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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속의 엑스트라 170화

무료소설 무림 속의 엑스트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29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170화

170화. 절대마령 (2)

 

 

 

옥소마희의 얼굴에 공포가 떠올랐다.

“안됩니다.”

“왜?”

“위험해요. 절대마령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최강의 무력이니까요.”

“나도 알고 있다. 단지 한번 살펴보려고.”

태연하게 대꾸하는 무흔을 옥소마희가 재차 조심스럽게 살폈다.

무흔의 표정을 한참 살피던 그녀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얼굴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의를 확인한 것이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그곳은 금지 구역입니다. 교주를 제외한 다른 사람은 갈 수 없는 곳이지요. 저 역시 그곳을 방문할 권한이 없음을 알고 계시기 바랍니다.”

“알았다.”

무흔은 그녀의 대답 이면에 숨은 걱정을 인식했다. 금지이기 때문이라기보다 절대마령과 부딪힐 우려를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절대마령이 숨겨져 있는 동혈은 마교 본산이 있는 천마산의 꼭대기 부근에 있었다.

두 사람은 꽤 먼 길을 걸어 마교의 절대 금지 구역에 도착했다. 우려와 달리 지키는 경계병은 없었다. 이 산간오지에 올 사람도 없을 터이니 당연한 현상인가.

어둠 속에 만난 동굴 입구는 스산했다.

“여기부터는 조심하셔야 합니다. 과거에는 절대마령이 잠들어 있었으나 지금은 깨어 있는 상황입니다. 언제 공격할지 모릅니다.”

옥소마희가 수시로 주의를 당부했다.

아마 그녀는 무흔이 절대마령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고 생각했음이 분명했다. 실제로는 무흔은 절대마령이 얼마나 무서운지 안다. 그래서 이곳에 온 것이다.

무흔은 지금 당장은 자신이 절대마령의 상대가 되지 못함을 안다. 하지만 미래를 위해 절대마령의 약점을 찾아볼 생각이었다. 마침 서고에서 귀혼마령대법을 읽고 그 대법을 5성이나 터득한 상태다. 단지 절대마령을 더 확실하게 알아보고 싶어졌을 뿐이다.

“이 동혈 깊은 곳에 한빙소란 연못이 있고, 그 연못에서 절대마령이 백여 년간 잠들어 있었습니다. 지금은 한빙소와 상관없이 이곳 동혈을 거주지처럼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옥소마희가 어두운 동굴 속으로 조심해서 들어가며 아는 내용을 설명했다.

내부는 비록 어두웠으나 무공이 뛰어난 두 사람에게는 장애물이 되지 못했다.

무흔은 동굴을 따라 들어간 지 일각이 채 되지 않아서 어둠 속에 흐릿한 형체를 드러내고 있는 사람의 윤곽을 발견했다.

앞장섰던 옥소마희가 걸음을 멈추자 무흔 역시 그녀를 따라 벽에 바짝 붙어 기척을 숨겼다.

어둠 속에 우뚝 서 있는 세 절대마령이 보였다.

무흔은 이들 셋이 인간인지 아니면 강시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겉으로 보기에는 살아있는 사람과 같았으나 그들에게는 전혀 생기가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흔은 절대마령의 옷차림으로 그들이 남자 둘에 여자 하나임을 확인했다.

무흔은 머릿속에서 귀혼마령대법을 떠올렸다.

절대마령을 만들려면 살아있는 사람이 필요했다.

해당 사람을 한빙소에 담근 후 삼십 년 동안 동면에 빠지게 한다. 이 삼십 년간 절대마령은 끊임없이 한빙소에서 기운을 흡수하며 강화된다. 삼십 년이 지나면 귀혼마령대법을 이용해 절대마령을 깨울 수 있다.

백 년 전 정마대전 당시 세 절대마령을 깨울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당시 교주였던 파천마종은 어떤 이유에서였는지 절대마령을 깨우지 않고 그대로 내버려 두었다.

이후 백 년이 흘러 지금에 이르렀다.

눈앞의 세 절대마령은 무려 한빙소에서 백삼십 년이나 기운을 흡수했기에 상상하기 힘든 괴물로 성장했다.

절대마령을 깨우는 방법은 귀혼마령대법을 따르지만 깨어난 절대마령을 제어하려면 교주의 신물인 마화령을 이용해야 한다. 이 마화령으로 명령을 내릴 수 있는 두 사람을 절대마령에게 각인하는 것이다.

그리고 교주 혈천마종이 사라진 지금 절대마령을 제어할 수 있는 사람은 사마극이 유일했다.

‘한빙소에서 백 삼십 년……. 이들은 얼마나 괴물로 성장했을 것인가.’

두려움이 스멀스멀 솟아오르자 무흔은 강하게 고개를 저었다. 어떻게든 절대마령을 해결해야 백단영이 살아남을 수 있다.

“어떻게 하실 겁니까?”

옥소마희가 전음으로 물어왔다.

무흔은 마찬가지로 전음으로 대답했다.

“조금 더 살펴보겠다.”

무흔은 조심해서 미끄러지듯 앞으로 나아갔다.

흐릿하던 절대마령의 모습이 더욱 똑똑하게 보였다. 똑바로 서 있었지만 그들은 마치 잠이 든 듯 눈을 감고 있었다.

움직임이 없자 무흔은 용기를 내고 조금 더 거리를 좁혔다.

바로 앞까지 접근했음에도 절대마령의 반응이 없었다. 무흔은 절대마령이 호흡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역시 이들은 살아있는 사람은 아니다.’

죽었던 자들은 아니기에 강시로 분류할 수 없더라도 사실상 강시와 같다고 판단했다.

여전히 아무런 반응이 없자 무흔은 점점 호기심이 일었다.

슬슬 겁이 없어진 무흔은 세 절대마령 가운데 중앙에 서 있는 중년의 남자 뇌천마령의 눈앞에서 손을 휙휙 저어봤다. 다행히 뇌천마령은 조금의 움직임도 없었다.

다만 무흔은 휘저은 손에서 특이한 기감을 느꼈다. 절대마령 주위로 일종의 호신강기가 은은하게 어려있는 듯한 그런 느낌이다.

‘특이한데?’

무흔은 뇌천마령 앞에서 고민에 빠졌다.

만일 지금 그가 절대마령을 공격하면 어떻게 될까? 절대마령을 제어할 수 있는 사마극이 없는 상태에서도 절대마령이 잠에서 깨어날까? 깨면 어떤 행동을 할까?

가장 중요한 핵심은 그의 공격으로 절대마령을 파괴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어둠 속에서 무흔은 천천히 내력을 끌어올렸다.

천강십이수를 활용한 수강.

그의 손끝에 하얀 수강이 어렸다.

그 순간.

뇌천마령의 눈이 번쩍 떠졌다.

 

***

 

어둠이 깔린 동정호에 한 척의 유람선이 유유히 떠다니고 있었다.

유람선 내부에는 은은하게 불이 밝혀져 있었으나 외부로 노랫소리나 음악 소리는 새어 나오지 않았다.

유람선 내부의 커다란 둥근 탁자에는 몇 가지 요리와 술잔이 놓여 있었다.

탁자에는 네 명의 인물이 심각한 표정으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좌중을 주도하는 인물은 바로 혈각마신. 혈각의 각주이자 현 사마련의 련주로 사실상 사파의 종주로 자리한 인물이다.

혈각마신이 좌중을 향해 술잔을 들었다.

함께 자리하여 술잔을 비우는 세 인물은 천지문주와 파천회주, 살궁주였다.

다만 전과 달라진 점이라면 멸겁방주와 광혼곡주가 사라지고 그 자리를 파천회주와 살궁주가 대신했다는 점이다.

멸겁방주와 광혼곡주가 얼마 전 백단영에 의해 죽음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한잔 술을 비운 천지문주가 한탄하며 혈각마신을 질책했다.

“이쪽으로는 마교에 치이고 저쪽으로는 무림맹에 치이고. 세상 살기 힘들군요. 지난번에 사마극이 강압적으로 요구했을 때, 혈각마신께서는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하지 않았소?”

천지문주의 한탄에 파천회주가 동조했다.

“이번에 무당산 대전에서 사마련의 피해가 매우 큽니다. 이대로는 더 버티기 힘듭니다. 무슨 수를 내야 합니다.”

순간 좌중의 시선이 혈각마신에게 모이자 혈각마신이 잔잔한 미소를 머금으며 대답했다.

“하하, 아직 기억하시는군요. 그렇습니다. 드디어 대책을 마련했습니다!”

혈각마신의 선언에 모두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나타냈다.

최근 마교의 간섭이 심해지면서 사마련은 어떻게든 마교와 대등한 지위를 회복하려 애썼으나 현실은 갈수록 힘들어졌다.

그들은 점창파와 무당파 대전에서 마교의 요구로 무림맹에 대항하다가 엄청난 손해를 입었다. 이대로라면 사마련 연합이 깨질 판이었다. 하지만 사마극을 비롯한 마교의 무력에 주눅이 들어 항의조차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래서 제가 네 고수를 초빙했습니다.”

혈각마신의 말에 모두 호기심을 드러냈다.

사파 쪽의 최강고수는 사실상 사마련의 수뇌부가 전부다. 마교에 대항할만한 자가 없다. 그렇다고 정파 쪽의 고수를 초빙하지는 않았을 테니 의문이 든 것이다.

“그래서 그게 누굽니까?”

천지문주가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며 물었다.

혈각마신이 빙그레 미소를 머금으며 대답했다.

“직접 보시지요.”

모두의 궁금증을 안고 혈각마신이 유람선 내실로 시선을 돌렸다.

마침 그 순간 내실을 가렸던 휘장이 열리고 네 사람이 등장했다.

노인, 장한, 스님, 중년 미부까지. 위풍당당한 걸음으로 등장한 네 사람을 본 좌중의 인물들이 입을 쩍 벌렸다.

바로 새외 사대고수다.

세간에 북해검후, 대막혈사, 남해수신, 서역광불이라 알려진 공포의 마두들이었다.

이 중에 독사같이 생긴 빼빼 마른 노인이 대막혈사였고, 건장한 중년 장한으로 턱수염을 터부룩하게 기른 자가 남해수신이었다. 얼핏 기루를 총괄하는 미부처럼 보이는 여인은 북해검후였고 낡은 가사를 입고 연신 손가락으로 염주를 굴리는 스님이 서역광불이었다.

이들은 중원을 제외한 새외에서 최근 십여 년간 최강고수로 불리는 자들이었다. 그 무공은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모두 중원에서도 최고봉에 이르렀을 그런 인물들이었다.

“오오! 정말 대단한 분들을 모셨군요.”

살궁주가 감탄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새외 사대고수를 맞이했다.

“크하하, 중원 사마련의 핵심을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이요.”

대막혈사가 거친 음성으로 인사말을 건넸다.

사마련 쪽 사람들은 그들을 환영하면서도 혈각마신에게 의혹을 눈길을 보냈다.

새외 사대고수의 무력은 분명히 인정할 만하다. 하지만 이들은 아무런 대가 없이 움직일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러자 혈각마신이 곧바로 의문을 해소했다.

“여러분께서 궁금증이 많으실 줄 압니다. 하지만 걱정 않으셔도 됩니다. 마교 및 무림맹을 치는 일에서 우리 사마련은 새외 사대고수와 연합하기로 했습니다.”

“연합이야 좋습니다만 대가는 어떤 겁니까?”

살궁주의 질문에 혈각마신이 여유롭게 대답했다.

“우리의 적은 마교와 무림맹입니다. 새외 사대고수 분들께서도 최근 마교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분들께선 개인적 능력은 있으나 조직력이 부족하죠. 우리는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줄 수 있습니다. 연합해서 공동의 적을 무찌르고 나머진 그 이후에 생각하면 됩니다.”

새외 사대고수의 일인인 대막혈사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크하하, 우리는 일대일로 겨룬다면 누구든 이길 자신이 있소. 여러분들이 무서워하는 마교 소교주 사마극도 충분히 상대할 자신이 있소. 하지만 마교 전체를 우리가 상대할 수는 없소. 우리가 마교 수뇌부를 요절내면 여러분들이 남은 잔당을 쓸어주시면 되오. 무림맹도 마찬가지. 그래서 연합이 필요한 거요.”

대막혈사의 호언장담에 사마련 쪽 사람들은 용기백배했다.

혈각마신을 비롯한 사마련 주요 인물들은 적어도 이들 새외 사대고수의 무공이 자신들보다 높다고 평가하고 있었다. 이들이라면 정말 사마극을 상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만큼 지금까지 들려온 소문이 놀라웠으니까.

“아미타불, 적어도 일 년 이내에 마교와 무림맹의 수뇌부를 싹 정리해드리리다.”

이번에는 서역광불이 가세했다.

혈각마신은 이들의 장담대로 일이 쉽게 풀리지 않으리란 생각을 했으나 별달리 고민하지 않았다. 어차피 이들이 죽든 말든 사마련이 타격받을 일은 없다. 적어도 지금 당장 이들의 가세는 분명히 사마련에 도움이 되니까.

그가 흐뭇하게 미소를 짓고 있을 때 남해수신이 먼저 말을 꺼냈다.

“그러잖아도 손이 근질근질하던 참이오. 중원에 들어온 기념으로 한 건 해볼 생각인데 좋은 건수 없소?”

혈각마신은 사마극이란 이름이 목구멍까지 흘러나오는 것을 가까스로 삼켰다. 처음부터 최강자와 붙일 필요는 없다. 이들은 두고두고 써먹어야 할 중요한 전력이니까.

그가 고민하고 있을 때 천지문주가 무릎을 탁 쳤다.

“하하, 좋은 말씀이십니다. 마침 우리가 고민하는 자가 있습니다. 한번 손을 봐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게 누굽니까?”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자 천지문주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얼마 전 사마련의 간부 두 분께서 살해되었음을 아실 겁니다. 광혼곡주와 멸겁방주죠. 어찌 복수하지 않고 그냥 넘어갈 수 있겠습니까?”

혈각마신도 지금이야말로 절호의 복수 기회란 생각을 했다.

이대로 물러서기엔 사마련의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하지만 복수하려니 만만한 인물도 없던 상태였다.

새외 사대고수야말로 적임자였다.

“아미타불, 그게 누구요?”

서역광불의 질문에 혈각마신이 느릿하게 운을 뗐다.

“천향무후 백단영이라고…… 무림맹 소속이요. 나이가 불과 스물에 불과한 어린 여자요. 일각에서 무림삼화라고 칭송하는 것 보면 꽤 예쁜가 봅니다만 무공은 그다지…….”

혈각마신은 말을 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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