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 속의 엑스트라 15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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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43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153화
153화. 특수부대 (1)
밤이 되자 마교의 적살대는 이동을 중지하고 산속에서 야영했다.
총인원은 삼백 명. 무당산을 향한 사마련의 대규모 부대를 뒤쫓아 가는 사마극 휘하의 부대다.
인원수는 많지 않으나 마교의 정예부대이기에 실질적인 무력은 사마련을 훨씬 능가했다.
그들은 간단한 식사를 마치고 야영용 천막에서 휴식에 들어갔다.
밤이 이슥해졌을 때 사마극은 특수부대 삼십 명을 불러 모았다.
특수부대 대장은 십전마검으로 마교 서열 삼십칠 위의 명장이었다. 십전마검은 사십 대 나이의 장한으로 특히 검법에 뛰어났다. 성격이 침착하고 작전에 능하여 이런 일을 맡기에 제격인 자였다.
십전마검을 선두로 모두 서른 명의 특수부대원이 사마극 앞에 부복했다.
“작전은 모두 이해했겠지?”
사마극의 질문에 십전마검이 우렁차게 대답했다.
“모두에게 확실히 주지했습니다. 최단 시간 내에 남궁세가를 격파하고 바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좋아.”
사마극은 십전마검의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했다.
현재 남궁세가에는 변변한 고수가 없다. 노쇠한 남궁세가 가주의 무위가 상당히 뛰어나지만 병환 중이어서 십전마검의 상대는 어려울 것이다. 남궁세가의 소가주인 남궁천기는 용봉대에 파견됐고 남궁세가의 두 번째 고수인 남궁이화 역시 용봉대에 있다. 남은 사람 가운데 무공에 뛰어난 자들은 대부분 무림맹에 파견 나온 실정이다.
그렇더라도 평범한 문파 대비 훨씬 강하겠지만 마교의 특수부대 서른 명을 상대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설사 남궁천기와 남궁이화가 남궁세가에 돌아가더라도 이 특수부대를 막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무당에서 대치 국면을 형성하는 동안 남궁세가를 반드시 무너트려야 한다.”
사마극이 모두에게 당부했다.
특수부대원 서른 명이 우렁차게 호응했다.
사마극은 애초부터 무당파를 무너트릴 생각은 없었다. 이곳은 단지 긴장감 조성용이고 실질적인 목표는 남궁세가였다. 남궁세가가 무너지면 무림맹에 무인을 파견한 대부분 문파가 동요할 테니까. 이 동요는 무림맹의 전력을 심각하게 갈아먹을 것이다.
사마극은 예전에 저질렀던 정천문 멸문을 떠올렸다. 매우 쉽지 않았던가. 남궁세가도 마찬가지 전철을 밟을 것이다.
“자, 가라.”
여기에서부터 무당산으로 가는 길과 남궁세가가 있는 안휘성으로 가는 길이 갈라진다. 적살대와 특수부대는 제 갈 길을 가야 한다.
“존명!”
십전마검을 필두로 특수부대 서른 명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서늘한 미소를 짓고 있던 사마극 앞에 마극삼비가 나타났다. 그들은 이제 부상이 완전히 나아 이전으로 돌아왔다.
“소교주님.”
마극삼비의 풍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무엇이냐?”
“방금 무림맹 쪽의 인물로 보이는 두 사람이 염탐하다가 특수부대를 추적하고 있습니다. 처리할까요?”
“나도 알고 있었다. 내버려 두어라.”
사마극도 이미 두 염탐꾼이 있음을 눈치챘었다.
평소라면 그는 단번에 그 둘을 죽여버렸을 것이다. 굳이 그가 손을 쓰지 않더라도 처리하라는 명령을 내렸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백단영과 남궁이화라…….”
그의 입가에 쓴웃음이 맴돌았다. 백단영이었기에 나서지 않았을 뿐이다. 그녀라고 확신하는 순간 그는 잠시 내버려 두기로 했다. 어디까지 그녀가 날뛸 수 있을지 궁금하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백단영이라면 십전마검보다 무공에서 우위에 있습니다.”
그 둘이 특수부대 서른 명을 어떻게 할 수 있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그렇더라도 그 둘은 상당한 위협이다. 남궁세가를 처리한다는 목표를 가로막는 큰 방해물이다.
풍의 표정에 우려가 어리는 것을 감지한 사마극이 피식 미소를 지었다.
“넌 우리 특수부대가 불리하다는 뜻인가?”
“그렇습니다. 백단영이 날뛰기 시작하면 쉽지 않아집니다.”
“좋아. 그렇다면 혈살마륜을 추가 투입하라. 그럼 충분한가?”
혈살마륜은 서열 십육 위의 고수다. 사마극은 그날 본 백단영의 무공 수준이라면 혈살마륜이 가담하면 충분히 백단영을 상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너무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적절한 선택이었다.
“혈살마륜과 십전마검. 거기에 특수부대 서른이라면 충분합니다.”
“그렇겠지. 대신에 혈살마륜에게 알려두도록. 백단영은 가능하다면 죽이지 말고 사로잡으라고. 물론 어쩔 수 없다면 죽여도 상관없고.”
사마극의 흔들림 없는 명령에 풍은 내심 안심했다. 최근 들어 주군이 백단영에게 과다한 집착을 드러내는 것을 옆에서 봤기 때문이다.
풍이 사라지자 사마극은 허탈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역시 어쩔 수 없는 건가…… 자칫 내 손으로 죽이게 될지도 모르겠군.”
머릿속의 갈등을 잠재운 사마극이 돌아섰을 때였다.
문득 떠오르는 한 인물이 있었다. 항상 백단영과 함께 다니던 무흔이라는 존재였다.
“무흔은 어디로 갔을까? 무흔이 그녀 옆에 붙어 있다면 생존 확률이 절반까지 올라가겠지만 떨어져 있다면 일 할도 어렵겠지.”
사마극은 그 모든 것이 백단영의 운이라고 생각했다.
***
이른 아침에 남궁천기는 두 개의 서신을 받았다.
하나는 본가인 남궁세가에서 날아온 소식이었다.
남궁세가의 가주이자 아버지인 남궁벽의 병환 상태가 다소 좋아졌다는 내용이었다. 남궁벽은 약 십 년 전 남만 쪽으로 원정을 나갔다 온 이후 중독 증세를 보였다. 이후 남궁벽은 제 실력의 절반 정도밖에 무공을 사용하지 못했다. 이것은 남궁세가 직계 외에는 알려지지 않은 비밀이었다.
남궁천기는 장남인 까닭에 용봉대에 있으면서도 본가를 신경 써야 했다. 수시로 본가와 서찰을 주고받았으며, 당연히 서찰은 타인이 알아보지 못하도록 암호를 사용했다.
“그래도 상세가 좋아지셨다니 다행이군.”
남궁벽이 완쾌되려면 적어도 천년하수오 같은 영약이 필요했다. 이처럼 진귀한 영약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구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남궁세가에서는 이미 강호 전역의 상인들에게 유사한 영약이 등장하면 매입해달라고 요청해둔 상대였다.
남궁천기는 다른 하나의 서신을 펼쳤다.
무당산 인근에 산다는 한 사내가 가져온 서찰이었다. 어떤 여인이 남궁천기를 콕 찍어 전해달라고 했다나.
이 일대에 별달리 아는 사람이 없는 그는 의아한 기분 속에 서찰을 폈다. 그 서찰에는 남궁세가만이 알고 있는 암호가 적혀 있었다. 바로 남궁이화로부터 날아온 서신이다.
“이런!”
그 서찰에는 남궁이화가 백단영과 함께 마교의 특수부대를 추적하고 있으며, 특수부대의 목표가 남궁세가인 것 같다는 내용이 간략하게 적혀 있었다.
깜짝 놀란 그는 용봉대 숙소를 모두 뒤졌다. 역시 두 여자가 연기처럼 사라지고 없었다.
그는 황급히 대주인 풍사검객을 찾았다.
그리고 한 시진 뒤. 남궁천기는 급하게 남궁세가 방향으로 길을 떠났다.
***
백단영과 남궁이화가 특수부대를 추적하기 시작한 지 닷새가 흘렀다.
역시 엿들었던 대로 특수부대는 남궁세가 방향인 안휘성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극도의 주의를 기울이며 뒤를 밟았고 닥치는 대로 특수부대의 정보를 끌어 모았다.
오늘도 특수부대가 야영을 끝내고 사라진 직후, 두 사람은 야영했던 장소에 들러 기본적인 정보를 취합했다.
“인원은 서른 명이 맞아. 대장으로 보이는 십전마검이란 자는 무공이 상당해. 나머지는 용봉대 상위 수준 정도. 이들이 남궁세가에 들이닥치면…….”
백단영이 무심코 중얼거리다가 남궁이화의 눈치를 봤다.
남궁이화가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난 이들이 남궁세가 근처에도 발을 딛지 못하게 할 거야.”
기분이야 그렇다지만 현실에서는 작전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백단영은 다소 답답해졌다.
마교의 특수부대가 남궁세가에 도착할 때까지 기다려서 남궁세가의 무인들과 합세하여 처리하는 방법과 아니면 중간에 특수부대를 그들 둘만으로 습격해서 치고 빠지는 두 방법이 있었다.
이 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남궁세가에 남아있는 사람들의 무력 수준이었다. 남궁세가 인원 상당수가 무림맹에 차출되었다는 점은 알고 있다. 하지만 가주를 비롯하여 몇몇 뛰어난 무인들이 분명히 있을 테니까 순리대로라면 특수부대가 남궁세가에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유리하다.
그들이 미리 정보를 알려 남궁세가가 준비를 하는 방법도 나쁘지 않다.
“중간에 우리가 자를까?”
백단영은 그녀의 의견을 떠보았다. 남궁이화가 다소 생각 없는 무대포 기질이 있다지만 이 정도의 판단력은 있으니까.
남궁이화가 고개를 끄덕이며 단호하게 말했다.
“무조건 중간에서 잘라야 해. 우리 둘만으로 어려운 것은 아는데 그래도 그렇게 해야 해.”
백단영은 더는 물어볼 수 없었다.
그냥 남궁세가 본가에 말 못 할 사정이 있으리란 짐작할 뿐이었다.
어차피 남궁세가에서 기대할 수 있는 전력은 없으려나. 예전에 남궁세가에서 두 번째 강한 사람이 남궁이화라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났다. 첫째는 당연히 가주다. 그렇다면 특수부대와의 싸움에서 유의미한 전력은 가주 한 사람뿐일 테니 남궁이화의 판단이 그리 틀린 것 같지도 않았다.
물론 그녀는 남궁이화를 혼자 내버려 둘 생각은 없었다.
“좋아, 그럼 중간중간에 하나씩 처리하도록 해.”
둘이서 서른 명의 특수부대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은 자살행위다. 그렇기에 기습으로 하나씩 처리해야 한다. 백단영은 다시 서로 간의 무력을 비교했다.
대충 추정해보면 그녀가 상대할 수 있는 한계는 십전마검이라는 대장 정도다. 남궁이화는 특수부대 마교인 둘 정도까지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남은 스물일곱 명의 마교인은 어떻게 해야 할까.
숨이 턱 막혔다.
“떨어져 나온 놈들 위주로 하나씩 처리해야지.”
남궁이화가 굳은 결의를 내비쳤다.
물론 하나씩이라면 가능하다. 하지만 그것도 한두 번이다. 특수부대 상당수를 그런 식으로 처리할 수 없다.
그래도 남궁이화가 그렇게 하겠다니까 어쩔 수 없이 백단영은 동의했다.
“자, 그럼 얼른 추적하자.”
백단영이 먼저 몸을 날리고 남궁이화가 뒤따랐다. 두 사람은 어렵지 않게 특수부대의 꽁무니를 따라잡을 수 있었다.
***
어떻게든 서른 명의 숫자를 줄여보려고 작정한 날부터 두 사람은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녀석들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첫 대상은 의외로 일찍 눈에 띄었다.
온종일 이동 후 야영하기에 앞서 저녁을 준비하는 시간. 물을 길어오려고 두 녀석이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제법 멀리 떨어진 계곡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대개 이런 잡일을 하는 녀석은 무리에서 제일 무공이 낮거나 나이가 어린 사람이다.
커다란 솥단지를 들고 물을 뜬 두 마교인이 허리를 폈다.
휙-
남궁이화와 백단영의 손에서 작은 비수가 날았다.
기습이었음에도 마교인 둘이 상체를 젖히면서 비수가 스쳐 지나갔다. 이것만으로도 둘의 무공이 녹록지 않은 고수임이 드러났다.
기습에 실패한 백단영과 남궁이화는 곧바로 검을 빼 들고 두 마교인 앞에 섰다.
“누구냐!”
굳이 대답할 필요는 없었다. 시간을 끌수록 곤란하기에 무조건 빨리 둘을 제압해야 한다.
남궁이화는 최강 초식을 펼치며 한 녀석을 상대했고, 백단영 역시 남은 한 마교인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꽝-
마교인이 방어 도구로 삼은 솥단지에 검격이 꽂히며 강렬한 쇳소리가 울렸다. 남궁이화의 검을 맞은 솥단지가 쩍 갈라졌다.
적은 별다른 무기가 없었기에 남궁이화가 압도적으로 유리한 상황. 그녀는 무지막지하게 검을 휘둘러 상대를 몰아붙였다.
허나, 역시 특수부대 소속 마교인은 달랐다. 비록 서열 백 위 이내에 들어가는 강자는 아니었으나 평범한 용봉대원을 충분히 상대하고도 남을 무공을 소유하고 있었다.
남궁이화는 만일 이들이 제대로 무기를 소유하고 있었다면 자신과 비등한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동시에 이런 자들이 무려 서른 명이나 있는 특수부대의 무력에 눈앞이 깜깜했다.
쾅-
그녀의 일격이 상대가 뿜어낸 일장에 깨져나갔다. 이미 이럴 것이라 예상했던 남궁이화는 후속 공격에 들어갔다. 다시 그녀의 검이 허공을 가르고 상대방을 정신없이 몰아붙였다.
녀석이 깨진 솥단지를 순간순간 암기처럼 내던지며 그녀의 검격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