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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속의 엑스트라 174화

무료소설 무림 속의 엑스트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4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174화

174화. 새외고수 (2)

 

 

 

무흔은 은옥상과 함께 매화곡으로 돌아왔다.

다행히 옥소마희의 부상이 크지 않다는 것을 확인한 후 서고에서의 일도 대충 마무리되자 마교를 떠난 것이다.

매화곡에서 며칠 더 머물면서 무흔은 절대마령을 해결할 방법을 고민했다.

뇌천마령과의 전투 경험으로 판단해 보면 호신강기로 보호를 받는 절대마령을 흠집 내기란 쉽지 않았다. 거기에다 한빙소에서 무려 백삼십 년 간 흡수한 절대마령을 내공에서 우위를 점하기도 사실상 어려웠다.

빠른 발을 이용해서 간신히 방어할 수 있으나 공격은 어렵다. 실로 약점이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절대마령을 조종하는 자를 죽일 수밖에 없지.”

관건은 결국 사마극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사마극은 본인의 무공도 강하지만 항상 호위를 달고 다닌다. 마극삼비와 전대 교주의 호법 다섯이다. 이를 뚫고 그를 제거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후우, 방법이 없군.”

“그래?”

온종일 한숨을 내쉬는 무흔을 은옥상이 달랬다.

“나중에 다시 고민해 봐야겠어.”

무흔은 찌근찌근해지는 머리를 식히며 고민을 끝냈다.

“무공은 어떻게 됐어?”

은옥상이 화제를 전환했다.

“무공은…….”

무심코 입을 열다가 무흔은 은옥상이 자신을 이곳으로 불러 마교 서고까지 데려간 이유를 떠올렸다. 본인의 일만 고민하다 보니 정작 은옥상에게 아무것도 해 주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을 반짝이며 자신을 바라보는 은옥상에게 설명을 시작했다. 그녀의 의도는 아닐지라도 그녀가 자신을 많이 도와주었으니, 그도 도와줘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게다가 지난밤에 약을 발라 주는 그녀를 보니 진심으로 자신을 염려한다는 기분도 들고.

“당신은 천마류를 익혔잖아? 사마극은 천마패를, 혁무휘는 천마광을. 그런데 일차적인 느낌으로 그 셋의 우열을 비교해 보자면 천마패와 천마광은 비슷해. 하지만 천마류는 약간 떨어져.”

은옥상의 안면에 불안감이 드리워졌다. 이것은 그녀가 사마극이나 혁무휘를 능가하기 어렵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니까.

무흔은 더욱 중요한 다음 말을 이었다.

“하지만 내 판단은 조금 달라. 그건 무공이 미완성일 때 그렇다는 거고 만일 12성까지 완벽히 연성한다면 조금 달라질 거야.”

“극성까지 익히면 천마류가 더 우월하다는 거야?”

“꼭 우월하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뒤지지는 않으리라 생각해. 물론 내력이나 다른 부분이 비슷할 때 이야기지만.”

은옥상의 안색이 더욱 어두워졌다. 그녀도 사마극의 내공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고 있었다. 감히 그녀가 따라잡기 힘든 수준이다.

“결론은 어렵다는 거네. 내공도 밀리는데 신공과 초식마저 부족하니.”

“흠, 그런가?”

머쓱해진 무흔이 머리를 긁적였다.

울상이 된 은옥상에게 무흔은 빙그레 웃으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여기까지는 지난번에 왔을 때 알아낸 것이고…… 이번에도 서고에 들렀으니 조금 다른 해결책을 생각해 봤어.”

“그래? 뭔데?”

금방 얼굴이 밝아진 은옥상이 그의 옆에 바짝 붙었다.

“새로운 무공을 하나 알려 줄까? 내 생각에는 천마류보다 우월할 거야.”

“설마…….”

은옥상은 그의 말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무공을 처음 배울 때부터 마교의 한 글자까지 무공이 최강이라는 고정관념이 박혀 있었으니까.

“생각 있어?”

은옥상은 금방 답을 하지 못했다.

무흔은 이번에 서고를 탐방했을 때, 마교 무공을 융합할 방법을 집중적으로 고민했다.

애초에는 만박노사의 권유로 정파와 사파의 무공을 융합하는 방법을 떠올렸지만 여기에서는 그보다 빨리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마교의 무공끼리 융합하는 방법을 고민한 것이다.

가장 놀라운 무공은 역시나 마교의 한 글자짜리 무공인 섬(閃), 류(流), 광(光), 패(覇), 심(心), 도(道). 그는 이 여섯 종류의 무공에서 장점만 뽑아 융합시켰다.

물론 처음에는 제대로 되지 않았다. 그는 그 이유가 아직 마공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기 때문이라 결론지었다. 그래서 무리해서라도 다시 이곳으로 온 것이다.

이번에 서고에서 살펴본 여러 비급 가운데 마중마공이란 비급은 그에게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 주었다. 그 두툼한 책 내부에 수록된 여러 무공은 그 자체로는 그리 소용없는 것이었으나 각 마공을 연결해 주는 해법을 제시한 무공이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그는 한 글자짜리 무공을 융합한 새로운 무공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고민하던 은옥상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락했다.

“어차피 이길 수 없다면 뭐라도 해 봐야 하니까.”

변명인지 의욕인지 모를 감정을 드러내는 그녀를 향해 무흔은 의욕을 보였다.

“적어도 손해는 아닐 거다. 자, 이 무공은…….”

“잠깐, 그 무공의 이름이 뭔데?”

은옥상이 말을 끊으며 질문했다.

“이름? 아직 생각해 보진 않았는데…….”

은옥상이 찌릿 눈을 흘기며 그를 째려봤다. 이름도 없는 무공이라 하니 미덥지 않은 것이다.

무흔은 무공 이름을 떠올렸다. 비록 겉치장이라 하나 이름 짓기가 가장 어렵다.

고민하던 무흔이 마침내 입을 뗐다.

“합(合)이라고 하지. 천마합.”

“천마합이라…….”

이상한 이름이었으나 은옥상이 수긍했다.

이름이 없는 것보다 아무 이름이나 있는 게 낫다.

무흔은 구결을 몇 차례 반복해서 알려 주었다. 어려운 부분은 충분한 설명도 곁들였다.

마침내 구결을 모두 외운 은옥상이 소감을 말했다.

“생각보다 구결이 쉽네. 천마류에 비해 난해도가 확 내려간 느낌이야.”

“당연하지. 내가 쉽게 풀었으니까. 천마류나 천마패나…… 모두 너무 현학적으로 만들어 놓아서 말이지. 누가 만든 것인지 모르지만.”

무흔의 너스레에 미소를 지으면서 은옥상은 다시 구결을 떠올려 보았다.

“익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을 것 같아. 이미 익힌 천마류와 비슷해서.”

“12성에 이르기도 어렵지 않아. 내가 쉽게 만들었거든.”

은옥상이 못 미더워하는 눈치였으나 무흔은 무시했다. 아마 익혀보면 은옥상이 분명히 놀라 자빠질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었다.

“그럼 열심히 수련해 봐. 그리고…….”

무흔의 말이 이어지자 은옥상이 다시 관심을 보였다.

“내가 얼마 전에 한 사람에게 무공을 가르쳤었는데 말이지.”

“누구에게?”

“남궁이화.”

은옥상은 금방 예전에 무림맹에서 봤던 남궁이화의 아름다운 모습을 떠올렸다.

“꽃다운 여인을 제자로 뒀네?”

“제자는 아니고. 그녀에게 비천삼검을 가르쳤어. 예전에 내가 잔혼객을 죽였던 그 검법. 기억나?”

은옥상은 무흔이 최후의 절초로 삼고 있는 그 무공을 본 적이 있다. 또 그 무공이 무흔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도 알고 있다. 굳이 비유하자면 비천삼검과 무흔의 관계는 그녀에게 천마류와 같은 의미다.

“어마어마한 것을 전수해 줬네.”

“그렇지.”

“설마 공짜였어?”

“아니.”

“그녀가 뭘 줬는데?”

“순결.”

갑자기 은옥상의 안색이 변했다.

무흔은 황급히 손을 저었다.

“당연히 거부했지.”

“그걸 믿으라고? 이 색마 자식!”

은옥상이 무흔의 머리를 한 대 쥐어박았다.

무흔은 그녀를 씩씩거리며 노려보고는 다시 말했다.

“그래서 네게도 무공을 하나 알려 줬으니까 너도 뭔가 하나 줬으면 좋겠는데…….”

퍽!

바로 은옥상의 주먹이 날아왔다.

이번에는 예상했던지라 재빨리 그녀의 주먹을 막은 무흔이 황급히 입을 열었다.

“너 진짜 죽고 싶냐?”

은옥상이 더 화를 냈다.

그녀를 놀리는 데 성공한 무흔은 절로 솟아나는 웃음을 멈추고 진지한 표정으로 되돌아갔다.

“한빙소 물을 원해.”

“한빙소?”

한빙소는 절대마령이 담겨 있던 신비의 연못이다.

이번에 무흔은 그곳에 갔었지만 절대마령의 방해로 한빙소 물에 손을 담그지 못했다. 그는 절대마령의 비밀을 파헤치려면, 아니 절대마령을 무력화시키려면 이 한빙소부터 연구해야 한다고 마음을 굳혔다.

사마극을 제거해서 절대마령을 무력화시킬 수 없는 상황에서 단 하나 남은 유일한 희망이었다.

“절대마령 때문에 위험하겠지만 한빙소 물을 한 바가지 정도 떠주었으면 좋겠어. 빠를수록 좋아.”

“한빙소는 절대마령이 지키고 있어서…….”

말을 흐리던 은옥상이 진지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무흔의 눈동자를 접하고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해 볼게.”

쉬운 일이 아니란 사실을 알기에 무흔은 다그치지 않았다. 한빙소는 가능성의 하나일 뿐이니까.

매화곡에서 할 일을 모두 끝낸 무흔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흔은 슬슬 백단영이 걱정됐다. 그렇게 편지 하나만 달랑 남기고 와 버렸으니 화가 나 있을 게 뻔하다.

“난 그만 갈게.”

은옥상은 무흔에게 손을 흔들며 배웅했다.

멀어지는 무흔의 뒷모습을 보다가 그녀는 문득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오늘 배운 천마합이란 무공이 무흔의 장담대로 그렇게 위력이 있다면 방금 나눈 대화를 돌이켜보니 그녀의 순결이 한빙소 물 한 바가지보다도 못하다고 결론 난 것인가? 어떻게 생각하면 모욕을 당한 것 같고, 어떻게 생각하면 배려해 준 것 같기도 하고.

머리만 복잡한 것이 아니라 마음도 복잡했다.

 

***

 

혈각마신의 주위로 남해수신과 서역광불이 모였다.

하루빨리 백단영을 잡아 오기만을 기다리던 두 마두는 혈각마신의 부름에 잔뜩 기대하고 나타났다.

“흐흐, 그래 대막혈사와 백단영이라는 계집은 어디 있소?”

“아미타불, 드디어 오늘 본 승이 성불하는 날이로구나.”

남해수신과 서역광불은 대막혈사가 백단영을 잡아 온 것이 틀림없다고 장담했다.

한껏 떠들던 두 사람은 혈각마신의 안색이 어둡다는 사실에 주목하고는 안면을 찌푸렸다. 뭔가 뜻대로 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설마 대막혈사가 대막으로 도주한 거요?”

“이게 혼자 차치하려고 작정을 했군.”

난리를 피우는 두 마두를 간신히 자리에 앉힌 혈각마신이 방금 들어온 정황을 꺼냈다.

“개봉으로 갔던 대막혈사가 시신으로 발견됐소.”

“아니? 설마 반대로 당한 거요? 나이 스물 계집에게?”

“아미타불, 복상사로군. 역시 스물은 무리였나 보오.”

내심 황당함을 금치 못하는 혈각마신이 진지한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사인을 추정해 봤소. 몸 곳곳에 자잘한 상처가 있긴 했으나 가슴을 직격해서 꿰뚫은 커다란 구멍이 직접적인 원인이오. 이게 대체 무엇이라 생각하시오?”

그제야 대막혈사가 전투로 인해 사망했다는 심각성을 깨달은 두 사람이 고민에 빠졌다.

“그런 식의 상처는 검으로는 불가능하지 않소?”

“그게 문제요. 천향무후는 주로 연검을 쓴다고 알려져 있으니까.”

“아미타불, 심장을 직접 꿰뚫었다고…… 다른 놈이 끼어들었소이다.”

세 사람은 머리를 맞대고 전투 상황을 추론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연검에 의한 상처는 아니었다.

“그럼 상대는 검을 쓰는 자가 아니었다는 결론이군. 천향무후가 아니라면 대체 누구일까?”

“개봉이라면 무림맹이 있는 동네니 별별 고수가 다 있을 것 아니오?”

“아미타불, 소림 고승의 선장에 가슴을 맞으면 그렇게 될 것 같소.”

그들은 심지어 무림맹 수뇌부까지 의심했다. 특정한 인물이 지목되진 않았다. 그렇게 우왕좌왕하며 결론이 내려졌다.

대막혈사를 죽인 자는 천향무후가 아니다. 대막혈사가 피치 못할 사정으로 무림맹의 고수와 시비가 일었고, 그 과정에서 사망했다는 것이다. 즉, 백단영 납치를 시도하지도 못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번에는 내가 가야겠소!”

“아미타불, 본 승이 교리를 설파하여 비구니로 만들어 보겠소.”

다시 우기는 두 사람에게 혈각마신이 손을 저었다.

“아무래도 개봉은 불리하오. 똥개도 자기 집에서는 한 번 더 짓는다고 하지 않소? 그녀를 타지로 불러냅시다.”

혈각마신의 제안에 두 사람도 동의했다. 이번에도 무림맹의 고수가 개입하면 일이 틀어질 수 있다. 변수를 미리 제거하는 것이 좋다.

“흐흐, 장강으로 불러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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