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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속의 엑스트라 164화

무료소설 무림 속의 엑스트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0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164화

164화. 죽서루 (1)

 

 

 

무당산 앞에서 정파와 사파의 대접전이 벌어졌다.

무림맹과 사마련이 대치하고 있던 상황에서 무림맹 측이 먼저 작전을 개시한 것. 기습을 당한 사마련 측은 당연히 대혼란 속에 큰 피해를 봤다.

무림맹 백호대와 무당파 문인들은 거침없이 사마련 연합을 밀어붙였고, 그 뒤에서 용봉대가 적절하게 마교의 적살대를 견제하면서 전투는 점입가경으로 치달았다.

이전에 벌어졌던 청성파 전투에서는 청성파의 멸문으로 결말이 났고, 점창파의 경우에도 무림맹의 큰 피해로 귀결되었다면 이번 무당파 전투에는 그 반대 양상이 나타났다. 무림맹 측의 피해보다 사마련 측의 피해가 월등히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무림맹에 새로운 희망이 등장했다.

바로 화산파의 장후성이다.

예전부터 일룡이라 불리며 후기지수 최강이었던 그는 이번 전투를 기점으로 불사신룡이란 새로운 별호를 얻었다.

무당산 전투에서의 눈부신 활약으로 잠룡에서 기지개를 켰으며, 무림맹주인 의천진인에 버금가는 최강자로 떠오른 것이다.

무당산 전투 직후 정파에서는 불사신룡을 연호했고, 사파에서는 그 이름만 들어도 꽁무니를 빼는 현상이 나타났다.

불사신룡 장후성! 정파의 새로운 희망이었다.

한편 불사신룡과 함께 새롭게 떠오른 또 하나의 이름이 있었다.

바로 천향무후 백단영!

일부 사람들은 물음표를 남기기도 했으나, 천향무후란 별호 역시 정파 무림의 새로운 신성으로 등장했다. 특히 그녀는 아름다운 용모 때문에 무림삼화로 일컬어지며 더욱 큰 주목을 받았다.

 

***

 

거대한 마신상이 양쪽으로 도열한 중간에 커다란 탁자가 놓여 있고 탁자의 좌우로 십여 명의 사람들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앉아 있었다.

놀랍게도 그들이 풍기는 마기는 세상을 질식시킬 듯 강렬했다.

탁자의 가장 앞쪽 상석에는 검붉은 용포를 입은 오십 대의 남자가 무거운 표정으로 장내를 노려보고 있었다.

마교 교주인 혈천마종 독고황.

그의 강한 눈빛에 탁자에 줄을 지어 앉은 모든 마교인은 머리를 들지 못했다. 한참 동안 불편한 심기를 내보이던 독고황이 이윽고 입을 열었다.

“흑살대와 적살대가 사실상 무력화된 것이 사실인가? 대체 어떻게 운영했기에 그렇게 된 거지?”

탁자에 앉은 사람들의 시선이 사마극에게 쏘아졌다.

사마극이 조심스럽게 답변했다.

“우리의 피해도 크지만 무림맹의 피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도 자랑하던 청룡대와 백호대가 깨졌으니까요.”

“허어!”

독고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뜻으로 연신 잔기침을 했다.

“더하여 적의 전력을 확실히 알아냈습니다. 새롭게 등장한 불사신룡과 천향무후를 분석했으니까요.”

“천향무후까지? 천향무후는 무당산 전투에 없었던 것으로 아는데?”

“천향무후는 마극삼비가 직접 그 무위를 확인했습니다.”

사마극의 대답은 거침없었다.

엄밀히 그 피해를 따진다면 마교 측보다 무림맹의 피해가 컸다. 마교의 경우는 사마련을 칼받이로 쓴 효과가 컸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절대무적이라 평가받던 두 부대가 붕괴된 심리적 상실감은 지금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상당한 타격을 입히고 있었다.

정작 일을 벌인 당사자인 사마극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말이다.

“절대마령이 투입될 다음 전투부터는 우리의 독무대가 될 것입니다.”

사마극이 강력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 순간 다른 소교주인 혁무휘가 제동을 걸었다.

“애초에 무당산 전투부터는 절대마령이 참전하기로 계획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계획을 개인적인 욕심 때문에 절대마령 없이 진행하다가 큰 피해가 발생한 것 아닙니까. 그 책임을 가볍게 넘기시면 안 됩니다.”

혁무휘의 도발적인 발언에 일부 사람들이 동조했다.

사마극이 혁무휘를 쏘아보며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이번 전투는 마화령 발견 이후 높아졌던 사마극의 위상을 떨어트린 사건이었다.

이를 사마극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어차피 전투란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는 법이다. 사실 진 것도 아니었다. 상대도 그만큼 타격을 받았으니까.

하지만 경쟁자는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고 물어뜯기 마련이다.

사마극은 내심 이빨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솟구쳤으나 그는 간신히 억눌렀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좋은가?”

독고황의 질문에 다른 한 마교인이 대답했다.

“우리의 핵심 전력은 절대마령입니다. 절대마령이 건재하는 한 다른 타격은 별것 아닙니다. 다만 사마극 소교주님께서 절대마령마저 함부로 사용하실까 염려됩니다. 당분간만이라도 절대마령 제어권을 회수함이 어떠실지요? 적살대의 복수에 눈이 멀다 보면 무리수를 두기 쉽습니다.”

장내에 싸늘한 기운이 내려앉았다.

마화령과 귀혼마령대법을 이용하여 부활시킨 절대마령은 교주 독고황과 사마극만이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사실상 마교의 절대 무력을 소유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니 절대마령의 제어 권한을 회수하겠다는 것은 이 절대 무력을 빼앗겠다는 것과 같다. 사마극이 다른 소교주와 동등하게 떨어지는 순간이다.

“안 됩니다. 마화령을 찾아오신 사마극 소교주의 공헌을 저버리시면 안 됩니다.”

다른 한 마교인이 머리를 조아렸다.

순식간에 장내는 사마극의 지지 세력과 반대 세력으로 나뉘었다.

지금까지 첫째 소교주인 사마극을 이처럼 대놓고 견제하는 경우는 없었다. 사마극은 당황한 표정으로 혁무휘를 노려보았다. 그러자 혁무휘의 빈정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감히 저놈이…….’

물론 언젠가는 본색을 드러낼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게 지금이라니.

속셈이 복잡해진 사마극을 조용히 지켜보는 시선이 있었다. 바로 셋째 소교주인 은옥상이다. 그녀는 사마극과 혁무휘의 보이지 않는 접전을 지켜보며 무덤덤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

 

개봉으로 먼저 돌아온 무흔은 연연의방으로 출근했다.

연연의방에는 그가 데려온 사람이 많았다. 의방 일을 도우면서 무공을 익히라고 데려온 양이설을 비롯하여 얼마 전에 맡겨둔 풍소, 여기에 어린아이인 남설약까지.

양이설이 귀의를 도와 연연의방을 잘 이끌어가고 있기에, 무흔의 이런 행동은 폐를 끼치기보다 오히려 도움을 주었다. 하물며 남설약마저 곽연연과 친구가 되어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었다.

연연의방 뒤쪽 연무장에서 무흔은 양이설과 검을 맞대고 있었다.

그가 지금까지 양이설에게 알려준 주요 무공은 복마십팔검법과 창의문 무공을 개선한 검법이었다. 그것만으로도 고수가 되기 충분했지만 양이설은 만족하지 못했다.

창의문을 멸문시킨 혈살이마존에게 복수하려면 그보다 더 강한 무공이 필요했다. 무흔은 이제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동안의 무공 수련으로 양이설도 충분히 기초가 다져졌다.

“오늘 알려줄 무공은 무상벽라검법이고요.”

무상벽라검법은 무흔 역시 잔백수라십이검과 함께 실전에서 자주 사용하는 검법이었다. 잔백수라십이검이 사파 쪽 검법에 가깝다면 무상벽라검법은 정파에 가깝다. 양이설이 익히기에 훨씬 낫다.

무상벽라검법은 운경각 삼 층에서 입수한 검법으로 그 기원이 불분명한 무공이었다.

무상벽라검법은 그 자체로 대단한 무공이긴 했지만, 혈살이마존을 완벽하게 압도하기엔 다소 부족했다. 무흔은 양이설을 위해 특별히 무상벽라검법에 초식 하나를 덧붙였다.

이 마지막 초식이라면 혈살이마존을 무찌를 수 있을 것이다.

“정말요?”

양이설의 눈이 반짝반짝했다.

사문의 원수이자 자신을 겁탈했던 대마두를 제압할 무공이라 하니, 당연히 기대감이 클 수밖에 없었다. 사실 그날 이후 그녀의 바람은 오로지 혈살이마존에게 복수하는 것이었다. 그 첫발을 떼게 된 순간이 감격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둘을 동시에 처리할 수는 없어요. 그 둘은 엄청난 놈이니까요.”

무흔의 경고를 양이설도 충분히 이해했다.

“저도 알아요. 하나씩 처리하면 되죠.”

혈살이마존을 이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신이 난 양이설이었다.

무흔은 무상벽라검법을 천천히 시범 보여주었다. 지금까지 가르쳤던 다른 무공에 비해 확연히 차이 나는 검법의 위력에 양이설은 주먹을 꽉 쥐었다.

“자, 감이 오죠?”

“예전보다 어렵지만 가능할 것 같아요.”

양이설이 씩씩하게 대답했다. 그동안 탄탄하게 다졌던 검법의 기초가 제대로 작동하는 모양이었다.

무흔은 무상벽라검법을 다시 보여준 후 그녀에게 해보기를 요구했다.

양이설의 검이 허공을 가르고 찌르며 멋진 장면을 연출했다. 무흔은 중간 중간에 자세를 교정해주며 운기법을 덧붙였다.

열심히 가르치다 보니 백단영과는 확연히 다른 즐거움이 있었다. 아무래도 신분 차이 때문에 백단영을 제자처럼 가르치기는 어렵다.

“자, 이제 혼자서 처음부터 다시 해봐요.”

양이설을 연습시켜놓고 뒤로 물러서서 구경하고 있자니 풍소가 나타났다.

풍소는 두 번째 무림다루 건설 현장을 점검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무흔이 무림다루 지하에 석빙고를 건설하기로 하면서 설계가 대폭 변경되어 할 일이 많아졌다. 풍소는 무흔의 전령사 역할을 하고 있었다.

“와아! 이설 누나 멋진데요? 저도 얼른 가르쳐줘요!”풍소가 감탄을 발하며 무흔에게 매달렸다.

무흔은 풍소의 머리를 쥐어박으며 말했다.

“이 자식이 기지도 못하면서 날려고 하고 있어.”

“아니라니까요. 저도 무려 십 년 동안 낭인 생활하며 무공을 배웠단 말예요.”

“그게 무공을 배운 거냐? 칼질 배운 거지.”

“그게 그거 아녀요?”

“넌 삼재검법이나 제대로 해.”

“힝, 삼재검법은 십 년 전에 다 뗐는데…….”

풍소가 눈을 부릅뜨고 항의했으나 무흔에게 먹히지 않았다.

기어이 무흔은 풍소에게 삼재검법을 다시 연습하게 했다. 하지만 의욕이 없는지 영 대충 대충이다.

“뭐하냐?”

“삼재검법요.”

“어휴…….”

아무래도 풍소는 무공에 소질이 없어 보였다. 그보다는 무림다루 영업을 관리하고 건물을 새로 짓는 일에 더 재능이 있어 보였다. 차라리 백가상단에 넣어 상단 일을 시켜볼까.

잠시 고민하던 무흔은 풍소가 삼류무공이라 배우기 싫어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좋다, 그럼 삼재검법 말고 다른 것으로 해보자.”

무흔은 양이설에게 가르쳤던 복마십팔검법의 초반부를 가르쳐볼 생각이었다. 만일 이 검법에서도 의욕이 없거나 재능이 없는 것으로 판단되면 사업 경영 쪽으로 전환해야 할 생각이다.

 

***

 

회의를 마치고 나오는 사마극은 분노를 감출 수 없었다.

회의 결과는 그에게 심각한 타격을 주었다. 절대마령에 대한 제어권을 회수하지는 않았지만 잠정적으로 사용을 불허한다는 명령이 문제였다.

“혁무휘 그 자식에게 말렸어.”

사마극은 이 갑작스러운 결정 뒤에 자신을 끌어내리려는 자들의 음모가 있음을 눈치챘다.

사실 그는 혁무휘를 경쟁자로 생각지도 않았었다. 그렇기에 오늘 당한 일격에 대한 심리적 타격이 만만찮았다.

‘역시 교주가 문제다.’

감히 하지 말아야 할 불경한 생각을 떠올린 사마극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감돌았다.

정마대전 이후 마교가 백 년간 죽어지낸 것도 사실 교주의 지나친 몸 사림 때문이었다. 표면적으로는 마화령 핑계를 댔지만, 솔직히 마화령이 없기에 중원으로 나가지 못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

“그렇게 자신감이 없어서야 어떻게 중원을 정벌한단 말인가.”

흑살대와 적살대 사건도 마찬가지였다. 아군의 피해가 두려워 몸을 움츠리면 그것은 적을 도와주는 짓이다. 이를 문제시 삼는 것은 겁쟁이들의 횡포에 불과하다고 봤다.

‘이대로 당할 수는 없지.’

그는 자신의 경쟁자로 부상한 혁무휘를 어떻게 요리할지 생각에 잠겼다.

그의 목표는 당연히 차기 마교 교주였다. 중원정복이야 교주가 된 후 언제든 하면 된다. 마교 교주에 오르려면 가장 방해가 되는 인물이 누구인가. 혁무휘? 은옥상?

그때 순간 사마극은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그가 없애야 할 대상은 혁무휘나 은옥상이 아니라 현재의 교주인 혈천마종 독고황이다.

그는 발걸음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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