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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속의 엑스트라 166화

무료소설 무림 속의 엑스트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89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166화

166화. 죽서루 (3)

 

 

 

무흔은 재빨리 방안을 쭉 훑었으나 마땅하게 그녀들을 가릴 옷가지를 찾지 못했다.

“어휴…….”

도망치지 못하도록 수를 써놓은 것이 분명했다.

무흔은 차분하게 그녀들에게 물었다.

“난 여러분을 구하러 왔습니다. 혹시 옷이 어디에 있는지 아시나요?”

머뭇거리던 여자들 가운데 용기를 낸 한 사람이 위층을 가리켰다.

“이 층 첫 방에 있어요.”

답변을 듣자마자 무흔이 바람처럼 사라졌다가 나타났다. 그는 한 움큼 집어온 옷가지를 여인들에게 던졌다.

“여러분 가운데 자의로 이곳에 온 사람 있습니까?”

대답이 없었다.

“그럼 모두 팔려온 것인가요?”

마찬가지로 묵묵부답이었다.

무흔은 그녀들이 그를 믿지 못하고 겁내고 있다고 판단했다. 장기간 이곳에 감금된 결과였다.

“여러분은 이제 자유입니다. 나를 따라오시죠.”

무흔이 앞장서자 머뭇거리던 여인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당연히 몇 발자국 걸어가기도 전에 앞을 막아서는 자들이 있었다. 자색회에서 파견된 호위무사다. 검을 든 자세를 보니 대충 이류무사 급은 되어 보였다.

“비켜라!”

무흔의 외침에도 그들은 물러설 생각을 하지 않았다. 호위무사도 밥값을 해야 하니 너무 당연한 이야기인가. 뒤를 돌아보니 여자들의 안면에 절망이 가득했다.

일단 저들을 안심시키는 일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압도적인 무력을 보여줘야 했다.

무흔이 허공에 손을 쓱 저었다.

“헉!”

자색회 무사들이 들고 있던 검이 저절로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수십 개의 검이 마치 군무를 추는 것처럼 허공을 선회하다가 지면으로 내리꽂았다.

후두둑-

“허억!”

실로 장관이었다. 무사들은 발 앞에 비가 내리듯 검이 꽂히는 순간 기절할 듯 뒤로 쓰러졌다.

“막으면 죽는다.”

경고를 날린 무흔은 성큼 걸음을 옮겼다. 그의 뒤로 여인들이 우르르 따라왔다.

 

***

 

다시 본관으로 들어가서 한바탕 했더니 겁에 질린 손님들 일부는 도망치고, 일부 무사와 기녀가 뒤섞여 난리를 벌이고 있었다.

무흔은 책임자를 찾았다.

오십 대가량 되어 보이는, 빼빼 마른 장년인이 겁에 질려 앞으로 나왔다.

“네, 네놈은 누구냐? 감히 여기에서 이런 짓을 하다니! 여기는 무림맹 바로 앞이다!”

이곳 개봉의 유흥가와 다른 곳의 차이점이라면 무림맹 덕분에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 때문에 큰 방파에서 보호를 명목으로 끼어들지도 않았다.

자색회라는 피라미 방파가 관여할 뿐이다.

이미 자색회가 무흔을 상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장년인이 무림맹을 들먹이고 있었다.

그 말에 무흔은 내심 고소를 머금었다.

이게 어디에서 감히 무림맹을 팔아. 무림맹에서 나온 사람을 앞에 두고.

“넌 누구냐?”

“초, 총관이다.”

이곳 죽서루의 총책임자는 총관인 모양이었다.

“크크, 무림맹? 내가 바로 무림맹이거든. 주인을 불러와라.”

“이, 이런 무법자가!”

총관이 부들부들 떨며 욕설을 내뱉었다.

어차피 그가 상대할 사람이 아닌지라 무흔은 뒤에서 떨고 있는 소녀들부터 살폈다. 그 가운데 유달리 똑똑해 보이는 여인이 있었다.

무흔이 그녀를 향해 손을 까닥였다.

“저요?”

다행히 소녀는 겁에 질리지 않고 제정신이었다.

“네, 이쪽으로 와보세요.”

무흔이 조심스럽게 그녀를 끌어냈다.

소녀는 주위를 둘러보면서 한참 주저하다가 결국 결심한 듯 주먹을 꾹 쥐고 앞으로 나섰다.

“이곳에 언제 왔어요?”

“보름 전에요.”

“어쩌다 여기에 왔죠?”

“잡혀 왔어요. 우리 집이 낙양에서 십 리쯤 떨어진 외곽에 있는데요, 저희 아버지는 낙향한 문사이고요. 보름 전 달이 없던 날 밤에 잠자리에 들었다가 눈을 떠보니 여기였어요.”

소녀의 하소연에 무흔은 작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이건 빚 때문도 아니라 완전히 납치 아닌가. 민간 소녀를 납치한 것은 악질 중의 악질이었다.

“감히 네놈들이 여염집 아낙을 납치해? 그러고도 무사할 줄 알았어?”

무흔이 버럭 소리를 지른 후 총관을 향해 손가락을 까닥였다.

“네놈이 직접 납치했냐?”

총관이 사색이 되어 고개를 저었다.

“그럼 누구야?”

“저, 저도 모릅니다. 다만 기녀가 부족하면 주인 나리께서 알아서 데려옵니다.”

주인과 연결된 인신매매조직이 있다는 뜻이었다. 이게 기루의 관행인지는 모르지만 그냥 내버려 둘 문제가 아니었다.

그때 바깥이 소란스러워지더니 한 인물이 나타났다.

예전에 무림다루에서 본 적이 있는 육십 대의 노인이었다.

힘 좀 쓸 것 같은 두 장한을 뒤로 대동하고 노인이 등장하자 총관이란 녀석이 쪼르르 달려가서 고개를 숙였다. 노인은 죽서루의 주인인 허담평이었다.

느긋한 웃음을 머금던 허담평의 안색이 무흔을 발견하고는 살짝 변했다.

“네놈은!”

“흐흐, 그동안 잘 있으셨소? 나도 오늘부터 입구에 버티면서 난장판을 부려볼 생각입니다만.”

“네놈이!”

허담평이 기가 막혀 말을 잇지 못했다. 문득 무흔의 뒤에 무림맹 대주인 풍사검객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한 탓이다.

선기를 잡은 무흔이 뒤에 늘어선 여자들을 가리키며 허담평을 다그쳤다.

“당신, 나쁜 짓 많이 했더군. 인신매매에 납치에… 이 아가씨들은 누구에게 산거지?”

무흔의 일격에 허담평의 안색이 시뻘겋게 변했다. 이대로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되겠다는 판단이 든 것이다. 그렇다고 뒷배인 풍사검객을 생각하니 감히 어떻게 해볼 방법도 없는 터라 눈동자만 굴리기를 몇 차례.

허담평은 무흔이 홀로 이곳에 왔음을 알아차렸다. 뒤에 있는 멍청해 보이는 네 녀석은 무시해도 될 그런 놈들로 보였고.

비록 무흔이 무림맹에 머물면서 무공을 좀 하는 모양이지만, 지금 자신을 호위하는 이 자들도 만만한 사람이 아니다. 꽤 돈을 들여 데려온 빈객이다. 강호에서 왕년에 상당히 이름을 날리던 자들이라 들었으니까.

이 자리에서 무흔을 죽이고 입단속을 한다면 잘 넘어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놈은 무림맹 덕에 주제를 모르고 나대는 놈이 확실하니까.

자신의 뒤에 선 두 고수에게 슬쩍 눈길을 던진 허담평은 안면에 거짓된 웃음을 머금었다.

“허허, 자네 무흔이라고 했나? 다 아는 처지에 왜 그러나? 기녀 대부분은 빚을 갚으려고 열심히 일하는 거네. 나는 그런 일자리를 제공해주는 좋은 사람이고 말이지. 외부인이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라고 보네만.”

“이 아가씨는 납치되었다고 하던데?”

“누가? 우리는 강제로 권한 적이 없다네.”

허담평이 눈을 부릅뜨고 무흔 뒤쪽에 선 여자들을 노려봤다. 여인들이 겁에 질려 바로 몸을 움츠렸다.

“허허, 물어보게. 강요로 이곳에 머무는 사람이 있는지.”

허담평이 비열한 미소를 띠며 주변에서 구경하는 기녀와 여인들을 쭉 훑었다. 당연히 감히 나설 수 있는 기녀는 없었다.

“거보게. 아무도 없잖은가?”

허담평의 목소리가 끝나는 순간이었다.

무흔의 뒤에서 잡혀 왔다고 실토한 소녀가 울부짖었다.

“아녀요! 여기 모두 잡혀 온 거라고요! 우리에게 말을 듣지 않으면 가족도 없애버리겠다고 협박했어요! 저에게도 내일 밤부터 손님을 받지 않으면 혼날 거라고…….”

장내에 온갖 표정이 엇갈렸다.

무흔은 소녀를 진정시키며 말했다.

“오늘 돌아갈 수 있을 거야. 걱정하지 않아도 돼.”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장담이었지만 그 소녀는 눈물을 훔치고 고개를 끄덕였다.

무흔이 기녀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자, 이곳에 있기 싫은 사람은 이쪽으로 오세요. 내가 책임지고 보내드립니다.”

둘러선 기녀들 사이에 동요가 일었다. 그녀들은 무흔과 허담평을 번갈아 살피며 갈팡질팡했다.

소란을 계속 내버려 둘 수 없게 된 허담평이 뒤에 선 호위무사 둘에게 신호를 보냈다.

“저 자식을 해치워라. 주둥이를 놀리지 못하도록 목을 베어 오너라.”

두 장한이 거만을 떨며 앞으로 나왔다.

무흔의 뒤에서 실토했던 소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 아저씨, 어, 어떡해요.”

무흔은 소녀를 향해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잘 보아라.”

그는 한 걸음 앞으로 나간 다음 손을 휙 휘저었다.

우당탕-

앞으로 나섰던 장한이 태풍에 쓸리듯 한쪽 벽에 쿡 처박혔다.

“컥! 이, 이게 어떻게 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감을 잡지 못한 두 장한이 입을 벌리고 가까스로 몸을 일으키려 했다.

이번에는 무흔이 손을 아래로 내렸다.

“컥!”

일어서려던 두 장한의 머리가 바닥에 처박혔다.

그제야 허담평은 무흔이 상상할 수 없는 고수란 사실을 깨달았다.

피식 웃음을 떠올리던 무흔이 다시 손을 허공에서 크게 휘저었다. 멀리서 포위하고 있던 자색회 무사들의 검이 스르륵 뽑혀 올라갔다.

수십 자루의 장검이 무흔의 손에 의해 몰려다니는 장면은 장관이었다. 일반인들은 무시무시한 장면에 감탄했고, 무공을 익힌 자들은 무흔의 절정 무공에 경악했다.

고기 떼가 유영하는 것처럼 장검이 떼 지어 날아다니더니, 허담평과 두 장한의 옆에 떨어져 내리며 바닥에 박혔다.

콰드드득-

허담평이 사색이 되어 주저앉았다.

무흔이 천천히 허담평에게 걸어갔다.

“관부로 갈래? 아니면 무림맹으로 갈래?”

그간 행했던 나쁜 일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의미였다.

그 말에 허담평이 사색이 되어 넙죽 엎드렸다.

“나, 나리, 살려주십시오!”

무흔이 엄청난 고수임을 깨달은 두 장한 역시 넋이 나가 있었다. 허공섭물을 저렇게 무자비하고 자유자재로 쓰는 자를 평생 본 적이 없었다.

상황이 바뀌자 무흔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가장 먼저 용기를 냈던 소녀의 안색이 환하게 밝아졌다. 그녀의 뒤에서 무흔과 함께 이곳으로 왔던 신입들 모두 새로운 희망을 접한 듯 환호했다.

“자, 다시 묻겠다. 강압으로 이곳에서 일하는 자는 모두 나서라. 지금이야말로 풀려날 기회니까. 빚이 있더라도 묻지 않겠다.”

무흔의 선언에 장내가 술렁였다.

대부분 기녀가 무흔의 뒤쪽으로 옮겼다. 허담평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봐라, 모두가 너의 불법을 증명하고 있다.”

“사, 살려주십시오.”

허담평이 어쩔 수 없이 엎드렸다.

무흔은 엎드린 허담평 앞에 쪼그리고 앉아 그의 머리채를 잡았다. 머리가 아파 안면을 찡그리는 허담평을 향해 나직이 속삭였다.

“내가 누구냐?”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해 잠시 눈을 굴리던 허담평이 대답했다.

“무림맹 대, 대협이십니다.”

“그것 말고.”

“무, 무림다루 주인이십니다.”

무흔이 허담평의 머리를 툭툭 치며 귓가에 속삭였다.

“우리 책사님께서 여기 죽서루를 원하신다.”

“예? 마, 만박노사가?”

놀란 허담평이 더는 말을 잇지 못하고 입만 뻐끔거렸다. 무림맹 책사라면 무림맹 대주보다 훨씬 위쪽의 인물이다. 그야말로 맹주 이외에는 감히 입에 올리기도 어려운 그런 권력자다.

무흔이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금전 오만 냥을 주마. 어떠냐?”

허담평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시세는 그보다 훨씬 비싸다. 금전 오십만 냥이라도 팔지 않을 것이다.

“그… 그건…….”

“잘 생각해봐라. 그것도 많이 쳐주는 거다. 여기 죽서루 가격의 대부분이 유명한 기녀 때문 아니냐? 그런데 그 기녀는 불법이라 풀어줘야 한다. 남은 것은 기껏 건물 하나다. 오만 냥이면 많이 쳐준 것 같은데?.”

무흔의 논리대로라면 틀린 말이 아니지만 허담평은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허담평은 주위를 둘러보며 원군을 찾았다. 돈을 주고 고용한 빈객 둘과 자색회 호위무사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뒤로 물러나 있었고, 평소 그를 신처럼 받들던 기녀들은 하나같이 무흔 쪽으로 이동해 있었다.

“으으…….”

“싫은가 보네. 알았다. 오늘부로 여기 문 닫아보자.”

무흔이 벌떡 몸을 일으켰다.

허담평은 최근 무림다루에 도는 주인의 소문을 떠올렸다.

무림맹에서 뒤를 봐주고 있다는 소문부터 시작해서 낙양의 어마어마한 상단의 자금이 들어와서 곳곳에 다루와 객잔을 확장 중인 현실까지. 여기에서 버틴다고 해도 그 끝이 보였다. 아마 무림맹에서 불법을 추궁하러 몰려올 것이 확실했다.

오만 냥이면 건물 값으로는 많이 쳐준 셈이다. 사실 불법적인 부분을 제외하면 죽서루는 껍데기밖에 없다.

“하, 하겠습니다.”

허담평이 무흔의 다리를 잡았다.

그다음부터는 일사천리였다. 무흔은 영업정지를 명했다. 기녀들의 일당을 두 배로 올리고 원치 않는 사람은 고향으로 돌아가게 했다.

오늘부터 한 달 동안 이곳을 새롭게 단장할 것이다. 절반을 주루로 바꾸고 나머지 절반을 기존의 기루 형태로 유지하는 것으로. 앞으로 이곳에서 얻어지는 강호의 정보는 그에게로 집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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