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지존기 185화
무료소설 대륙지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3,393회 작성일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185화
제2장 대륙정벌 (4)
저벅! 저벅!
대지를 발판 삼아 걸어 올라가는 발소리를 자이언트 기사단은 들을 수 있었다. 무진은 서두르지 않았다.
서서히 보여지는 무진의 잔상에 자이언트 기사단은 동요했다. 특히 테베른 백작의 동요가 가장 컸다. 무진만 보이고 제임스 공작이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는 것은 제임스 공작이 무진에게 졌다는 소리가 아닌가!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믿을 수 없는 현실이 진실을 강요하고 있었다.
“그럴 리가 없다! 거짓이다!”
테베른 백작은 진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의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아니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어떻게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이해하란 말인가! 테베른 백작은 눈앞에 아른거리는 무진을 죽이면 거짓말 같은 현실이 사라져 버릴 것이라 확신했다.
“네놈을 죽여주마!”
이야얍!
테베른 백작이 이성을 잃고 무진에게 달려들었다. 현실을 인정하지 않는 대신에 제임스 공작에 대한 충성심은 강했던 모양이었다. 그랜드마스터의 전유물인 마인드블레이드가 허공을 가르며 무진을 이등분했다.
슈우우웅!
무진은 대기를 쪼개며 빠르게 날아오는 마인드블레이드를 보고 손을 휘저었다. 가공할 위력을 지닌 마인드블레이드가 무진의 손바람에 부딪쳐 다른 곳으로 날아가 버렸다. 허무할 정도로 쉽게 공격이 무위로 돌아갔다. 그 광경을 지켜본 자이언트 기사단은 할 말을 잃었다.
“아…니!”
“상황파악이 안 됐나 보군.”
무진의 뒤로 짙은 어둠이 해일처럼 일어났다. 순식간에 천지사방을 가리는 짙은 어둠이었다. 태양조차 어둠으로 인해 가려지는 것 같았다. 둠의 실체가 드러났다. 짙고 순수한 어둠이 대기를 뒤덮자 칠흑 같은 밤으로 변했다.
“저…리 가!”
어둠이 주변을 뒤덮자 테베른 백작이 검력을 이리저리로 분출했다. 마인드블레이드는 찬연한 빛을 뿜어대었지만 어둠은 요지부동이었다. 어둠의 근처로 다가간 마인드블레이드가 순식간에 빛을 잃고 사라져 버렸다. 마인드블레이드는 빛과 함께 가지고 있는 검력까지 어둠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휘이이잉!
둠이 테베른 백작의 전신을 감싸자 내부에 숨쉬고 있는 생명력이 흡수되기 시작했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소용없는 짓이었다. 어둠은 공기처럼 테베른 백작의 전신으로 스며 들어가서 모공을 뚫고 나왔다.
덜! 덜! 덜!
어둠이 훑고 지나간 테베른 백작의 모습은 처참함 그 자체였다. 미라처럼 생명력이 빨려 들어간 테베른 백작은 서 있는 것조차 힘들어 보였다. 영혼조차 흡수되어 살아 있는 시체나 마찬가지였다. 그 모습을 본 자이언트 기사단은 기겁했다.
“마…신…이다!”
“악…마야!”
그랜드마스터조차 속절없이 당한다. 자이언트 기사단은 무진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 영혼조차 살아남지 못한다는 공포감에 자이언트 기사단은 뒷걸음을 치고 말았다. 인간의 원초적인 공포를 자극하고 있으니 감당할 수 있는 기사는 아무도 없었다.
“도…망쳐야 돼!”
“오…지… 마!”
오줌을 지릴 것 같은 공포였다. 살아남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온전한 인간으로 보전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다. 저렇게 처참한 모습으로 죽는 것은 자이언트 기사단도 원치 않았다. 더군다나 어둠을 상대로 어떻게 이긴단 말인가! 마인드블레이드조차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기사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도망치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어둠은 공기와 같았다. 도망친다고 해서 공기로부터 벗어날 수는 없지 않은가! 어둠이 사나운 해일이 되어 지상을 뒤덮었다.
솨아아아아악!
순수한 어둠의 근원이 살아 있는 생명체 속에 담겨 있는 생명력을 빨아들었다. 둠의 범위 안에 있는 지형지물이 어둠에 녹아들어 혼이 사라져 버렸다.
“안… 돼!”
으아아아악!
겁을 먹은 기사들이 도망치다가 어둠에 휩쓸렸다. 전력을 다해 검력을 분출해 보았지만 소용없는 발버둥에 불과했다. 어느 쪽으로 피해도 어둠을 피할 수는 없었다. 짙은 암흑이 대지와 기사단을 완벽하게 집어삼켰다.
무진이 어둠의 중심에 서서 돌아보았다.
“청소능력이 업그레이드됐군.”
아직까지도 무진은 둠의 능력을 그 이상으로 평가하지 않았다.
“돌아와.”
무진의 명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사방을 뒤덮은 어둠이 거짓말처럼 사라져 버렸다.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 같았다.
하지만 대지를 보면 전혀 그렇지 않았다. 색깔을 잃어버린 대지는 죽음의 대지가 되어버렸다. 다시 살아나려면 오랜 세월이 흘러야 가능할 것이다.
그 안에 휩쓸렸던 자이언트 기사단은 마른 장작개비처럼 변해 있었다. 혼이 사라져 버린 육신은 고목나무와 같았다.
무진은 죽어버린 자이언트 기사단의 육체를 버리지 않았다. 무언가 다른 뜻이 있다는 듯이 아공간에 300명의 자이언트 기사단은 온전히 집어넣었다. 도대체 무슨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 짐작을 할 수 없었다.
무진은 주변을 정리하고 바로 전장으로 향했다.
푸아앙!
화화화활!
사방이 불바다가 되었다. 시즈가 지나간 자리는 불의 지옥과 같았다. 주변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재조차 남지 않고 타 버리고 있었다. 가공할 화력에 제국군은 기겁을 하고 말았다. 제국군의 전략병기는 시즈에게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었다.
“파이어!”
붉은 빛이 아닌 청색의 불기둥이 솟구쳐 올랐다. 시퍼런 불길은 사람의 마음마저 차갑게 식혔다. 보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고 있었다. 감히 막아설 엄두가 나지 않았다. 시즈의 불길에 5천에 달하는 병력이 소멸되었다. 믿을 수 없는 전투력이 아닐 수 없었다.
솨아아아!
좁은 구멍으로 대양(大洋)이 지나간다는 표현이 무색했다. 압도적인 수압으로 인해 물이 지나간 곳마다 구멍이 뚫렸다. 합금으로 된 철벽조차 압력을 지닌 물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워터!”
차린은 전력을 사용하지도 않았다. 그저 물의 원초적인 힘만으로 상대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인지경이었다. 어느 누구도 차린의 근처조차 밟지 못했다. 안으로 파고들다가 물방울에 머리가 뚫려 죽은 기사와 병사들의 수를 세기도 어려웠다. 물기가 햇빛에 반사하여 아름다움을 자아냈지만 제국군은 아름답다 여기지 못했다. 물의 아름다움 속에 감추어진 물의 마녀를 보는 것 같았다.
퍼어어엉!
크아아악!
사방에 뿌려지는 핏물.
비상하는 살 조각들이 주변에 널렸다. 주변에 다가오는 족족 처참한 육편덩어리로 변했다. 피가 튀고, 살이 찢어지고, 뼈가 으스러지고 비명성이 전장에 울렸다.
피가 튀는 전장 속에서 미친 듯이 검력을 분출하는 천득구였다. 광혈난무(狂血亂舞)라는 표현을 넘어섰다. 피에 미친 살인귀가 입이 귀에 걸린 듯이 웃으면서 제국군을 유린하고 있었다.
제국의 기사들과 병사들은 그 모습을 보고 악마를 보는 듯했다.
“크하하하하! 좋다! 좋아! 어서 덤벼라!”
미친놈은 더러워서 피하겠지만 피에 미친놈은 피한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시즈, 차린, 천득구의 압도적인 위용에 제국군의 기세는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다. 더군다나 대륙 5대 용병대의 수뇌부 역시도 만만치가 않았다. 이제까지 용병들에게 가졌던 인식을 완전히 뒤바꾸어 놓았다.
지형, 기후조건까지 제국군에게는 최악이었다. 후방기습작전에 나섰던 제임스 공작에게서까지 연락이 두절되는 바람에 제국군은 우왕좌왕하며 패퇴 일보 직전까지 밀리고 있었다.
“물러서지 마라!”
“우리는 자랑스런 브릴란트 제국의 군대다!”
“제국의 명성에 먹칠하지 마라!”
귀족과 기사들이 악을 써보지만 별반 소용은 없었다. 이미 전략자체가 완전히 어긋나 버린 상황이었다. 후퇴를 하든지, 아니면 항복을 하는 것이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하지만 제국군의 수장인 제임스 공작이 없는 이상 항복하는 것도 마음대로 결정하지 못했다.
루이벨트 후작은 전장을 지켜보며 침음성을 터뜨렸다.
“어쩌다가!”
제국군의 전력이 원래의 전력에 비해 약하다고 해도 용병에게 이처럼 허무하게 무너질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이제까지 용병들을 너무 얕보고 있었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닫게 되었다. 특히 시즈, 차린, 천득구의 가공할 무력을 경험한 그는 몸서리가 쳐졌다.
“저자들은 분명 대륙십강에 버금가는 자들이다! 어떻게 저런 자들이 용병이 되어 있단 말인가!”
일인군단이라고 불리는 대륙십강.
그런 말이 왜 나왔는지 귀족들과 기사들, 병사들은 알 수 있었다. 그들은 일반적인 기준으로 평가해서는 안 되는 존재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공작 전하에게는 소식이 없느냐!”
“없습니다!”
루이벨트 후작은 가망이 없음을 인정했다. 용병들의 가공할 전투력도 문제지만 전략에 있어서 완패였다. 모든 것이 엉망이 되어버린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은 후퇴였다. 이대로는 피해만 속출할 뿐이다. 지금만 해도 거의 8만에 달하는 병력을 잃었다.
“후퇴한다!”
“하지만 공작 전하께서는 전력을 다하라 하시지 않았습니까!”
제브라 백작은 이후에 제임스 공작의 분노를 감당할 수 있겠냐는 뜻을 물었다.
루이벨트 후작도 그 점은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전략을 세운 제임스 공작이 제 시간에 나와주지 않고 있었다. 후방을 교란하기는커녕 용병들의 기세는 점점 올라가고 있었고, 제국군의 기세는 지속적으로 추락하고 있었다.
승산이 없는 전투에서 끝까지 대항하는 것은 미련한 짓이었다.
“책임은 내가 진다! 어서 후퇴하라!”
“알겠습니다!”
루이벨트 후작의 명령에 의해서 후퇴를 알리는 나팔 소리가 울렸다.
부우우우웅!
부우우우웅!
나팔 소리가 전장에 울리는 가운데, 까마득히 높은 허공에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무진은 전장의 흐름을 허공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제임스 공작을 처리한 후 공간이동을 했다.
전장은 무진의 예상대로 흘러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시즈, 차린, 천득구를 비롯한 각 용병대의 수뇌부와 전략, 전술병기의 활용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끝났군.”
나팔 소리와 동시에 후퇴하는 제국군이었다.
무진은 시즈, 차린, 천득구에게 쫓지 말라고 의기전성을 보냈다. 추격해서 섬멸하는 것보다는 이 상황을 대륙전장의 한복판에 알리는 것이 나았다. 그동안 용병연합은 제국을 점령하면서 영토를 넓히는 것이다.
자유용병제국을 세우건 말건 그것은 신경 쓸 일이 아니지만 후일 소니아 왕국에 힘을 싫어 주어야 한다는 것은 변함없다.
와아아아아아아!
와아아아아아아!
전장에서 승리한 용병들의 환호성이 평야 전체를 메아리쳤다. 대륙최강이라는 제국군을 물리친 것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용병이라고 해서 멸시와 천시를 받았던 것을 한꺼번에 날려버리는 승리였다.
무진은 승리의 감동에 젖어 있는 용병들을 제외하고 시즈, 차린, 천득구를 불렀다. 무사한 모습으로 나타난 무진을 본 차린은 안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전장에 제임스 공작과 자이언트 기사단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은 후방을 기습하기 위해 움직였다는 뜻이 되었다.
제임스 공작은 제국이 자랑하는 4대 공작 중에 1명이며, 대륙십강의 상위서열에 속하는 인물이다. 결코 만만히 볼 수 없는 상대라는 것을 알기에 조금은 걱정이 된 차린이었다.
그녀는 누군가를 걱정해 본 적이 없다. 그것이 어떤 마음인지 알 수는 없으나 관심 그 이상이라는 것을 부정하지는 못했다.
“더 이상 추격하지 않는 것입니까?”
“그렇다.”
제국을 점령하면서 조금씩 전장의 구석으로 몰게 되면 브릴란트 제국은 자연스럽게 고립이 되어버린다. 대륙전쟁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던 카이엘 황제는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될 것이다. 카이엘 황제는 회군 또는 전승(戰勝)을 위해 남겨둔 전력을 모두 사용해야만 한다.
무진이 아는 카이엘 황제는 물러서는 성격이 아니다. 아마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다.
“당장은 천천히 움직이면서 제국을 점령하도록.”
“그렇게 하겠습니다.”
제국군의 전력뿐만 아니라 메카닉 왕국을 비롯한 왕국연합의 힘도 빼놓을 필요가 있었다. 이번 전쟁에서 대륙은 약해져야만 했다. 그래야만 암암리에 활동하는 놈들에게 날개를 달아줄 수 있었다.
“대륙전쟁의 윤곽이 조금씩 드러날 거다. 그때에 우리는 제국군의 뒤를 친다.”
제국과 왕국연합이 전력의 대부분을 소모한 뒤에 제국군의 뒤를 치면서 전쟁을 정리하면 되었다.
국가 간에는 명예보다 실리가 중요하다. 전쟁 후 가장 혁혁한 공을 세운 것은 메카닉 왕국이 되겠지만, 가장 큰 힘을 가진 왕국은 소니아 왕국이 될 것이다.
“그전에 너희들의 소문을 제국 전체에 내라. 이유는 알고 있겠지.”
“물론입니다.”
대륙십강 2명과 그에 버금가는 존재가 있다. 카이엘 황제라고 해도 쉽사리 후퇴를 결정하지 못하게 된다. 용병연합의 전력이 만만치 않음을 느끼는 즉시 왕국연합을 무너뜨리기 위해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