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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지존기 177화

무료소설 대륙지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3,12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177화

제1장 카무하트 (2)

 

동굴의 주변은 탐지마법과 프로텍트마법이 동시에 걸려 있었다. 저서클의 마법이라고 해도 그 효용성을 달리하면 위력과 활용의 폭이 크다. 동굴의 주변에 외부의 침입을 방비하는 마법이 마법진에 녹아들어 까다로운 형태로 구현이 되었다. 하나를 건드리게 되면 자동적으로 모든 마법진이 발동되도록 되어 있었다.

“최소한 8서클인가.”

상위서클이나 같은 반열에 든 마법사만이 알 수 있는 복합마법진의 형태였다. 무진의 마법은 현재 9서클 익스퍼트에 올라서 있었다.

8서클과 9서클의 차이는 1서클의 차이지만 지금까지 배운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경지였다. 왜 9서클 마법사를 컴플리트(완전자)라고 부르는지 알 수 있었다. 완벽에 가까운 자라고 불리어도 손색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그 완벽의 기준은 마법에 한해서다. 무진의 무력에 비한다면 아직 한참은 부족한 실력이었다. 완성이 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다.

‘흥미롭긴 하군.’

8서클 마법사는 대륙 전체를 따져봐도 흔하지 않다. 왕국의 궁정마법사가 되어도 부족하지 않은 실력이다. 그런 고서클 마법사가 깊숙한 산중의 동굴에서 은밀한 행동을 취하고 있다. 충분히 의심이 들 만한 일이었다.

무진은 9서클 투영마법인 프로젝션마법을 사용하여 마법진을 지나갔다. 서클과 서클 사이의 빈틈을 찾아 그 사이를 교묘하게 파고들어 흔적을 들키지 않게 하였다.

동굴의 내부는 음습함이 감돌고 있었다. 포트란 산맥에 퍼진 어둠의 마기가 잔잔한 파도와 같다면 동굴 안은 마기 자체가 소용돌이치는 것 같았다. 마기를 수련한 자가 아니면 정신이 붕괴될 수도 있었다.

무진은 마기에 대응하지 않고 스며들어 동굴의 내부에 동조하였다. 마치 마기 자체가 무진이 된 것처럼 짙은 어둠을 발산했다.

‘좋군.’

미치도록 무언가를 파괴하고 싶은 본능을 건드린다. 마기는 인간의 내면에 감추어져 있는 숨겨진 본능을 자극한다. 무진은 본능을 억제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파괴야말로 무진의 진정한 본능이었다.

 

“결계를 확실하게 부쉈겠지.”

“그렇습니다. 다만 그로 인해 저희들의 위치가 탄로 난 것 같습니다. 아마 신성제국의 추격대가 지금쯤 이곳으로 오고 있을 겁니다.”

“하는 수 없지.”

검은색 로브를 입고 있는 자가 주변을 돌아보며 아쉬운 듯한 표정을 지었다. 숨어 지내기에는 이곳만 한 곳이 없다. 곳곳에 마법재료가 널려 있고, 마법을 수련할 수 있는 마기까지 섞여 있어서 제법 괜찮은 장소였다.

“필요한 것들을 챙긴다. 절대로 놈들에게 단서가 될 만한 것을 남겨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명심해라.”

“철저하게 준비하겠습니다.”

곧 있으면 신성제국이 쳐들어올 것이다. 그 전에 연구자료와 단서들을 챙기고, 불필요한 것들을 소멸시켜야 한다. 시간이 없는 만큼 신속히 서둘러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검은색 로브를 입은 자의 명령을 받은 자가 문을 열었다.

“뭐…야!”

문을 열었더니 그 앞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자가 서 있었다. 놀란 흑마법사가 손을 쓰려고 했지만 무진의 손속이 더 빨랐다.

퍼억!

구우우웅!

복부에 권격을 맞은 마법사의 허리가 으스러지면서 뒤에서 마법을 발현하려던 자에게 날아갔다.

캐스팅 없이 마법을 구현한 자는 망설이지 않고 마법을 사용했다. 수하의 죽음보다는 적을 죽이는 것이 먼저였다.

“죽어랏!”

-다크파이어(암화-暗火).

분출된 어둠의 마력은 날아오던 마법사의 몸을 삽시간에 재로 만들어 버리고 무진을 덮쳤다. 불길은 마력의 충만함 때문인지 방 안을 순식간에 달구며 벽 전체를 녹여버렸다.

화화화활!

파이크는 9서클 흑마법사다. 흑마법사는 일반적으로 전투력이 백마법사보다 강하다. 전투에 특화되어 있고, 어둠의 마기가 백마법사의 마력사용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흑마법사는 고서클로 올라가기가 어렵다. 단기간 내에 빠른 성장을 하는 반면에 어둠의 마력을 통해 깨달음을 얻기가 쉽지가 않다. 마왕의 선택이 아닌 다음에는 불가능했고, 마왕은 아무에게나 자신의 마력을 빌려주지 않았다.

파이크는 뜻하지 않은 습격자의 등장에 당혹스러웠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지?”

동굴외곽부터 안까지 그가 직접 마법진과 마법아이템으로 손을 써놓았다. 또한 동굴 내부에는 10명의 흑마법사가 지키고 있었다. 그들 모두가 7서클에 도달한 고서클 흑마법사였다. 완벽한 방어라인을 혼자서 뚫고 들어왔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현실이다.

그런데.

저벅! 저벅!

어둠의 불길 속에 무진이 걸어 나왔다. 불길에 휩싸였는데도 불구하고 몸에는 그을음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멀쩡한 모습으로 걸어 나온 무진을 본 파이크가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알 수 없는 위압감이 파이크를 짓눌렀다. 마주 보고 서는 것만으로도 다리가 후들거렸다.

“목적이 뭐지?”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냐!”

“하긴 쉽게 말하지는 않겠지.”

힘을 가진 자는 자신만의 프라이드가 강하다. 그렇기에 어떠한 경우에도 절대 입을 열지 않는다. 하지만 상대도 상대 나름이다. 경험해 보지 않더라도 결과는 뻔히 나와 있었다.

“건방진! 감히 내가 누군 줄 아느냐!”

“곧 말하게 될 테니 입을 열지 않아도 좋다.”

“이런 미친! 죽여주마!”

파이크는 참지 않았다. 수상한 놈이라고 해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는 엄연히 9서클 흑마법사다. 놈이 대륙십강이 아닌 이상 1대1로 상대해서 질 이유가 없다.

-헬파이어(지옥의 염화).

“헬파이어에 죽는다는 것을 영광으로 알아라!”

염화계열의 마법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헬파이어가 순식간에 형성되었다. 수분을 태우는 듯한 지독한 열기가 번졌다. 공기에 닿는 것만으로도 피부가 녹아버릴 수 있었다.

파이크의 방이 제법 큰 편이지만 지옥의 열기를 견디지는 못했다. 동굴이 녹아서 무너져 내릴 수도 있었다.

훗!

무진의 입가가 비틀리면서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헬파이어는 분명히 대단한 마법이다. 그러나 무진은 그 이상의 불길도 견뎌낸 존재다. 시즈의 리미트파이어를 퉁겨낸 무진에게 화염계 마법을 사용한 것은 실수다.

“소용없다.”

무진의 의지가 허공으로 관통했다. 그러자 막대한 기운이 방 안에 소용돌이쳤다. 헬파이어의 무지막지한 불길이 무진의 의지 안에 갇히게 되었다. 무진이 손을 말아 쥐자 대기가 급격하게 수축되며 불길이 작은 횃불만 하게 줄어들었다. 대지를 불태우는 지옥의 불길이 잠식되어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팟!

바람 앞의 촛불처럼 꺼져버린 것이다.

움찔!

그때까지 파이크는 넋 놓고 바라봤다. 무슨 수를 써야 한다는 생각마저 하지 못한 것이다. 모든 마나를 집중시켜 만들어낸 헬파이어를 저런 식으로 와해시켜 버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황당했다.

“넌… 뭐냐?”

파이크의 음성이 떨려왔다. 그가 펼칠 수 이는 최강의 마법이 이처럼 속수무책인 경우는 처음이었다. 이건 파이크가 상대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 있었다. 저도 모르게 뒷걸음을 친 파이크는 도망치고 싶었다. 무엇보다 여기서 붙잡히게 되면 대업에 지장을 준다는 것을 알았다. 모든 마력을 텔레포트마법에 집중했다. 도망치는 것이 최선이었다.

“아…니!”

마나가 움직이지 않았다. 얼음처럼 동결되어 파이크의 마력을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마나를 쥐어짜며 동결된 마나의 틈의 찾아보려고 했지만 헛수고였다.

무진이 조금씩 다가왔다.

주춤! 주춤!

괴물을 보는 듯 파이크의 눈동자가 떨리고 있었다. 대륙십강이라고 해도 이 정도로 강력한 존재감을 가지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 이상의 괴물이 틀림없었다.

파이크는 맞상대하는 것보다는 틈을 봐서 도망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파이크의 바람은 노이무공(勞而無功)이었다. 무진은 큰 빈틈을 허용하는 성격이 아니다. 그것도 다 잡은 것을 곱게 도망치도록 놔두지는 않는다.

무진이 손을 뻗었다. 너무도 느렸다. 그냥 몸을 뒤로 빼기만 하면 손에 잡히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나 파이크는 손을 피하지 못했다. 파이크의 눈에 손은 점점 커져서 모든 것을 가려 버렸다. 세상 전체를 가려버리는 것 같았다.

크윽!

울렁!

무진의 손에 잡히는 순간 파이크는 마나가 울렁거리는 것을 느꼈다. 몸에 있는 모든 것들이 두려움에 벌벌 떠는 것 같았다. 혈류가 치솟아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이제 편히 말해 볼까.”

무진만 편할 뿐이다. 파이크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는 거미줄에 걸린 먹이가 된 기분을 느꼈다.

번쩍!

무진의 청백안(靑白眼)이 빛을 발하며 파이크의 눈을 관통했다. 눈을 통해 들어온 청백색의 안광은 망막의 신경을 지나 뇌 속으로 전달이 되었다. 우주의 영역과 맞먹는 뇌를 무진의 의지가 휘저었다.

부들! 부들!

뇌 속이 찢어져 버리는 충격으로 인해 파이크는 발악하듯이 몸을 떨었다. 파이크는 눈을 감고 싶어도 감지 못했다. 몸이 파이크의 의지를 따라주지 않았다.

무진은 적에게 인정을 베풀지 않는다. 파이크의 내면에 감추어진 정보를 파악하는 데 방해되는 것들을 전부 부숴버렸다.

뇌는 수만의 층과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층을 내려갈 때마다 더욱더 깊은 내면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단번에 뚫고 들어가 버리면 사람의 내면은 자기방어를 하게 되는데, 무진은 그걸 용납하지 않았다.

파이크는 입에 거품을 물고 있었다. 뇌는 육체를 통제하는 원동력이다. 원동력이 박살나니 몸은 통제가 되지 않는 인형이 되었다.

응!

통천안을 개방한 무진은 마지막에 방해를 하는 금제를 보았다. 지독한 암흑으로 뒤덮여 있는 결계였다. 통천안의 의지력이 뚫으려고 하자 암흑은 한 겹 두 겹 뭉쳐지더니 수없이 밀집되어 방어를 해왔다.

‘다른 자의 방어결계다.’

9서클 마법사를 금제하려면 그 이상의 존재여야만 한다. 무진은 파이크가 음모의 주도자가 아님을 깨달았다.

‘좋군.’

무진은 승부욕이 발동했다. 누구의 어둠이 더 강한지 대결해 보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무진은 통천안에 암흑혼돈력을 결합했다. 혼돈력이 파괴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다면 암흑력은 흡수력을 내포하고 있다.

무진은 혼돈력으로 파이크의 금제를 무너뜨리면서 주변으로 흩어지는 어둠을 암흑력으로 끌어들였다. 적의 어둠을 바탕으로 무진은 자신의 어둠을 강화시켰다.

크아아아앗!

반발력이 상상 이상이었다. 파이크는 견디기 힘들었는지 귀를 찢는 듯한 비명성을 내질렀다. 마치 곧 죽을 듯한 모습이었다.

무진은 냉정했다. 사람은 이 정도 쉽게 죽지 않는다. 설사 죽는다고 해도 무진은 상관하지 않았다.

파지지직!

어둠으로 밀집된 결계에 균열이 발생하면서 무너져 갔다. 부서진 어둠의 파편들이 다시 뭉치려고 하자 무진의 암흑력이 모래몬스터처럼 마구잡이로 흡수해 버리고 있었다. 흡수된 어둠은 무진의 어둠 속에 녹아 들어갔다.

팟!

어둠의 결계가 무너지고, 파이크의 내면에 감추어진 진실이 무진의 뇌리로 스며들었다. 어둠은 짙었고, 파괴적이었다. 음습함 뒤에 감추고 있는 어둠은 잔인한 파괴성의 총체였다. 모든 것을 파괴하려는 속성을 가지고 있었다.

파이크는 도구에 불과했다. 9서클 흑마법사를 단순히 쓰고 버리는 도구 정도로 여기고 있었다.

씨익!

두려운 진실 앞에 선 무진은 미소를 지었다. 무진이 예상한 것보다 더욱더 거대한 악의 결정체였다.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는 진실이지만 무진은 흥미롭게 여겼다. 만약 무진이 알아낸 진실이 대륙에 알려진다면 당장에라도 전력을 다해 막으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무진은 전혀 알릴 생각이 없다.

“재밌게 되어가는군.”

평범한 사람의 기준으로 무진을 잴 수 없다. 일반적인 기준은 무진에게 의미가 없는 일이다. 자신만의 주관으로 똘똘 뭉쳐진 무진은 그만의 확실한 가치관이 있다.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다.

“시간이 없으니 이만 끝을 내주지.”

파이크에게 더 이상 알아낼 것이 없는 무진은 생을 거두어주었다. 가볍게 목을 꺾어버린 무진은 파이크의 어둠을 모조리 다 흡수해 버렸다. 의지만으로 정령의 통제가 가능해진 무진은 둠을 통해 어둠을 흡수할 수 있었다.

파이크의 혼은 어둠의 마왕에게 저당 잡혀 있는 상태였다. 죽음과 동시에 혼은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야 했다.

무진은 파이크의 주변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었다. 몸에서 빠져나가 다른 차원의 어둠으로 빨려 들어가던 파이크의 혼마저 흡수해 버린 것이다.

완벽하게 모든 것을 흡수한 무진은 주변을 정리했다. 흔적을 지워야 했다. 무진의 가벼운 손짓에 마법이 발동하여 방 안을 정리했다. 자료는 불태우고, 마법을 발현했던 흔적은 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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