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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속의 엑스트라 208화

무료소설 무림 속의 엑스트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60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208화

208화. 천애령 (1)

 

 

 

콰앙-

어둠 속에서 날카로운 검격이 절대마령을 가격했다.

움찔하던 절대마령은 곧바로 몸의 균형을 회복하고 달려드는 상대를 향해 손을 휘저었다.

퍼벅-

절대마령에게 일장을 가격당한 상대는 수 장을 날아 땅바닥을 뒹굴었다.

“안 되겠다, 후퇴!”

한 사람의 신호에 함께 공격하던 두 사람이 뒤로 물러났다.

세 사람이 사라진 곳을 힐끗 본 절대마령은 나란히 전열을 재정비하며 조용히 움직임을 멈추었다.

절대마령 뒤쪽으로 한참 떨어진 지점에서 사마극이 가소롭다는 미소를 머금었다.

천애령을 뚫기 위한 용봉대의 시도가 몇 차례 이어졌다.

좁은 협로를 절대마령이 막고 있었기에 용봉대의 주축인 세 사람이 선봉에 섰다. 바로 장후성, 남궁이화, 백단영이다. 이들 셋은 용봉대 최강의 고수이긴 했지만, 절대마령이라는 벽에 막혀 번번이 실패했다. 

“저들로서는 절대마령 하나도 뚫을 수 없지.”

사마극은 실소를 터트리며 용봉대가 사라진 먼 곳을 쳐다봤다.

원래 계획대로였다면 저들 셋 가운데 장후성과 남궁이화를 제거했을 것이다. 그리고 백단영은 납치했겠지. 다만 모용예의 부탁 때문에 살려두게 됐다. 셋 가운데 죽이지 말아야 할 자가 둘이나 있다 보니 적극적인 대응이 어려웠다. 절대마령은 수동적으로 저들의 진격을 제지하는 역할만 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이렇게 대치하고만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다.

“여차하면 용봉대를 습격해서 장후성과 백단영만 남기고 모두 없애버려야겠어.”

그의 뒤쪽에 어두운 그림자가 나타났다.

“교주님, 천리비마입니다.”

모임에서 탈출했던 천리비마가 나타났다. 그는 온몸 곳곳이 상처투성이였다.

천리비마의 몰골을 본 사마극이 눈썹을 찌푸렸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금방 이해하기 어려웠다.

“무슨 일인가? 어쩌다 다쳤지?”

“이곳으로 오는 동안 적의 습격을 받았습니다.”

천리비마는 회의장에서 도망친 이후 수시로 습격을 받았다.

은옥상의 부하로 추정되는 자들이 의외의 장소에서 기습하는 통에 적잖게 고생했다. 그의 독보적인 경신술이 아니었다면 탈출이 어려웠을 것이다.

적을 따돌리느라 이곳까지 빙 돌아서 오는 바람에 예상보다 이틀이나 더 걸렸다. 그래도 결국 사마극 앞에 도착했기에 그는 자신을 대견스럽게 생각했다.

“어떻게 된 거지?”

“교 내부에서 반란이 일어났습니다. 은옥상 소교주님께서…….”

천리비마가 그동안 발생한 사건에 대해 짧게 보고했다.

듣고 있는 사마극의 안색이 심각하게 변했다.

교에서 외부로 나오면서 내부에서 반대세력이 준동하리란 예상을 했었다. 그러나 반대세력의 핵심은 당연 혁무휘라고 추정했다. 솔직히 갈무량도 믿을 수가 없기에 만일 갈무량이 야욕을 품고 있었다면 어떤 식으로든 이 기회에 움직임이 있으리라 생각하기도 했다.

지금 그가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이유도 혁무휘와 갈무량의 내심을 떠보려는 이유가 컸다.

그런데 은옥상이라니? 은옥상은 산공독에 중독당한 데다 오대호법이 감시하고 있지 않던가. 정상적인 은옥상에 그쪽 세력의 최고 고수인 난세마동이 함께 해도 오대호법을 완벽하게 따돌리기 어렵다. 그런데 대체 어떻게 빠져나온 걸까.

거기에다 은옥상이 귀령신을 포섭했다니? 귀령신은 얼마 전 자신에게 충성을 맹세한 자이거늘.

사마극은 이를 부드득 갈았다.

거기에다 갈무량이 사라졌다고? 갈무량의 무공은 마교 내에서 그 누구도 가벼이 여길 수 없다. 사마극 자신도 갈무량만은 강자로 대접해주고 있는 형편이 아니던가.

“정말이냐? 지금까지 한 말이?”

“네, 확실합니다.”

사마극의 질책에 천리비마는 바로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사마극의 눈동자에 강한 의심의 빛이 떠올랐다.

그는 천리비마의 말이 거짓일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 아마 그 거짓을 퍼트린 인물은 은옥상이거나 혁무휘이거나 갈무량이거나. 그렇게 생각해보니 천리비마가 이곳에 저런 모습으로 도착한 것도 의심스러웠다. 적이 의도적으로 놓아준 것이 아닐까. 그를 유인하기 위해.

점점 사마극의 미간이 좁혀지며 천리비마를 노려봤다.

천리비마는 사마극의 표정이 심상찮게 변하자 절로 간이 오그라들었다.

“넌 은옥상이 혁무휘나 갈무량을 어떻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설사 귀령신이 연합하더라도 가능하다고 생각하나?”

사마극의 질책에 천리비마가 고개를 갸웃했다.

“저, 저도 그게 이상합니다.”

“푸하하하!”

갑자기 사마극이 한바탕 광소를 터트렸다. 내부 상황이 복잡하게 돌아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 주동자가 은옥상인지 아니면 다른 자인지 알 수 없으나, 그 주동자는 이 모든 정보가 그에게 알려지기를 원했다. 그러니 천리비마를 여기까지 놓아주었을 것이다.

천리비마는 이곳까지 목숨을 걸고 도망쳐 왔겠지만, 충실하게 적의 계략 속에서 움직였을 뿐이다.

“수고했다. 천리비마.”

사마극이 꿇어앉은 천리비마의 머리를 쓱 어루만졌다.

감격한 천리비마가 다시 고개를 푹 숙였다.

“감사합니…… 커윽!”

인사를 하던 천리비마가 갑자기 피를 토하며 앞으로 엎어졌다. 경련을 일으키는 천리비마의 안면에서 피가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알려준 정보는 고맙지만, 나는 적의 계략에 놀아나는 부하를 좋아하지 않는다.”

싸늘하게 중얼거리던 사마극은 천리비마의 목숨이 끊어지자 손을 휘저었다. 천리비마의 시신이 허공에 붕 떠올랐다.

협로의 절벽 쪽으로 옮겨진 시신이 그대로 아래로 낙하했다. 협로에는 땅에 흥건히 고인 핏자국을 제외하고는 아무런 흔적도 남지 않았다.

사마극은 굳은 표정으로 허공을 바라보았다.

적들이 노리는 것이 무엇인지는 감이 잡혔다. 적은 그에게 선택을 요구한 것이다. 이곳에서 계속 용봉대를 막고 있을 것인지, 아니면 본산으로 돌아와 수습할 것인지. 천리비마를 여기까지 놓아줌으로써 그에게 물어왔다.

“큭큭, 하나만 선택하리라 생각하겠지만 나는 둘 다를 선택하겠어. 은옥상인지 혁무휘인지 아니면 갈무량인지 모르겠지만, 이 기회에 확실하게 처리해주마.”

주먹을 꾹 움켜쥔 사마극이 천천히 몸을 돌려 절대마령을 향했다.

어둠 속에서 든든하게 협로를 지키고 있는 모습이 실로 믿음직했다.

“음천마령!”

사마극의 부름에 음천마령이 뒤로 돌아서 그의 곁으로 스르르 다가왔다. 삼십 대 미부의 모습을 한 음천마령은 야밤이라 실로 귀신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절대마령 둘이면 충분히 용봉대를 막을 수 있다. 본산의 반란을 제압하는 것 역시 나와 음천마령이면 된다. 감히 누가 대적할까.”

사마극은 절대마령을 나누어 양쪽을 동시에 제압할 생각을 했다. 절대마령의 실력을 알기에 할 수 있는 최선의 수였다.

“가자!”

협로를 따라 사마극이 앞으로 움직이자 음천마령이 스르르 뒤를 따랐다.

사마극과 음천마령이 어둠 속에서 한 점이 되어 사라졌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협로의 절벽에서 한 인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간신히 절벽 끝을 손으로 잡고 버둥거리더니 협로 위로 올라섰다. 놀랍게도 이 인영의 정체는 무흔이었다.

무흔이 바닥에 고인 핏자국과 절벽 쪽을 번갈아 살피며 중얼거렸다.

“잔인한 놈, 천리비마를 저렇게 죽여 버릴 줄은 몰랐군.”

무흔은 천리비마를 교묘하게 공격하며 뒤를 추적해왔었다. 그의 예상대로 사마극은 욕심 많게 양쪽 모두 포기하지 않았다.

이제 선택은 다시 무흔에게 돌아왔다.

이곳의 절대마령을 제거하여 용봉대를 끌어들이고 백단영과 해후할 것인가. 만일 이렇게 한다면 본산의 은옥상이 사마극 때문에 위험에 빠질 수 있다. 그렇다고 지금 사마극의 뒤를 쫓아가는 것은 절대마령이 나뉜 이 절호의 기회를 저버리게 된다.

사마극이 부재한 상태의 절대마령은 그의 예상대로라면 그리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다.

“일시적으로 은옥상이 잘 버텨주기를 바랄 수밖에.”

어쨌든 그에게는 은옥상보다 백단영이 훨씬 소중하니까. 설사 은옥상이 실망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

무흔은 몇 장 앞에서 협로의 저편을 노려보며 우뚝 서 있는 두 절대마령의 뒷모습을 관찰했다. 오늘 밤에는 저 절대마령을 없앤다. 하지만 어떻게?

결심한 무흔의 입술이 움직였다.

천리전음. 그것은 무흔이 만박노사의 서재에서 가져온 비급에 들어있는 특이한 무공이었다.

 

**

 

용봉대 숙영지에서 백단영은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녀와 천막을 같이 쓰는 사람은 남궁이화였다. 두 사람은 오늘 절대마령을 상대하고 돌아와 소모했던 내력을 다시 충전하는 상태였다.

별짓을 다 해 보았으나 절대마령을 뚫는 것은 불가능했다. 더욱 난감한 것은 여전히 조금의 실마리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절대마령은 난공불락의 요새였다.

백단영은 마찬가지로 옆에 너부러져 헉헉대는 남궁이화를 바라봤다. 그녀 또한 전력을 쏟아부어 탈진한 듯했다.

아마 원기를 찾은 내일 밤에도 그들은 절대마령을 공격하러 갈 것이다. 결과가 뻔히 보였지만 무흔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감수해야 한다. 어쨌든 바늘구멍만큼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시도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녀의 귀에 이상한 소리가 들려온 것은 그 무렵이었다.

[아가씨, 아가씨!]

어디에선가 많이 듣던 목소리다. 그 소리는 크지 않고 나직하여 마치 옆에서 귓속말로 전하는 듯한 그런 분위기였다. 그녀는 금방 이 목소리의 주인공이 무흔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놀란 그녀는 주위를 둘러봤다. 막사 내에는 널브러진 남궁이화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었다.

“어휴, 환청이라니…….”

얼마나 무흔이 보고 싶었으면 환청이 다 들릴까. 그녀는 정신을 다잡기 위해 힘차게 고개를 흔들었다.

“왜 그러냐?”

눈을 뜬 남궁이화가 염려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아, 아냐.”

백단영은 고개를 젓고는 환청을 떨치려 애썼다.

[아가씨, 아가씨! 들려요?]

그때 다시 무흔의 속삭임이 들렸다. 그녀는 인상을 찌푸렸다. 뭔가 이상했다. 확실히 무흔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주변에 무흔은 없다.

“무슨 소리 안 들려?”

“안 들리는데?”

남궁이화의 퉁명스러운 대답이 이어졌다.

“으음, 내가 잘못 들었나 보네.”

괜히 무안해진 백단영은 앉은 채 눈을 감고 마음을 다독였다. 막 운기조식을 시작하려는데 다시 귓가에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가씨, 지금부터 잘 들으세요. 지금 여기로 오세요. 절대마령이 있는 곳으로.]

백단영은 화들짝 놀라 눈을 번쩍 떴다. 이게 무슨 소리일까.

[절대마령이 있는 곳으로 오세요.]

재차 무흔의 목소리가 들렸다.

백단영은 미간을 찌푸리며 이것이 무슨 현상인지 고민했다. 전혀 해답을 찾지 못한 그녀가 어쩔 수 없이 남궁이화에게 물었다.

“혹시…… 목소리를 멀리까지 보낼 수 있어?”

“목소리? 사자후 말하는 거야?”

“그거 말고…… 예를 들면 전음 같은 거. 아, 그래 전음! 전음을 멀리까지 보낼 수도 있는 거야?”

남궁이화 역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글쎄, 나도 잘은 모르지만 그런 무공이 있긴 해. 천리전음이라고.”

“천리전음?”

“천 리 떨어진 특정 사람에게 전음을 보낼 수 있는 무공이 있다고 하더라. 물론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할 줄 아는 사람이 있다고 들은 적도 없긴 한데…… 그런 무공이 있다는 전설은 있어. 옛날에 소림을 창건하신 달마조사가 할 줄 알았다나……, 물론 다 거짓말이겠지만.”

“하긴 달마조사는 물 위를 걸어 다녔다는 사람인데…….”

무심코 대답하던 백단영은 문득 무흔에게서 배운 수상비가 떠올랐다. 무흔은 정말 물 위를 떠다녔는데. 그렇다면 무흔은 천리전음을 할 줄 아는 걸까?

그녀는 무흔의 목소리를 다시 떠올렸다. 절대마령이 있는 곳으로 오라고?

무흔이라면 천리전음을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별별 무공을 다 알고 창안하던 무흔이었으니 전설의 천리전음을 쓴다 하여 이상할 일은 아니다.

고심하던 백단영은 다시 연검을 허리에 찼다.

“어? 단영아, 뭐해?”

“다시 절대마령에게 가보려고.”

“너, 미쳤냐? 방금 절대마령에게 깨지고 돌아와 놓고선. 가더라도 내공을 회복해서 내일 가자고.”

남궁이화가 완강하게 말렸다.

백단영은 확인이라고 해보고 싶었다. 절대마령이라고 그렇게 위험하진 않다. 바로 앞까지 접근하지 않고 멀리서 살펴보아도 되니까.

결심한 백단영이 벌떡 일어났다.

“뭔가 조사할 게 있어.”

일어서는 백단영의 옷자락을 붙잡은 남궁이화가 한숨을 내쉬었다.

“알았다. 같이 가자. 혼자 보내려니 마음이 안 놓여서.”

역시 의리 하나는 남궁이화다.

두 사람은 조용히 막사를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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