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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지존기 181화

무료소설 대륙지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3,178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181화

제1장 카무하트 (6)

 

3차전이 시작되었다.

카무하트는 시작부터 전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더 이상 손을 겨루는 것조차 수치스럽게 여기고 있는 것 같았다. 무진 역시도 지지 않고 전력을 발휘했다.

투꽈꽈꽝! 퍼퍼퍼퍼펑!

세상의 끝 어디에선가 무진과 카무하트를 지켜보고 있는 자가 있었다. 그는 관조하는 눈빛으로 그 둘의 대결을 흥미진진하게 바라보았다.

‘또 지겠지.’

무슨 뜻으로 말하는지 알 수가 없다. 그는 나서지 않고 말없이 무진과 카무하트의 시선 밖에서 관찰을 할 뿐이다.

푸아아아앙!

굉음과 함께 버섯구름이 피어오르더니 무진의 신형이 튕겨져 나갔다. 무게조차 느껴지지 않는 듯이 포탄처럼 날아가서 지면을 수백 바퀴나 굴렀다.

간신히 몸을 멈춘 무진이 돌아서는 순간 포격이 날아왔다. 막을 수도 피할 수도 없는 무지막지한 포격이었다. 일포 일포에 실린 위력이 대지를 무너뜨리고도 남았다.

푸아앙! 푸아앙!

무진은 수라탄강기를 활용한 멸살포로 대항해 봤지만 소용없었다. 멸살포가 힘없이 퉁겨져 나가고, 무진의 몸은 만신창이가 되어갔다. 역량의 차이가 여전히 벌어져 있었다. 버티고 있는 것조차 무진은 버거움을 느꼈다.

-사라져라!

팟!

거대한 힘이 무진의 몸을 옥죄자 촛불이 꺼지듯이 힘없이 터져 나가버리고 말았다. 카무하트는 무진의 몸을 없애버리고 난 후 세상을 무너뜨렸다.

-이제 나의 세상이다! 무너져라!

우우우우웅!

쩌저저저적!

세상을 구성하는 모든 사물이 출렁거리더니 깨진 거울처럼 조각조각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카무하트의 의지력이 세상을 뒤덮자 벌어진 현상이었다. 무진의 존재 자체를 없애 버리려는 카무하트였다.

무진의 세상이 무너지고 카무하트가 그리는 세상으로 재 탄생하기 시작했다. 신의 의지력이 닿은 세상이 변화를 일으키며 새로운 세상으로 바뀌었다. 카무하트는 스스로 만들어 낸 세상에 만족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 완전히 끝났군.

“뭐가 끝이라는 거지.”

휙!

또다시 들려오는 무진의 목소리. 그에 반응한 카무하트의 고개가 뒤로 돌려졌다. 설마 설마하는 심정이었다. 무진의 세상과는 다른 카무하트의 세상으로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진이 살아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가 없다.

“체면이 말이 아니군.”

-이놈! 도대체 무슨 수작을 부리는 것이냐!

“알고 싶다면 날 완전히 이겨라. 그럼 자연스럽게 알게 될 거다.”

-계속 지기만 한 놈이 날 이길 것이라 보는 것이냐!

“언젠가는 이기겠지.”

네 번째 대결이 시작되었다. 분노한 카무하트는 이성을 주체하기가 힘들었다. 어디서부터 일이 잘못되었는지 알 수가 없는 상태였다. 완벽하게 처리했다 싶은 순간 무진이 계속 나타나고 있었다. 하지만 망설이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었다.

치열한 대결은 계속되었고 무진은 만신창이가 되어 가루로 변해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계속 부활하여 카무하트를 열받게 만들었다.

열 번째 전투가 되었다.

푸아아앙!

휘청! 휘청!

카무하트가 휘청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의외의 일이었다. 전력을 다한 순간부터는 무진의 공격을 전부 쳐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무진이 강해지더니 이제는 팽팽한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이게 도대체?

“무척이나 궁금한가 보군.”

-말해라! 네놈이 도대체 무슨 수작을 부린 것이냐!

“현실이었다면 네가 이겼겠지.”

-현실!

그 순간 카무하트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몸을 떨었다. 분명히 이곳은 현실이 아니다. 무진은 현실을 언급했다. 사실 무력의 차이는 확실했다. 현실에서 무진은 카무하트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아무리 싸워도 백전백패일 것이다. 물론 다시 살아나지도 못한다. 현실에서의 죽음은 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곳은 현실이 아닌 무진의 정신이다.

-설…마 아직도 여기가 너의 세상이라는 것이냐!

“이제야 깨달았나.”

-그…럴 리가!

완벽한 존재가 신이다. 신이 인간의 손에 농락을 당하다니 그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도 않을뿐더러 믿고 싶지도 않았다.

그때였다.

세상의 끝에서 바라보고 있는 자의 목소리가 천지사방에 울렸다. 마치 사방에서 말을 하는 것 같았다.

“너는 내 안에서 싸웠을 뿐이다. 그러니 나는 어디서에서든 존재할 수 있지.”

세상을 구슬 같은 공간 속에 구현해 관전하고 있는 자는 다름 아닌 무진이었다. 무진은 구슬 안에서 무진과 카무하트의 대결을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무진이 죽을 때마다 부활시켜 다시 세상에 내보냈다. 결국 무진이 자신의 분신을 보내 계속 카무하트와 싸우게 한 것이다.

무진의 정신력이 만들어낸 가상의 세상 속에 또 다른 가상의 세상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은 무의 공간 속에서 정신을 수련했기 때문이다. 차원을 넘어오기 전 천검신과 끊임없이 대결을 펼치며, 무수한 시간 동안 정신을 단련했다. 그 결과 무차원에서 혼돈력을 깨우쳤다.

무(無)의 세상에서 새로운 것을 탄생시킬 수 있다는 것은 신의 능력을 손에 넣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무진의 정신은 완성된 실체를 가지고 있었다. 카무하트조차 속아 넘어갈 정도로 완벽한 정신체를 가진 것이다.

“이제 네 힘도 많이 줄었겠지.”

-그…럴 리가!

카무하트는 내부의 혼돈력을 관조해 보았다. 그러자 어느새 그 힘이 반 이상 빠져나가 버리고 말았다. 이성을 잃어 힘을 조절하지 않고 발산해 버렸다. 그 힘은 무진의 양식이 되어 세상 속에 퍼졌고, 다시 무진에게 힘을 보태주었다.

무진은 세상 전체를 마른 모래처럼 만들어놓았다. 물이 아무리 넘쳐 흘러도 모래 속에 흡수되기 마련이었다. 결국 카무하트는 스스로의 힘을 낭비한 꼴이 되었다.

-이…건 말도 안 돼! 어떻게 인간의 정신력이 이런 거대한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냐!

“과소평가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무진이 다가섰다.

카무하트는 저도 모르게 뒤로 주춤거리며 물러섰다. 무진에게서 느껴지는 무력이 어느 정도인지 이제는 짐작이 가지 않았다. 역량의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은 카무하트가 질 수도 있다는 뜻이 된다. 여기서 지게 되면 카무하트라고 해도 소멸되어 버린다.

소멸은 완벽한 죽음이다. 주신조차 카무하트를 죽이지는 못했다. 신이 죽다니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나는 파괴와 혼돈의 신이다! 절대 지지 않는다!

“현실이 아니라고 해도 이제는 지겹군.”

처음 두 번의 패배에서 무진은 완벽하지 않은 자신을 발견했다. 패배한다고 해도 상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처음의 각오와 달리 화가 났었다.

더군다나 이 세상은 무진이 만든 세상이었다. 원래보다 강력한 힘을 사용했는데도 불구하고 처참하게 패배했다.

납득이 되지 않는 패배로 인해 화가 났지만 그것이 점점 무진의 잠재력을 각성시키는 바탕이 되었다. 패배를 곱씹으며 다시는 패배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무진을 완성체로 만들어갔다. 그와 더불어 카무하트의 혼돈력을 흡수한 후 무력으로 만들어내면서 엄청난 진전을 이루었다.

-이노움!

“흥분한 건가.”

무진은 신도 별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스스로 정한 범위를 벗어나게 되면 인간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카무하트는 가지고 있는 전력을 마구잡이로 사용했다. 그에 반해 무진은 그 어느 때보다 차분했다. 처음의 흥분했던 무진과는 또다시 달라졌다. 물론 강함에서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선과 선이 이어진 거대한 그물망이 무진의 시야에 보였다. 혼돈력으로 이루어진 그물망이었다. 빠져나갈 구멍조차 없는 것 같았지만 무진은 그 틈을 발견하고 냉철하게 선을 그었다.

사아악!

그물망이 끊어지면서 무진이 파고들 수 있는 간격이 생겼다. 무진은 신속하게 나아가서 카무하트와의 간격을 없애버렸다. 다급해하는 카무하트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죽음에 직면한 적이 없는 완벽한 존재로 태어났다. 무진과는 탄생 자체가 다른 존재다. 그렇기에 죽음 앞에서 허둥대고 있었다.

슈욱!

퍼억!

카무하트의 가슴에 주먹자국이 생겼다. 뼈가 부러지지 않은 것은 혼돈력이 흐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충격은 고스란히 몸에 쌓였다. 순간 숨이 막힌 카무하트의 몸이 정지되었다. 무진의 권격은 이제 시작이었다. 가슴을 직격한 권격이 카무하트의 얼굴을 노렸다.

퍼억!

팟!

피가 튀었다. 카무하트는 흘러내리는 핏물을 인식하지도 못한 채 무진의 패도적인 권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반항을 해보려고 했지만 무진이 용납하지 않았다. 교묘하게 카무하트의 방어선을 농락한 무진이었다. 방어를 무용지물로 만든 무진은 카무하트를 무참하게 유린했다. 이제까지 당한 것을 보복이라도 하는 것처럼 밟아서 으스러뜨렸다.

꾸물! 꾸물!

꿈틀거리는 것을 보니 아직 살아 있는 것 같았다. 무진은 숨을 헐떡이는 카무하트의 몸을 짓밟으며 허탈감을 느꼈다. 절대적인 존재가 무너지자 나약한 존재가 되었다. 무진이 원하던 것은 아니다. 좀더 강하게 반항했으면 했다.

-그…만! 내가… 졌…다!

“초라하군.”

-나…는 죽으면 안… 되는 존…재다!

“닥치는 게 좋을 거야.”

무진은 같잖은 동정심 따위를 발휘하지 않았다. 만일 잘못되었다면 무진의 몸은 카무하트가 차지할 수도 있었다. 남의 몸을 차지하려고 수작을 부렸던 주제에 이제 와서 구걸을 하다니.

무진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한다고 해도 받아주는 성격이 아니다. 이미 저질러놓은 죄를 사과 따위로 인정하라니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그에 대한 대가는 반드시 치러야 했다.

“너의 힘 잘 쓰도록 하지.”

-안… 된…다! 나는 신…이다!

“그래서.”

-살…려…다오!

“되도 않는 말을 하는군.”

무진은 카무하트를 놓아주지 않았다.

“잡아.”

무진의 의지가 대기로 퍼지자 대기가 알아서 카무하트를 들어 올렸다. 권능을 발휘할 수 있는 경지를 개척한 무진이다. 신의 권능마저 손 안에 넣은 것이다. 대기가 거칠게 요동치더니 카무하트를 끌어올렸다.

-나…를 살…려 주면 원래…의 세상으로 돌…려 보내주겠다!

“네가 할 수 있다면 나도 할 수 있으니 걱정 마라.”

무진은 카무하트의 혼돈력뿐만 아니라 그가 가진 모든 것을 흡수할 수 있었다. 그 사실을 깨달은 카무하트는 발악을 했다. 하지만 승부는 기울대로 기울어 버렸다. 대기에 들어 올려진 순간부터 몸 안에 남아 있는 혼돈력이 사방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안… 돼! 이…럴… 수는 없어! 하…찮은… 인간…에게…….내…가!

혼돈력이 빠져나가기가 무섭게 카무하트의 몸이 조금씩 분해되었다. 무진은 카무하트의 몸을 세밀하게 분해하여 흡수했다. 몸이 모래알보다 작게 분해되고 있는 고통을 생생하게 느끼고 있다면 과연 어떤 느낌일까!

-으…아아아아악!

카무하트의 처절한 비명성이 울렸다. 흡수되는 것은 몸뿐만이 아니다. 그의 의지, 생각, 기억, 의념 등 모든 것들이 흡수되고 있었다. 카무하트가 살아간 흔적들조차 한순간에 사라졌다.

무진은 카무하트의 고통을 지켜보았다.

“고통조차 이겨내지 못하면서 신이라고 잘난 체한 것인가. 결국 쓰레기였군.”

무진은 카무하트의 남아 있는 자존심마저 무참하게 짓밟았다. 카무하트는 무언가 말을 하려고 했지만 대부분이 흡수되어 말조차 하지 못하고 대기 중으로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무진은 카무하트의 온전한 힘을 전부 흡수했다. 그러자 무진의 세상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힘의 본질이 무진과 완전하게 합일되면서 벌어진 현상이었다. 무진은 내부로 흘러들어 오는 막대한 혼돈력을 흡입하여 본연의 능력으로 바꾸어나갔다. 그와 동시에 카무하트가 지니고 있던 방대한 지식이 무진의 뇌리로 스며들었다.

신의 지식과 힘을 흡수하고 합일하는 과정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100일 동안 그 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고 내부를 관조하는 일에 모든 총력을 기울였다. 신의 능력은 과연 대단했다. 만일 중원의 무진이었다면 카무하트의 권능에 무너져 버렸을지도 몰랐다.

완성된 실체를 이루었을 때 무진은 내부의 자신과 외부의 자신을 일치시켰다.

번쩍!

눈을 뜬 무진의 눈에서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기광(氣光)이 번져 나왔다. 몸에서는 서기가 서려 있어 범접하기 힘든 위압감을 뿜어내었다.

무진은 주변을 돌아보았다.

마진법을 펼쳐놓은 대지가 엉망진창으로 망가져 있었다. 천재지변이 일어난 것처럼 들쭉날쭉 솟아오른 대지는 기괴하기까지 했다.

무진의 옷도 재가 되어 사라져 버린 지 오래였다.

내부에서의 전쟁이 외부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체감했다. 무진의 몸에서 번져 나오는 기운이 대지를 망가뜨려 놓은 것이다. 그 힘의 여파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약과에 불과했다. 카무하트와 무진의 대결이 실제 세상에 재현되었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할 것이다. 세상이 멸망해도 이상하지 않은 무지막지한 대결이었으니 말이다.

무진은 기운을 내부로 완전하게 갈무리를 했다. 겉으로는 절대 드러나지 않았다. 다만 저절로 형성되는 압도적인 존재감이 사방을 옥죄였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숨조차 쉬기 힘든 위압감이었다.

“이제 세상을 가늠해 볼 수 있게 된 건가.”

보고, 느끼고, 숨쉬는 것으로 무진은 세상의 진리와 마주설 수 있게 되었다. 이 세상을 구성하는 모든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제까지와는 다른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무진이 바뀌지는 않았다.

“복구.”

혼돈의 권능이 발휘되자 무너져 내린 대지가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무진의 권능이 미치는 지대 전체가 본 모습을 찾아갔다. 그 광대하고 놀라운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할 지경이었다.

대지는 삽시간에 원래의 모습을 찾았다.

“이것이 신의 권능인가.”

대지는 원래의 모습을 찾았지만 기질과 성질 자체가 전혀 달랐다. 무진의 권능으로 인해 새롭게 재구성한 것이다.

무진은 파괴와 복구의 권능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은 창조와 관련이 있었다. 어쩌면 죽은 사람도 살려낼 수 있을 지 몰랐다. 다만 살아난다면 과거와 다른 기질을 가지게 될 것이다. 아니면 전혀 다른 사람이 될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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