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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지존기 183화

무료소설 대륙지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3,390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183화

제2장 대륙정벌 (2)

 

펠링턴 협곡을 빠르게 지나가고 있는 300명의 무리가 있었다. 단련된 기운이 보통 이상이었다. 뿜어내는 예기가 마치 칼과 같았다.

펠링턴 협곡은 제국 내에서도 세 번째로 큰 협곡이다. 오랜 세월의 침식으로 형성된 협곡으로, 기이한 절경과 깎아지른 듯한 절애로 되어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름다운 광경을 자아내지만 안으로 진입하기는 무척이나 어려운 지형이다. 특히 양 갈래로 갈라진 진형의 협곡과 협곡 사이를 지나가려면 웬만한 실력으로는 어림도 없다.

사사사사삭!

2열 종대로 진형을 갖춘 기사단은 험난한 지형에 구애받지 않았다.

“서둘러라. 이제 곧 전투가 벌어질 것이다.”

“예!”

자이언트 기사단을 이끌고 있는 제임스 공작은 느긋하게 움직이고 있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속도는 가장 빨랐다.

툭!

응?

제임스 공작은 무언가 깨지는 듯한 작은 소리를 들었다. 자세히 듣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미세한 소음이었다. 자이언트 기사단은 아직 알아차리지 못했다.

제임스 공작이 협곡의 위를 바라보았다. 아직까지는 별다른 변화가 없지만 진동이 서서히 커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여기를 벗어난다!”

제임스 공작이 빠르게 나아가자 그 뒤를 자이언트 기사단이 신속하게 따라붙었다. 협곡이 무너지는데도 그들은 별달리 긴장하는 눈빛은 아니었다. 부서지기 전에 충분히 벗어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우르르르!

꽈꽈꽈꽝!

거대한 협곡이 진동에 의해서 부서져 내리기 시작했다. 삽시간에 협곡은 함몰이 되어 길이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다시 돌아가기 위해서는 협곡을 돌아서 가야만 했다.

제임스 공작과 자이언트 기사단은 빠르게 이동하여 무너져 내리기 전에 협곡을 빠져나왔다.

제임스 공작은 이상한 듯 무너져 내린 협곡을 보았다. 좀 전까지 아무런 이상도 없던 협곡이 무너진다는 게 수상했다. 협곡 위에 누군가 있을 수도 있단 생각에 기감을 확장해 보았다. 하지만 그 어떤 움직임도 잡히지 않았다. 제임스 공작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의 기감에도 잡히지 않는 자는 대륙을 통틀어도 3명을 넘지 않는다.

“과민반응이었나.”

일이 자꾸 계획했던 대로 풀리지 않자 천재지변까지도 의심하게 되었다는 생각마저 하게 되었다. 제임스 공작은 심란한 심기를 떨쳐버리고 갈 길을 재촉했다.

“아니?”

돌아서서 방향을 잡고 가려는 순간 누군가 서 있었다. 뜻하지 않은 불청객이었다. 협곡의 주변은 사람이 쉽사리 접근할 수 없는 지형이다. 이곳을 혼자 왔다는 것 자체가 수상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다.

“네놈은 뭐냐?”

테베른 백작이 위협하듯이 무진에게 소리쳤다. 원하는 대답이 나오지 않을 시 당장에라도 검을 들이대려고 했다.

“선물은 괜찮았나.”

“무슨 뜻이냐?”

“협곡.”

무진이 협곡을 가리켰다. 그제서야 테베른 백작은 무진이 무슨 뜻으로 한 말인지 이해를 했다. 이해를 하자 분노가 치솟았다. 협곡에 함몰되면 자이언트 기사단이라도 죽을 수 있었다.

“저놈을 죽여!”

테베른 백작의 명령에 의해서 자이언트 기사단의 게일이 나섰다.

제임스 공작은 게일이 나서는 것을 말리지 않았다. 알 수 없는 이상한 위화감이 들었던 것이다. 협곡이 무너질 때 마나나 오러의 파장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데도 협곡은 쉽게 무너져 내렸다. 또한 이 주변을 확인했을 때 무진을 감지하지 못했다.

‘내가 놈을 느끼지 못했다는 것인가!“

오러를 수련했다면 제임스 공작이 알아차려야 했다. 수상한 것이 한둘이 아니다. 놈의 정체를 밝혀내기 위해서는 누군가 나서주어야 했다. 때마침 테베른 백작이 알아서 기사를 부렸다.

게일이 무진에게 다가갔다.

“무릎 꿇고 살려달라고 해도 이미 늦었다!”

진득한 살기를 뿜어내는 게일이었다. 게일은 25살의 젊은 나이에 오러마스터에 올라선 기사로 젊은 층에서는 가장 실력 있는 전도유망한 기사였다.

차아앙!

예리한 검신이 빛을 뿜어내었다. 게일이 검을 들고 무진의 상체를 이등분하려고 했다. 검이 눈앞에서 횡으로 그어지는 상황에서도 무진은 표정 변화가 없다.

“꿇어.”

뜻하지 않은 명령.

게일이 피식거리다가.

털썩!

의지와는 상관없이 게일이 무릎을 꿇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게일은 물론 그 뒤에 서 있던 자이언트 기사단도 알지 못했다. 다만 제임스 공작만이 어렴풋이 느꼈다.

‘권능! 그럴 리가!’

초극에 달한 자만이 가질 수 있는 능력이었다. 제임스 공작도 하려고 하면 충분히 할 수 있다. 하지만 저처럼 자연스럽게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불안감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었다.

덜! 덜! 덜!

게일은 두려운 듯 비 맞은 개처럼 떨었다.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사방을 옥죄는 기운은 게일의 정신에 타격을 주었다.

“스스로 죽어라.”

정신이 멀쩡한 사람이 스스로 죽는 경우는 드물다. 그것도 오러를 수련한 기사들은 정신력이 일반적인 사람보다 훨씬 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일은 거부하지 못했다.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게일은 검을 반대로 잡고 자신의 배를 찌르고 있었다.

“살…려!”

게일은 죽고 싶지 않았다.

죽고 싶지 않은데 몸은 의지를 벗어나 버렸다.

푸우우욱!

크아아악!

살려달라고 구걸했지만 무진은 들어주지 않았다. 게일은 검을 배에 박은 채 흙바닥에 얼굴을 처박았다.

부르르르!

한차례 몸을 떨던 게일은 호흡이 멎었다. 오러마스터의 최후치고는 너무나 초라했다.

자이언트 기사단은 분노한 기색이 완연했다. 무슨 이유로 게일이 자살했는지는 몰라도 무진이 수작을 부렸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사악하고 음험한 흑마법 계열의 수법이라고 생각했다.

“사악한 놈! 네놈의 살을 씹어 먹겠다!”

분노한 테베른 백작이 살기를 뿜어내자 자이언트 기사단도 동조했다. 동료의 죽음을 이대로 묵과할 수 없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명령이 떨어지면 당장에라도 무진의 목을 쳐버릴 기세였다.

테베른 백작이 명령을 내리려고 할 때.

“멈춰.”

제임스 공작이 행동을 제지했다. 게일이 나선 것은 놈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놈의 능력을 확신할 수가 없다. 좀 전에 무진이 게일에게 쓴 수법은 흑마법이라고 할 수도 없다. 흑마법을 사용했다면 어둠의 기운이 느껴져야 한다. 무진에게서 흑마법의 기운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위험한 놈이다.’

제임스 공작조차 측정하지 못한 놈이다. 또다시 어떤 수법을 사용할지 예측이 불가능했다. 섣불리 덤벼드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결정이었다. 자이언트 기사단의 전력이 손실되는 것은 제임스 공작도 원하지 않았다. 우선은 신중하게 놈의 정체와 막아선 이유를 알아내는 것이 먼저였다.

“무엇 때문에 막는 거지?”

“이유가 중요한가.”

“죽기 전에 알아두는 것도 좋겠지.”

“원한다면 알려주지.”

무진은 굳이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이곳에서 밝힌 사실은 무진을 제외한 어느 누구도 알 수 없을 테니 말이다.

제임스 공작의 피처럼 붉은 눈썹이 꿈틀거렸다. 용병들을 연합해서 제국을 흔든 존재가 눈앞에 있는 무진이었다. 사실이 그렇다면 제국으로서는 반드시 죽여야 하는 존재다.

‘그동안 우리가 아무것도 몰랐단 말인가!’

이제까지 본모습을 숨기고 있던 존재의 등장이었다. 가히 파격적이라고 해도 부족하지 않다. 그보다 불안한 것은 아직도 숨기고 있는 것이 더 있을 것이라는 예감 때문이었다.

“그렇다 해도 이 자리에 혼자 나오다니 죽고 싶은가 보구나.”

“듀론도 그렇게 말하더군.”

움찔!

제임스 공작은 물론 자이언트 기사단까지 움찔거렸다. 전쟁 전 듀론 공작이 실종되었다. 사실 실종보다는 스스로 몸을 숨겼다고 생각하는 자들이 많았다. 대륙십강의 일인이 실종되다니 그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는 일인가! 그런데 그 사실을 정체를 알 수 없는 자에게서 들었다. 놀라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네놈이 듀론 공작을 죽였단 말이냐!”

“그렇다.”

“웃기지 마라! 너 따위에게 당할 듀론 공작이 아니다!”

믿을 수 없는 일이다. 테베른 백작과 자이언트 기사단은 무진의 말을 믿지 않았다. 대륙십강을 죽인 자가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다. 무진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아마 미친놈 취급받을지도 모른다.

모두가 믿지 않는 가운데 제임스 공작은 불안감이 스쳐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이성적으로는 인정할 수 없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원초적 본능이 경고를 해왔다. 초극에 달한 제임스 공작이다. 본능의 경고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진실일 수 있었다.

‘이해할 수가 없다!’

무진이 위험한 놈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듀론 공작을 죽일 정도로 대단한 놈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만약 사실이라면 무척 곤란한 일이 될 것이다.

‘음! 이 기운은?’

제임스 공작의 표정이 달라졌다.

무진은 먼저 손을 쓰지 않았다. 혼돈력을 흡수한 후 강해진 힘을 테스트해 보고 싶었다. 역량을 테스트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전력을 다해 주는 것이 좋았다. 제임스 공작이 전력을 다할 수 있도록 무진은 친절하게 사실을 밝혀주었다. 선택은 제임스 공작의 몫이다.

무진은 제대로 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내부에 숨 쉬고 있는 기운의 일부를 제임스 공작에게 보여주었다. 초극에 달한 자만이 가질 수 있는 압도적인 기운이었다. 제임스 공작이라면 느꼈을 것이다.

씨익!

무진의 입가에 호선이 그려졌다.

“이제는 조금 달라졌나.”

“네놈 같은 존재가 있을 줄은 몰랐다!”

제임스 공작은 무진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 이 순간 무진의 존재감을 느낀 자는 제임스 공작뿐이다. 자이언트 기사단은 아직 그 정도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

“제임스 공작 전하! 저희가 처리하겠습니다!”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한 테베른 백작이었다. 앞뒤 분간 못 하고 나서려고 했다. 제임스 공작은 테베른 백작의 말에 짜증이 치밀었다. 적의 역량도 파악하지 못한 놈이 죽을 자리를 향해 나아가려고 한다. 직속 수하만 아니라면 죽든지 말든지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다.

“뒤로 물러서서 자이언트디펜스를 펼쳐라.”

“예? 알겠습니다!”

자이언트디펜스는 자이언트 기사단이 펼치는 최강의 방어전술이다. 초극에 달한 기사를 상대하기 위해서 제임스 공작이 오랜 시간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낸 디펜스다. 웬만한 적이 아닌 이상은 펼칠 이유가 없다.

테베른 백작은 의문이 들었지만 제임스 공작의 명령에 따랐다. 제임스 공작의 기세가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눈빛에 서린 강력한 투기는 보는 것만으로도 몸이 떨릴 지경이었다.

‘도대체?’

그제야 테베른 백작도 무진이 위험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제임스 공작이 진심을 보일 정도면 엄청나게 위험한 자였다. 테베른 백작은 위험을 자초했다는 생각에 얼굴이 붉어졌다.

“시작해 볼까.”

“기다려줘서 고맙군.”

무진은 제임스 공작과 자이언트 기사단이 진형을 갖출 때까지 기다려주었다. 제임스 공작은 무진의 오만에 분노했지만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았다. 전투에 있어서 만큼 제임스 공작은 침착했다. 분노로 인해 판단을 흐트러트리지는 않았다. 무진의 방심을 이용하는 것도 전술이라고 여겼다.

“와라.”

“후회나 하지 마라!”

무진은 선수를 양보했다. 제임스 공작은 기꺼이 먼저 공격해 왔다.

팟!

쿠쿠쿠쿠쿠쿵!

제임스 공작의 그림자가 꺼지기가 무섭게 공방이 시작되었다. 뒤에서 지켜보던 자이언트 기사단은 제임스 공작이 언제 움직였는지 알아채지도 못했다. 또한 공방이 시작됨과 동시에 벌어지는 무지막지한 파괴력에 전율했다.

꿀꺽!

자이언트 기사단조차도 제임스 공작의 진정한 실력을 알고 있는 자는 테베른 백작을 비롯한 소수뿐이다. 더군다나 그들조차도 오늘 같은 제임스 공작은 처음이었다.

‘도대체?’

테베른 백작은 연신 물음표였다.

제임스 공작의 전지전능한 무력은 그렇더라도 그걸 받아내는 무진이란 존재는 도대체 무엇인가!

말도 안 되는 일이 계속 벌어지고 있었다. 그 어떤 말로도 설명할 수 없는 황당한 일이었다. 아마 지금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누군가에게 말한들 믿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꽈아아아앙!

우르르르! 콰과꽈꽝!

일격에 실린 거대한 무력이 절벽을 치자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다. 충돌이 있을 때마다 기파가 발생하여 주변으로 뻗어나갔다.

무진과 제임스 공작의 주변으로 거대한 기의 폭풍이 형성되었다. 가볍게 스쳐 지나가는 바람마저 그 위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스치기만 해도 가루가 되어버릴 지경이다. 나선의 소용돌이가 지상과 하늘을 이어놓아 거대한 기둥을 형성했다.

휘이이이이잉!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오러의 소용돌이는 하늘 높이 승천하는 거대한 드래곤을 보는 듯했다. 무진과 제임스 공작의 주변으로 접근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그 둘은 자신들의 영역 안에 침범하는 어느 누구도 용서하지 않았다. 부딪치는 대지와 대기가 비명성을 토해냈다.

사나운 맹공을 퍼붓던 제임스 공작은 무진의 방어에 놀란 기색이 완연했다.

‘이 정도란 말인가!’

무진의 방어력은 완벽 그 자체였다. 허점을 노리고 공격한 줄 알았건만 아니었다. 공격의 흐름을 파악하고, 이끌어 오고 있었다. 마치 제임스 공작의 공격을 유도하여 방어하는 것 같았다.

무진의 방어술은 초극을 넘어선 지 오래였다. 일반적인 방어술이 아닌 공략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 적의 허점을 발견하는 것 이상으로 적의 공격을 끌어당겼다.

이제까지 무진은 패력으로 적을 무너뜨리는 것을 선호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방어가 약했던 것은 아니다. 지금 무진은 공방일체의 합일을 이끌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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