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 속의 엑스트라 172화
무료소설 무림 속의 엑스트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11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172화
172화. 절대마령 (4)
무흔과 옥소마희의 공격은 뇌천마령에게 거의 통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전력을 다한 공격에 뇌천마령은 한바탕 휘청거리기만 할 뿐 조금도 위축되지 않고, 그들을 공격했다. 묵천신검이나 검강은 뇌천마령의 호신강기를 뚫지 못했다.
도무지 처리할 방법을 찾기 힘들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뇌천마령이 인간처럼 똑똑한 편은 아니라서 다양한 무공을 쓴다든가 술수를 이용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뇌천마령의 공격 방법은 손과 다리를 활용한 체술과 장법 정도가 전부인 것처럼 보였다. 문제는 여기에 뇌천이라는 이름을 붙게 만든 뇌전. 순식간에 내리꽂는 뇌전은 정말 위력적이었다. 자칫 한 방이라도 맞는다면 사망에 이를 각이다.
콰앙-
무흔은 뇌천마령과 장력을 부딪친 후 그 반탄력으로 뒤로 주르륵 밀려났다.
그 순간 옥소마희가 뇌천마령을 기습했으나 곧바로 뇌천마령에게 팔목을 잡혔다. 이어 강력한 힘에 속수무책으로 그대로 패대기 처졌다.
무흔은 자신에게 날아오는 옥소마희의 몸을 그대로 안듯이 받았다.
쿠당탕-
뇌천마령의 어마어마한 힘에 옥소마희를 안은 무흔의 몸이 바닥을 굴렀다. 두 사람은 공처럼 몇 차례 구른 후에야 가까스로 몸을 멈추었다.
크르르르-
뇌천마령이 두 사람에게 천천히 다가왔다.
“젠장.”
무흔은 품에 안긴 옥소마희를 떠밀며 황급히 몸을 일으켰다.
뇌천마령 하나만으로도 이 모양인데 만일 다른 두 절대마령마저 깨어난다면 도저히 방법이 없을 듯했다.
무흔이 다시 검을 쥐고 뇌천마령을 향해 돌진하려 할 때였다.
“상공! 저기!”
옥소마희가 뾰족한 음성으로 소리 질렀다.
무흔은 뇌천마령을 향해 쏘아나가며 옥소마희가 알린 쪽으로 곁눈질했다.
쾅-
묵천신검에서 뻗어 나간 강기가 뇌천마령의 육신을 때리고, 그 반탄력에 의해 허공으로 떠오른 무흔은 동굴 안쪽에서 나타난 시퍼런 불빛에 혼비백산했다.
그것은 남은 두 절대마령의 눈빛이었다.
잠을 자던 두 절대마령마저 이 난리 통에 깨어난 것이다.
크르르르-
뇌천마령의 뒤로 광천마령과 음천마령이 등장했다.
좁은 동굴을 세 절대마령이 나란히 서서 푸른빛 눈을 부라리는 모습은 가히 공포 그 자체였다.
“위험해요!”
다시 뾰족한 옥소마희의 외침이 들려왔다.
뇌천마령에게 돌진하려던 무흔의 신형이 멈칫했다.
뇌천마령 하나만으로도 해결이 어렵던 차에 다른 두 절대마령마저 가세했으니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까지 손속을 섞어 본 바로는 그나마 절대마령에게 우위를 점하는 것은 오직 속도 하나뿐이었다.
물론 절대마령이 느린 것은 아니다. 다만 무흔 같은 초강고수에 비해 느릴 뿐이다.
하지만 그 속도의 장점도 이곳 동굴처럼 좁은 곳에서 앞뒤로 포위되면 끝장이다.
절망을 느낀 무흔은 오늘 절대마령을 잡겠다는 생각을 포기했다. 낮에 귀혼마령대법을 읽는 바람에 너무 신바람을 냈던 마음을 반성했다.
크르르르-
세 절대마령이 미끄러지듯 그에게 다가왔다.
무흔은 주저하지 않고 그들을 향해 일장을 내갈겼다.
콰앙-
그 반탄력에 의해 튕겨 나가는 순간 무흔은 뒤로 몸을 날리며 옥소마희에게 소리쳤다.
“오늘은 포기다!”
그의 말을 알아들은 옥소마희가 바로 따라붙었다.
결정했기에 거침이 없었다. 두 사람은 정신없이 동굴 밖으로 뛰쳐나갔다.
다행히 절대마령은 그들을 추격할 의지가 없어 보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동굴을 빠져나와 산비탈에 이르렀다. 주위는 여전히 어두웠고, 천하는 적막에 잠겨 있었다. 동굴 속에서 벌어진 전투가 현실이 아니었던 느낌을 주었다.
“하아!”
그제야 무흔은 숨을 깊게 내쉬며 옆을 쳐다봤다. 마침 옥소마희도 헉헉대며 그에게 시선을 돌리고 있었다.
시선이 마주친 두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한바탕 웃음을 터트렸다.
왠지 가슴이 후련했다. 이런 괴물 같은 절대마령을 훗날 마주쳤다면 얼마나 당황했을까. 그나마 지금이라도 경험해 보았으니 뭔가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 터였다.
절대마령에게 제대로 대항하지 못하고 깨졌음에도 전혀 우울하지 않았다.
무흔은 밤하늘을 쳐다보며 들끓었던 내기를 진정시켰다.
마음을 갈무리한 그는 주먹을 꾹 쥐며 옆을 쳐다보았다. 옥소마희가 옆에서 엄지를 척 내밀었다.
어쨌든 그 무서운 절대마령에게서 무사히 도망쳐 나온 것이 큰 다행이라는 의미였다.
“덕분에 무사했다.”
무흔은 그녀에게 감사를 표하며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악.”
옥소마희가 나지막하게 비명을 지르며 몸을 움츠렸다. 보이진 않았으나 그녀 역시 몸의 부상이 만만찮았다.
무흔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손을 저었다.
“아, 미안. 얼른 돌아가자.”
두 사람은 산비탈을 내려와서 마교의 본산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
숙소로 돌아왔을 때 무흔의 방에는 손님이 와 있었다.
그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바로 은옥상이었다.
“왜 이제 왔어?”
은옥상의 물음에 무흔은 대답 대신 한쪽에 검과 죽립을 내려놓더니 그대로 침상에 쓰러졌다.
무흔의 행색을 살피던 그녀가 놀라서 다시 물었다.
“많이 다쳤네? 어떻게 된 거야? 누구랑 싸웠어?”
질문이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무흔은 귀찮은 듯 베개에 깊숙이 얼굴을 묻었다.
은옥상은 눈을 굴리면서 무흔을 이렇게 엉망진창으로 만들 수 있는 자를 떠올렸다. 물론 마교에는 무흔 정도 되는 고수는 많다. 하지만 무흔이 옥소마희와 함께 있었음을 고려하면 후보자는 확 줄어든다.
“사마극이나 혁무휘는 아니었을 테고…….”
이래저래 머리를 굴려 봤지만 마땅한 인물이 떠오르지 않자 은옥상이 안면을 찌푸렸다.
그녀가 자꾸 귀찮게 굴자 무흔은 손을 휘저으며 간략하게 대답했다.
“절대마령.”
“뭐?”
입을 쩍 벌린 채로 은옥상의 몸이 굳었다. 상상조차 해 보지 않은 대답이 나왔으니까.
“저…… 절대마령은 그 누구도 못 이겨…….”
“그래서 이 꼴이 됐잖냐.”
무흔이 투덜거리며 다시 베개에 얼굴을 묻자 은옥상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옆에 바짝 붙었다.
“안 다쳤어?”
“아니, 다쳤지.”
“어디에? 옥소마희는?”
“그녀도 다쳤지.”
은옥상이 그의 상의 옷자락을 건드리며 말했다.
“둘이서도 힘들었나 보네. 어디 다쳤는지 확인 좀 해 볼게.”
무흔은 한숨을 내쉬었으나 말리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온몸 곳곳이 타박상이었다. 무기를 쓰지 않는 절대마령과 다투었으니 문제가 될 치명상은 없었으나, 자잘한 상처가 무척 많았다.
약을 찾아온 은옥상이 옆에 앉아 약을 발라 주며 물었다.
“절대마령과 만난 소감은 어땠어?”
“아직은 모르겠어. 다만 작전에 수정해야 할 듯해.”
“어떻게?”
무흔은 쓰라린 감각에 인상을 찡그렸다.
“지금까지는 사마극만 어떻게든 처리하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절대마령도 포함해야 할 것 같아.”
“절대마령을 조종하는 자가 사마극이니 사마극을 죽이면 마찬가지로 해결되지.”
“아니, 사마극이 절대마령의 보호를 받고 있다면, 절대마령을 해결하지 못하면 사마극을 죽이는 건 어려울 확률이 커.”
같은 이야기인가. 은옥상은 그게 그거 아니냐고 다시 물어보려다가 차이점이 있음을 눈치채고는 입을 다물었다.
문득 교주였던 혈천마종의 죽음이 떠올랐다.
공식적으로는 절대마령의 반란으로 혈천마종이 죽은 것으로 알려졌다. 절대 무력을 가진 절대마령이 무려 셋이나 덤볐으니, 아무리 무공이 신의 경지에 이른 혈천마종일지라도 상대하기 어려웠음이 분명하다.
그런데 그 절대마령의 반란을 사마극이 획책한 것이라면? 마교 조사단에서는 절대마령의 명령 권한을 혈천마종도 가지고 있었기에 그럴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지만 진실을 누가 아는가.
어쨌든 사마극 본인만으로도 벅찬 마당에 절대마령까지 가세했으니 더욱 막막해진 것은 사실이었다.
은옥상은 등을 내주고 엎드린 무흔을 조용히 내려다봤다. 이 남자는 그 해결법을 찾은 걸까. 아니 그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엿본 걸까.
그녀가 상념에 잡혀 있을 때 무흔이 무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일도 하루 더 서고에 들러야 할 것 같아. 그리고…… 앞으로 넌 어떻게 할 거야? 사마극이 실권을 잡은 후 여러모로 제한이 심해졌나?”
머릿속에 떠오른 복잡한 생각을 떨쳐버린 은옥상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겉으로는 예전보다 움직이기 편해졌어. 하지만 그게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모르지. 사마극은 자리가 확고해졌다고 판단하면 언제든 혁무휘와 나를 쳐낼 테니까. 난 앞으로 여기보다 매화곡에 있는 시간이 늘어날 거야. 아마 혁무휘도 이번 폐관 수련이 끝나면 행동을 취하겠지. 앞으로는 항상 목숨의 위협에 시달릴 테니까.”
권좌에서 밀려난 사람의 어쩔 수 없는 행보로 보였다.
“그렇군. 약이나 좀 발라 줘.”
무흔은 등으로 부드럽게 움직이는 은옥상의 섬섬옥수를 느끼면서 예전에 마극삼비와 겨룬 후 약을 발라 주던 백단영을 떠올렸다. 그때 그녀의 손도 무척 곱고 부드러웠는데.
지금 백단영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
백단영도 나름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용봉대는 무당산 전투 이후 다시 무림맹으로 돌아왔다. 약간의 피해가 있긴 했으나 예상보다 적었다. 반면 함께했던 백호대는 상당한 타격을 입어 기존의 청룡대와 통합됐다.
무림맹 자체의 평가는 나쁘지 않았다. 무림맹의 피해보다 사마련 측의 피해가 더 크다고 추측되었으니까. 다만 앞으로 마교의 행보가 상당한 변수가 된다고 봤다.
이제는 사마련을 앞세워 무림맹을 치는 작전이 쉽지 않으리란 예상이 많았다. 무림맹으로서는 예전보다 적이 더 명확해졌다는 장점이 있었다.
개봉에 돌아온 후 백단영은 무흔이 없는 틈을 타서 무림객잔과 무림다루를 빠르게 정비했다. 기존 영업점 외에 새롭게 짓는 곳을 둘러보며 공사가 계획대로 흘러가는지 확인했다.
여기에 죽서루 내부를 재정비하는 공사마저 시작하여, 그녀 역시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다.
무림다루에서 느긋하게 차 한잔을 시켜놓고 창밖을 바라보는 시간은 백단영에게 하루의 피로를 풀어 주는 효과가 있었다.
오늘도 그녀는 무림다루 이 층에서 밖을 내다보며 뜨거운 용정차를 마셨다.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시전의 모습은 활기찼다. 오가는 나그네와 호객행위를 하는 노점상, 몰려다니는 아이들까지. 생생한 삶의 현장이 그녀의 눈을 끌었다.
다시 뜨거운 차를 한 모금 삼키던 그녀는 주위를 압박하는 투박한 기운에 슬그머니 옆을 돌아봤다.
옆 탁자에 그녀처럼 용정차를 시켜놓고 밖을 바라보는 사람이 보였다.
햇볕에 탄 듯 피부가 까무잡잡한 노인이었다. 온몸에 살이 없어 뼈만 남았다고 생각될 만큼 마른 노인이라는 점 외에 별다른 특징은 없었다.
노인을 쓱 곁눈질한 백단영은 이 노인이 중원사람이 아닐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햇볕에 탄 피부라면 남쪽 지방이거나 아니면 북서쪽의 사막에서 온 사람일 것이다.
‘특이한 사람이네. 그런데…… 무림인인가? 외면으로 뻗는 기운이 보통이 넘네.’
백단영은 잠시 상대방의 기운을 의식하다가 다시 본연의 상념으로 돌아갔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파란 하늘이 매우 멋있게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마시던 차를 정리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온 김에 연연의방에 들러 귀의에게 인사하고 갈 생각이었다.
복잡한 시전을 지나 느긋하게 걷던 백단영은 은연중에 압박해 오는 감각에 미간을 찌푸렸다.
‘어? 그 사람도 따라 나왔나?’
놀랍게도 다루에서 보았던 그 노인이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백단영은 상대가 중원인이 아니기에 기이한 생각이 들었다.
잠시 머리를 굴리던 그녀는 큰길에서 옆으로 빠져 골목으로 들어갔다. 아니나 다를까 노인이 계속 따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목표가 나인가 본데?’
백단영은 점점 발걸음을 빨리하여 골목길마저 벗어났다. 마을을 벗어나자 논밭이 펼쳐진 가운데, 이 마을의 보호수로 알려진 커다란 고목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몸을 날려 나뭇가지 위로 올라갔다.
그녀의 눈에 뒤따라오던 노인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그녀를 찾는 광경이 들어왔다.
백단영은 나뭇가지 사이로 몸을 숨기고 노인을 살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노인과 만날 이유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