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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속의 엑스트라 175화

무료소설 무림 속의 엑스트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3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175화

175화. 새외고수 (3)

 

 

 

남해수신의 제안에 다른 사람들도 눈을 번쩍 떴다.

솔직히 대막혈사를 죽인 자가 천향무후일지도 모른다는 찝찝함이 남아 있었다. 어쩌면 그들은 그 사실을 애써 부인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장강, 즉 물 위에서라면? 천하에서 남해수신을 이길 자는 없다.

육지와 물속은 환경이 다르다. 천하 최강고수라 하더라도 물속에서는 맥을 못 추는 게 현실이다. 수공(水功)을 익히지 않은 무림인은 물속에서 제힘을 발휘할 수 없다.

“흐흐, 장강에서는 무림맹 고수 모두가 몰려와도 나는 두렵지 않소.”

남해수신이 호언장담했다.

다른 사람이 말했다면 헛소리라 했겠지만, 남해수신이라면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아미타불, 여시주 우선권을 또 놓치다니. 슬프도다.”

서역광불이 부러운 눈으로 연신 불호를 외웠다.

그들은 천향무후가 아무리 무공이 강하더라도 장강으로 유인하면 끝장낼 수 있다는 확신에 이르렀다.

“자, 결정했소. 남은 것은 그녀를 어떻게 유인하느냐 하는 것만 남았소.”

이 부분에서 새외의 두 마두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중원 사정에 눈이 어둡기 때문이다.

혈각마신이 잔잔한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하하, 이건 우리 사마련이 하겠소. 부하들을 이용하여 작업하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 그럼 남해수신께서는 당연히 장강에서 기다리는 거고, 서역광불께서는 어떻게 하시겠소?”

“아미타불, 본 승도 남해수신을 돕겠소. 대막혈사 때처럼 욕심 많게 혼자 먹으려다 일을 망치면 더 문제 아니오?”

말이야 맞는 말이지만 서역광불은 백단영을 온전히 남해수신에게 넘겨주기 싫었다.

두 사람이 힘을 합하겠다는 말에 혈각마신의 입이 벌어졌다. 새외고수 둘이라면 백단영은 절대 빠져나올 수 없다. 그것도 환경이 장강이라면 말이다.

“하하, 말씀은 고맙지만 사양하리다. 그깟 햇병아리 하나 못해치울 내가 아니오.”

남해수신이 사양했다.

두 사람이 서로 해 보겠다고 싸우고 있을 때, 멀리서 전략 회의를 지켜보던 남은 새외의 한 고수, 북해검후는 인상을 찡그리고 있었다.

그녀가 보기에는 미녀를 서로 차지하려는 탐욕만이 지배하는 그런 잡담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한심하다는 생각에 한숨을 내쉬던 그녀가 목소리를 높여 끼어들었다.

“그런데 우리가 여기에 온 이유는 마교의 위협에서 사마련을 구하기 위한 것 아닌가요? 언제까지 스무 살 난 어린 여자 뒤꽁무니만 쫓아다닐 건가요?”

그녀의 질책에 둘은 움찔했다.

눈치를 보던 혈각마신이 간신히 변명했다.

“그래도 복수는 제대로 해야 하지 않겠소? 천향무후의 손에 광혼곡주와 멸겁방주가 죽었단 말이요.”

혈각마신의 변명 또한 도리에 어긋나지 않는지라 북해검후는 싫은 기색만 내비쳤다.

북해검후는 귀를 닫고 몸을 돌려 먼 곳을 바라봤다. 눈앞에 펼쳐진 호수가 장관이었다.

그녀가 이곳에 온 이유는 천하를 울리는 절대고수 사마극과 겨루어 보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어째 같이 온 다른 새외고수의 상태를 보니 사마극과 만나기도 쉽지 않을 것 같았다.

 

***

 

개봉으로 돌아온 무흔은 오자마자 책사인 만박노사를 만났다.

만박노사는 그의 방문을 흔쾌히 수락했다.

“그래, 이번에도 마교 서고에 다녀왔나?”

“네, 그렇습니다.”

“마교의 무공을 깨트릴 비책을 좀 알아봤는가?”

만박노사는 지난번에 그에게 정파와 사파의 무공을 융합하는 쪽으로 돌파구를 제시한 바가 있었다.

“그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습니다. 마교에서 절대마령이라는 무적 병기를 만들었습니다.”

무흔은 화제를 돌렸다.

“절대마령?”

당연히 무림맹에서는 아직 절대마령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다.

무흔은 절대마령의 제조방법에서 시작하여 자신이 경험한 절대마령의 무력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상세히 털어놓았다.

이것은 정보로서 매우 가치가 높은 것이어서 만박노사는 감탄하며 경청했다.

사실 절대마령에 대해 남아 있는 기록이 없기에 무림맹에서는 아는 사람이라고는 전혀 없었다. 다만 만박노사는 워낙 해박하다 보니 무흔이 설명한 한빙소에서 기본적인 특성을 풀어냈다.

“놀라운 일이군. 그게 가능하다니.”

만박노사의 감탄에 무흔이 다음 단계의 내용을 풀어 놓았다.

“예전에 제가 산동성에 다녀온 적이 있지 않습니까?”

“천상문 말인가?”

“예. 저희 아가씨께서 천상신모의 비전을 이으셨지요. 그런데 천상문에 가보니 놀라운 비밀이 담긴 연못이 있더군요.”

무흔은 천상문의 한담과 열담 이야기를 꺼냈다.

내력이 향상됐다는 무흔의 말에 만박노사는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무림인에게 내공 증가는 무엇보다 큰 유혹이었으니까.

모든 내용을 들은 만박노사가 무흔이 묻고 싶은 내용을 알아챘다.

“자네는 천상문의 한담과 마교의 한빙소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알고 싶다는 말이군?”

“네, 그렇습니다.”

만박노사가 절대마령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 몇 가지를 추가로 물었다. 무흔은 자신이 아는 내용을 모두 털어놓았다. 당연히 무흔은 한빙소를 직접 접하지 못했기에 한계가 있었다.

이어서 한담과 열담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질문한 만박노사가 마침내 결론을 내렸다.

“자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한빙소와 천상문의 한담은 매우 비슷한 성질을 보인다고 생각하네. 쉽게 설명하면 한담에서도 절대마령을 제조할 수 있다고 할까. 또는 한빙소에 몸을 담그면 내공을 강화할 수 있을지도 몰라. 아마 확실할 거야.”

순간 무흔은 마교의 어떤 비밀을 엿본 것 같았다.

그가 보기에 마교의 상위권 인물은 비정상적으로 내공이 강했다. 전대 교주인 혈천마종은 그가 확인한 바 없으나, 소교주인 사마극이나 혁무휘, 은옥상의 내공은 그가 보기에 엄청난 내공이었다. 그러한 내공을 단순히 영약으로 쌓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젊은 그들이 순수하게 심법을 이용해서 내공을 기른 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

만박노사의 의견을 듣는 순간 무흔은 사마극 등이 한빙소에서 내력을 쌓았으리란 확신을 하게 됐다.

“하지만 제가 열담에 또 들어가 봤지만 내공 증가는 미미했습니다. 처음 한 번이 거의 전부이던데요?”

“그건 짧은 시간이었기 때문이네. 절대마령을 보아라. 무려 백삼십 년 간 한빙소의 기운을 흡수하지 않았나? 네가 열담에 들어가 기운을 흡수한 이후 다시 그 효과를 얻으려면 약간의 시간을 두고 다시 들어가면 될 거네.”

“시간요?”

“흡수한 후 그 기운이 몸에 제대로 자리 잡아 내공으로 완벽하게 전환되려면 아마도 한 달가량의 기간이 걸리겠지. 다음에 다시 방문해서 확인해 보기 바라네. 아마 처음만큼은 아니더라도 유의미한 내공 향상을 느낄 수 있을 거네. 물론 그 폭은 점차 줄어들겠지만. 마교 소교주들은 정기적으로 한빙소나 아니면 한빙소와 유사한 곳에서 같은 효과를 보고 있음이 틀림없네.”

은옥상에게 물어보고 싶었으나 바로 옆에 그녀가 없으니 아쉬웠다.

“그렇다면 절대마령을 깰 방법은 어떻게 됩니까?”

무흔의 질문에 만박노사가 한빙소와 한담의 관계를 설명했다.

“그 둘이 비슷한 성질이라면 서로 간에는 잘 먹히지 않을 거야. 즉, 한담에서 내공을 쌓은 백단영은 절대마령을 자네보다 쉽게 상대할 수 있을 것이네.”

서로의 상성이 그렇게 작용할까. 무흔은 자신과 절대마령의 전투를 복기해 봤다.

“반면 열담에서 내공을 쌓은 자네는 절대마령과 상성이 반대야. 네가 내공 면에서 압도적이지 않다면 절대마령에게 이기기가 쉽지 않지.”

대충 무슨 뜻인지 알아들었다. 백단영과 절대마령은 초식 싸움이고 무흔과 절대마령은 내공 싸움이란 뜻이다.

“물론 확인하려면 한빙소의 물을 이용해서 실험해 보아야 하네. 한담과 한빙소는 약간 기운에서 차이가 있기에 백단영이 한빙소의 물에서 기운을 흡수한 후 한담의 기운과 동화하는 과정을 거치면 더 확실해지겠지.”

한빙소의 물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서 또 나왔다. 전후를 살펴보았을 때 결국 은옥상이 한빙소의 물을 구해 주기를 바랄 수밖에 없게 됐다.

만박노사 덕분에 많은 비밀이 풀렸다.

무흔은 감사를 표하고 일어났다.

떠나려는 무흔에게 만박노사가 물었다.

“무공 비급이 더 필요하지 않나?”

“물론 있을수록 좋습니다만. 운경각에서 중요한 비급을 거의 다 읽었습니다.”

“중요 비급이 운경각에만 있는 것은 아니라네.”

만박노사가 자신의 서재에 꽂힌 비급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애초부터 만박노사가 수집한 비급과 원래 운경각으로 갈 것이었지만 연구용이라고 별도로 빼놓은 비급들이 쭉 꽂혀 있었다. 하나같이 다소 특이한 비급들이 많았다.

“빌려 주시는 겁니까?”

“물론이지. 얼른 읽고 돌려준다면.”

무흔은 신이 나서 책장으로 뛰어갔다.

그곳에서 무흔은 기관학과 진법에 관련된 비급을 꺼냈다. 예전에 마교에서 옥소마희와 겨룰 때 진법 때문에 고생한 기억이 있어서다. 그 옆에서 무흔은 수공과 화공, 심지어 음공에 관련된 비급도 찾았다. 그리고 오래전에 실전되었다고 알려진 정파 무림 기인의 몇몇 비급까지.

무흔에게는 단비와 같은 비급이었다.

중요 비급을 한 아름이나 받아 든 무흔이 만박노사에게 사정했다.

“이거 다 빌려주실 거죠?”

“허허, 욕심은. 그렇게 하자구나.”

무흔은 감사 인사를 하기 위해 허리를 굽혔다.

와르르-

층층이 쌓아 간신히 들고 있던 비급이 무너졌다. 만박노사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저 중요한 비급을…… 자칫 무흔의 마음도 무너질 뻔했다.

 

***

 

비급을 머리까지 쌓아서 들고 가느라 무흔은 앞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만박노사의 집무실이 있는 전각이 운경각의 바로 옆이라 눈 감고도 갈 수 있는 무흔이기에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정작 책에 가려 적당히 감각으로 움직이던 무흔에게 다른 문제점이 발생했다.

“어? 무흔 아냐?”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백단영이었다.

무흔은 책 때문에 제대로 인사를 할 수 없어 목소리만 높였다.

“아가씨? 안녕하세요.”

“너, 언제 돌아왔어?”

“방금요.”

“돌아왔으면 나부터 봐야 할 것 아냐.”

백단영의 목소리에 서운함이 묻어났다.

생각해 보니 그녀에게 매화곡을 방문한다고 일방 통보만 하고 사라졌었다. 그것도 자신의 책상 위에 편지 한 장 달랑 던져두고 갔으니 백단영이 보았다는 보장도 없다. 게다가 다른 곳과 달리 매화곡은 그녀도 경계하는 곳 아니던가.

다행히 크게 책망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이럴 땐 적당히 핑계를 대는 것이 좋다. 무흔은 만박노사를 입에 올렸다.

“책사께서 급히 부르셔서요.”

백단영에게 딱 막혀 운경각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그녀를 무시하고 가자니 후환이 두려웠다. 특히 그녀의 표정을 볼 수가 없으니 분위기를 파악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갔던 일은 잘 되었어?”

“네, 그럭저럭요.”

“매화곡에서는 은 소저가 잘 해 주던?”

역시 살짝 날이 선 목소리였다.

“그…… 그게 업무라니까요.”

“너야 원래 낭자들 만나는 게 업무잖아. 설마…… 매화곡 다녀온 후 죽서루까지 다녀온 건 아니겠지?”

“그럴 리가요. 절대 아닙니다.”

“청아라고 있잖아. 네가 좋아하는.”

“아…… 정말!”

참다못한 무흔이 빽 소리를 질렀다.

그때 갑자기 책이 가벼워졌다. 시야가 트이고 앞에 선 백단영이 보였다. 그녀가 책의 절반을 대신 들어 주었다.

슬쩍 백단영의 표정을 살펴보니 그리 기분이 나빠 보이지 않았다.

무흔이 반색하며 물었다.

“어떻게 지냈어요?”

“나? 살수가 왔었다.”

깜짝 놀란 무흔과 달리 백단영은 별것 아니란 목소리였다.

“살수라뇨?”

“사마련이 살수를 보냈어. 대막혈사란 놈인데 새외고수를 끌어들였나 봐.”

“안 다쳤나요?”

“생각보다 약했어.”

백단영의 허허로운 대답에 무흔은 그녀가 엄청나게 강해진 것이라고 말해주려다 참았다. 그녀의 상세한 설명을 들으며 역시 이제는 그녀 혼자라도 충분히 이 무림을 헤쳐 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가 옆에 있으니 흡사 고향에 돌아온 푸근함이 있었다.

그가 안정감을 만끽하며 운경각 안으로 들어가고 있을 때 뒤를 따르던 백단영이 물었다.

“무흔, 너 나에게 할 말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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