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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속의 엑스트라 136화

무료소설 무림 속의 엑스트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75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136화

136화. 천상문 (3)

 

 

 

그런 가운데 무흔은 평소와 다른 백단영의 내심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그가 느끼기에 한담에는 미지의 기운이 어른거리고 있었다. 평소와 다른 환경에서 운기조식을 하는 것은 사실 매우 위험했다. 자칫 주화입마에 이를지도 모른다.

천상문의 전설이 틀리지는 않겠지만, 그녀로서는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시퍼런 물은 수면 아래에 무엇이 있는지조차 짐작하기 어려웠으니 그녀로서는 망설여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이런 문제점에서 벗어난 외적인 이유도 있었다.

이것은 백단영이 무흔에게 많은 부분을 의지하다 보니 벌어진 일이었다. 함께했던 생사고락에서 습득한 학습효과로 인해 만일의 비상사태에서 무흔이 그녀를 구해주리란 확신 때문이었다.

더구나 지금은 천상심공의 운기와 관련된 일이다 보니 문제가 발생하면 무공에 해박한 무흔이 어떻게든 해결해주리란 믿음이 있었다.

그녀의 생각을 대충 짐작한 무흔이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알았어요. 열담을 보고 있을게요. 그런데 장담은 못 해요.”

“흥, 돌아보면 혼낼 테니까 명심해.”

“크, 그래서 내려가겠다니깐요.”

“안돼.”

단칼에 거절한 백단영이 한담 근처로 가서 손에 물을 적셨다. 겉으로 보기에는 파란색 물이었는데 손에 담긴 물은 투명했다.

대충 몸을 담글 위치를 정하고 마음을 굳힌 그녀는 무흔에게 명령했다.

“무흔, 이제부터 돌아보지 마.”

무흔은 마지막으로 그녀를 눈에 담고는 몸을 돌렸다. 눈앞에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열담이 보였다.

돌아보지 말라고 하면 더 돌아보고 싶어지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듣지 않으려고 노력하면 더 들리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하물며 무흔 같은 고수에게는 작은 풀벌레 소리마저 크게 들린다.

사락사락-

옷자락 소리가 조용하게 들려왔다. 그 소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짐작한 무흔은 가슴이 방망이질 쳤다.

‘흐아, 이거 완전 고문이구나.’

무흔은 눈을 질끈 감고 숫자를 세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뒤에서 백단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돌아봐도 돼.”

무흔은 전율을 일으키며 주먹을 꾹 쥐었다. 돌아보라고 하는데도 보지 않을 그는 아니었다. 침을 꿀꺽 삼키면서 그는 긴장감 속에 몸을 돌렸다.

한담 속에 몸을 담근 백단영이 보였다. 깊지 않은 듯 물속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은 듯했고 물 밖으로는 얼굴만 내밀고 있었다. 찰랑거리는 물 덕분에 뽀얀 어깨가 드러났다가 사라졌다.

한담의 물이 짙은 파란색이어서 물속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덕분에 물에 잠긴 백단영의 몸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의 마음을 알아챘는지 백단영이 장난치듯 말했다.

“너, 대체 뭘 기대한 거야?”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았는데요?”

“거짓말 마. 네가 색마 사촌이란 것도 다 알아.”

백단영이 킥킥대며 그를 놀렸다.

계속 당하고만 있을 무흔은 아니었다. 옆으로 시선을 돌려보니 백단영의 옷가지가 바위 위에 차곡차곡 개어져 있었다.

“아가씨, 혹시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 알아요?”

“응?”

“그거 저기 있는 옷 훔쳐가는 이야긴데요.”

무흔이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옷으로 다가갔다.

“야! 너! 옷 만지면 혼날 줄 알아!”

“왜요? 물에서 나와서 혼내시게요?”

“너! 너!”

“저한테 밉보이면 벌거벗고 뛰어 내려가셔야 할 건데요?”

“야!”

당황한 백단영의 얼굴이 홍당무가 됐다.

잠시 그런 모습을 즐기던 무흔이 마침내 정색하고는 상태를 물었다.

“어때요?”

“흠, 느낌이 와. 천상심공을 운기해보면…….”

백단영이 눈을 감고 운기를 시작했다. 금방 눈을 뜬 그녀가 소감을 말했다.

“천상문에서 전해오는 이야기가 맞는 것 같아. 다른 심법으로 해볼까?”

다시 그녀가 눈을 감았다. 그녀는 소림의 반야금강선공을 운기했다.

잠시 후 환하게 웃으며 그녀가 결과를 알렸다.

“반야금강선공으로 운기해도 차이가 없어. 확실하게 효과가 있어. 굳이 천상심공이 아니어도 되네.”

“그게 같은 계열의 심법이라서 그럴 거예요.”

아마도 한담에 잠재된 기운을 육신이 흡수하는 모양이었다. 한담에서 운기하는 방법이 어디까지 효과가 있을지 알 수 없으나 그 효과를 쉽게 느낄 정도라면 절대 작지 않을 것이다.

본격적으로 운공에 들어가기에 앞서 백단영이 무흔에게 경고했다.

“나, 지금부터 운공할 테니까 무흔 너는 거기에 꼼짝 말고 있어. 알지? 옷 훔쳐가지 말고, 물속 들여다보지도 말고.”

“에이, 뭐 볼 거 있다고. 알았어요.”

투덜거리는 무흔을 향해 방긋 미소를 짓던 백단영이 눈을 감고 집중했다.

한동안 무흔은 물끄러미 그녀를 쳐다보았다. 물에 찰랑거리며 살짝 드러난 어깨가 그의 눈을 자극했다.

무흔은 투덜거리면서 주변을 살폈다.

새소리가 들리는 숲은 평화로웠다. 사람은커녕 동물이 나타날 일도 없어 보였다.

지겨워진 무흔은 뒤로 돌았다. 눈에 열담이 들어왔다.

문득 얼마나 뜨거울지 궁금했다.

그는 조심스럽게 손가락을 살짝 물에 담갔다. 한담과 달리 시뻘건 물인 데다 손을 대기 어려울 만큼 뜨거웠다.

“헉! 뜨겁다!”

그는 한담과 천상심공과 반야금강선공의 연관성을 고민했다.

그의 천상심공은 5성 수준. 무애잡아함경 역시 익혔다. 만일 그도 지금 한담에 들어간다면 백단영과 마찬가지로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루지 않을까.

어떻게 보면 다시없을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그렇다고 그녀가 들어가 있는 한담에 그도 들어갈 용기는 없다. 나중에 따로 시간을 낸다면 가능이야 하겠지만 천상문 사람도 아닌 그에게 천상문주가 그런 기회를 줄까.

머리에 떠오른 상상을 포기하고 시선을 다시 열담으로 돌렸다.

“혹시 열담도 같은 효능이 있으려나?”

그는 무애잡아함경을 운기하며 손가락을 열담에 넣어보았다. 손가락이 뜨거워서 금방 빼내야 했다.

“여긴 아닌가?”

머리를 긁적이던 그는 천단비화신공을 떠올렸다. 이 신공은 뜨거움을 기반으로 운용하는 심법이다. 어째 열담과 상성이 어울릴 듯했다.

그는 천단비화신공을 운기하며 조심스럽게 손가락을 물에 넣어보았다. 그렇게 뜨겁던 물이 이제는 약간 따뜻한 정도로 느껴졌다. 더구나 열담으로부터 기이한 기운이 흡수되는 기분이 들었다.

“헉! 열담에서도 되네?”

새로운 사실을 발견한 무흔은 상황을 정리해보았다.

천상심공이나 반야금강선공이 한담과 상성이 어울리는 것처럼 천단비화신공은 열담과 상성이 조화를 이루었다.

무흔은 결심을 굳혔다. 백단영이 한담에서 수련하는 동안 그는 열담에서 수련하기로.

그는 옷을 벗고 열담으로 들어갔다.

천단비화신공을 운기하자 뜨거움이 사라졌다.

그는 백단영처럼 연못 바닥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운기를 시작했다. 열담으로부터 거대한 기운이 그의 육신을 쓰다듬는 기분이 들었다. 이곳에서의 운기는 그의 내력을 증가시킬 것이 확실했다.

무흔은 눈을 감고 운기에 빠져들었다.

백단영과 무흔은 한담과 열담에 각기 몸을 담그고 서로 마주 보며 내공 수련에 들어갔다. 그들이 의식 못 하는 사이 시간이 흘렀다.

 

***

 

고오오오-

펄펄 끓는 열담에 담긴 무흔의 몸에서 뿌연 증기가 피어올랐다. 그의 몸을 휘감는 증기가 점차 진해졌다. 증기에 갇힌 무흔의 얼굴이 흐릿하게 변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두둑- 투둑-

그 속에서 점차 변화가 일어났다. 매미가 허물을 벗듯 얼굴 부분의 피부가 얇은 껍질로 변해 벗겨져 나갔다. 이런 현상은 물밑에 잠긴 그의 전신 모든 지점에서도 마찬가지로 일어나는 변화였다. 이에 발맞추어 뼈마디 관절과 골격에서 미세한 변화가 일어났다. 근골이 바뀌며 새롭게 자리 잡는 현상이 한동안 계속됐다.

지금 무흔의 체내에서는 무림인이라면 꿈에도 그리는 임독양맥 타동과 환골탈태 현상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었다. 이것은 열담에서 흡수된 특수한 기운이 과거 그가 섭취했던 각종 영약의 기운과 융합한 결과였다.

순식간에 그의 내력은 이전보다 거의 두 배나 증가했고, 이 엄청난 내력이 혈맥을 일주천하면서 육신을 탈바꿈시켰다.

막힘없이 흐르는 진기의 일주천이 끝나자 무흔은 눈을 떴다.

주변의 물은 펄펄 끓고 있었으나 그는 전혀 뜨거움을 느끼지 못했다. 이곳에 몸을 담그고 있는 동안 몸 내부의 혈맥에서 커다란 변화가 발생했음을 인지했다. 이전과 비할 수 없을 만큼 몸이 가벼웠다.

그는 자신이 커다란 기연을 얻었음을 깨달았다.

그는 맞은편 한담에 몸을 담그고 있는 백단영을 바라봤다. 그녀 역시 그와 마찬가지의 기연을 얻었음을 알 수 있었다.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내력증가를 바탕으로 두 사람의 무공 수준은 이전과 다른 단계에 올라섰다.

과연 이제는 사마극과 대등할 수 있을까. 아직 사마극이나 은옥상과 제대로 겨루어보지 못했기에 그는 쉽사리 답을 얻지 못했다.

다만 확실한 점은 있었다. 현재 그가 상대해본 최고 서열은 칠 위에 해당하는 옥소마희였다. 그때는 혈우파천만겁공까지 사용해서야 간신히 그녀를 제압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제는 옥소마희를 어렵지 않게 능가할 자신이 있었다.

그가 새롭게 변한 기운을 만끽하고 있을 때 백단영도 눈을 번쩍 떴다.

그녀는 다소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진기를 움직이며 몸의 이곳저곳을 살펴보는 듯하더니 금방 환한 미소를 지었다. 자신에게 발생한 기연을 인지한 것이다.

운기를 마친 백단영은 무의식적으로 한담에서 몸을 일으키다가 맞은편 열담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무흔을 발견했다.

“악!”

혼비백산한 백단영은 재빨리 다시 한담에 몸을 담갔다.

“무흔? 너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야?”

“아가씨! 여기 열담에도 한담과 같은 효능이 있는데요?”

“그게 아니라 왜 나를 보고 있냐고.”

“제가 어떻게 알아요. 그냥 보고 있는데 아가씨께서 몸을 일으켜…….”

“야!”

황급히 백단영이 무흔의 말을 자르고 눈썹을 찌릿 치켜떴다. 방금 그와 나누었던 대화를 되새기며 상황을 정리했다. 열담도 한담과 같은 효능을 갖고 있고 그녀와 마찬가지로 그도 저 속에서 운기를 행하고 있었다면?

“설마…… 너도 기연을 얻은 거니?”

“그런 것 같아요.”

백단영은 입을 쩍 벌렸다. 이미 무흔이 여러 기연을 얻었던 사실을 그녀도 알고 있었다.

불사신승의 환단도 그와 그녀가 같이 복용하지 않았던가. 거기에 이곳 한담과 열담의 기연이 따랐다면……..

“너도 엄청난 고수로 성장했구나…….”

“아가씨도요.”

부인하지 않는 무흔을 바라보며 백단영은 잠시나마 최강고수로의 성장 기쁨을 만끽했다.

다시 현실로 돌아오기까지 그리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같은 연못은 아니더라도 남녀가 이런 모습으로 마주 보는 어색한 상황이다.

“무흔? 나, 밖으로 나가야 할 것 같아.”

“그런데요?”

“고개 돌리라고.”

백단영이 홍조를 띠며 강하게 요구했다.

“싫은데요.”

입가에 미소를 머금으며 무흔은 퉁명스럽게 말했다.

“흥. 이제 막 기어오르네?”

백단영이 새침한 표정으로 그를 째려보다가 물 위로 하얀 손을 들어 올렸다.

연못가에 놓아둔 무흔의 옷자락이 스르륵 움직였다. 절정에 달한 허공섭물이었다.

무흔의 옷이 그의 눈앞으로 날아오더니 한 자가량 떨어진 허공에 정지했다. 정확히 그와 그녀 사이에 위치해서 시야를 차단했다. 물체를 허공에 자연스럽게 고정한 이 상황은 그녀의 무공이 절정에 달했음을 대변했다.

“너, 그거 치우면 정말 화낼 거야.”

거듭 경고한 백단영이 연못에서 몸을 일으켰다.

무흔의 귀에 물이 떨어지는 소리와 연못 가장자리로 걸어 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이어서 옷자락이 스치는 소음마저 들렸다. 물론 중간에는 그의 옷이 떡하니 가로막고 있었다.

‘하! 이건 완전히 고문인데…….’

무흔은 눈을 질근 감았다. 어차피 옷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눈을 감으니 그나마 마음이 안정됐다.

“다 됐어.”

그의 옷이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고 무흔의 시야가 트였다. 그는 이곳에 왔을 때처럼 하얀 백의를 말끔하게 차려입은 그녀를 볼 수 있었다.

기연 덕분일까. 그녀의 미모가 한층 빛이 났다.

백단영이 연못 가장자리에 서서 그를 바라보며 야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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