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 속의 엑스트라 18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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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46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189화
189화. 황하사신 (4)
콰앙-
은옥상과 옥소마희는 절대마령의 벽을 뚫어 보려고 전력을 다해 공격했다.
산악조차 무너트릴 강력한 공격이었음에도 절대마령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양쪽의 기운이 충돌할 때 더 큰 충격을 받는 것은 은옥상 쪽이었다.
절대마령은 마치 강시처럼 뻣뻣한 상태로 가끔 그녀의 장력에 대항해서 장력을 날릴 뿐이었다. 문제는 그 충격 여파가 만만치 않다는 사실이었다.
“역시 절대마령이다!”
모두가 절대마령을 두려워하며 경외심을 갖는 이유를 충분히 실감할 수 있었다.
과연 이 절대마령을 그 누가 상대할 수 있을까. 아무리 공격해도 전혀 타격받지 않는 이 끔찍한 괴물을.
“헉헉!”
옥소마희의 입에서도 단내가 뿜어졌다. 옥소마희는 몇 차례 옥소로 절대마령을 타격했으나 아무런 상처를 입히지 못했다. 절대마령이 도검불침의 신체라더니 과연 그 위력이 어마어마했다.
“끝났다. 포기해라.”
한쪽 구석에서 사마극이 빈정거렸다.
누가 봐도 빨리 항복하는 것이 오히려 나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은옥상은 그렇게 할 수 없었다. 그녀가 포기하는 순간 다음 수순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사마극의 경쟁자는 혁무휘와 은옥상. 현재 사마극은 혁무휘의 손발을 자라내고 있는 상태다. 상대적으로 은옥상의 피해는 아직 없다지만, 혁무휘가 쓰러지면 칼날은 그녀를 향할 것이다.
오늘 이곳 한빙소에서의 만남은 사마극과 은옥상의 대결을 앞당긴 것으로 볼 수 있었다. 그녀가 이곳에서 사로잡힌다면 사마극은 그녀에게 교주 자리 승계 포기를 요구할 것이다. 그녀를 따르던 지지 세력은 와해되고, 아마 그녀는 사마극과 결혼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녀가 사마극과의 혼인을 싫어하는 이유는 그 순간 그녀의 모든 것을 다 내려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만일 이 모든 것을 거부한다면 그녀는 오늘 이곳 한빙소에서 죽음을 맡게 될 것이다.
“그럴 수 없지.”
은옥상은 입술을 깨물며 거절 의사를 날렸다.
그녀는 교주 자리를 포기할 생각이 없었고, 무흔에게 한빙소의 물을 전달하는 것도 단념할 수 없었다. 게다가 사마극과 결혼하게 된다면 차라리 죽어 버리겠다는 생각마저 하고 있었다.
어떻게든 이곳을 뚫고 나가야 한다.
크르르르-
절대마령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그녀가 탈출하지 못하도록 수동적으로 막고 있었다면 이제는 능동적으로 잡으려 했다.
뒤쪽은 한빙소여서 물러날 공간도 없었다.
“은 사매! 그만 머리를 숙이고 들어와라.”
사마극의 회유에 은옥상은 옥소마희에게 나직이 속삭였다.
“넌 어떻게든 여기를 떠나 목적을 완수하라.”
“소교주님!”
은옥상의 명령에 옥소마희는 그 의도를 알아챘다. 물론 그녀의 의도대로 흘러갈 가능성이 거의 없다시피 했지만.
은옥상은 사마극이 궁극적으로 노리고 있는 사람이 옥소마희가 아니라 자신이란 사실에 초점을 맞추었다.
크르르르-
세 절대마령이 옆으로 퍼지며 두 사람을 공격해 들어왔다.
엄청난 기운을 폭사시키며 절대마령이 손을 뻗었다.
비록 단순한 공격이지만 저 한 수를 파훼할 방법이 없다는 사실은 이미 증명됐다. 너무 강한 내력이 동반되어 그녀의 모든 공격이 절대마령의 손을 막지 못하고 깨져나갔으니까.
은옥상이 선택할 방법은 오직 하나였다.
그녀는 얼마 전에 무흔이 창안했던 무공을 떠올렸다. 마교의 위대한 한 글자짜리 무공을 융합하여 창조해낸 새로운 무공. 바로 천마합이었다.
콰아아앙-
은옥상의 몸에서 특이한 기운이 뻗어 나갔다. 이 기운은 그녀가 연마했던, 세상을 휘어잡는 기운인 천마류도 아니었고, 패도적인 기운인 천마패도 아니었다. 모든 기운이 포함되어 있으면서도 각각의 특징을 잃지 않은 놀라운 기운이 천지를 지배했다.
천마합은 절대마령의 공세를 깨트리며 충격파를 발산했다.
다가오던 세 절대마령이 둔탁한 흉기에 얻어맞은 듯 뒤쪽으로 휘청했다. 지금까지 그 어떤 공격에도 조금도 공세를 흩트리지 않던 절대마령이었음을 고려하면 실로 놀라운 결과였다.
충격파로 동굴 전체가 뒤흔들리는 가운데 그 틈을 뚫고 옥소마희가 번개처럼 질주했다. 그녀의 신형이 놀랍게도 절대마령을 뚫고 밖으로 치달렸다.
절대마령을 믿고 느긋하게 관전하던 사마극은 미처 옥소마희를 막지 못했다. 허를 찔린 것이다.
하지만 사마극은 그녀를 추적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주 목표물인 은옥상이 아직 앞에 있었으니까.
“그게 뭐냐?”
“합! 천마합이다.”
은옥상이 가까스로 들끓는 기혈을 잠재우며 대답했다.
“합? 그런 무공은 없었는데?”
“네가 보지 못한 것일 뿐.”
은옥상은 더는 말하지 않았다. 굳이 무흔이 새로 창안한 무공이라고 말해 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흐음, 놀랍긴 하다만…… 전세를 역전시키기에는 부족하다.”
사마극이 다시 손을 들어 올렸다.
크르르르-
절대마령이 다시 전세를 정비하고 그녀에게 다가갔다.
은옥상은 옥소마희가 무사히 이곳을 벗어나기만을 바랐다. 그녀는 속으로 기도를 올리며 다시 천마합을 끌어올렸다.
콰아아앙-
재차 그녀의 반격이 시작됐다.
절대마령을 상대하는 모습을 구경하던 사마극이 잔인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새로운 무공을 보니 은 사매를 살려놓아야 할 이유가 하나 더 늘었군. 내 말에 고분고분해질 때까지 나에게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
서역광불과 북해검후의 무공은 놀라웠다.
서역광불의 무공은 종잡기 힘들 만큼 괴기했고, 북해검후의 검법은 잔백수라십이검에 준할 만큼 날카로웠다.
그렇다 하더라도 무흔과 백단영을 어떻게 할 수 있을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흔은 주로 옆에서 거들며 간간이 개입하는 정도였고, 대부분을 백단영이 혼자서 상대했다. 한담에서 다시 내력이 폭증한 그녀는 사실상 무적으로 변모했다.
그녀는 능수능란하게 상대의 연합 공세를 무력화시켰다. 서역광불에게 힘에서 밀리지 않았고, 북해검후의 검초에는 오히려 검으로 압도했다.
서역광불과 북해검후는 무흔의 눈치를 보느라 백단영과의 전투에 집중할 수 없었다.
“서역이나 북해에서는 최강이었을지 모르지만 중원에서는 어려울 것이다.”
백단영은 사자후를 내뿜으며 연검을 휘둘렀다. 북해검후의 검격을 가볍게 받아 낸 연검이 서역광불의 선장을 뚫고 사혈을 노렸다.
휘리릭-
그녀의 변화무쌍한 검초는 서역광불과 북해검후에게 치명적이었다. 상성에서 완전히 밀린 두 사람은 그제야 남해수신과 대막혈사가 돌아오지 않은 이유를 실감할 수 있었다.
“차라리 처음부터 같이 움직였더라면…….”
사마련의 최강고수였던 멸겁방주와 광혼곡주가 그녀의 검에 고혼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충분히 상대를 인정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했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상대가 불과 스무 살 안팎의 소녀란 사실에 무시했고 사마련의 실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그 결과 개개인이 그녀를 상대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정작 지금 보니 그들 두 사람이 합공해도 쉽지 않은 상대였던 것을.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은 법이다. 이미 그들에겐 만회할 기회가 없었다. 설사 백단영이란 벽을 넘어선다 할지라도 그 뒤에는 무흔이란 강자가 또 있었기에.
휘리릭-
연검이 북해검후를 향해 몰아쳤다. 북해검후는 정신없이 검으로 방어하면서 연신 뒤로 밀렸다. 두 사람의 검기에 조각난 주변의 나뭇가지가 어지럽게 흩날렸다.
뒤에서 날아온 선장을 백단영은 가벼운 몸놀림으로 흘려냈다. 정작 선장은 북해검후의 공격을 방해했다.
백단영은 내공 소모로 인해 느려진 상대의 움직임을 확인하고 슬슬 끝낼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검이 갑자기 큰 변화를 일으켰다.
천상신모의 절기인 천상비연검법이 그 실체를 드러냈다.
검의 움직임이 번개처럼 빨라졌고, 그녀의 검에서 흩뿌려지는 검강은 사방을 압박했다. 어두운 밤을 가르는 검강의 눈부신 빛이 상대를 완전히 압도했다.
“허억!”
놀라운 검초에 북해검후가 대경하는 순간 연검에서 뻗은 검강이 그녀의 한쪽 어깨를 길게 그었다.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으며 북해검후의 손에서 검이 떨어졌다.
연이어 검강이 담긴 연검이 서역광불의 선장을 강하게 내리쳤다.
서걱-
놀랍게도 선장마저 절단되면서 서역광불이 뒤로 서너 걸음 물러났다.
백단영은 바로 거리를 좁히며 재차 검격을 날렸다.
서걱-
연검이 서역광불의 가슴팍의 가사를 헤집고 심장을 뚫었다. 순식간에 가사가 피로 물들고, 서역광불의 무릎이 꺾였다.
북해검후는 서역광불의 죽음을 눈으로 목격한 순간 주저 없이 몸을 날렸다. 이제는 살아남는 일이 더 급해진 것이다.
내버려 둘 백단영이 아니었다.
번쩍!
북해검후가 있는 곳으로 검강이 마치 벼락이 천지를 가르듯 쭉 뻗어 나가며 허공을 상하로 갈랐다.
서걱-
검강에 북해검후의 허벅지 일부가 잘려나갔다. 점점이 피가 튀는 가운데 북해검후의 신형이 골짜기 아래로 떨어졌다.
“으아악.”
단말마의 비명이 길게 이어지는 가운데, 어둠 속으로 추락하는 북해검후의 모습이 점차 사라졌다.
백단영은 멍한 표정으로 북해검후의 마지막 모습을 확인했다. 완전히 죽음을 맞이한 것은 아닌 듯했다. 아래까지 내려가서 확실하게 끝을 낼까.
그녀가 미적거리는 순간 쓰러진 서역광불의 몸이 꿈틀거렸다. 백단영은 곧바로 연검을 휘둘러 서역광불의 머리를 잘랐다. 마지막 일격이었다.
무흔이 다가왔다.
“저들은 중원인이 아닌가 보군요.”
“응, 저들은 서역과 북해 출신이야. 지난번에는 대막과 남해 출신이 왔었지. 오늘까지 세 번째야.”
“그럼 황하사신이 저들과 연합한 것일까요?”
“그건 아닌 것 같아. 저들이 나를 유인하려고 황하사신을 이용한 것 같아.”
백단영이 종합적으로 결론을 내렸다.
무흔은 남해수신 사건과 연결 지으면서 전반적인 흐름을 파악했다.
“결론은 황하사신만 어부지리를 얻겠네요.”
“그럴지도. 그들이 하북삼절의 추적을 따돌렸다면.”
백단영은 북해검후가 떨어진 골짜기 아래를 조용히 내려다보았다. 확실히 북해검후는 강했고, 검법의 조예도 깊었다. 서로 적으로 만나지 않고 친구로 만났다면 각자 무공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되었으리란 아쉬움이 남았다.
***
황하살신은 황하색신을 업고 숲속을 누볐다.
어떻게든 계곡 깊이 숨어 들어가 몸을 숨기는 것이 우선이었다.
여관에서 황하색신을 구해 업은 후 곧바로 계곡 아래로 도망쳤다. 당연히 도주는 추적자에게 금방 막혔다.
그를 추적해 온 자는 하북삼절의 둘째인 팽소문이었다.
팽소문의 도는 날카로웠다. 전통 깊은 하북팽가에서 갈고닦은 그의 도법은 강호 일절로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황하살신이 누구인가. 황하사신 가운데 무공으로는 최강인 인물이 아니던가. 특히 살수처럼 오로지 상대를 격살하는 깔끔한 방식은 대외적으로 알려진 평가보다 훨씬 무서웠다.
거기에 그동안 무림 공적으로 몰려 여러 적을 맞이하면서도 여태껏 살아남았던 경험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팽소문이 쫓아온 순간 황하살신은 황하색신을 조용히 내려놓고 부근에 숨었다.
계곡 아래에 버려진 황하색신을 발견한 팽소문은 쉽게 함정에 걸려 들었다. 황하색신을 발견하고는 기뻐하며 다시 그를 데려가려던 팽소문은 뒤에서 습격한 황하살신을 막지 못했다.
대형인 황하색신을 미끼로 사용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던 탓이다.
“형님, 괜찮습니까?”
황하살신은 업혀 있는 황하색신에게 말을 걸면서 빠른 속도로 이동했다. 어둠 속에 발걸음이 늦어질 법도 하건만, 그는 전혀 지장 받지 않았다.
“괜찮다. 계속 앉아 있어서 다리만 약간 불편할 뿐이다. 조금 더 멀어지면 잠시 쉬어가자꾸나.”
“알겠습니다. 불편하면 언제든 말씀하십시오.”
만족한 황하살신이 다시 걸음을 빨리 옮길 때였다.
쿵-
불과 이 장 가량 떨어진 곳에 커다란 물체가 떨어졌다.
놀란 황하살신은 급하게 걸음을 멈추고 상황을 살폈다. 놀랍게도 떨어진 것은 사람이었다. 어둠 속이라 얼마나 높은 곳에서 어떻게 떨어졌는지 확인이 어려웠다.
“뭐지?”
황하색신이 어깨 뒤에서 머리를 내밀며 물었다.
“제가 확인해 보겠습니다.”
황하색신을 내려놓은 황하살신이 숨을 죽이고 떨어진 사람에게로 다가갔다.
익숙한 옷차림에 외모였다. 놀랍게도 북해검후가 쓰러져 신음하고 있었다.
그녀의 놀라운 무위를 떠올렸던 황하살신은 신음하듯 내뱉었다.
“창살을 무 베듯 잘랐던 그 여자인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