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 속의 엑스트라 160화
무료소설 무림 속의 엑스트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63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160화
160화. 다정루 (3)
다음 날 낮에 남궁이화와 백단영이 다정루에 나타났다.
여자 손님이 기루에 등장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에,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모두의 주목을 받았다. 더구나 두 사람 모두 평생 한 번 보기 어려운 미인이었으니 자연스럽게 시선을 끌었다.
다정루에 온 손님들의 관심이 당연했고, 하다못해 다정루의 호위무사인 신흥방 사람들과 기녀들까지 그 시선을 집중했다.
머뭇거리는 백단영과 달리 남궁이화는 거침이 없었다.
쿵쾅거리며 다정루에 입성한 그녀는 평범한 손님이 가장 많은 이 층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러자 행수기녀 다홍이 두 사람 앞에 나타나 간드러진 웃음을 선보였다.
“호호호, 어쩐 일로 미녀 두 분께서 납시었는지요?”
딱히 거슬리는 말투는 없었지만, 내켜 하지 않는 분위기는 분명했다.
남궁이화는 굳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여기 기본 요리가 어떻게 되나요?”
몇 가지 요리를 설명하고 주문을 받은 다홍이 기녀를 옆에 붙일 것인지 물었다. 기루라면 당연히 붙이는 것이 기본이건만, 손님이 여자이다 보니 괜히 한번 물어본 것이다.
“둘 불러줘.”
남궁이화는 주저 없이 대답하고 시선을 돌렸다.
그제야 백단영도 주위를 둘러봤다.
이런 곳은 태어나고 처음이라 모든 것이 신기했다.
이곳 이 층 주루의 분위기는 왁자지껄했다. 곳곳에서 기녀와 손님 사이에 담소와 술잔이 오가고 간혹 낯 뜨거운 장면도 연출됐다.
평소 상상만 했던 장면이 코앞에서 보였다.
백단영이 얼굴을 붉히며 중얼거렸다.
“여기도 대단하네.”
“자, 이제 어떻게 할까?”
남궁이화가 백단영을 재촉했다.
두 사람은 남궁세가를 노린 신흥방을 해치우기 위해 다정루에 왔다. 문제는 뚜렷한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다짜고짜 시비를 걸 수 없는 노릇이었다.
“일단 기다려 봐.”
백단영은 남궁이화를 달래며 기회가 오기를 기다렸다.
요리가 나오고 기녀 둘이 옆에 붙었다.
기녀 둘은 이 층에서 꽤 괜찮은 외모라는 평을 듣던 여인들이었다. 그런데 남궁이화와 백단영 옆에 붙으니, 이것은 마치 태양 아래 반딧불이었다.
그것도 백단영과 남궁이화가 꽃단장을 하지 않은 상태였으니 미모 차이는 실로 어마어마했다.
두 기녀 역시 그런 분위기를 눈치채고 바로 찌그러졌다.
“수, 술을 드릴까요?”
기녀가 술 주전자를 들고 백단영에게 물었다.
백단영은 말없이 술잔을 받고는 입에 대지 않았다. 잔을 내려놓은 그녀가 기녀에게 물었다.
“여기 신흥방 호위무사가 몇이나 있지?”
“스, 스무 명가량입니다.”
기녀가 얼떨결에 대답했다.
이런 곳에 호위로 있는 무인이라면 무공 자체는 그리 높지 않을 것이다.
스물 남짓이라는 인원수도 굳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만큼이다.
“다른 자도 있느냐?”
“모, 모르겠습니다.”
기녀는 적당히 질문을 회피했다.
백단영과 남궁이화는 요리를 한 점씩 집어 먹으며 때가 되기만을 기다렸다.
역시 백단영이 예상한 대로 저쪽 탁자에서 술에 취한 한 무리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데려오라고!”
삼십 대 초반 정도로 되어 보이는 무림인 네 사람이 백단영이 있는 탁자를 향해 손가락질하며 기녀들과 싸우고 있었다.
얼핏 느끼기에 옆의 기녀들이 말리는 상태였고, 무림인 네 사람은 백단영과 남궁이화를 데리고 오라고 떼를 쓰는 중이었다.
백단영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뭔가 난리가 벌어져야 돌파구가 생기기 마련이다.
소란을 부리던 청년 하나가 기녀를 뿌리치고 그들이 있는 탁자에 나타났다.
“흐흐, 너희 둘! 여기 기녀야?”
남궁이화가 살벌한 표정을 지으며 콧방귀를 끼었다.
그러자 그녀의 태도가 심히 못마땅한 듯 청년이 버럭 소리쳤다.
“아니! 이 년이 사람 말이 말 같지 않은 모양이지?”
청년이 두 사람을 향해 삿대질하다가 탁자에 놓인 검에 눈길을 보냈다.
“오호! 기녀가 검까지 갖고 있어?”
녀석의 눈에는 이곳에 있는 모든 여자가 전부 기녀로 보이는 모양이었다.
“좋은 말 할 때 조용히 물러가라.”
남궁이화가 술잔을 입에 대며 조용히 타일렀다.
허나 그냥 돌아가기에 청년은 술에 많이 취해 있었고, 남궁이화는 너무 예뻤다.
급기야 청년이 남궁이화의 손을 붙잡는 순간, 들고 있던 술이 쏟아지면서 남궁이화의 옷과 탁자 위가 난장판이 됐다.
“너, 얼마냐? 하룻밤 얼마냐고!”
“죽고 싶냐?”
남궁이화는 싸늘한 표정으로 상대를 노려보면서도 잡힌 손을 빼지 않았다.
그것을 힘이 없는 여인의 반항으로 받아들인 청년이 음탕한 웃음을 터트리며 그녀를 끌어당겼다.
“흐흐, 요 앙큼한 것.”
우당탕-
순간 청년이 어디엔가 발이 걸린 듯 쭉 미끄러지며 넘어졌다.
남궁이화가 손을 털며 중얼거렸다.
“미친놈!”
청년이 누운 채 남궁이화를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기녀가 사람을 치네! 여기는 손님 대접을 이따위로 하나!”이젠 모든 사람의 시선이 집중됐다.
옆에 있던 기녀들은 안절부절 난리였고 호위하던 신흥방 무사들이 등장했다. 여기에 청년 일행마저 가담했다.
“저년이 날 쳤어!”
청년이 호위무사에게 하소연하고 자연스럽게 신흥방 무사도 청년의 편을 들었다. 이곳 기루의 손님들은 모두 남자이니 여자 손님의 편에 설 이유가 없다.
“손님! 그만 나가주시죠.”
신흥방 무사가 백단영과 남궁이화에게 고압적으로 요구했다.
남궁이화가 자신의 옷자락을 가리켰다.
“저 자식이 여기에 술을 부었거든. 옷값 물어내야 할 거 아냐?”
“큭큭, 오늘 하룻밤, 같이 자면 그런 옷 두 벌 사줄게. 푸하하.”
청년이 낄낄대며 시건방을 떨었다. 당연히 성격이 불같은 남궁이화가 그들의 요구를 따를 리 없었다.
쿠당탕-
그녀의 손짓 한 번에 호위무사가 저만치 나가떨어졌다.
본격적으로 싸움판이 시작되면서 호위무사 가운데 대장으로 보이는 장한이 나섰다.
“감히 이곳에서 난장을 부려?”
신흥방의 다정루 담당들 중 대장인 고판걸이 화를 참지 못했다. 그런데 상대인 두 여인이 조금도 주눅이 들지 않은 채 앉아 있었다.
화가 난 고판걸이 호위무사에게 명령했다.
“저 두 년을 잡아라! 예쁘장하게 생긴 것을 보니 필히 다른 기루에서 영업을 방해하려고 투입한 년들이 분명하다.”
그러잖아도 두 여인의 외모에 혹한 호위무사들이었다. 옆 동네 기녀라면 막 다루어도 상관없다는 뜻 아닌가.
호위무사들이 우르르 몰려들며 백단영과 남궁이화를 포위했다. 먼저 잡는 사람이 임자라는 생각에 그들은 두 사람을 마구잡이로 공격해왔다.
백단영이 남궁이화에게 눈치를 줬다.
이제 대충 분위기가 성숙했으니 신흥방 무사를 제압하자는 뜻이었다.
두 사람은 호위무사를 밀치며 탁자에 올려둔 검을 잡았다.
챙-
서늘한 검광이 주위를 밝혔다.
그들이 검을 들자 오히려 신흥방 무사들이 자극을 받았다.
“허! 이년이 검을 들어? 잡아라! 오늘 저년들 제대로 교육해보자!”
당연히 백단영과 남궁이화의 목표는 조무래기 신흥방 무사는 아니었다. 백단영이 신흥방 무사를 향해 적당히 검을 휘두르는 동안 남궁이화는 곧바로 우두머리인 고판걸에게 검을 날렸다.
고판걸은 그때까지도 제대로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다. 단 일합에 검이 날아가는 수모를 겪고 안색이 하얗게 변했다.
“너, 넌 누구냐!”
“날 몰라? 감히 나의 본가를 치려고 작당하고 있었으면서?”
그제야 고판걸은 상대가 누군지 알아챘다. 놀라운 미모에 무지막지한 무공. 남궁세가의 영애인 남궁이화였다.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선 고판걸은 머리를 굴렸다.
어차피 남궁세가를 치려던 상황이었다. 내일이었던 시간이 단지 하루 빨라졌을 뿐이다. 더구나 상대가 이렇게 시비를 걸어주니 오히려 명분이 생겼다. 이용하기에 따라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었다.
고판걸은 부하 둘에게 눈짓을 줬다.
눈치 빠른 부하들은 금방 그 뜻을 짐작했다. 한 녀석은 이곳에 빈객으로 머무는 마교인에게 뛰어갔고, 다른 한 녀석은 신흥방으로 지원을 요청하러 갔다.
이제는 잠시 시간만 벌면 된다. 마교인이야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 그 시간을 버티는 것은 분명히 누워서 죽 먹기보다 쉬울 터였다.
겁이 사라진 고판걸이 음탕한 웃음을 터트리며 소리쳤다.
“흐흐, 남궁이화! 그러잖아도 남궁세가를 요절낼 생각이었다. 오늘 네년을 잡아 기녀로 바꿔 놓으리라!”
듣고 있을 남궁이화가 아니었다. 곧바로 허공으로 튀어 오른 그녀는 사정없이 고판걸을 두들겨 팼다. 우르르 몰려드는 부하들은 백단영이 일거에 쓸었다.
***
느지막이 일어나 설화와 함께 방을 나서던 무흔은 정원에서 호들갑을 떨고 있는 신흥방 호위무사를 발견했다.
신흥방 호위무사의 앞에는 어젯밤 창문으로 확인했던, 빼빼 마른 마교 노인이 안면을 찌푸리고 있었다.
“지금 난리가 났습니다. 여자 둘이 보통이 아닙니다.”
“여자가?”
“겉보기엔 천하절색인데 손속은 사갈입니다. 그런 년들은 처음 봤습니다.”
“예쁘냐?”
“둘 다 완전 특급입니다.”
“그래?”
마교 노인이 호기심을 보였다. 그는 다정루 본관 쪽으로 눈을 돌리며 묘한 미소를 머금었다.
“알았다. 내가 먼저 가볼 테니 네 녀석은 안쪽에 알리도록 해라.”
마교 노인이 호위무사를 내버려 두고 먼저 자리를 떠났다.
무흔은 어떻게 된 일인지 대충 짐작이 갔다. 그의 예상보다 한 박자 빨랐지만 백단영이 이곳에 와 있다는 생각에 새삼 기운이 났다.
잠시 후, 호들갑을 떠는 호위무사를 따라 두 마교인이 나타났다. 한 사람은 뚱뚱한 노인이고 다른 한 사람은 피부에 푸른빛이 감도는 노인이었다.
“그렇게 미인이란 말이지?”
뚱뚱한 노인이 맛있는 먹을거리를 본 것처럼 입술에 묻히며 다시 물었다.
“그렇습니다. 여기 다정루에서도 보기 힘든 미녀입니다.”
“호오! 그래서 백노가 먼저 갔군. 게을러서 절대 먼저 싸움에 끼어들 놈이 아닌데.”
다급해진 뚱뚱한 노인이 동료를 재촉했다.
푸르스름한 노인이 고개를 저었다.
“그깟 년들이 별것 있겠어? 백노가 갔으니 충분하지. 안 그런가? 흑노?”
그 말을 엿들은 무흔이 뚱뚱한 노인을 다시 확인했다. 역시 피부가 거무죽죽한 것으로 보아 별호와 금방 연결됐다. 그렇다면 피부가 시퍼렇게 보이는 저놈은 청노일까?
그의 의문은 금방 해결됐다.
“흐흐, 난 먼저 가보겠네. 미인이 있다는데 빨리 가봐야지. 청노 자네는 천천히 오게나.”
“쯧쯧, 나이 들어서도 여자라면 사족을 못 쓰니…….”
바람처럼 사라지는 흑노를 보며 청노가 혀를 찼다.
흑노를 따라 신흥방 호위무사도 다급하게 돌아갔다.
청노가 침소를 향해 소리쳤다.
“서아야! 준비됐느냐?”
청노는 기녀를 기다리는 모양이었다. 느긋하게 걸음을 옮기며 주변 풍광을 관망했다.
무흔은 청노의 기운을 재차 점검했다. 만만한 놈은 분명히 아니었다. 서열에 속하는 마교인이 확실했다.
백노와 흑노가 본관 쪽으로 갔으니 백단영과 남궁이화가 상대할 것이다.
그는 이곳에서 청노가 합류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것이 그녀들을 돕는 길이란 판단을 내렸다. 그가 보기에 저들 가운데 청노가 가장 고수로 보였으니 이런 판단은 타당했다.
“설화야, 내 검을 가져오너라.”
그는 설화를 침소로 돌려보내고는 천천히 청노에게 걸어갔다.
의식적으로 방출한 기운 때문일까. 청노의 눈썹 끄트머리가 살짝 올라가며 두 사람의 시선이 서로 만났다.
가벼운 신음과 함께 서로를 경계하면서 행로가 교차됐다.
무흔은 청로와 스치는 순간 상대의 옆구리에 일격을 날렸다.
이미 경계하고 있던 청로는 공격을 피하며 반격했다. 청로의 신형이 무흔의 뒤로 돌아가며 손가락으로 무흔의 등을 찍어왔다.
순식간에 변화를 그린 무흔의 두 손이 상대의 빈틈을 노리고 들어갔다.
파바박-
서로의 신형이 엉키면서 주먹이 오가는 격투가 벌어졌다.
낙일진천권을 펼쳐 상대를 제압하려던 무흔은 곧바로 거센 역풍에 휘말렸다. 청노가 마혼만력강으로 역습해온 것이다.
마혼만력강은 예전에 매화곡에서 은옥상이 그를 시험하느라 처음으로 던져주었던 비급이었다.
익히 잘 아는 무공이기에 무흔은 상대를 봉쇄하며 천강십이수로 공격 전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