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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속의 엑스트라 145화

무료소설 무림 속의 엑스트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4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145화

145화. 천향무후의 신위 (1)

 

 

 

사마극은 백단영을 떠올리는 순간 절로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대체 왜 이렇게 되는지 자신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처음 만혈대 지하에서 그녀를 처음 보았을 때는 용봉대의 흔한 후기지수라 생각했다. 은옥상을 통해 이름을 들었었기에 약간의 관심이 있긴 했으나 그게 전부였다.

그러던 것이 점창파 인근에서 만나 실제로 손속을 나누게 되었을 때 그녀의 미모는 그의 가슴을 비수처럼 찔렀다. 무림일화인 모용예와는 확실히 다른 인상을 주는 그녀였다.

미모에서도 모용예에게 뒤지지 않을뿐더러, 무공을 포함한 백단영의 매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그 덕분에 그날 손에 걸린 그녀를 살려주었는지도 모른다.

대낮에 그녀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한방에 그의 가슴을 뒤흔들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녀를 죽이려고 살수를 썼을 것이다.

그리고 이어진 눈발 속에서의 검무. 하늘에서 하강한 선녀가 있다면 아마 백단영과 같은 모습이었을 것이다. 그의 인생에서 그녀처럼 아름답고 인상 깊은 여인은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다.

사마극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미쳤지.”

한낱 정파의 여고수에게 눈을 뺏기다니. 그의 성정을 아는 마교인이라면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단호하게 말할 것이다.

“다음에는 반드시 끝장을 내주리라.”

사마극은 주먹을 불끈 쥐고 다짐했다.

하지만 그도 안다. 백단영을 보는 순간 그런 마음이 눈 녹듯 사라지고 없어진다는 것을.

고뇌하는 사마극 앞에 그림자가 어른거리더니 점차 모습을 갖추어나갔다. 마극삼비의 일인인 우였다. 우는 그날 가장 상처를 적게 입어 그나마 평소와 같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나머지 둘은 심각한 부상 때문에 회복하는 시간이 다소 필요했다.

“부르셨습니까?”

우가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무흔과 백단영에게 깨진 이후로 마극삼비는 좌불안석이었다. 자신들의 미흡함 때문에 주군에게 심려를 끼쳤다고 생각한 때문이다.

“그래, 풍과 뇌는 어떤가?”

“자상이 심해 한두 달은 움직이기 쉽지 않을 듯합니다.”

“어쩔 수 없군. 하지만 그때까지 우리 모두 쉬고 있을 수는 없지 않나?”

“그렇습니다.”

우는 머리를 숙이며 날아올 명령을 기다렸다.

사마극이 의견을 물었다.

“흑살대 가운데 쓸만한 녀석이 얼마나 남았지?”

“절반은 죽거나 부상으로 의미가 상실됐고 절반만 쓸만한 상태입니다.”

“그렇다면 흑살대와 적살대를 합쳐 적살대를 재구성하고, 그 대신에 쓸만한 강자를 몇 뽑아내.”

“쓸만한 강자라 하심은?”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사마극이 구상한 바를 나열했다.

“우리도 용봉대와 비슷한 특수부대를 만든다. 적살대로 구대 문파나 오대세가 가운데 한 곳을 겨냥해서 무림맹의 시선을 끌고 특수부대는 다른 곳을 치며 교란 작전을 편다.”

명을 받드는 마극삼비가 굳이 이견을 달 필요는 없었다.

그는 단지 전달자일 뿐이니까. 실제 명을 수행하는 자는 흑살대와 적살대의 대주들이다.

“존명!”

고개를 숙이는 순간 우의 신형이 다시 흐릿하게 사라졌다.

무림맹과의 전투 구상을 마친 사마극은 다시 가부좌를 튼 채 몸을 꼿꼿하게 세웠다. 머리를 비우고자 운기조식에 돌입하려던 그의 안면이 곧바로 일그러졌다.

“하아! 쉽지 않군.”

여전히 백단영의 검무가 머릿속을 맴돌고 있었다.

 

***

 

복양.

산동성에서 하남성 개봉으로 이동하는 중간에 지나게 되는 오래된 도시다.

복양에 도착한 무흔과 백단영은 시전을 들렀다. 지금까지 지나온 시골 마을이 아닌, 도시의 활발함을 느끼기 위해서였다.

시전의 크기는 개봉에 비할 바가 아니었으나, 고도답게 아기자기한 맛이 그들의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두 사람은 객잔에서 가볍게 끼니를 때우고 시전에 늘어선 상점을 구경했다. 마침 밥을 먹은 후라 입이 텁텁하던 차에 당과를 파는 가게가 보였다.

“당과 드실래요?”

“응? 그럴까?”

백단영은 무흔과 함께 돌아다니는 이런 시간이 대단히 즐거웠다. 게다가 군침이 도는 당과를 마다할 생각도 없었다.

값을 치르면서 무흔은 곽연연과 남설약을 떠올렸다. 차후에 연연의방을 방문하게 되면 반드시 당과를 사서 가겠다고 다짐했다.

두 사람이 마치 어린아이처럼 당과를 쭉쭉 빨면서 구경하다 보니 장신구와 노리개를 파는 가게가 보였다.

역시나 백단영이 그 앞에 멈추어 서서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이제 중원을 경동 시킬 그런 고수가 되었음에도 평범한 처녀와 같은 성향을 유지하는 것을 보면서 무흔은 그녀의 행동을 유심히 바라봤다.

이것저것 열심히 고르는 척했지만 막상 노리개를 사는 것이 쉽지 않았던 모양이다. 이래저래 고르는 시간이 길어졌다. 돈이 부족하지 않음에도 신중한 구매를 하는 그녀의 모습은 확실히 상단주의 딸다웠다.

무흔은 예전에 대정문 원정을 갔을 때 그녀에게 노리개를 하나 사주겠다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다. 지금이야말로 그 생각을 실행할 때였다.

“제가 사 드릴 테니 골라보세요.”

백단영의 시선이 그에게 잠시 머물더니 환하게 웃었다.

“정말?”

“정말이죠. 저도 돈 많아요.”

“그럼 아주 비싼 거 산다?”

신이 나서 백단영이 본격적으로 장신구를 이것저것 고르기 시작했다. 그녀의 환한 웃음을 보고 있자니 이전에 이런 선물을 해주지 않은 점이 오히려 미안했다.

백단영이 은빛으로 반짝이는 귀걸이를 골랐다. 하얀 그녀의 피부와 검은 머리에 잘 어울릴 것 같아 무흔도 만족했다.

물론 이런 시장 바닥에서 파는 것이니 진짜 은은 아니다. 그래도 마냥 좋은 모양이었다.

“진짜 은 아닌 것은 아시죠?”

“알아. 진짜면 오히려 부담되지.”

흔쾌한 그녀의 대답에 값을 치렀다.

백단영은 귀걸이를 산 후에도 어째 돌아설 생각을 하지 않고, 노리개와 각종 수실을 만지작거렸다.

무엇을 또 사려나 유심히 보고 있자니 비교적 평범한 청색 수실을 하나 추가로 샀다.

“그건 또 왜요?”

“내가 매달아 줄게.”

이번엔 백단영이 그에게 주는 선물이었다. 그녀가 무흔의 묵천신검을 빼앗아 검병에 수실을 매달았다. 거무칙칙하던 검에 산뜻한 청색 수실을 매달자 분위기가 한결 좋아졌다.

“전 필요 없는데…….”

“아냐, 그래도 좋은 검이잖아. 값비싼 수실은 아니지만 무흔의 것이란 표식도 되니까.”

신이 나서 수실을 매다는 그녀를 보자니 거절할 수가 없어 선물을 받았다.

대신에 무흔은 그 수실과 똑같은 모양의 홍색 수실을 하나 샀다.

“그럼 저도 연검에 수실을 매달아 드릴게요.”

자신의 검에 수실을 달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던지 백단영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무흔은 그녀의 연검 끝에 홍색 수실을 매달았다.

묵천신검과 연검에 매달린 두 개의 수실을 비교하던 백단영이 방긋 미소를 지었다. 두 수실이 마치 한 쌍인 것처럼 잘 어울렸다.

두 사람이 서로 수실을 달아주며 미소를 짓고 있자니 가게 주인이 그들에게 물었다.

“두 분도 사마련에서 왔어요?”

“예? 그게 무슨 말이에요?”

갑작스러운 물음에 백단영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가게 주인이 대답 대신 눈짓으로 여기저기를 가리켰다.

주인이 가리키는 곳을 보니 온통 검을 찬 사람들이 많았다. 이곳에 왔을 때부터 무기를 든 사람이 많아 원래 그런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닌 모양이었다.

“보통 때와 다른가요?”

무흔의 물음에 가게 주인이 주절주절 이야기를 꺼냈다.

“이곳에서 사마련의 대규모 집회가 있어요. 소문에 따르면 여기에서 모여 무당산으로 움직이려나 봐요. 댁들도 그 집회에 참여하러 오신 것 아닌가요?”

가게 주인은 조심스러웠다.

검을 든 무림인이었기에 자칫하면 나쁜 일을 당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이렇게 이야기를 꺼낸 것은 백단영이 워낙 화사한 미모를 지녀 나쁜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던 탓이다.

무흔은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그는 예전의 청성파와 점창파를 떠올렸다. 마교가 사마련을 부추겨 정파를 한 곳씩 무너트리는 작전 말이다.

이번에는 무당파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는 급히 물었다.

“아하, 저희도 그 집회 때문에 온 것 맞아요. 거기가 어디죠? 제가 이 동네에는 초짜라.”

“이 길을 따라 십 리가량 쭉 가면 커다란 사당이 있어요. 거기라고 하던데요? 모르세요?”

“알죠. 하지만 길을 잘 몰라서.”

무흔은 머리를 긁적이며 고맙다고 인사했다.

다시 시장을 걸으면서 그들은 주위를 살폈다. 집회 정보를 듣고 보니 검을 찬 무림인이 하나같이 사파의 인물로 보였다.

“이번엔 무당일까?”

백단영이 근심 어린 목소리로 조용히 물었다.

“글쎄요. 다만 무당파는 상징적인 측면이 있어요. 중원에서 소림과 함께 쌍벽을 이루는 문파인 데다가 현 무림맹주가 무당파의 의천진인이잖아요. 무당이 무너지면 무림맹도 타격이 무척 크죠.”

무흔은 마교 쪽의 생각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무당과 승부를 벌이든, 아니면 대치 국면을 형성하든 마교는 불리할 이유가 없다. 적어도 공세의 주도권을 쥐고 있으니 말이다.

“생각 있어?”

무슨 말인지 금방 이해했다.

사마련이 주최하는 집회에 가볼 생각이 있냐는 뜻이다.

예전이라면 백단영은 감히 그런 집회에 갈 생각을 절대 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어떤 상황에서도 제 목숨을 건질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붙자, 무림에서 벌어지는 사건에 개입하고 싶어 하는 눈치가 보였다.

“함께 가보죠.”

무흔도 수락했다. 어쨌든 백단영은 실전 경험을 많이 쌓는 것이 유리하다. 지금 그녀 옆에는 그도 붙어 있으니 특별히 위험할 일도 없을 것이다.

두 사람이 가게 주인이 알려준 대로 이동하고 있을 때였다.

검을 든 한 무리의 사람들이 다투고 있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얼핏 보니 십여 명의 무리가 한 사람을 괴롭히는 것처럼 보였다. 그 주변으로 다시 십여 명의 사람들이 그들을 둘러싸고 구경하는 중이었다.

호기심이 동한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구경꾼 무리에 끼었다.

“넌 낄 자리가 아니니 빠져라, 애송아!”

텁수룩한 장한이 중앙의 한 사람을 향해 소리쳤다.

그 사람은 무흔보다 두세 살 어려 보이는, 십 칠팔 세 정도의 소년이었다. 얼핏 보기에 미끈한 외모에 호리호리한 체격이라 귀공자를 연상케 했다. 입고 있는 넝마만 아니라면 그렇게 보였을 것이다.

십여 명에게 둘러싸여 있음에도 소년은 전혀 기가 죽지 않고 포위한 사람들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사마련의 행보에 찬성한다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고 했어! 내가 못 할 이유가 뭐야?”

소년의 목소리에 분노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아 이런 다툼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주변을 둘러싼 장한들이 놀리는 투로 말했다.

“하하, 넌 약해 빠졌잖아! 네놈 같은 녀석이 끼면 짐만 된다 그 말이다!”

“아냐! 무공은 크게 상관없다고 했어!”

“크크! 그것도 어느 정도는 돼야지! 넌 아니야!”

“나도 할 수 있다고!”

“어디를 비렁뱅이가 끼어들어!”

둘러싼 장한들이 소년의 몸을 장난삼아 툭툭 쳤다.

“이러지 마!”

소년이 불같이 화를 내며 허리춤에서 검을 뺐다. 다년간의 경험으로 여기에서 밀리면 삶이 힘들어진다는 사실을 알기에 하는 행동이다.

무흔은 그 검이 시장 바닥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싸구려 장검임을 한눈에 알아봤다. 예전에 그도 저런 장검을 들고 다녔기 때문이다.

“하! 이 녀석, 생각해서 충고해줬더니 검을 빼 들어? 진짜 한판 할까?”

장한이 기세등등한 목소리와 함께 소매를 걷어붙였다. 옆에서 다른 장한이 그를 말렸다.

“저런 낭인 녀석 건드려봐야 좋은 소리 못 들어. 어차피 집회에서 쫓겨날 게 뻔한 녀석인데 뭘 신경 쓰냐. 그냥 가자.”

소년을 둘러쌌던 십여 명의 장한이 한 마디씩 의견을 교환하며 웅성거리다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쉰 소년이 검을 집어넣었다.

뭔가 사연이 있어 보여 무흔은 한참 동안 소년의 행동을 지켜보다가 옆에서 구경하는 다른 사람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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