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지존기 18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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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3,315회 작성일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188화
제2장 대륙정벌 (7)
전황이 기울기 시작할 무렵 때마침 용병연합이 도착했다. 용병연합은 2일 동안 전투를 치른 제국군과 달리 체력이 보존되어 있었다. 지쳐 있는 제국군은 용병연합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삽시간에 전황이 역으로 뒤집어지고 있었다.
시즈, 차린, 천득구가 절묘한 타이밍에 카이엘 황제의 발목을 잡았다. 진형을 가로막고 서 있는 시즈, 차린, 천득구로 인해 카이엘 황제, 아론 공작, 윈바이크 공작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네놈들이 감히 나를 막을 수 있다고 보느냐!”
“물론.”
“용병 따위가 기어오르는 것도 여기까지다!”
“용병이 어때서 그래.”
시즈와 천득구는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면서 카이엘 황제를 약올렸다. 그에 반해 차린은 왕국연합의 상태를 파악했다. 무진의 예상대로 왕국연합의 타이탄의 대부분이 망가져 버리고 말았다.
‘대단하네.’
쉽지 않은 대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에는 카이엘 황제가 이겼다. 만약 자신들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전쟁은 제국의 승리로 끝이 났을지도 몰랐다.
“그럼 싸워볼까!”
시즈, 차린, 천득구가 투기를 발산했다. 이제까지의 상대와는 다른 절대자의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카이엘 황제는 분노를 가라앉히고 냉정하게 사태를 보았다. 놈들의 실력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타이탄을 부서뜨리기 위해서 전력의 반을 소모한 상황이다. 카이엘 황제는 약점을 드러냈다는 것이 짜증났다.
“용서할 수 없다!”
고작 용병들의 기습에 의해서 상황이 이렇게까지 악화될 줄은 카이엘 황제도 예상하지 못했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전쟁을 애초보다 일찍 일으켰을 것이다. 카이엘 황제는 듀론 공작과 제임스 공작의 부재가 얼마나 큰 전력의 손실인지 뼈저리게 깨달아야 했다.
“다 죽이겠다!”
“와라!”
시즈, 차린, 천득구와 카이엘 황제, 아론 공작, 윈바이크 공작이 전력을 다해 부딪쳤다. 이제까지와는 전투 양상이 다르게 진행이 되었다. 원래의 전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카이엘 황제가 유리했겠지만 지금은 달랐다.
불의 정화, 물의 정화, 살기의 정화가 극대화되었다. 그에 맞서는 초월마법의 정화, 중력의 정화, 공간의 정화가 기염을 토했다.
퍼퍼퍼펑!
화화화활!
믿을 수 없는 대결의 연속이었다.
시즈, 차린, 천득구는 카이엘 황제의 능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전력을 반이나 소모했으면서도 불구하고 대등했다. 대륙십강 간의 차이가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강하다! 만약 정상적으로 대결했다면 이길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시즈, 차린 천득구는 걱정하지 않았다. 뒤에 무진이 버티고 있는 이상 카이엘 황제는 승산이 없었다. 대륙을 손안에 쥐고 움직이는 무진에게 카이엘 황제는 장기의 졸(卒)에 불과했다.
대결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체력의 소모가 큰 카이엘 황제가 불리했다. 아론 공작과 윈바이크 공작도 전황이 불리하다는 것을 알았다. 이대로는 싸워봤자 득이 되지 않는 전투였다.
카이엘 황제는 인정하기 싫지만 선택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기로에 서게 되었다. 그리고 선택은 빠르게 이루어졌다.
‘후퇴한다.’
‘하지만 병력은 아직 후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용병연합이 후방의 퇴로를 차단하고 있어서 병력이 후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우리가 무사하다면 다시 제국을 세울 수 있다.’
‘알겠습니다.’
제국의 핵심은 카이엘 황제를 비롯한 두 공작이다. 대륙십강 3명이 살아서 벗어나기만 한다면 얼마든지 재기할 수 있었다. 또한 카이엘 황제는 아직 숨겨둔 비장의 카드가 남았다. 전장에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지금쯤이면 완성이 되었을 것이다.
후퇴를 결심한 카이엘 황제, 아론 공작, 윈바이크 공작이 오러포격을 날림과 동시에 시즈, 차린, 천득구와의 간격을 벌리고 곧바로 공간이동을 해버렸다. 카이엘 황제가 달아남으로써 제국군은 사기를 잃고, 변변한 저항도 못 한 채 왕국연합과 용병연합에 항복을 했다. 치열했던 대전이 허무하게 끝이 났다.
시즈, 차린, 천득구는 카이엘 황제를 죽이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다시 붙으면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아쉬움이 더 컸다.
“주군에게 혼나겠다.”
“그렇겠지.”
“어쩌겠냐, 이미 지난 일!”
“하긴.”
“쿨하게 잊자.”
“우리가 쿨했었나.”
“아니!”
“쿨한 게 뭐가 좋다고 말이지.”
“맞아, 사람 사는 게 다 구차한 것 아니겠어!”
시즈와 천득구는 죽이 잘 맞았다. 사고방식과 정신연령이 비슷했다.
그들이 걱정하는 것과 달리 무진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전쟁은 생각한 대로 끝이 났다. 제국군과 왕국연합의 소모된 국력이 예상 이상이었다. 이로써 제국은 와해되어 버릴 것이고, 왕국연합은 약해질 것이다. 원하던 소기의 목적을 이루었으니 시즈, 차린, 천득구를 처벌할 이유는 없었다.
‘곧 다시 오겠군.’
무진은 카이엘 황제가 이대로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 확신했다. 아마 용병연합의 시즈, 차린, 천득구를 제거하기 위해서 다시 공격해 올 것이다. 타이탄이 소모된 현 상황에서 카이엘 황제에게 가장 큰 적은 시즈, 차린, 천득구였다. 메카닉 왕국에서 타이탄을 다시 완성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흘러야 가능할 것이다.
대륙의 판세를 결정짓는 전쟁이 끝이 났다.
피해가 큰 만큼 왕국연합의 왕국들은 자국의 소모된 국력을 보충하기 위해서 혈안이 되었다. 특히 용병연합이 차지한 제국의 광활한 영토는 탐나는 보물이 아닐 수 없었다.
각 왕국은 특사를 보내 시즈, 차린, 천득구를 만나 각자 자신의 왕국에 오도록 파격적인 제안을 해왔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메카닉 왕국은 용병연합의 도움이 절실했다.
하지만 모두의 예상과는 다르게 용병연합은 소니아 왕국의 편을 들었다. 다른 왕국들은 헛물만 켠 상태가 되었다. 개전 초기부터 전력의 약세를 드러낸 소니아 왕국을 지지하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용병연합을 무력으로 압박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대륙십강에 소속된 시즈, 차린은 물론 천득구의 무력을 알기 때문에 감히 도발하지 못했다.
그로 인해 소니아 왕국은 한순간에 약체국에서 대륙최강국으로 서게 되었다. 소니아 왕국의 여왕을 노골적으로 희롱했었던 각 왕국의 국왕과 왕자들은 꼬리를 말아야 했다. 잘못 비위를 맞추면 어찌 될지 뻔히 눈에 보였다.
에이프런은 왕국회의를 주도하면서 제국의 영토분쟁을 일률적으로 처리해 버렸다. 브릴란트 제국의 알토란 같은 대영토를 소니아 왕국에서 지배하고, 나머지 영토를 각 왕국이 분할해서 차지하도록 정한 것이다.
그에 대한 반발은 나오지 않았다. 제국의 본토를 점령한 것은 용병연합이었고, 용병연합은 소니아 왕국에 소속되어 있었기에 반발할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 사실 분할해 주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한 상황이었다.
에이프런은 국왕들이 쩔쩔매는 것을 보고, 속이 다 시원해졌다. 솔직히 겉으로는 표시를 내지 않았지만 암암리에 압력을 집어넣어 다시는 개개지 못하도록 짓밟았다. 말 안 듣는 놈들은 죽도록 맞으면 알아서 기게 되어 있었다. 에이프런은 매 앞에는 장사가 없다는 것을 철칙으로 내세웠다.
“꼬라지들하고는.”
에이프런은 티나지 않게 국왕들을 가지고 놀았다. 국왕들은 에이프런이 지나가는 곳을 피해 다녀야 하는 실정이 되었다.
호호호!
자신의 방으로 들어온 에이프런은 속이 다 후련한 표정이었다. 장기간 의자에 앉아 있어서 변비가 심했었는데 확 뚫리는 기분이었다.
방 안에서 서류를 보고 있던 무진이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그렇게 웃을 때가 아닐 텐데.”
“왜요?”
“카이엘 황제가 다시 올 텐데 걱정이 안 되나.”
“그건!”
도망친 카이엘 황제를 찾기 위해서 대륙의 정보망을 총동원하고도 하늘로 꺼졌는지 흔적조차 발견하지 못했다. 왕국연합회의에서 카이엘 황제의 추격에 대해서 안건이 나오고는 있었지만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사라져 버린 황제를 찾는 것도 문제였고 상대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섣불리 단독으로 움직였다가는 도리어 당할 수도 있었다. 왕국연합에게 카이엘 황제를 비롯한 대륙십강은 악몽 그 자체였다. 생각만 해도 몸서리가 처졌다.
“다른 왕국들도 있는데 제가 왜요?”
소니아 왕국은 전쟁에서 큰 활약을 하지 않았다.
“카이엘 황제가 누구에게 가장 큰 분노를 느낄까.”
“용병연합이겠죠. 아! 그럼 설마 저를 노리고!”
“맞아. 왕국연합의 국왕들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것은 제일 처음 노리는 곳이 소니아 왕국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일 거다. 네가 잘난 체하며 그들을 무시할 때 각 왕국은 실리를 쫓고 있었다. 정치는 머리만 좋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너는 깨달아야 했어.”
“빌어먹을 자식들이 아양을 떨 때부터 알아봤다니깐!”
“좋다고 실실 댄 너도 마찬가지다.”
“말을 꼭 그렇게 할 필요가 있나요!”
“그래서.”
“아…니 뭐 잘못했다고요!”
어쩐지 너무 쉽게 저자세로 나가고 있었다. 아마 속으로는 자신을 비웃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자 속이 시원하기는커녕 뒤집어지는 느낌이었다. 이대로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그러나 카이엘 황제가 다시 공격해 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기 힘들었다. 시즈에게 넌지시 물어봤을 때 정면대결은 승산이 없다고 했었다.
“그 점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 없다.”
“시즈, 차린, 천득구도 쉽지 않았다면서요.”
“내가 있잖아.”
“아! 그렇네요!”
무진이 가담하면 4명이 된다. 3명 정도는 이길 것도 같았다. 에이프런이 합공을 생각하는 반면에 무진은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다. 사실 카이엘 황제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을 가지고 있지도 않았다. 그저 에이프런에게 경각심을 깨우쳐 주기 위한 도구로 사용했을 뿐이다. 카이엘 황제가 그 사실을 안다면 화가 머리끝까지 뻗칠 것이다.
“너는 그런 데 신경 쓰지 말고 왕국을 번영시킬 방안이나 모색하도록 해.”
“계획은 있는데, 자금이 문제예요! 전쟁 때문에 소모된 군비로 인해 왕국발전을 위한 기금이 부족한 형편이에요.”
에이프런은 대륙의 역사를 따져 보아도 얼마 없는 개혁군주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다른 왕국에 비해서는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었지만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그 이유가 왕국의 자금난 때문이었다. 군비의 지속적인 확충으로 인해 개혁자금이 텅 비어버린 것이다.
무진은 에이프런의 자금 사정을 알고 있다는 듯이 주머니를 탁자에 올려놓았다.
“이게 뭔데요?”
“공간확장마법이 걸린 주머니다.”
“안에 뭐가 들었는데요?”
“이 방 안을 가득 채울 정도의 황금이 있을 거다.”
“와! 정말이요!”
그렇다면 엄청난 금액이었다. 에이프런은 여왕이다. 여왕의 방을 일반적인 기준으로 평가하면 어리석다. 보통 방의 10배에 달하는 크기였다. 상상을 불허하는 금액이었다. 일시에 푼다면 대륙의 금 가격이 하락할지도 모른다.
무진이 준 황금은 드래곤들의 황금이다. 황금을 깔고 자는 드래곤들의 습성상 대량의 황금이 바닥에 깔려 있었다. 그것을 뜯어서 적당한 크기로 자른 다음 아공간 주머니에 집어넣은 것이다.
지그프리트, 제니아, 바이드론, 젠카르트가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남의 자는 집까지 뜯어 간다며 속으로 투덜거리기는 했다.
“이 정도면 왕국발전 5개년 계획을 실행할 수 있겠네요.”
“가급적이면 메카닉 왕국의 기술력은 흡수하는 게 좋을 거야.”
“알고 있어요! 이번에 타이탄을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가지고 있는 것을 전부 빨아먹을 때까지 놓아주지 않겠어요!”
“그러도록.”
메카닉 왕국의 마도공학력, 기술력, 경제력은 배울 점이 많았다. 그들의 능력을 흡수해야만 소니아 왕국이 대제국으로 가는 발판을 얻을 수 있었다. 국가간의 자존심에 얽매여 타 국가를 무시하고, 매도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었다. 왕국의 발전을 위해서는 얻을 수 있다면 반드시 얻는 것이 현명한 군주였다.
지하로 내려오는 비밀통로.
끝없이 이어진 통로는 여러 개의 갈림길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지점마다 일루젼(환상)마법과 메이즈(미로)마법이 펼쳐져 있어 마법의 절대적인 영역에 들어서지 않으면 안으로 접근할 수가 없다.
지하통로의 특이한 점은 사방이 마나와 오러의 방화벽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외부로 기파가 새어 나가거나 전달되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것이다. 일단 통로 안으로 진입하게 되면 존재 자체가 사라져 버리게 된다.
통로의 끝에 마나장벽을 넘어서면 거대한 공동이 나타났다. 성에 비견되는 공동은 웅장함 그 자체였다.
세 사람 중 화려한 옷을 입은 자가 공동의 진입통로 바로 옆 돌기처럼 솟아 오른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마법장이 발휘되면서 공동 안의 구석구석에 박혀 있는 마정석이 빛을 토해내었다. 대낮의 밝음이 공동 안에 자리했다.
“여기는 도대체?”
아론 공작과 윈바이크 공작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공동 안에 또 다른 성이 있었다. 지하에 이런 대공사를 해놓았다니 놀라지 않는다면 거짓말이었다. 무엇보다 놀라운 사실은 지하의 거대한 성이 황궁의 아래에 있다는 것이다. 브릴란트 제국의 황성 아래에 아무도 모르는 또 다른 성이 존재하고 있었다.
“건국초기 선조께서 만일을 위해서 지어놓으신 것이다. 대대로 황제만이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황제 이외에 여기에 들어온 자는 너희들뿐이다.”
아론 공작과 윈바이크 공작은 브릴란트 제국 선대황제들의 능력에 소름이 돋았다. 이와 같은 대공역을 하기 위해서 소모된 내역이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지하의 대공사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시간으로 따지면 100년이 소모되었으며 공사에 투입된 자들을 입막음하기 위해서 죽인 수만 해도 10만에 달했다.
지하 비동의 통로와 성과의 간격이 100미터에 달한다. 이어지는 계단이 존재하지 않았다. 내려가기 위해서는 날아서 수직 하강하는 수밖에 없다.
이런 식으로 계단을 설치하지 않은 이유는 황제의 실력을 테스트하기 위해서였다. 능력을 검증받지 않고서는 황제의 작위조차 인정하지 않는 것이 브릴란트 제국의 관습이었다. 그렇기에 브릴란트 제국의 황제는 역사적으로 강했으며, 그 강함이 보전되었던 것이다.
아론 공작과 윈바이크 공작도 황제의 뒤를 따라 성안으로 들어갔다. 성은 1,00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았다. 건축물은 시간이 지날수록 소모가 된다. 그 소모되는 시간을 늘이기 위해서 보존마법을 건다. 하지만 이처럼 영구적으로 보존할 수 있도록 하는 마법은 9서클을 넘어서야 한다.
카이엘 황제는 성의 지하로 내려와 굳게 닫혀진 철문을 열었다. 철문을 열자 시리도록 차가운 한기가 퍼져 나왔다. 새어 나오는 한기로 인해 금세 주변이 얼어붙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한순간에 얼어붙어도 이상하지 않을 냉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