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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속의 엑스트라 187화

무료소설 무림 속의 엑스트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9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187화

187화, 황하사신 (2)

 

 

 

“최근 열흘간 모두 세 번의 공격을 받았습니다.”

“고생 많으시군요.”

“우리가 첫째인 황하색신을 사로잡은 후 저들도 결사적으로 덤비더군요. 황하사신이라면 그래도 사파에서 알아주는 강자들 아닙니까? 저희 하북삼절이 아니었다면 여기까지 오는 것도 불가능했을 겁니다.”

첫째인 팽덕문이 은근히 하북삼절을 강조했다.

강호인들이 치를 떨던 색마를 잡았고, 또 이 색마를 무림맹으로 호송한다는 점에서 무흔 일행은 하북삼절이 충분히 존중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다.

“황하사신 가운데 막내인 황하살신의 무공은 정말 엄청나더군요. 자칫하면 저희가 오히려 화를 당할 뻔했습니다.”

팽덕문이 그간 있었던 일을 쭉 늘어놓았다.

대충 들어 보니 황하사신 가운데 가장 무공이 약한 자가 사로잡힌 황하색신이었고, 강한 자는 황하살신으로 그자의 무공은 오히려 하북삼절을 능가하는 것으로 보였다.

잡혀서 무림맹으로 호송 중인 첫째를 구하기 위해 황하사신의 끈질긴 습격이 이어지고 있는 상태였다. 그 개인의 무공이 범상치 않아 하북삼절도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던 상황. 이때 나타난 백단영과 남궁이화는 무공 여부를 떠나 도움이 될 것이 확실했다.

“솔직히 개봉까지 갈 수 있을지 걱정이 태산이었는데 유명한 남궁 소저와 백 소저를 만나 한숨 돌렸습니다. 저희랑 동행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일견 정중한 요청이긴 했으나 무흔은 그 속에 담긴 저의를 읽어 낼 수 있었다. 적어도 순수하게 도움을 원하는 것처럼 들리지 않았다.

악한이라면, 그것도 색마라면 질색을 하는 백단영과 남궁이화였기에 전혀 주저하지 않고 바로 대답이 나왔다.

“당연히 도움을 드려야지요. 저희도 무림맹으로 이동하는 중이고요.”

“하하, 고맙습니다. 그럼 식사하시고요, 저희는 막내랑 교대해야 해서…….”

팽덕문과 팽소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시 식사를 시작하는 무흔 일행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인 두 사람이 객잔 밖으로 나왔다.

객잔 밖에서 팽소문이 팽덕문에게 투덜댔다.

“형님, 굳이 저들과 함께할 필요 있습니까? 솔직히 저들은 다 된 밥에 숟가락 얹기 아닙니까? 굳이 공을 나눌 필요가…….”

“나도 안다. 그래도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

“딱 깨놓고 저 두 사람이 유명해진 것은 완전히 얼굴 빨 아닙니까? 무공은 과장되었을 게 뻔하고요. 지난 용봉대 비무 대회에서 백단영은 팽수아에게도 완전히 발렸다던데…… 큭큭큭.”

“남궁이화도 장후성에게 져서 이 위였다. 장후성과 차이가 컸다는 거로 봐선 저 둘은 우리보다 못해. 그래도 조금은 도움 되지 않겠느냐?”

“하하, 도움이야 되겠죠. 예쁘니까 데리고 다니며 말 상대하기도 좋고요. 이 기회에 남궁세가랑 인연을 맺어 볼까요?”

“큭큭, 그것도 나쁘지 않겠지. 그래도 무림삼화 아니냐?”

팽덕문과 팽소문은 내심을 드러내며 수레를 지키던 팽우문과 교대했다.

 

***

 

날이 어두워지고 마을 근교에 자리한 작은 여관의 불이 꺼졌다.

여관 담벼락 너머로 흑의를 입은 세 장한이 조심스럽게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황하사신이다.

황하사신 가운데 남은 셋은 하북삼절을 추적하고 있었다.

잠깐의 실수로 큰 형인 황하색신이 잡히면서 모든 일이 틀어졌다. 비록 막내인 황하살신은 능히 하북삼절을 상대할 고수였으나, 다른 둘은 하북삼절보다 뒤떨어졌기에 몇 번의 구출 작전은 실패로 끝났다.

“하아, 둘이 또 붙었다니. 더 힘들어지겠는데…….”

황하살신이 분통을 터트렸다.

그래도 남은 셋 가운데 큰형이라고 황하주신이 막내를 격려했다.

“정성을 다하면 하늘이 돕는 법이다. 하늘도 우리 네 형제의 우애를 어여삐 여기니 반드시 성사될 거다. 얼른 구해 내고 술이나 먹자.”

평소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악행을 저지르던 그들이 하늘 운운하는 것이 우스운 일이었으나, 그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까지 삼 대 삼이었는데 이젠 저쪽이 여섯이네요. 근데 누구죠? 눈이 확 돌아가게 예쁘게 생겼는데?”

“얼핏 들어 보니 남궁이화와 백단영이라 하는 것 같더라. 둘 다 요즘 주가를 올리는 여장부야. 옆에 있는 남자는 누군지 모르겠고. 얼핏 호위무사라고…….”

“그럼 한 놈은 신경 쓸 필요 없네요. 설마 멸겁방주랑 광혼곡주를 해치웠다는 소문이 진실은 아니겠죠?”

“크크, 그럴 리 있겠냐? 저렇게 야들야들한 소녀가 대마두를 무슨 수로? 과장된 와전이여. 원래 예쁘면 소문도 증폭되는 법이다.”

황하도신이 킥킥대며 웃었다.

하지만 어떻게 생각해도 구출 가능성이 줄어든 것만은 분명했기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들은 하북삼절이 투숙한 여관을 감시하며 전의를 불태웠다.

여관 앞마당에는 창살로 만들어진 감옥이 수레 위에 있고, 그곳에 황하색신이 잡혀 있었다. 그 수레 옆에는 하북삼절이 한 사람씩 돌아가며 경계를 서고 있었다. 벌써 며칠째 벌어지는 일상이었고, 그때마다 황하사신은 구출 기회를 엿보았다.

지금 상태로는 싸워봐야 구출이 어렵다는 사실을 알기에 어쩔 수 없이 시간만 흘러갔다. 문제는 시간이 그들의 편이 아니란 점이었다. 오래지 않아 개봉에 도착하면 구출은 끝장이니까.

“오늘도 어렵겠군.”

감시하는 한 녀석을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이고 황하색신을 감옥에서 빼내는 것이 최선인데 그럴 기회가 만만치 않았다. 황하색신을 빼내려면 창살을 열 열쇠가 필요한데, 열쇠가 누구에게 있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계속 이렇게 시간을 보낼 수는 없는데…….”

발을 동동 구르며 황하살신이 여관을 살필 때였다.

갑자기 뒤쪽에서 인기척이 났다.

기겁한 세 사람은 뒤를 돌아봤다.

언제 나타났는지 검을 든 중년미부와 가사를 입은 뚱뚱한 스님이 뒤에서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허억!”

이렇게 다가올 때까지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황하사신은 비명을 터트렸다.

“아미타불, 조용하게나.”

스님이 나지막한 소리로 불호를 외우고는 그들에게 손가락을 까닥였다. 따라오라는 뜻이다.

황하주신과 황하도신은 막내인 황하살신을 바라봤다. 이런 일에는 가장 무공이 강한 막내의 의견이 중요했다.

황하살신은 상대가 그들에게 악의를 품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의 눈짓에 세 사람은 스님과 중년미부에게 따라갔다.

대략 백 장 가량 이동한 후에야 스님이 다시 말을 꺼냈다.

“아미타불, 황하사신이라고 들었는데…… 지금 큰형인 황하색신을 구출하려 한다고?”

다짜고짜 하대를 해 오자 황하주신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네놈은 누구냐? 어디 땡중이냐?”

번쩍-

눈앞에 하얀빛이 번쩍이더니 시퍼런 검신이 황하주신의 목에 척 걸렸다.

검은 든 자는 중년미부였는데, 누구도 그녀가 검을 빼는 것을 보지 못했다.

어마어마한 무공에 황하사신은 안색이 새하얗게 변했다. 황하살신은 눈동자를 굴리며 상대의 정체를 고민했으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두 사람을 떠올릴 수 없었다.

“누…… 누구시오?”

부들부들 떨리는 목소리에 중년미부의 입술에 가소로운 미소가 번지고, 스님이 다시 불호를 외웠다.

“아미타불, 황하색신을 구출하고 싶은지 그것만 말하게.”

“다…… 당연하오.”

“아미타불, 좋아. 우리말만 잘 들으면 감옥에서 꺼내 주마. 하겠느냐?”

황하사신은 다시 스님과 중년미부를 살폈다. 이들의 기세에 이런 무공이라면 강호에서 손꼽히는 고수다. 누군지 모르지만 하북삼절의 손에서 황하색신을 구출하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당연히 거절할 그들이 아니었다.

“아미타불, 너희 셋은 경계를 선 저놈을 공격하라. 그 사이에 우리가 감옥에서 황하색신을 빼내 줄 테니까.”

“여…… 열쇠가 없소.”

“호호, 열쇠 따위는 필요 없다.”

중년미부가 싸늘한 음성으로 장담했다. 그녀에게서 서늘하게 풍기는 냉기에 황하사신은 바로 입을 다물었다.

“아미타불, 중요한 것은 그다음부터다. 너희들은 여관 안에서 남은 하북삼절 둘과 여자 둘이 나올 때까지 도망치면 안 된다. 그들이 나타나면 그때부터 도망치되 반드시 각자 따로 흩어져서 도망쳐야 한다. 알겠나?”

잘 이해가 되지 않는 요구에 황하살신이 반문했다.

“저희 대형이신 황하색신께선 감옥에 저렇게 계속 붙잡혀 있어서 바로 제대로 도망치기 어렵습니다.”

“아미타불, 그렇다면 네놈만 황하색신을 부축해서 같이 도망치도록 해라. 알겠나?”

황하살신은 머리를 조아렸다. 대충 들어 보니 그들이 흩어져서 도망치기를 요구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 이유는 알 수 없었으나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하북삼절과 싸우는 것도 아니고 도망치는 것쯤이야 그리 힘든 일이 아니다.

“그런데 왜 저희를 도와주십니까?”

황하살신이 궁금증을 감추지 못하고 물었다.

순간 중년미부에게서 무시무시한 살기가 전해졌다.

감히 맞설 생각을 하지 못한 황하살신이 바로 머리를 숙였다.

“아…… 알겠습니다.”

대답하면서도 그는 스님과 중년미부의 정체가 궁금했다. 아무리 고민해 봐도 그들에게 무슨 꿍꿍이가 있는지 오리무중이었다.

 

***

 

무흔은 홀로 잠자리에 들었다.

하북삼절과 동행하기 시작한 이후로 그들은 방을 세 개 잡았다. 하나는 백단영과 남궁이화, 다른 하나는 하북삼절, 그리고 남은 방이 무흔의 차지였다.

혼자 방을 쓰는 호사스러운 경험이었지만 그리 기분이 좋지 않았다. 원래는 하북삼절과 그가 같은 방을 써야 했지만 서로 불편했기에 따로 쓰는 것일 뿐이다. 황하삼절이 노골적으로 무흔과 같은 방을 쓰기를 거부했으니까.

무흔 본인은 황하색신을 잡아 무림맹에 보내건 말건 신경 쓸 생각이 없었는데, 백단영과 남궁이화는 전혀 다른 모양이었다. 그녀들은 간간이 경계를 대신 서는 일까지 마다하지 않았으니까.

오늘따라 잠자리가 뒤숭숭해서 잠을 설친 무흔은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밖은 삼경을 지나 새벽이 가까워지고 앞마당에서 감옥을 실은 수레 앞에는 하북삼절의 막내인 팽우문이 지키고 있었다.

“오늘도 팽우문이네.”

대충 보니 이틀에 한 번은 팽우문이 보초를 서는 것 같았다. 막내인 탓도 있지만 방계란 이유가 더 클 것이다. 무림세가에서 직계와 방계의 차이가 어마어마하다는 사실을 여기에서 다시 목격했다.

보초를 서는 팽우문을 내려다보고 있을 때 이상한 광경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갑자기 맞은편에서 세 무림인이 마당으로 잠입했다.

“누구냐!”

순간 팽우문의 급한 목소리와 함께 나타난 셋이 공격하기 시작했다. 얼핏 보기에 그들 각자의 무공은 팽우문과 비슷한 정도였다.

“저들이 바로 황하사신이란 자들인가?”

황하색신을 구하려고 자주 습격한다는 말을 들은 바 있기에 무흔은 느긋하게 구경했다. 팽우문이 소리를 질렀으니 조만간 팽덕문과 팽소문이 나타날 것이다.

물론 무흔은 굳이 뛰어나가 저들을 도울 생각이 없었다.

챙- 챙-

황하사신은 검을 사용하고 팽우문은 도를 쓰는 어지러운 싸움이 벌어졌다. 적이 셋이나 되다 보니 팽우문은 오래 버티지 못했다. 금방 수세에 몰려 연신 뒤로 물러났다.

“이것들이 또 왔구나!”

여관 문이 열리고 팽덕문과 팽소문이 등장했다. 숫자가 같아지자 그들은 한 명씩 전담해서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그때 무흔의 눈에 색다른 점이 눈에 띄었다.

앞마당에서 벌어진 전투에 아랑곳하지 않고 수레에 접근하는 사람이 있었다.

“응? 누구지?”

얼핏 다소 이질적인 분위기가 느껴졌다. 스님과 중년 부인이었다. 스님은 커다란 선장을, 중년 부인은 검을 들었다.

다음 순간 놀라운 광경이 벌어졌다.

중년 부인이 검을 수레 위에 놓인 감옥을 향해 휘두르는 순간.

서걱-

감옥을 둘러싼 강철봉이 무 썰리듯 잘려 나갔다. 실로 엄청난 무위였다.

“헉!”

공격하던 황하사신도 방어하던 하북삼절도 경악해서 몸이 굳었다.

감옥이 파괴되자 상황이 급변했다.

“잡아라! 놓치면 안 돼!”

하북삼절의 외침이 들려오고 황하사신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감옥을 부수었던 스님과 중년미부 역시 순식간에 그 흔적이 사라졌다.

그때 여관에서 남궁이화와 백단영이 나타났다. 두 사람은 옷을 챙기느라 다소 시간이 걸린 듯했다.

사방으로 흩어지는 적을 찾아 하북삼절이 뿔뿔이 흩어졌다.

백단영과 남궁이화 역시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던 듯 소리를 지르며 추격을 시작했다.

순식간에 앞마당에는 창살이 부러진 텅 빈 감옥만 남았다.

어쩔 수 없이 무흔도 창문을 열고 밖으로 뛰어내렸다. 이런 상황에서 혼자 방에서 기다리기에는 백단영이 염려되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감옥을 단칼에 절단 낸 그 중년미부의 무공은 쉽사리 넘길 수준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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