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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지존기 182화

무료소설 대륙지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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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182화

제2장 대륙정벌 (1)

 

브릴란트 제국의 서쪽 지역 일대를 지배하게 된 용병연합은 방어라인을 구축하면서 잠시간의 휴식을 취했다. 그러나 휴식은 잠시뿐이었다. 용병연합의 작전을 파악한 브릴란트 제국이 반격을 가해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제국의 숨겨진 전력은 예상보다 강했다. 정예 15만의 대군이 제임스 공작의 전략, 전술에 따라 용병들이 차지한 지역을 몰아붙였다.

용병들의 경우 전쟁보다는 소규모 단병전에 뛰어난 것이 정석이다. 대군과 대군의 대결에서는 제국의 병력운용이 확실히 뛰어났다. 전략, 전술의 활용 면에서 뒤처지면서 용병들의 개인전투술이 쉽사리 발휘가 되지 않는 상황이 되었다. 그로 인해 용병들은 변변한 반항조차 하지 못하고 후방으로 밀리게 되었다.

제국군은 용병들을 전멸시키려는 듯이 필사적으로 쫓았다.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용병들도 방어선을 지키면서 간간이 기습전을 펼쳤다. 용병들의 기습전은 상당히 효율적이었다. 소수의 뛰어난 용병들이 제국의 허리라인을 끊어놓자 전방과 후방의 군열(軍列)이 흐트러지고 말았다.

-제임스 공작 막사진영.

제임스 공작을 비롯한 군부의 수장들이 모여 작전회의를 가졌다.

“공작님, 이대로 용병들을 계속 밀어붙이면 제국에서 쫓아낼 수 있습니다.”

“그걸로는 만족할 수 없다.”

제임스 공작은 용병들을 후퇴시키는 것으로는 만족하지 않았다. 대륙최강국인 브릴란트 제국을 침입한 용병들에게 제국의 무서움을 확실하게 보여주어야 했다.

아직까지 전투는 일방적인 것 같으면서도 전면전이 벌어지지 않았다. 이대로 용병들이 빠져나가 버리면 제국의 체면은 손상될 것이다.

그렇다고 장기전으로 끌고 가기에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브릴란트 제국과 왕국연합의 전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전장의 상황이 쉽게 나아지지 않고 있었다.

“그럼 기사단을 이끌고 제가 직접 가겠습니다!”

자이언트 기사단을 맡고 있는 테베른 백작이 자신감 있는 어조로 말했다. 그는 그랜드마스터의 경지에 이른 기사로 군부에서 제임스 공작을 제외하고 가장 강한 기사였다.

제임스 공작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테베른 백작이 강한 것은 인정하지만 대륙 5대 용병대장들의 실력을 간과할 수는 없다. 놈들을 제압하고 후방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제임스 공작이 직접 나서야 했다.

“이번 작전은 원래대로 내가 직접 간다.”

“용병 따위를 상대하는데 공작 전하께서 직접 가실 필요까지 없습니다!”

“그래서 내 말을 거역하겠다는 말인가.”

“아…닙니다.”

제임스 공작의 차가운 눈빛에 테베른 백작은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테베른 백작은 제임스 공작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기도에 식은땀을 흘렸다. 감히 항거할 수 없는 절대적인 기운이었다.

“그럼 준비하도록.”

“알겠습니다! 공작 전하!”

테베른 백작이 기사단을 준비하기 위해서 막사를 나섰다.

막사 안에 남겨진 제임스 공작은 차가운 기운을 뿌리고 있었다. 용병들이 방어라인을 구축한다고 했을 때, 후방을 치려고 했었다. 그런데 용병들이 변변한 전투도 없이 허무하게 도망쳤다. 그가 구상한 전략대로 용병들이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그것이 제임스 공작의 심기를 어지럽혔다.

“싹을 모조리 다 잘라주지.”

막사 안에 진득한 살기가 맴돌았다.

 

시즈, 차린, 천득구의 명령에 의해서 용병들은 전선에서 물러섰다. 후방으로 후퇴하면서 기습전을 펼치는 것을 제외하면 별다른 전투를 벌이지는 않았다. 단기전이 아닌 장기전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용병들끼리 전투에 관한 설왕설래가 자주 이어졌다.

“치사한 놈들! 전략병기만 사용하지 않았으면 단칼에 목을 쳐버렸을 텐데.”

“그렇지, 원래 전쟁이라면 검과 검으로 해야지. 안 그래!”

“맞아! 뒤에 숨어서 화력만 쏘아대고 말이야! 겁쟁이들이 따로 없다니까!”

전쟁에서 벌어지는 전략전술과는 어울리지 않는 대화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용병들의 대화가 이해되기도 했다. 단병전에 특화되어 있는 용병들로서는 후방화력지원과 전략병기와의 공조전투가 익숙하지 않았다. 제대로 싸워보지 못하고 밀리는 것이 못마땅한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죽음을 각오하고 무모한 전투를 하고 싶어하는 용병들은 없었다. 어차피 용병은 돈에 움직이는 존재들이다. 돈도 안 되는 일에 뛰어들어 개죽음을 당하고 싶지는 않았다.

-용병연합대장 막사.

막사 안에서는 무진, 시즈, 차린, 천득구가 전략회의를 하고 있었다. 이제까지의 전장은 모두 무진의 뜻대로 진행되었다.

“계획대로 물러섰습니다.”

“곧 놈들이 행동을 펼칠 것이다.”

무진은 제국의 지도를 펴놓고 제국군이 진군할 수 있는 루트를 재확인했다. 후방으로 물러선 것은 전면전을 벌이지 않으려는 의도뿐만이 아니다.

제국군의 수장인 제임스 공작은 정해진 전략대로 움직이는 것을 선호한다. 그러나 한 번 전략이 틀어지면 이성적 판단 대신에 주관적인 판단을 하는 성향이 있었다. 정해진 대로 일이 잘 풀리면 명장이라는 칭호를 받을 수 있겠지만 일이 틀어지는 순간부터는 명장이 아닌 졸장이 되었다. 그렇기에 무진은 제임스 공작의 심기를 흔들기 위해서 지속적으로 전략을 수정하며 비틀었다.

“팔콘 영지에서 메트론 영지의 사이의 대로로 적은 진군할 것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여기 카브론 평야에서 적을 맞이해야 합니다.”

“이유는?”

“카브론 평야는 지대가 제법 높은 편입니다. 더군다나 완만한 경사도가 있어 공격하기에 쉽지 않은 지형입니다.”

“적의 발을 묶어놓고 싸운다 이 말인가.”

“그렇습니다. 또 하나 우리에게 유리한 점은 바람입니다. 적의 진군속도를 조금씩 늦춰가면서 오후부터 전투를 벌일 수 있다면 바람은 우리편입니다.”

카브론 평야는 완만하지만 빠르게 진군하기 어려운 경사도를 가지고 있었다. 또한 오후 늦은 시간부터는 바람이 역으로 바뀌어서 위에서 아래로 바람이 분다. 바람의 강도가 무척이나 거센 편이라 방어하는 데에는 가장 효과적인 지점이었다.

“단, 적이 우회하여 후방을 공격할 경우 쉽지 않은 전쟁이 될 겁니다.”

“제국군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을 수도 있단 말이지.”

“그렇습니다.”

“좋군.”

무진이 원하는 작전이다. 적이 바보가 아닌 이상 제국 내의 지형조건과 기후에 대해서 일정 부분 눈치를 채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걸 노리고 역으로 후방을 찌르고 들어올 수도 있었다.

“시즈, 차린, 천득구.”

“예! 주군.”

“너희들의 명성이 어느 정도지.”

“무슨 말씀이신지?”

“두 번 말하게 하지 마라.”

“저희가 대륙십강이라는 것을 아는 자는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를 쉽게 볼 수 있는 자도 없습니다.”

“그렇겠지.”

무진은 알고서 묻는 것이었다. 제임스 공작이 시즈, 차린, 천득구에 대해서 알고 있다면 후방을 교란하기 위해서 직접 움직일 것이다. 어설픈 교란은 오히려 역습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둘 것이 분명하다. 더군다나 자존심이 상한 제임스 공작은 용병대장을 사로잡아 제국을 침범한 본보기로 삼을 것이다.

“이제 실력을 감출 필요는 없다.”

“그럼 쓸어버리란 말씀이십니까.”

“그렇다.”

용병연합의 수뇌부들을 비롯한 강자들은 절대 약하지 않았다. 이제까지 전력을 사용하지 않았을 뿐이지 실제 전투에 들어가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후방은 어찌하실 생각이십니까?”

“내가 맡겠다.”

“혼자서는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과연 그럴까.”

무진에게서 풍겨 나오는 기도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이 중에서 가장 강한 시즈조차 버티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무너지지 않을 완전한 존재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무엇이 달라졌는지는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다. 다만 이제는 절대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시즈뿐만이 아니다. 차린조차 무진의 역량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단 며칠 사이에 저렇게 변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천득구도 무진의 기운을 느꼈다. 완벽하면서도 절대적인 파괴성이 느껴졌다. 이것은 천살성이기에 때문에 본능적으로 드는 느낌이었다.

“주군!”

“왜 그러지?”

“어디서 좋은 거 혼자 몰래 드신 것 아닙니까! 정력이 너무 좋아지셨습니다!”

카무하트를 흡수했으니 먹은 것은 아니더라도 비슷하기는 했다. 그로 인해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되어버렸다. 불가해(不可解)의 영역 안에 들어선 무진이다. 이제는 어느 누구도 비교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그럴지도.”

“남은 것이 있다면 조금이라도 괜찮으니 저 좀 주십시오!”

“없다.”

천득구는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근래에 들어 천득구는 피나는 수련을 하고 있었다. 무진의 가장 최측근은 그였다. 그런데 시즈, 차린이 더 가까워 보이기 시작했다. 무진은 철저하게 실력으로 수하들을 평가한다. 그런 면에서 천득구는 시즈, 차린에 비해 아직 약하다. 무진에 비해서 약한 것은 참을 수 있어도 다른 놈들보다 약한 것은 싫었다.

“원한다면 단련시켜 주지.”

“정말이십니까?”

“물론이다.”

“감사합니다!”

무진의 수련이 얼마나 혹독한지 천득구도 알고 있다. 그래도 물러서고 싶지 않다. 강해질 수 있다면 혹독한 수련 정도는 참을 수 있었다. 혹독한 수련 뒤에 차린, 시즈를 밟고 서 있을 수 있다면 충분히 할 만했다.

무진도 천득구의 단호한 결의를 보았다.

‘하지만 쉽지 않을 거다.’

결의는 결의일 뿐 결과를 보여야 한다.

 

3일 후.

카브론 평야에 용병들이 배수의 진을 치고 제국군을 기다렸다. 이제까지 용병연합은 전략병기를 사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부터는 전장이 다르다. 각 용병대가 보유하고 있던 전략무기를 설치하고 제국군을 맞이했다.

시즈, 차린, 천득구가 용병연합의 선두에 서서 제국군이 오기를 기다렸다. 카브론 평야에 진지를 구축할 시간을 벌기 위해서 레인져용병대를 운용해 제국군의 진군 속도를 늦추었다.

제국군이 제법 능숙하게 막아내는 바람에 레인져용병대 5개 중에 2개가 전멸했지만 그 정도면 손해보는 전투는 아니었다.

“자네 괜찮나!”

“뭐가?”

“자네 거울 좀 보게.”

시즈가 걱정스러운 듯이 천득구에게 물었다. 무진의 수하가 되면서 둘이 자주 붙어 다녀 친하기는 했다. 실력으로서는 서로에게 지고 싶지는 않겠지만 기본적인 인간관계는 형성되어 있었다.

현재 천득구의 얼굴은 깊은 초췌함 그 자체였다. 얼굴 아래까지 내려와 있는 다크서클에 광대뼈가 드러나 보이는 수척한 얼굴, 피부는 푸석푸석하기까지 했다. 오랜 기간 동안 햇빛도 보지 않은 채 시름시름 앓는 환자와 같았다. 일어서서 걸어 다니는 것이 신기해 보일 지경이다.

“내 얼굴이 그렇게 심한가?”

“그걸 말이라고 하나. 나는 시체가 움직이는 줄 알았다네.”

“내가 주군하고 2일 동안 있었지.”

“그런데 도대체 거기서 뭐 한 건가?”

“말도 마! 나 다시는, 절대, 네버(Never) 주군에게 수련시켜 달라고 안 할 거다!”

“무슨 수련이길래?”

“알면 미칠걸!”

천득구는 2일이 지난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무진이 설치한 마진법에서는 1시간이 하루였다. 무려 한 달 반이 넘는 시간 동안 천득구는 지옥의 수련을 경험해야 했다. 다시 떠올리는 것조차 소름이 끼쳤다.

“그래도 강해지기는 했어!”

“정말이냐?”

다 죽어가는 놈이 강해졌다고 하니 믿음이 가지 않는 시즈였다.

의심 많은 친구를 위해서 천득구는 주변을 통제하고 기운을 발산해 주었다. 그것을 느낀 시즈는 깜짝 놀랐다. 전에 느꼈던 천득구의 기운과는 질적으로 달랐다. 기운의 수발이 몰라보게 자연스러워졌으며 오러의 질적인 농도가 차원이 다르게 상승했다. 2일 만에 사람이 이렇게까지 달라질 수 있다니 놀라움을 넘어 경악스러웠다.

“어때. 굉장하지.”

“그래!”

시즈는 순수하게 감탄했다.

“나는 얼마 못 버텼지만 너라면 훨씬 더 강해질 수 있을 거다!”

“정말이냐!”

“장담한다! 대신 고통스럽다는 것을 상기하도록 해!”

“걱정 마! 나는 너보다 강하잖아!”

시즈는 천득구도 버텨낸 것을 자신이 버티지 못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잠시간의 고통으로 저만큼 성장할 수 있다면 분명히 대단한 수련일 것이다. 엄살이나 떠는 천득구와 달리 오랜 시간 버텨서 최강이 되고 싶었다.

‘크크크! 넘어왔군. 나도 웬만하면 버틴다. 하지만 그게 버틴다고 될 것 같아.’

천득구는 혼자만 고통스럽고 싶지 않았다. 강해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는 게 우선이었다. 사실 무진과의 수련에서 죽고 싶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수련은 육체, 정신, 영혼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다. 잘못되었다면 두 번 다시 자신의 이름이 무엇인지 기억하지도 못할 뻔했다.

“너는 특별히 10일만 해라.”

“10일 가지고 되겠어! 100일은 할 수 있다!”

“역시 너는 파이어용병대장답다!”

천득구가 치켜세워 주자 시즈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나 옆에서 지켜보는 차린은 의심 가득한 눈초리로 천득구를 바라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런 성격이 아닌데!’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것 같은데, 그것이 딱 뭐라고 짐작하기 힘들었다. 시즈와 차린은 둘 다 대륙십강이다. 초극이 되기 위한 수련을 버텨낸 그들에게 수련이 어려워서 힘들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았다.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되었지만 딱히 무엇이라고 꼬집어 말할 수가 없었다.

차린의 상념은 오래가지 않았다.

“제국군이닷!”

빠아아아아아앙!

착! 착! 착! 착!

시끄러운 나팔 소리와 진군 소리가 들려왔다.

시즈, 차린, 천득구는 상념을 지우고 전투에 집중했다. 지금 이 순간 중요한 것은 전투에 이기는 것뿐이었다. 만약 지기라도 하는 날에는 남은 인생 엄청난 굴곡이 생길 것이다. 그것은 시즈, 차린, 천득구 모두 장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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