도 종료됐다.
그들은 마을의 큰 장원 하나를 통째로 빌려 사용했다. 큰 전각 두 개를 용봉대원들이 사용했고 부근의 전각 둘을 예속 부대원이 사용했다.
백단영은 기지개를 켜며 어두운 하늘을 바라보았다.
“단영, 이번에 제대로 사고 쳤더라?”
누군가가 그녀의 옆구리를 툭 쳤다. 남궁이화였다.
“아, 아냐. 어쩌다 운이 좋았던 거지.”
“그게 어떻게 그러냐? 사파에서 손꼽히는 두 마두를 해치웠는데. 넌 이제 영웅이야.”
남궁이화가 엄지를 척 내밀었다. 진정한 실력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임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까닭이다. 그녀는 백단영이 무척 부러웠다.
얼굴이 화끈거려 말을 못 하는 백단영에게 남궁이화가 부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 마두들 무공은 어땠어?”
“솔직히 잘 모르겠어.”
어쩌다 싸움에 휘말린 백단영은 상대가 일파의 문주임을 모르고 싸웠다.
싸움 도중 사람들의 수군거림이 들려왔지만 전투가 급하게 흐르다 보니 신경 쓸 틈이 없었다. 싸움이 끝난 후에야 자신이 자칫 위험에 빠질 수 있었음을 깨달았으니까.
“소문에 따르면 네가 엄청났다고 하더라.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천향무후! 대단한 찬사 아니냐?”
“난 아직…….”
“천향무후란 별호는 마음에 들어?”
“그럭저럭.”
백단영은 남궁이화의 마음을 아는지라 제대로 기쁨을 표현하기 어려웠다. 남궁이화의 목소리에 어딘지 모를 씁쓸함이 느껴졌다. 예전의 그 활달하던 남궁이화가 그리웠다.
“어? 두 사람 여기 있었네?”
모용예가 그들에게 다가왔다.
무림삼화 셋이 모이니 세상이 밝아졌다.
모용예가 백단영에게 축하 인사를 했다.
“오, 천향무후! 이름이 멋져! 나는 언제 그런 멋진 별호 한번 가져볼까?”
모용예의 장난스러운 말에 남궁이화가 피식 웃었다.
“넌 하늘의 꽃, 천중화라는 별호가 있잖아?”
“그건 단지 예쁘다는 것뿐이잖아? 나도 무공으로 유명해지고 싶어.”
“수련이라도 제대로 하고서 그런 말을 해.”
“킥킥, 하긴 난 무공 수련이 제일 싫더라.”
남궁이화와 모용예가 두서없이 재잘댔다.
세 여인이 모여 있자 주위를 지나던 사람들이 모두 한 번씩 눈길을 돌렸다.
무림에서는 이들 셋을 무림삼화라 불렀다. 일봉인 창궁일봉, 일화인 천중화, 일후인 천향무후. 무림에서 가장 유명한 세 여인이었다. 최근에 백단영이 회자되면서 남궁이화와 모용예도 덩달아 다시 주목받았다.
주위의 시선을 한껏 즐기던 모용예가 백단영에게 넌지시 물었다.
“이번에 무흔이랑 둘이서만 다녔어?”
“으응, 그런데?”
백단영이 무슨 의도인지 몰라 그녀에게 되물었다.
“그렇게 둘이서만 돌아다니면 남들 시선이 좀 그렇지 않아?”
“호위무사인데 뭘.”
“너처럼 강한 사람이 무슨 호위무사를. 남들은 그렇게 안 봐. 이젠 유명인인 만큼 남들 눈도 생각해야지.”
그런 걸까. 백단영은 유명해지는 것이 꼭 좋은 일만은 아니란 생각을 했다.
남궁이화가 모용예를 툭 쳤다.
“넌 남 말하냐? 항상 장 소협이랑 둘이서 콩닥거리면서.”
“난 이미 공인된 사이잖아.”
모용예는 공인된 이란 말에 힘을 주면서 백단영의 눈치를 슬쩍 봤다.
백단영은 모용예를 축하해줬다.
“두 사람 잘 어울리더라. 결혼 날짜는 잡았어?”
“아직…… 시국이 수상하니…….”
모용예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최근 들어 장후성이 새로운 무공을 익히면서 두 사람은 함께 하는 시간이 현저하게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백단영이 용봉대의 새로운 구세주로 뜨자 모용예는 심기가 불편했다. 장후성이 백단영을 의식하는 것이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장후성의 의식이 백단영의 무공 때문이라고 믿고 싶지만…….
그들이 떠들고 있을 때 장후성이 등장했다.
모용예가 금세 안면을 펴고 화사하게 웃었다.
“오빠!”
“안녕, 예매, 모두 여기 있었네. 백소저, 저랑 이야기 좀 할까요?”
모용예에게 가볍게 아는 척한 장후성이 다소 경직된 얼굴로 백단영을 찾았다.
“네?”
백단영이 다른 사람의 눈치를 살피고는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장후성이 먼저 앞서가고 백단영이 어쩔 수 없이 따라갔다.
그 뒤로 고개를 갸웃거리는 남궁이화와 입술을 지그시 깨무는 모용예의 표정이 서로 대조됐다.
***
장원의 정원 한쪽 그늘진 어둠 속에서 장후성이 걸음을 멈췄다.
백단영은 둘만 떨어져 나온 것이 부담되었으나, 진지한 장후성의 표정에 별다른 말을 할 수 없었다.
게다가 그러잖아도 장후성의 성취가 무척 궁금하던 차여서 그녀도 단 둘만의 이런 자리를 마련하고 싶었었다.
“백 소저, 최근에 제가 화산과 소림의 전격적인 지원으로 연공실에 들어가 있었던 사실은 아시죠?”
“네, 이야기 들었어요.”
그 기간 백단영은 천상문을 방문하느라 외부에 나가 있었기에 정확한 사실을 알지 못했다. 돌아온 후 남궁이화를 통해 짧게 들었던 소식이 전부였다.
어둠 속이었지만 그녀는 장후성에게서 풍기는 기운을 가늠하려고 애썼다.
놀랍게도 풍기는 기세는 예전과 큰 차이가 없었다. 과거에는 그녀의 무공이 장후성 대비 현저하게 떨어져서 그의 기운을 읽기 힘들었으나, 지금은 그녀의 무공이 대폭 향상되었음에도 마찬가지란 사실이 실로 놀라웠다.
비슷한 놀라움을 장후성도 느끼고 있었다. 예전이라면 장후성은 어렵지 않게 백단영의 무공 수준을 파악했다. 그런데 만혈대 이후부터는 그녀를 파악하기 힘들어지더니 지금은 사실상 까막눈 수준으로 변했다. 이것은 백단영의 무공이 적어도 자신보다 낮지 않음을 의미했다.
“백 소저, 혹시 저랑 비무 한 번 하시겠습니까?”
장후성의 요구는 다소 뜻밖이었다.
장후성의 성취가 궁금하던 백단영은 마다하지 않았다. 무려 화산과 무당의 절기를 동시에 익힌 장후성이 아닌가.
장후성 역시 백단영의 무공 성취가 궁금했다. 그녀가 유명 사파 문주 둘을 한꺼번에 처리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자신이 백단영과 비슷한 수준이라면 자신도 사파 최강의 무인과 능히 견줄 수 있으리라 예상할 수 있으니까.
“이곳에선…….”
백단영이 주위를 둘러보며 난감한 기색을 표했다.
“그럼 저쪽으로 가서 하죠.”
백단영의 수락을 확인한 장후성이 먼저 몸을 날렸다.
두 사람은 머무는 장원에서 다소 떨어진 한적한 숲속에 도착했다.
“검을 쓸까요? 아니면 맨손으로?”
장후성의 물음에 백단영이 호기롭게 대답했다.
“둘 다 차례로 해보죠. 공력은 3성까지.”
“좋습니다.”
사실상 제대로 된 두 사람의 비무는 처음이었다.
물론 그동안 둘이서 비무한 적은 많다. 하지만 그것은 비무라기보다 장후성이 백단영을 지도해준 것이었다. 지금처럼 동등한 수준에서 비무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두 사람은 검을 한쪽에 내려두고 맨손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타앗-
장후성이 기합을 지르며 백단영을 공격해왔다.
백단영은 상대의 무공이 무당의 유명한 태극진천권이란 사실을 파악했다. 속가제자에는 전수하지 않는 무당의 비기를 장후성이 익혔다는 사실은 무당에서 제대로 장후성을 키울 의지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증거였다.
그녀는 천강십이수를 구사하며 장후성의 공격에 대응했다.
파박-
두 사람의 손과 장력이 어지럽게 부딪히며 파공음이 울렸다.
비무가 진행되며 백단영은 감격에 젖었다. 처음 무림맹에 들어왔을 때 장후성의 경지는 말 그대로 꿈에 그리던 수준이었다. 지금 대등하다는 자체만으로도 이루 말할 수 없이 뿌듯했다.
눈앞에 얼굴 하나가 떠올랐다. 바로 무흔이었다. 그가 있었기에 지금 이 수준에 이르렀으니 한없이 그가 고마웠다.
비무에서 다른 상념에 잠기면 위험하다지만 가슴이 멍해진 백단영은 미처 깨닫지 못했다. 덕분에 장후성에게 잠시 위험한 공격을 허용했다. 당연히 장후성은 그런 백단영의 상황을 알아채지 못해 단순히 그녀의 무공을 낮게 측정했다.
자연스럽게 장후성의 권법이 화산의 매화십이권으로 넘어갔다. 이전보다 훨씬 익숙한 듯 공격이 강렬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