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 속의 엑스트라 20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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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60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209화
209화. 천애령 (2)
천리전음을 시전한 무흔은 다시 절대마령을 조용히 관찰했다.
절대마령은 그가 나타난 것을 모르는 듯 용봉대가 있는 방향만을 꼼짝 않고 주시하고 있었다. 그의 기척을 모를 리가 없다. 그런데도 쳐다보거나 경계조차 하지 않는 것은 사마극에게 별다른 지시를 받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 저들이 받은 명령은 이쪽으로 접근하는 용봉대원을 저지하라는 정도였겠지.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안전한 것은 아니다. 그가 절대마령을 공격하는 순간 절대마령의 피아 구분이 형성되어 그를 공격할 테니까.
무흔은 조심스럽게 절대마령에게 접근했다.
길을 막고 떡 버티고 있는 두 장한, 절대마령의 위압감이 뒷모습임에도 강하게 느껴졌다.
저 두 절대마령의 이름은 광천마령과 뇌천마령.
“뇌천마령은 장력을 기본으로 해서 뇌전과 흡사한 무공으로 상대를 제압하고…….”
예전에 경험했던 뇌천마령의 무공을 떠올렸다. 그의 시선이 옆의 광천마령에게 향했다.
“광천마령은 마찬가지로 장력 기본에…… 주 무공은 뭘까.”
광천마령이란 이름으로 유추해보던 무흔은 마교의 한 글자 무공에 광(光)이란 무공이 포함된 사실을 생각해냈다.
“설마? 혁무휘가 익힌 천마광과 연결되어 있나?”
생각해보니 한 글자 무공에 뇌(雷)는 없지만 뇌와 비슷한 섬(閃)이 있었다. 눈을 가늘게 뜨고 광천마령의 뒷모습을 살펴보던 무흔은 누군가가 다가오고 있는 기척을 느꼈다.
절대마령의 저쪽에서 두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다행히 처음 시전해 본 천리전음이 제대로 작동한 듯했다.
다가오던 백단영도 절대마령의 뒤에 서 있는 무흔을 보자 크게 소리쳤다.
“무흔!”
“은공!”
남궁이화의 목소리까지 함께 들리자 무흔은 반색하며 손을 흔들었다.
크르르르-
그녀들을 발견한 절대마령이 바로 반응했다. 마치 잠에서 깨어나는 듯 움직임을 보이며 시퍼런 눈빛이 더욱 강해졌다.
절대마령의 움직임에 백단영은 바로 발길을 멈추었다. 불과 십 장 정도의 거리이건만 그 거리는 서로 만날 수 없는 깊은 간극이 존재했다.
무흔은 진정하라는 손짓을 그녀들에게 보냈다. 다행히 백단영이 걸음을 멈추고 무흔을 바라봤다.
“아가씨, 몸 상태는 어때요?”
무흔은 전음으로 물었다. 그냥 소리치더라도 마찬가지이겠지만 괜히 절대마령을 자극할 생각은 없었다.
백단영도 전음으로 대답했다.
[내공 소모가 심해 상태가 좋지는 않아.]
“그럼 거기에서 운기조식부터 하세요.”
백단영은 무흔의 뜻을 남궁이화에게 전했다. 이런 노출된 곳에서 운기조식은 위험하다. 운기조식 도중에 누군가가 건드리거나 변수가 발생하면 치명상을 입으니까. 더구나 지금 눈앞에는 최악의 적이라 할 절대마령마저 버티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무흔은 절대마령이 일정 거리 밖에서는 공격하지 않는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었다. 게다가 백단영의 뒤쪽은 용봉대가 지키고 있으니 위험할 일은 없다. 만일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그가 개입하면 된다. 즉, 야외라 하여도 위험하지 아니다.
무흔의 마음을 눈치챈 백단영이 남궁이화에게 설명했다.
어차피 무흔과 만나려면, 또 만나서 뭔가 해보려면 몸 상태가 최상이어야 하기에 남궁이화 또한 주저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무흔을 아니, 절대마령을 바라보며 가부좌를 하고 앉았다.
두 사람이 운기조식에 빠져들었다.
그녀들이 공격할 기미가 전혀 없자 절대마령 또한 움직임을 멈추고 적의를 잠재웠다. 다시 이곳 천애령에는 고요한 적막이 내려앉았다.
무흔의 시선은 다시 절대마령의 등에 꽂혔다.
이 괴물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이제 어마어마한 내력을 갖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절대마령을 내공으로 제압하는 건 불가능했다. 절대마령은 인간으로서는 불가능한 내공을 품고 있으니까. 그렇다고 인간처럼 사혈이 존재하지도 않고, 검으로 찌를 수도 없다.
역시 이들의 약점을 지금 사마극과 떨어져 있다는 사실에서 찾아야 한다. 사마극이 없으니 이들은 이전에 받은 명령만 수행한다. 물론 자신들의 안전을 위한 자위권 행사야 당연하겠지만.
사마극이 본산으로 돌아간 시점이라 은옥상의 안위가 걱정되긴 했지만 지금 이곳에서 두 절대마령을 처리하지 않으면 더 곤란하다. 이 절호의 기회를 절대 놓칠 수 없다.
무흔은 우뚝 서서 위압감을 자랑하는 절대마령과 주변 지형을 살피면서 머리를 굴렸다.
시간이 흘렀다.
거의 두 시진이 지나 동이 터올 무렵이 되어서야 백단영과 남궁이화가 눈을 떴다. 내공 소모가 꽤 심했던 모양이다.
“이젠 어때요?”
[많이 좋아졌어. 이젠 충분해.]
백단영의 활기찬 목소리가 귓전을 울렸다.
절대고수 삼 인이 절대마령을 포위해서 공격하는 모습. 그리 나쁘지 않다.
무흔은 백단영을 향해 손을 흔들고는 자신도 묵천신검을 꺼냈다.
절대마령은 그의 앞쪽에서 전혀 적의를 드러내지 않고 백단영 쪽만 주시하고 있었다. 역시 이 녀석들은 단순하다.
무흔은 내력을 끌어올렸다.
그의 내력이 묵천신검으로 흘러가며 나지막한 검명이 일었다. 묵천신검 끝으로 검강이 쭉 뻗었다.
크르르르-
본능적으로 위협을 느낀 것일까. 절대마령이 천천히 뒤를 돌아보며 시퍼런 눈빛을 빛냈다.
무흔은 이 순간이야말로 하늘이 내린 최고의 기회란 생각을 했다. 절대마령과의 전투는 절대 길게 끌고 갈 수 없다. 예전의 경험이 그에게 그 해법을 제시했다.
번쩍!
모든 힘을 뽑아낸 비천삼검의 삼 식을 뇌천마령을 향해 내리꽂았다. 마치 하늘에서 벼락이 치는 듯한 장엄한 장면이 눈앞에서 펼쳐졌다.
꽈르릉-
거대한 폭음과 함께 미처 반응하지 못한 뇌천마령을 묵천신검의 검강이 쓸고 지나갔다.
검신을 통해 흘러들어오는 거대한 충격파!
무흔은 그 기운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런 위력이라면 절대마령을 파괴할 수는 없을지라도 충격은 가할 수 있을 것이다.
“크아악-”
그리고 놀랍게도 절대마령에게서 비명이 흘러나왔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절대마령에게서 발해지는 신음을 들은 적이 없기에 무흔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검강을 직격당한 절대마령이 풀썩 꼬꾸라졌다. 하지면 역시 도검불침의 금강불괴인 절대마령은 몸에 약간의 자상이 새겨진 것이 전부였다. 다만 그 모든 충격을 그대로 흡수한 뇌천마령의 두 발이 땅에 푹 박히고 허리와 무릎이 접질려진 듯 접혔다.
크르르르-
옆에 있던 광천마령이 상황을 파악한 듯 무흔을 향해 공격했다.
무흔은 재빨리 절대마령에게 접근하며 잔백수라십이검을 펼쳤다.
채챙-
마치 금속에 부딪힌 듯 묵천신검이 절대마령을 뚫지 못하고 튕겨 나왔다. 예전과 같은 상황이라 당황할 이유는 없었다.
끄윽- 끄윽-
뇌천마령은 흐느적거리면서 간신히 땅에 박힌 발을 빼냈다. 불시에 입은 타격이 만만찮은 듯 여전히 제대로 기동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무흔의 공격을 시작으로 백단영과 남궁이화 또한 절대마령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녀들의 공격 또한 과거와 달리 어마어마했다. 그만큼 무공의 숙련도가 늘었다는 의미이고, 특히 남궁이화의 비천삼검은 초기와 달리 한결 숙련됐다.
세 사람이 한꺼번에 광천마령에게 공격을 퍼붓자 광천마령에게서 이전과 다른 변화가 일어났다. 갑자기 광천마령의 신체에서 눈을 멀게 하는 하얀 광채가 폭사됐다. 그 빛은 공격자의 시야를 방해하는 효과에 그치지 않고 공격자의 움직임을 억제하는 놀라운 효능마저 발휘했다.
광천마령을 직격하던 검격이 흰 광채에 멈칫하면서 위력이 감소되고, 광천마령 앞에서는 그들의 움직임 속도마저 느려졌다.
“이런!”
놀란 무흔이 신음을 터트리며 광천마령에게서 쏟아지는 빛을 다시 확인했다. 마치 내력이 강한 고수가 하수를 진기로 억압하는 그런 유형과 흡사했다. 그 덕분에 광천마령 앞에서는 절대마령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빠르다는 장점이 완전히 희석됐다.
콰릉-
백단영의 검강이 광천마령의 허리를 가르고 남궁이화의 검강이 광천마령의 어깨를 내리찍었다. 일순간 동작이 멎은 광천마령이 금방 몸의 균형을 수습하고 손을 휙 뒤집었다.
광천마령의 강력한 장력에 백단영이 휩쓸리며 한쪽 암벽에 처박혔다.
뇌천마령이 전투에 끼어들기 이전에 뭔가 해법을 찾아내야 했다. 지금 같은 상태라면 그들 셋이 합공하더라도 절대 절대마령 둘을 어떻게 처리할 수 없었다.
크르르르-
뇌천마령이 마침내 벌떡 일어나더니 그들 셋을 노려보았다. 시퍼런 귀기가 섬뜩하게 뻗어 나왔다.
그때 번개처럼 떠오른 생각에 무흔이 잔혹한 미소를 입가에 담았다.
“드디어 찾았다!”
무흔은 절대마령의 위쪽으로 신형을 솟구치며 소리쳤다.
“아가씨는 광천마령을 계속 공격해요! 그리고 남궁 소저는…….”
무흔이 지시하자마자 백단영이 강력한 공격으로 광천마령을 몰아쳤다. 그 사이 남궁이화는 뇌천마령이 딛고 선 지면을 향해 검격을 퍼부었다.
동시에 무흔의 강력한 일격이 뇌천마령을 강타했다.
콰작-
어머어마한 충격을 받은 뇌천마령이 서너 걸음 쭉 미끄러졌다. 그 충격의 반탄력으로 무흔의 신형이 허공으로 치솟았다.
뇌천마령이 미끄러진 곳을 남궁이화의 검강이 강하게 때렸다.
쩌저적-
지면이 갈라지며 협로의 한 귀퉁이가 무너져내렸다. 바로 그 지점에서 균형을 잡지 못하고 휘청이던 뇌천마령이 무너지는 지면과 함께 아래로 추락했다.
보통의 고수라면 보법을 사용해서 탈출했겠지만 절대마령은 그렇게 민첩하지 않다. 게다가 그들의 다리는 사람처럼 움직임이 자유롭지 않다.
와르르르-
길의 절반이 무너지며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뇌천마령 역시 흙더미에 쓸려 아래로 추락했다.
무흔은 공중에 뜬 상황에서 뇌천마령의 추락을 감상했다.
역시 예상대로였다. 절대마령은 사람이 아니기에 저런 비상사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수백 길이 넘는 절벽에서 추락한 절대마령이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애초에 산 사람이 아니니 살아남는다는 표현이 이상할 수 있지만 저곳에서 떨어지고도 제대로 기동하기란 불가능할 것이다.
게다가 사마극이 다시 절대마령을 찾아내지도 못할 테니, 저 절대마령의 운명은 이곳 천애령이 끝이라 할 것이다.
“한 놈 보내고!”
무흔이 허공에서 몸을 틀어 암벽을 박차고 방향을 광천마령에게 틀었다.
광천마령은 백단영과 치열한 격전을 벌이고 있었다. 이제 이놈도 어떻게든 절벽 끝으로 몰아붙여 아래로 떨어트리면 된다.
무흔은 암벽 쪽에서 절벽 방향을 향해 광천마령을 공격했다. 백단영 역시 무흔의 작전을 이해한 듯 같은 방향으로 공격을 시작했다.
두 최강고수의 합격은 광천마령을 뒤로 물러서게 만들었다.
기회가 왔다. 역시 이 녀석들은 제대로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 것이 분명하다. 한 놈이 죽는 것을 보고서도 대처하지 못 하는 것을 보면.
다시 무흔은 암벽을 박차고 광천마령을 향해 검격을 날렸다.
가장 위력이 큰 비천삼검이 다시 펼쳐졌고, 이어서 남궁이화의 검이 지면을 가격했다.
콰아앙-
광천마령이 검격을 완전히 흡수하지 못하고 휘청거리는 순간 지면이 갈라지며 길이 무너져 내렸다.
콰르르르-
마치 산사태가 벌어지듯 흙더미가 절벽 아래로 쏟아졌다. 그 흙더미 사이에서 미처 중심을 잡지 못한 광천마령이 허우적거리면서 까마득한 공간 아래로 떨어졌다.
광천마령의 몸은 막 어둠을 몰아내는 여명에 묻혀 점차 작은 점으로 변하다가 마침내 사라졌다.
저 절벽 아래에 무엇이 있을지 모르지만 절대마령은 다시 세상에 나올 수 없을 것이다.
“하아!”
무흔은 가쁜 숨을 몰아내며 다시 지면에 착지했다.
그의 옆으로 백단영과 남궁이화 또한 모여들었다. 마치 떨어졌던 가족이 상봉하는 듯 그들은 한동안 서로를 껴안고 감격을 나누었다.
절대마령을 중간에 두고 떨어져 있는 동안 무흔과 백단영은 얼마나 서로를 그리워하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무흔은 백단영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내리면서 무너진 협로를 눈으로 점검했다. 길의 폭이 이 지점에서 절반으로 줄어들었지만, 용봉대원이 마교 쪽으로 넘어오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