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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속의 엑스트라 155화

무료소설 무림 속의 엑스트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0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155화

155화. 특수부대 (3)

 

 

 

어지러운 싸움 속에서 무흔의 활약은 눈부셨다.

그는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자연스럽게 적의 숫자를 줄여나갔다. 그의 은밀한 공격을 받은 적들은 죽음을 맞거나 치명적인 부상에 노출됐다.

이런 식의 전개가 가능했던 이유는 그와 상대의 무공 차이가 크게 났고, 상대방이 백단영에게 정신이 팔려 전혀 그를 견제할 생각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자신보다 월등한 고수의 기습에 제대로 대처할 자는 없었다.

처음 한둘은 표시가 나지 않았으나, 점차 그 수가 늘어나자 적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백단영을 포위했던 녀석들의 얼굴에 두려움이 깔렸다.

백단영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싸움은 기세다. 그녀는 이 기세를 이용해 강하게 상대를 몰아붙였다. 적들은 숫자가 많고 포위한 상태임에도 오히려 비세에 몰렸다.

그녀의 연검이 사방으로 휘몰아치며 전장을 지배했다.

다행히 남궁천기도 제 기량을 회복했다. 비록 남궁천기가 남궁이화에 미치지 못한다지만 용봉대 내에서도 강자에 속했다.

특수부대 한 사람과는 충분한 상대가 됐다. 남궁천기 역시 한 사람을 해치우고 다시 다른 녀석과 공방을 벌였다.

가장 난관에 빠진 사람은 남궁이화였다. 십전마검은 남궁이화가 상대할 수준이 아니었다.

그녀는 전력을 다해 상대방을 공격했으나, 그녀의 검초는 십전마검의 가벼운 몸놀림에 쓸려나갔다. 오히려 날카로운 상대의 반격에 혼비백산했다.

“크억!”

그녀는 옆구리를 스치고 지나간 십전마검의 검에 다급히 대응했으나 한발 늦은 모습만 연출했다.

서걱-

재차 십전마검의 검이 그녀의 왼쪽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

“흐흐, 꼬맹아! 재주를 더 부려보아라!”

남궁이화는 이빨을 부드득 갈았다. 상대가 자신을 놀리고 있음을 눈치챈 것이다.

이런 수모를 그냥 감당하는 건 그녀의 성격이 아니었다. 그녀는 모든 내공을 끌어올려 최고의 절기를 쏟아냈다. 허나 사마련에 공포처럼 작용했던 강력한 일격이 십전마검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한 번의 손짓에 그녀의 공세가 무력화된 것은 물론 바로 십전마검의 반격이 들어왔다.

십전마검의 검이 수십 가지 변화를 동반하며 그물망처럼 그녀의 전면을 할퀴고 들어왔다.

채챙-

순식간에 공격에서 수비로 전환한 남궁이화는 사력을 다해 검을 휘둘렀으나, 들어오는 공세를 모두 막을 수는 없었다.

서걱-

그녀의 옷자락에 수십 줄기 검흔이 새겨졌다. 다행히 몸을 깊게 베지는 않았으나 적은 상처도 아니었다.

문제는 이러한 수세가 더욱 그녀의 자존심을 짓뭉갰다는 사실이다. 상대는 그녀를 압도할 수 있었음에도 마치 한 수 접어주듯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지 않았다. 이것은 그녀를 사로잡겠다는 노골적인 의사표시였다.

남궁이화의 분노가 가중됐다.

“으아아-”

그녀의 공격이 더욱 거칠어지고 강력해졌다. 하지만 그럴수록 싸움의 주도권은 점점 상대에게 넘어갔다.

“슬슬 끝내볼까?”

십전마검이 비웃음을 터트리며 공세를 전환했다. 벼락처럼 강력한 검격이 남궁이화의 어깨로 쏟아져 내렸다.

위기를 느낀 그녀는 다급하게 검으로 상대의 공격을 막았다.

콰앙-

어마어마한 압력이 그녀의 손에 전해졌다. 검을 쥔 손바닥 가죽이 일부 찢겨 나가며 그녀의 검이 한쪽으로 날아갔다. 상대가 되지 않는 한방이었다.

그녀의 검을 쳐낸 십전마검의 검이 그녀의 오른쪽 어깨를 찍었다. 고통 속에 남궁이화는 눈을 감았다. 모든 것이 끝장이었다.

따당-

어깨를 파고들던 검이 크게 진동을 일으키며 위력을 상실했다.

“헛!”

십전마검이 헛바람을 일으키며 뒤로 물러났다. 몰래 기습한 자의 무공이 보통이 아님을 직감한 때문이다.

모든 것이 끝났다고 체념했던 남궁이화는 갑작스러운 변화에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

그녀는 마치 울 듯한 표정으로 입만 벌렸다. 언제 왔는지 그녀의 옆에 무극서생이 서 있었다.

“잘 있었나?”

마치 친구를 만난 듯 반갑게 인사하는 무극서생의 말에 그녀는 긴장이 확 풀렸다. 이제는 살았다는 벅찬 감동이 말문을 막았다.

무흔이 검을 십전마검에게 겨누자 위협을 느낀 십전마검이 큰 소리로 물었다.

“누구냐?”

무흔은 대답 대신 장내의 상황을 훑으면서 사자후를 터트렸다.

“도망쳐라!”

순간 장내에 있는 모든 사람의 시선이 무흔을 향했다. 백단영과 남궁천기 역시 마찬가지였다.

백단영은 무극서생을 금방 알아봤다. 그의 고강한 무공을 알기에 믿음이 있었고 그의 신호 또한 알아차렸다. 그녀는 남궁천기에게 재빨리 도망치라는 신호를 보내고는 자신도 적들의 포위망을 뚫기 시작했다.

많은 수와 맞서 싸우는 것과 몸을 피해 도망치는 것은 천지 차이다. 적어도 상대방보다 무공이 우위에 있는 그녀에게 안전을 도모하여 몸을 피하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였다.

예상대로 두 사람이 사라지자 무흔은 자신의 앞길을 열기 시작했다.

“가자!”

그는 재빨리 몸을 돌려 남궁이화와 함께 장내를 벗어났다.

순간 뒤에서 강력한 검격이 날아왔다.

“어딜!”

무흔은 몸을 날리면서 재빨리 뒤를 향해 일검을 뿌렸다.

콰앙!

두 검이 서로 부딪히며 반탄력이 발생했다. 무흔은 이를 이용해 더 빠르게 뒤로 달아났다.

“쥐새끼 같은 놈!”

십전마검이 그를 추격하며 다시 검격을 날렸다.

콰앙!

다시 두 사람의 검이 어마어마한 충돌을 일으키며 주위를 휩쓸었다.

그렇게 몇 차례 검초를 교환하며 무흔은 남궁이화와 함께 산속으로 도망쳤다.

십전마검은 검공 만큼이나 경공에도 뛰어났다. 순식간에 두 사람을 따라붙으며 연속해서 검격을 날렸다.

무흔이 검격을 나누면서 느리게 도망친 것은 백단영을 위한 배려였다.

그들을 쫓아오는 특수부대원의 수는 십여 명. 이십여 명 가운데 절반이 백단영을 쫓아갔고 나머지 절반이 이쪽으로 쫓아오고 있었다. 그 정도 수라면 백단영을 어떻게 할 수 없다는 자신감이 생기자 그는 적당한 지점에서 도주를 멈추었다.

“크크, 겨우 여기까지냐?”

십전마검이 괴소를 흘리며 두 사람을 노려보았다.

무흔이 중후한 목소리로 상대에게 물었다.

“넌 서열 몇 위냐?”

의외로 마교를 꿰뚫는 듯한 물음에 깜짝 놀란 십전마검은 호탕한 웃음을 터트리며 대답했다.

“크하하, 본좌는 서열 삼십칠 위다. 그야말로 무적이라 할 수 있지.”

무흔이 비웃음을 터트렸다.

“내가 서열 십칠 위인 유령겁마까지는 상대해봤다만.”

십전마검의 입가에서 웃음이 잦아들고 긴장감이 대신했다.

“설마…….”

“설마가 사람 잡는다. 넌 오늘 이 자리를 벗어날 수 없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무흔의 신형이 쏜살같이 상대를 향해 쏘아졌다.

번개처럼 잔백수라십이검이 펼쳐지며 상대를 압박했다.

채채챙-

지금까지 수세로 일관했던 무흔이 공세로 전환하자 삽시간에 상황이 변했다. 과연 무흔의 검초는 빠르고 날카로웠다. 하지만 십전마검 역시 괜히 마검이라는 별호가 붙은 것이 아니었다.

두 사람의 검이 재빠르게 상대의 검초에 대응하여 변화를 거듭했다. 둘 사이에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접전이 벌어졌다.

남궁이화는 두 사람의 변화무쌍한 검법에 넋을 잃었다. 자신이 감히 넘볼 수 없는 현란하고 매서운 검법에 감탄했다. 그 감탄은 곧바로 자신의 무능력에 대한 자괴감으로 이어졌다.

그런 가운데서도 그녀는 손에 땀을 쥐고 무극서생을 응원했다.

채챙-

쌍방의 치열한 검격이 만나 불꽃이 이는 가운데 서서히 우열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무흔은 내공 면에서도, 검초 면에서도 상대를 압도했다. 잔백수라십이검을 상대는 제대로 파훼하지 못했다.

“크으윽! 대, 대단한 놈!”

십전마검이 비세를 실감하며 뒤로 조금씩 후퇴했다. 하지만 여전히 승복한 표정은 아니었다.

무흔은 상대에게 숨을 돌릴 여지를 주지 않았다.

탓-

그의 신형이 허공을 가르고 묵천신검이 십전마검의 머리를 내리찍었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혼백이 나간 십전마검은 재빨리 검을 들어 막았다.

콰앙-

무흔이 전력을 다한 묵천신검의 위력은 가볍지 않았다.

쩡-

십전마검의 검이 견디지 못하고 그대로 반 토막 났다.

“헉!”

놀란 십전마검은 미처 임기응변 수를 내지 못했다. 반 토막 난 검으로 막을 틈도 없이 묵천신검의 검기가 그의 머리로 수직으로 내리꽂았다.

서걱-

피 분수가 사방으로 튀었다.

십전마검은 꼿꼿하게 선 채 몸통이 대나무처럼 두 조각으로 갈라졌다. 묵천신검의 위력이 드러난 참혹한 현장이었다.

“아아!”

남궁이화는 무극서생의 신위에 감탄했다.

그녀는 무극서생이 보여준 절정 무공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녀에게도 저런 검법이 있었더라면 방금 같은 수모를 절대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오늘 그녀는 무리하게 남궁천기를 구하려다 오히려 위험한 자초하지 않았던가.

십전마검이 허무하게 죽음을 맞이하자 뒤를 추적해온 특수부대원들이 경악해서 뒤로 슬금슬금 물러났다. 자신들의 상대가 아님을 알아본 것이다.

물론 무흔은 이들을 그냥 보내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십전마검을 쓰러트린 후 바닥에 착지하는 순간 무흔의 신형이 다시 허공을 날았다.

번쩍!

강력한 검강이 전면을 휘감았다.

상상 못 할 위력에 특수부대원들이 허둥대는 순간 싸늘한 하얀빛이 그들의 허리를 갈랐다.

“크윽!”

그야말로 절대무비! 절정의 검강이었다.

그를 추적해왔던 무리가 한순간에 초토화됐다.

다소 무리한 운용이었으나 무흔은 신경 쓰지 않았다. 저들을 놓치면 자칫 백단영에게 위험을 더해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어지럽던 싸움이 끝났다.

서늘한 바람 소리와 함께 장내에 고요가 내려앉았다.

무흔은 몸을 돌렸다. 그곳에는 남궁이화의 놀란 표정만이 보였다.

“거, 검강이었어!”

남궁이화는 이처럼 자연스럽게 펼쳐지는 절정의 검강을 난생처음 봤다.

무극서생의 검강은 백단영의 검강과도 그 차원이 달라 보였다. 역시 무극서생은 그녀에게 꿈이자 궁극의 무공을 지닌 본보기였다.

겸연쩍은 웃음을 흘리면서 무흔은 남궁이화의 상태를 살폈다. 죽을 만큼 위험한 상처가 아니라 해도 꽤 자잘한 부상이 많아 보였다. 지금 당장 움직이기 쉽지 않은 모습이다.

어째 당장 이동하기에도 버거워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마지막에 십전마검에게 찔린 오른쪽 어깨 부위는 피에 흠뻑 젖은 것으로 보아 그 상처가 작지 않아 보였다.

무흔은 당장 이동을 포기하고 주변을 둘러봤다. 산비탈 저쪽 위로 작은 동굴이 보였다.

“일단 저쪽으로 가지.”

무흔이 몸을 날리자 남궁이화가 뒤를 따라왔다.

동굴 주위는 나무가 우거져 있어 은신하기에 적합했다. 상처를 치료하고 잠시 휴식을 취하기에 나쁘지 않아 보였다.

무흔은 남궁이화가 뒤따라오는 것을 확인하면서 동굴 쪽으로 몸을 날렸다. 경신법 덕에 그들은 몇 걸음 만에 동굴 입구에 내려섰다.

“이곳에서 잠시 쉰다.”

무흔은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제안했다.

남궁이화는 뜻하지 않은 그의 제안을 환영했다. 지금까지 무극서생과 여러 차례 만났지만 대부분 적을 해치운 무극서생은 곧바로 사라졌다. 사실 지금까지 제대로 대화 한번 나누어보지 못했다. 그나마 가장 오래 얼굴을 봤던 때가 예전에 한 차례 비무를 벌였던 시간이 아니었을까.

그러잖아도 무극서생을 만나고 싶었다.

어떤 식으로든 그의 도움을 받아 벽에 부딪힌 자신의 무공 성장을 해결하고 싶었다. 가문에서조차 풀 수 없는 이 상황을 뚫어줄 유일한 사람은 무극서생밖에 없다고 그녀는 믿고 있었으니까.

“고, 고마워요.”

남궁이화는 감사를 표하고 먼저 동굴로 들어가려 했다. 그 순간 그녀는 무극서생의 표정이 급변하는 것을 보았다.

그는 동굴 입구를 조금 벗어난 지점을 향하여 무시무시한 눈빛을 쏘아내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그녀 역시 시선을 돌렸다.

“헉!”

뚱뚱한 체구에 머리를 박박 깎은 중년인이 두 사람을 향해 비웃음을 보내고 있었다.

“넌 또 뭐냐?”

무흔의 입에서 경고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비록 머리를 깎았으나 스님은 아닌 듯했다. 중년인의 내공 실린 사자후가 귓전을 쩌렁쩌렁 울렸다.

“본좌는 서열 십육 위, 혈살마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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