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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속의 엑스트라 132화

무료소설 무림 속의 엑스트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43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132화

132화. 천상사화 (1)

 

 

 

백회령을 넘어선 후 동방상단과 백가상단의 상행은 함께 이루어졌다.

목적지가 같았으니 당연한 행보였지만 두 상단 간에 미묘한 위상변화가 생겨났다. 고개를 넘기 전에는 동방상단이 큰소리를 쳤다면 이후부터는 백가상단이 모든 면에서 주도권을 쥐었다.

무엇보다 인질을 구하고 통행료를 향후 영구히 면제받았다는 성과가 압도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뿐이 아니었다.

이전까지는 의정문의 두 남매가 최고고수로 대접을 받았다면 지금은 백단영과 무흔이 최고고수로 대접받았다. 백단영은 상단주의 딸이기도 하기에 백가상단 사람들의 자부심은 더욱 높아졌다.

관로를 따라 이동하던 두 상단은 때가 되자 객잔으로 들어가 끼니를 때웠다.

밥과 반찬을 받아 든 무흔은 빈 탁자에 홀로 앉아 밥을 먹었다. 평소라면 백단영과 함께 밥을 먹었으나 최근에는 그럴 수 없었다. 백단영이 천상문 제자 넷을 유달리 챙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보기 나쁘지 않네.”

천상문에 남자 제자라도 있었다면 기분이 달라졌을지 모르지만, 여 제자 넷을 챙기는 백단영은 무척 대견스러웠다.

그가 홀로 밥을 먹고 있을 때 옆에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합석해도 될까요?”

목소리만으로도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의정문의 문수란이다. 그녀는 그날 사건 이후 무흔에게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그러세요.”

무흔은 고개를 까닥이며 합석을 허락했다.

그의 옆자리에 식판을 놓고 문수란이 앉았다.

그날 무흔의 고강한 무공을 본 이후 그녀는 이전처럼 목을 뻣뻣하게 세우지 않았다. 목숨을 구해준 데다 무공 수준이 자신과 비교 불가한 고수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동하는 내내 그에게 감사했고 가까이 지내려고 애썼다. 실로 놀라운 변화였다.

“오늘도 당신의 아가씨께서는 동문을 챙기느라 바쁘시네요. 혹시 당신도 천상문 소속인가요?”

“전 아닙니다.”

“그럼 아가씨랑 다른 무공을 쓰나 보죠?”

최근 문수란과의 대화는 무공에 관한 내용이 많았다. 수강을 어떻게 쓰느냐, 어떻게 배웠느냐는 등 그녀 분수에 맞지 않는 질문이 대부분이었지만.

“그렇다고 봐야죠.”

무흔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며 젓가락질을 했다.

이 아가씨는 호기심이 줄어들지 않는 모양이다. 밥을 먹는 것보다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더 좋은 듯 계속해서 질문했다.

“그럼 사문은 어디인가요?”

무흔은 자신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무림맹에서 비슷한 질문을 워낙 많이 들어서다.

“그냥 돌아다니면서 배웠습니다.”

“그게 가능한가요?”

믿어지지 않는 듯 여인의 눈이 동그래졌다.

무흔은 여전히 젓가락질을 멈추지 않은 채 대답했다.

“제가 아가씨를 따라 무림맹에서 거주하고 있거든요. 거기 서고에 비급이 꽤 있습니다. 저는 비급으로 무공을 배웠어요.”

사문에서 스승으로부터 사사했던 문수란에게는 믿기 어려운 방법이었다.

“무공 천재이시군요.”

“누구나 비급으로 배울 수 있어요. 밥 식겠습니다.”

무흔이 슬슬 짜증을 내며 상대의 식판을 가리켰다.

“아, 네.”

문수란은 밥과 국을 입에 넣으며 다시 무흔의 눈치를 봤다. 잠시 밥을 먹는 척하던 그녀가 다시 말을 걸었다.

“그런데 주 무공은 뭐예요? 한 번도 검을 뽑는 것을 못 봤거든요.”

“주 무공요? 이것저것 다 하지만 검법입니다.”

“그런데 검은 왜 그런 것을 써요?”

고강한 무공을 쓰는 자라면 대개 특별한 검을 사용한다. 그런데 무흔은 평범해 보이는 검을 소지하고 있다.

“하하, 그런가요?”

무흔은 어이가 없어 실소를 머금었다. 하긴 묵천신검이 좀 평범해 보이긴 하다.

그때 문수란이 은근히 수작을 걸어왔다.

“혹시 제 검법을 한번 봐 줄 수 있나요?”

“검법요?”

같은 사문이 아닌 외부인이 무공을 평가하고 단점을 지적하기는 어렵다. 자칫하면 사문의 무공이 외부로 유출될 수 있어서다. 물론 문수란도 특별한 조언을 기대하고 의뢰한 것은 아니었다. 어떻게든 무흔과 조금이라도 같이 있는 시간을 늘리고 싶어서였다.

“저희 의정문에는 두 가지 검법이 있어요. 문주와 그 직계제자만 배우는 의정검법과 그 아래 제자와 속가제자에게 가르치는 제마육검법요. 제가 펼치는 것 한번 보실래요?”

자꾸 말을 걸어오는 그녀의 노력이 가상하여 어쩔 수 없이 무흔은 고개를 끄덕였다. 여러 검법을 접해보고 싶은 그의 호기심 또한 작용했다.

“그럼 후딱 먹고 객잔 뒤뜰에서 만나죠.”

신이 난 듯 이제까지 깨작거리며 밥을 먹던 그녀의 숟가락질이 엄청나게 빨라졌다.

무흔은 내심 한숨을 내쉬며 저쪽 편에 자리한 백단영을 바라봤다.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네 천상문 제자와 깨가 쏟아지고 있었다. 그는 설레설레 고개를 저으며 밥 먹기를 계속했다.

 

***

 

객잔 뒤에 좁은 뜰이 있고 그곳에서 무흔과 문수란이 얼굴을 맞댔다.

문수란이 살짝 홍조가 깃든 표정으로 검을 들었다.

“제마육검법은 무공을 갓 배운 사람이라도 쉽게 익힐 수 있는 검법이에요. 그렇지만 위력은 무시 못 하죠. 이 검법을 제대로 익히면 웬만한 사파 고수도 쉽게 이길 수 있어요.”

문수란이 무흔에게 검법을 설명했다. 평소 아래 제자를 가르치던 버릇이 그대로 드러나 마치 무흔을 가르치는 모양새가 전개됐다.

물론 무흔은 그런 부분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새로운 검법을 볼 수 있다는 호기심에 젖어 들었다.

“자, 이제 제가 한번 시범을 보여드릴게요.”

문수란이 검을 들고 심호흡을 했다. 그녀는 무흔의 앞에서 무공을 펼치는 것이 처음인지라 멋있어 보이겠다는 다짐을 수없이 했다.

휙- 휙-

검이 허공을 가르고 그녀의 움직임이 우아한 선을 그려냈다. 상당히 멋진 모습이었건만 백단영의 검무에 단련된 무흔에게는 시답잖게 보였다.

산동성 제일 문파의 검법이란 호기심 때문에 무흔은 시선을 떼지 않았다.

일 식부터 시작하여 육 식까지 부드럽게 검법이 펼쳐졌다. 문수란은 무흔이 집중해서 자신을 바라보자 흥에 겨워 더욱 열심히 검법을 펼쳤다.

그녀는 검법을 천천히 한번, 제대로 한번 두 차례 전체 초식을 선보인 다음 어깨를 쫙 펴고 무흔 앞에 섰다.

“어때요?”

잠시 혼자만의 고민에 싸여 뭔가를 생각하던 무흔이 손을 내밀었다.

문수란이 홍조를 띠며 슬그머니 손을 맞잡았다.

“아, 그거 말고 검을 줘보세요.”

화들짝 정신이 든 문수란이 자신의 검을 건넸다.

무흔은 머릿속에서 다시 초식을 그려본 다음 그녀의 검을 가볍게 휘둘렀다. 놀랍게도 일 식부터 육 식까지 조금도 틀리지 않고 검법이 그대로 재현됐다.

“제마육검법이 이렇게 돌아간 거죠?”

무흔의 시범에 취해있던 문수란은 질문을 받자 화들짝 놀랐다.

그제야 그녀는 무흔이 그녀의 검법을 조금도 틀리지 않고 그대로 반복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충격을 받았다. 이 검법이 일반 제자용이라 쉽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한번 본 것을 그대로 재현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어벙한 표정을 짓는 그녀에게 무흔이 다시 자세를 취하며 말했다.

“제마육검법은 이렇게 바꿔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사 식에서…….”

무흔은 사 식을 펼치면서 원래의 검초가 더 매끄럽게 이어지도록 초식을 살짝 변형했다. 사식의 위력이 훨씬 증가했다.

“그리고 육 식에서…….”

무흔은 육 식의 후반부를 일부 바꾸었다.

기존의 검법 특징을 그대로 가져오면서 동작이 더 원활하고 간결해지도록 교체한 것이다. 물론 위력은 더 증가했다.

“그리고 육식 뒤에 칠 식을 하나 더 붙여도 좋겠어요.”

무흔이 동작을 바꾸며 검을 휙휙 대충 휘둘렀다.

지금까지 보였던 검초와 닮았으나 훨씬 위력적인 새로운 검식이 펼쳐졌다. 이 검식의 위력은 유명 검법에도 뒤지지 않을 독보적인 수준이었다. 검이 허공을 가르면서 일으키는 파공음이 그 위력을 확연하게 증명했다.

시현을 마친 무흔이 검을 건넸다.

“자, 해보시죠?”

검을 돌려받은 문수란은 어정쩡한 자세로 머뭇거렸다. 무흔이 그녀를 재촉했다.

“자, 사 식부터. 그렇죠. 그렇게.”

문수란은 무흔이 시키는 대로 방금 보았던 초식을 따라 했다. 확실히 원래의 초식보다 매끄럽게 이어지는 듯했다. 한두 차례 더 반복하던 그녀는 육 식으로 넘어갔다.

무흔의 지도로 펼쳐본 육식 역시 마찬가지로 훨씬 좋아졌다. 게다가 그 위력이 급상승했다.

그리고 이어진 칠 식. 무흔의 인도에 맞춰 가볍게 검을 움직여본 후 본격적으로 펼친 칠 식에서 그녀의 입이 쩍 벌어졌다.

“이, 이게 정말인가…….”

마지막 칠 식은 엄청난 위력을 드러냈다. 주요 제자들만 익히는 의정검법마저 능가할 수준이었다.

“어때요?”

정신을 못 차리는 그녀를 무흔의 목소리가 일깨웠다.

“자, 잠시요. 다시 한번 해보고요.”

문수란은 정신을 가다듬은 후 전력을 기울여 제대로 다시 검을 움직였다. 이번에는 내공도 검에 불어넣었다.

휙- 휙-

파공음이 일면서 손에 착착 감기는 검초가 대단히 기분이 좋았다.

그녀의 신형이 어지럽게 움직이면서 검이 춤을 추었다. 마침 밥을 먹고 나오던 사람들이 그녀의 검무를 보고 입이 쩍 벌어졌다.

“우와! 역시 의정선자다!”

“저게 무슨 검법이지? 위력이 끝내주는데?”

여기저기에서 감탄사가 연발했다.

정작 문수란은 검식에 푹 빠져 그 탄성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

파아앙-

허공을 향해 마지막 일격을 내려친 문수란은 그제야 검을 회수하고 호흡을 골랐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이 마지막 초식이야말로 그녀를 새로운 검법의 세계로 이끌어 주고 있음을.

“아아!”

감격한 문수란이 무흔을 찾았다. 빙그레 웃는 무흔을 향해 그녀는 고마움을 표했다.

“정말 대단한 검식인데요. 고, 고마워요.”

천상문 제자들과 객잔에서 나오던 백단영은 사람들이 뒤뜰에 모여 있자 무슨 일인지 궁금해서 고개를 내밀었다. 무흔과 문수란이 마주 보고 웃는 것을 본 그녀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

백단영은 한차례 무흔을 흘겨보고는 천상문 제자들과 함께 바로 떠났다.

그녀를 발견하고 반가움에 손짓하려던 무흔의 손이 슬그머니 내려갔다.

“진짜 천재 맞네요.”

초식에 감격한 문수란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무흔을 칭찬했다.

그녀는 생애 처음으로 무공의 신을 오늘 만났다. 한번 본 후 모든 초식을 그대로 따라 하고 그 초식을 보완하여 새로운 초식까지 덧붙여주는 믿을 수 없는 능력을 지닌 사람 말이다.

무흔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이 흠모에 젖어 들었다.

정작 무흔은 백단영 때문에 다급해졌다.

“오늘은 여기까지. 얼른 가봐야겠습니다.”

사람들의 시선이 모일수록 불편해진 무흔은 양해를 구하고 재빨리 군웅 사이로 사라졌다.

문수란은 그의 뒷모습을 보며 내심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어째 놓쳐서는 안 될 남자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

 

백단영은 천상문 문하생 네 사람을 성심껏 대했다.

그녀가 천상신모의 진전을 이어받았음을 안 네 문하생도 깍듯하게 받들었다.

배분으로 따진다면 백단영은 그들에게 사백조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신분이었다. 넷 가운데 인질로 잡혀갔던 아교는 특히 백단영에게 존경심을 표했다. 백단영이 그날 괴인들을 무자비하게 혼내는 것을 목격한 덕분이다.

“문주님인 천상신녀께서 천상문의 무공을 복원하려고 노력하셨지만 그게 쉽지 않았어요. 가장 중요한 심법 구결이 실전된 데다 천상비연검법을 비롯한 여러 무공이 천상신모께서 실종되신 이후로 모두 끊어져 버렸으니까요.”

사실상 천상문은 껍데기만 남아있었다. 남은 무공은 평범한 제자들이 익힌 일반적인 무공뿐이다. 천상문이 몰락을 피할 수 없었던 이유다.

“사백조께서 실전된 무공을 알고 계신다면 문주님께서도 무척 좋아하실 겁니다.”

아교의 기대감 넘치는 말에 모두가 동조했다. 그녀들에게 백단영은 문파의 부흥을 가져올 인물이었다.

“사백조라고 부르지 말라니까. 그렇게 부르면 아직 시집도 못간 내가 엄청 늙은 것 같잖아. 그냥 사저라고 불러.”

“그래도 어찌…….”

주저하는 문하생 사이에서 아교가 그녀의 난감함을 덜어주었다.

“그럼 앞으로 사저라고 부를게요.”

살짝 부끄러워하는 아교를 미소로 응답해준 백단영은 뒤를 따라오는 무흔에게 시선을 돌렸다.

“무흔, 들었지? 이제 네가 도와줄 차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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