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 속의 엑스트라 14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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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83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147화
147화. 천향무후의 신위 (3)
멸겁방 사람들의 수는 많았다. 그들의 무공 또한 상당했다. 초일류를 넘보지는 않더라도 일류에 이른 자가 꽤 있었다. 어디를 가더라도 무공에서 하수 소리를 들을 수준이 아니었다.
그런 그들이 무리 지어 있으니 당연히 멸겁방 사람들은 무서울 것이 없었다.
사파인 특유의 속성도 작용했다. 상대가 나약해 보이면 앞뒤 가릴 것 없이 일을 저질러 놓고 보는 습성 말이다.
그들에게 백단영은 아름답고 가녀린 처자로 보였기에 일단 제압해 놓고 희롱할 대상이었다. 그들은 이 여자가 만만찮은 상대가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않았다. 오히려 이 아름다운 여자가 자신이 휘두른 검에 베여 다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며 싸움을 걸 정도였다.
휙- 휙-
허나 위협적인 검초를 펼치던 장한들은 금방 백단영의 흔적을 놓치고 혼란에 빠졌다. 백단영이 엄청난 고수란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기에, 그들은 한동안 상황이 어떻게 된 것인지 파악할 수 없었다.
퍼벅-
백단영의 주먹에 가격 당한 몇몇 장한이 꼬꾸라졌을 때야 비로소 자신들이 건드리지 말아야 할 대상을 건드렸다는 사실을 어렴풋하게 짐작했다. 하지만 숫자 면에서 압도적이기에 여전히 기세를 누그러트리지 않았다.
“헐! 이쁘면 다냐? 오늘 제대로 한 년 잡아 돌려보자!”
장한들이 음탕한 말을 내뱉으며 우르르 몰려왔다.
짝-
방금 말을 내뱉은 녀석의 머리가 홱 돌아갔다. 분노한 백단영이 곧바로 응징한 것이다.
“으와와아!”
장한들이 함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무흔은 풍소를 데리고 옆으로 빠져나왔다. 저런 녀석들쯤은 굳이 그가 가세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풍소는 입만 쩍 벌리고 눈을 떼지 못했다. 백단영의 어마어마한 무공을 직접 보게 되자 현실인지 아닌지 혼란스러워했다.
퍽- 퍽- 퍽-
멸겁방과 오산파는 그 수준이 천양지차였지만, 백단영에게는 아무런 차이점이 없었다. 어차피 한방에 한 녀석씩 처리하는지라 단순한 숫자 차이에 불과했다.
난장판이 벌어지자 집회 장소에 모였던 사람들이 우르르 모여들었다. 그들은 백단영의 놀라운 솜씨에 입을 쩍 벌리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서, 선녀가 무공까지!”
무흔은 순식간에 주위를 둘러싼 사람의 수를 보고 슬슬 걱정됐다.
어차피 각오한 일이라 해도 일을 너무 크게 벌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쭉정이들이야 얼마가 모이더라도 아무 문제가 없지만 사마련의 간부급이거나 마교 서열에 포함된 자라도 있으면 문제가 간단치 않으니까.
옆을 보니 풍소의 안색이 점차 어두워지고 있었다.
백단영의 무공이 보통이 아니지만 몰려드는 인원을 상대하기는 역부족일 것이란 생각에서다.
그의 걱정을 눈치챈 무흔은 풍소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격려했다.
“괜찮아. 이제부터 넌 우리랑 모른 척해라. 너까지 위험에 빠트리고 싶지 않으니까. 그리고 생각 있으면 복양에서 제일 큰 반점으로 찾아와라.”
“어떻게 모른 척해요?”
“그게 우리를 돕는 일이다.”
풍소는 항의하고 싶었지만 금방 입을 다물었다.
자신의 무공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풍소는 물러설 생각을 하지 않았다.
백단영은 덤벼들던 멸겁방 사람들까지 모조리 때려눕힌 후 손을 탈탈 털었다. 그녀가 주위를 둘러보며 안색을 굳히자 둘러쌌던 장한들이 찔끔하며 뒤로 물러났다.
한숨을 돌릴 틈도 없이 눈앞에 서 있던 장한들이 양쪽으로 갈라졌다. 그 사이로 십여 명이 위풍당당하게 등장했다.
하나같이 흉흉한 기세를 풍기는 인물들이었다. 백단영은 그제야 제대로 된 적수가 등장했음을 깨달았다.
거무스름한 피부를 지닌 건장한 장한이 그녀를 향해 물었다.
“넌 누구냐?”
내공마저 실린 목소리는 주변을 진동시켰다. 기선을 제압하려는 행동이었으나 아쉽게도 백단영에게는 그리 위협이 되지 못했다.
백단영은 대답하지 않고 잔잔한 미소를 머금으며 상대를 노려봤다. 사실 지금까지 해치운 잔챙이는 무림맹과 사마련 간의 전투에 아무런 영향력을 미치지 않는다. 지금 앞에 등장한 이런 간부급을 처리해야 무림맹에 도움이 된다.
어차피 집회에서 핵심인물을 해치울 생각이었던 그녀는 그들이 손수 등장하자 오히려 반겼다.
부근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멸겁방 부방주인 멸혼사신이 나타났네.”
사마련에서 한 축을 맡은 멸겁방의 부방주에 별호까지 갖고 있을 정도라면 상당히 유명한 인물이란 의미였다.
멸혼사신이 백단영을 쓱 훑어보고는 눈에 이채를 띠었다. 물론 그녀의 무공 때문이 아니라 그녀의 미모 때문이었다.
“흐음, 저 정도 미모면 꽤 유명할 텐데…… 누구지?”
멸혼사신이 옆에 있는 수하들에게 정체를 물었다. 모두가 우물쭈물하며 고개를 저었다.
“흐흐, 어차피 누구인들 무슨 상관이냐. 감히 멸겁방 사람을 건드린 대가를 치르게 해주마!”멸혼사신이 앞으로 나서자 그 위압감이 보통이 아니었다.
모두가 그의 위세에 감탄을 터트렸다. 일부는 혀를 끌끌 차며 백단영을 동정했다.
“저 여자 오늘 밤 넘기기 힘들겠어. 멸겁방에서 그냥 내버려 두지 않을 것 같은데.”
“예쁜데 아깝군.”
주위의 예상에 고무된 멸혼사신이 백단영 앞으로 성큼 걸어 나왔다. 한껏 위세를 내뿜으며 백단영 앞에 다가선 순간이었다.
갑자기 백단영의 신형이 사라지더니 멸혼사신이 배를 움켜쥐고 주춤거리면서 뒤로 물러났다.
“크윽! 이년이!”
눈 깜짝할 사이 백단영이 거하게 한 방 먹이고 빠져나온 것이다. 순식간에 허를 찔려 망신을 당한 멸혼사신이 분기탱천했다.
챙-
멸혼사신이 검을 들고 벼락처럼 백단영을 공격해 들어갔다. 무시무시한 검기가 휘몰아치자 주위를 둘러쌌던 사람들이 뒤로 물러나 자연스럽게 공간이 형성됐다.
역시 잘 나가는 방파의 부방주에 적합한 무공다웠다. 멸혼사신은 순식간에 백단영을 몰아붙였다.
그에 백단영은 무흔천상보를 펼쳐 상대의 공격을 무력화시키면서 천강십이수를 이용해 빈틈을 공략했다.
퍼벅-
멸혼사신이 휘두르는 날카로운 검초를 뚫고 백단영의 신형이 번뜩일 때마다 멸혼사신의 몸이 휘청거렸다.
“우아아! 이년이!”
계속 두들겨 맞는 국면이 계속되자 멸혼사신이 분노를 참지 못하고 길길이 날뛰었다. 군중은 백단영이 그를 갖고 놀고 있음을 알아보고 입만 벌렸다.
멸혼사신과 함께 나타났던 주요인물의 표정이 싹 바뀌었다. 지금까지 느긋하게 관망하는 자세였다면 이제는 우려와 긴장의 표정이 역력했다.
가장 앞쪽에서 주시하던 네 장한이 서로 눈빛을 교환하고 싸움에 가세했다.
“멸겁사웅까지!”
멸겁사웅은 멸겁방이 자랑하는 최강의 인물이었다. 이들은 항상 넷이 연합하여 활약하였으며 그 연수합격의 위력은 어떤 고수라도 상대할 수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런 멸겁사웅마저 무기를 들고 싸움에 개입했으니 모두의 시선은 백단영에게 모였다. 지금까지 그녀가 보여준 무위가 놀라웠지만 이제는 끝났다고 예상했다.
사방을 포위당해 퇴로가 막힌 채 곳곳에서 날카로운 검이 날아오자 백단영도 이전처럼 여유롭게 상대할 수 없었다. 그녀는 다급하게 연검을 꺼내어 상대의 공격을 무력화시켰다.
채챙챙챙-
연검에 부딪힌 멸겁사웅의 검이 튕겨 나갔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그녀의 시간이 도래했다. 그녀의 놀라운 무위가 펼쳐진 것이다.
멸혼사신도 멸겁사웅도 그녀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평수를 이루는가 싶던 전세가 연검을 꺼낸 이후부터 확연하게 백단영의 우세로 기울었다.
주요인물 가운데 한 사람이 신음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이, 이제야 저 여자가 누군 줄 알겠소. 무림맹 용봉대에 연검을 사용하는 여자가 있다고 들었소. 백단영인가……”
무림맹 소식에 통달한 몇몇 사람이 그의 말에 동조했다.
“무림맹에 삼화가 있다고 했었지. 일화인 모용예와 일봉인 남궁이화. 그리고 백단영!”
“오오! 무림삼화!”
정작 백단영과 무흔은 잘 몰랐으나 그녀는 제법 무림에서 유명한 인사였다.
물론 무공 때문이 아니고 미모 때문이다. 변변찮은 무공이지만 미모만은 최고로 평가되어 이름이 외부로 알려져 있었다.
그제야 군웅들은 백단영의 범상치 않은 외모를 알아챘다. 사내처럼 머리를 질끈 묶고 화장을 거의 하지 않았기에 미처 삼화라고 생각지 못했을 뿐이다. 아니, 애초에 정파의 여협이 사마련의 회합에 등장한다는 것이 솔직히 말이 되는 이야기였던가.
백단영은 백변연환검법을 이용하여 멸혼사신과 멸겁사웅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번쩍! 번쩍!
연검이 하얀 선을 그리며 빛처럼 허공을 갈랐다.
“크윽!”멸겁사웅이 비틀거리며 쓰러졌다. 그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다친 부위를 부여잡았다. 팔과 다리가 절단되고 가슴 곳곳에 연검이 지나간 자상이 가득했다. 실로 비참한 최후였다.
물론 백단영은 조금도 다치지 않았다. 다만 그녀의 하얀 옷이 피에 젖었을 뿐이다.
혼비백산한 표정으로 넋이 나간 멸겁사신을 향해 연검이 번쩍였다.
그녀를 저지하려는 한줄기 검광이 번쩍였으나 백단영은 아랑곳하지 않고 멸겁사신의 목을 잘랐다.
그 순간 백단영과 한 그림자가 교차했다.
“멸겁검왕이다!”
그 정체를 알아본 사람들이 경악성을 터트렸다.
지금까지 피해를 입은 사람의 대부분은 오산파와 멸겁방 쪽이었다. 멸겁방의 방주이자 사파 최강고수로 손꼽히는 멸겁검왕이 나타나지 않을 리가 없었다.
멸겁검왕이 분노에 가득한 일성을 터트렸다.
“대, 대체 네년의 사문이 어디냐?”
생각지도 못했던 그녀의 무공에 모두의 관심이 집중됐다. 방금 보여준 그녀의 무공은 용봉대 최강이라 알려진 장후성을 능가할 수준이었으니까.
물론 백단영 역시 숨길 생각은 없었다.
“천상문!”
사람들이 금방 알아듣지 못하고 서로에게 물었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문파 이름에 금방 얕잡아보는 반응을 보던 사람들은 곧이어 누군가가 부르짖은 한마디에 경악했다.
“천상신모!”
백 년 전, 무려 천하 사대고수 반열에 올랐던 무적의 고수가 아니던가.
“설마?”
반신반의하는 표정으로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 쏠렸다.
멸겁검왕이 육중한 거검을 손에 쥐고 그녀의 앞에 섰다.
“천상신모든 뭐든 상관없다. 멸겁방에 해를 입힌 네년을 찢어 죽이리라!”
멸겁검왕은 별호에서 드러나듯 주무기가 검이다. 그의 검은 지금까지 정사파의 수많은 고수를 벴다. 적어도 중원에서 검으로 그를 누를 자가 없다는 것이 사람들의 시각이었다.
멸겁검왕이 검을 휘두르자 장내에 폭풍이 휘몰아치듯 검광이 번뜩였다. 무시무시한 검격에 백단영이 대응하면서 섬광이 일었다.
다시 보기 힘든 초강 고수들의 싸움이 벌어졌다.
“그래도 멸겁검왕이지.”
사람들은 강호를 수십 년간 지배해온 멸겁검왕의 관록을 우위로 평가했다. 천상신모는 무려 백 년 전이고 백단영이 그 진전을 제대로 이었다는 보장이 전혀 없으니까.
쾅-
강력한 검격이 서로 만나며 강기의 파편이 퍼져나갔다.
“오오! 검강이다!”
두 사람의 검에서 거의 한 자가량이나 뻗은 검강에 모두 눈을 감지 못했다. 검법이 극에 도달해야 나타나는 꿈의 경지가 아닌가. 그런 무시무시한 전투를 바로 눈앞에서 볼 일이 평생 몇 번이나 있을까.
두 사람의 파괴력에 멀찌감치 물러서서 관전하는 사람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감탄을 감추지 못했다.
콰아앙-
멸겁검왕은 백단영의 연검에 자신의 초식이 속절없이 단절되는 현상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 상대는 그보다 한 수 위의 고수였다. 저렇게 어린 나이에 이렇게 엄청난 무위를 보인다면 몇 년 후라면 감히 상대할 자가 없으리란 생각이 들자 식은땀이 흘렀다.
오늘 어떻게든 무조건 죽여야 한다고 생각을 굳힌 멸겁검왕은 함께 온 다른 마두에게 신호를 보냈다.
이곳에는 사마련의 핵심이자 그와 쌍벽을 이루는 마두가 또 존재했다. 바로 광혼곡주의 신분으로 강호를 혈소(血簫) 하나로 물들였던 광혼혈소다.
멸겁검왕의 신호를 노련한 광혼혈소가 모를 리 없었다. 핏빛 적삼을 입은 깡마른 노인, 광혼혈소가 천천히 앞으로 나갔다.
멸겁검왕과 경쟁 관계인 광혼혈소는 초반부터 싸움에 가담하여 멸겁검왕을 도와줄 생각이 없었다. 도와주는 것도 생색이 필요한 법이다. 그는 두 사람의 싸움을 관전하며 최후의 순간까지 기다렸다.
역시나 백단영의 환상적인 검이 완벽하게 전투를 지배했다. 멸겁검왕은 막기에 급급했고 그럴수록 백단영의 검은 위력을 발휘했다.
이제 자칫하면 멸겁검왕의 목숨이 위험한 상황이 되자 광혼혈소는 느긋하게 혈소를 입에 물었다.
삘릴릴리-
상황이 급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