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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속의 엑스트라 207화

무료소설 무림 속의 엑스트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9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207화

207화. 모용예 (2)

 

 

 

“예?”

장내에 혼란이 일었다.

“나는 지금부터 은옥상 소교주님을 지지할 것이다.”

귀령신의 선언에 모두가 잘못 들은 것이 아닌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애초에 혁무휘를 지지하던 사람이 어느 날 사마극으로 옮겨갔다가 지금은 또 은옥상으로 옮겨가다니. 자주 옮겨 다니는 것도 문제였지만, 그보다 세력분포로 보면 현재 은옥상은 혁무휘보다도 최악이었다.

그때 정문으로 은옥상이 등장했다.

그녀의 등장에 모두가 얼어붙었다.

“소, 소교주님.”

모인 이들은 사마극 지지자들이었기에 노골적으로 싫은 티를 냈다. 상대가 소교주였기에 무례한 행동을 하진 않았으나 흉흉한 분위기가 일어났다.

은옥상이 들어오자 귀령신으로 분한 무흔이 깍듯하게 인사했다. 이것은 은옥상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행동이었다.

“어서 오십시오. 소교주님.”

군웅들은 놀란 표정으로 귀령신을 다시 살폈다. 평소 귀령신은 성격이 개차반인 데다 안하무인이라 타인에게 예의 바르게 행동하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은옥상이 차가운 눈빛을 뿜어내며 장내를 가로질러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녀에게서 풍기는 기운이 실로 섬뜩하여 사람들은 절로 몸을 움츠렸다.

“모두 알다시피 지금은 위험한 때이자 기회의 시간이다. 정보가 빠른 자는 이미 알겠지만 혁무휘는 사라졌다. 갈무량도 사라졌다. 남은 것은 나와 사마극뿐이다.”

“뭣?”

그녀의 선언에 경악성이 터져 나왔다.

전혀 생각지도 못하던 일이 터진 것이다.

은옥상이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군웅들을 하나하나 쳐다보며 경고했다.

“나를 따른 것인가? 아니면 이곳에 없는 사마극을 따를 것인가?”

군웅들은 바보가 아닌 이상 그녀의 이 선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짐작했다. 이곳에서 지지를 선언하지 않는 이상 죽음을 맡게 되리란 사실을.

이럴 때면 꼭 사리판단을 하지 못하고 튀는 녀석이 있다. 한 녀석이 과감하게 치고 들어왔다.

“소교주! 너무한 것 아니오? 사마극 소교주가 없는 틈을 타서 이런 식으로 나오는 것은 우리 모두를 무시하는 것이요.”

녀석이 가소롭다는 표정을 지으며 주변 동료의 호응을 유도했다.

“그렇다. 잘 아는구나.”

생각과 다른 반응에 녀석이 멈칫하는 순간 은옥상의 싸늘한 눈빛이 녀석에게 머물렀다.

“크억!”

갑자기 숨이 막히는 듯 녀석이 자신의 목을 쥐고 괴로운 표정으로 버둥거렸다. 앉아 있던 의자를 넘어트리고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며 꺽꺽거리다가 마침내 경련이 멎었다. 생을 마감한 것이다.

이것은 바로 무흔의 작품이었다.

공포에 젖은 장내를 뚜벅뚜벅 걸으며 은옥상이 말했다.

“지금 이곳에 없는 사마극이 너희를 구해줄까?”

그녀의 한마디에 모두의 표정이 굳어졌다. 숫자는 그들이 훨씬 많다. 하지만 귀령신이 붙어 있는 은옥상을 어떻게 할 수준은 아니었다. 만일 은옥상이 모두를 죽이고자 한다면 그들은 목숨을 부지할 수 없다.

“끙! 소교주님, 자중하십시오. 난데없이 삶이냐 죽음이냐를 택하라 하시면 어떡합니까. 소교주님께서 사마극 소교주님을 확실하게 능가한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신다면 누구나 따라갈 겁니다.”

이번에는 한풀 꺾인 반응이 나왔다.

은옥상은 거침없이 대답했다.

“능력은 이미 보였다고 생각하는데? 혁무휘와 갈무량을 제거한 것으로. 최근에 사마극은 무림맹과의 대립으로 본교에 큰 손해를 끼쳤다. 많은 불만이 쌓였으나 어쩔 수 없이 잠재해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언제까지 그를 따를 것인가? 지금의 그는 단지 절대마령에 의존한 겁쟁이일 뿐이다.”

“그래도 우리는 사마극 소교주를 배신할 수 없소!”

다른 한 녀석이 다시 겁 없이 소리쳤다.

귀령신의 입가에 잔인한 미소가 드리워졌다.

“커윽!”

방금 선언했던 녀석이 다시 숨이 막혀 괴로운 듯 온몸에 경련을 일으키며 쓰러졌다. 장내에 공포와 두려움이 깔리며 적막이 감돌았다. 모두가 자신에게 내려온 죽음을 피할 길이 없음을 인식한 것이다.

“하, 하지만…….”

역시 쉽지는 않다.

은옥상은 차가운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교주 혈천마종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아는가? 그 원인인 절대마령을 움직일 수 있는 자가 누구인가? 머리가 있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해답이 아닌가? 그런 파렴치한 자를 계속 따를 것이냐?”

혈천마종이 언급되자 장내에 웅성거림이 심해졌다.

사실 마교인이라면 누구나 사마극의 짓임을 짐작하고 있었다. 단지 두려움 때문에 언급하지 못할 뿐. 이 사실이 은옥상에 의해 표면으로 떠오르자 군웅들은 그제야 자신들이 교주인 혈천마종을 배신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금 본교에 있는 여러분이 나를 지지해준다면 충분히 사마극을 상대할 수 있다. 사마극의 무공이 혼천마도 갈무량을 능가했을까? 사마극은 나를 능가할 수 없다. 지금이야말로 다시 혈천마종을 주군으로 모시던 때로 돌아갈 기회다. 주군을 시해한 파렴치한 밑에서 벗어나야 한다. 나를 따르라.”

은옥상은 사자후를 토하고 군웅의 표정을 살폈다. 그들에게 변화가 있었다.

무흔이 옆에서 거들었다.

“자, 한 명씩 나와라! 나와서 소교주님 앞에서 충성을 맹세하라.”

갈등하는 자도 있었다. 하지만 정통인 혈천마종에게로 돌아간다는 명분은 예상외로 컸다. 게다가 이곳에 있는 모두가 연합하면 이미 은옥상에게 흡수되었으리라 예상되는 혁무휘와 갈무량의 조직과 합쳐 충분히 사마극에 대항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사마극이 이곳에 없으니 마교 내부의 통합은 사실상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사마극과 은옥상의 대결에서 오히려 은옥상의 우세가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그런 예상이 군웅들에게 스며들었다.

지금까지 모임을 주도하던 흑수신마가 가장 먼저 나섰다.

“본인은 은옥상 소교주님을 지지합니다.”

“좋아. 앞으로 그대를 중용할 것이다.”

누구보다도 상황판단이 빠른 흑수신마의 선언은 동요하던 자들의 결정에 불을 지폈다.

한 명씩 앞으로 나가 은옥상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순간.

와장창.

창이 부서지며 한 녀석이 밖으로 뛰어나갔다. 천리비마였다.

무흔이 피식 웃으며 물었다.

“꼭 죽으려고 작정하는 놈이 있단 말이지. 저놈은 대체 어디로 도망친 거냐?”

흑수신마가 손바닥을 싹싹 비비며 대답했다.

“아마 사마극 소교주님께 알리려고 갔을 겁니다. 사마극 소교주가 지금 천애령에서 용봉대원과 대치중이시거든요.”

모르던 정보가 나왔다.

무흔은 용봉대란 말에 내심 화들짝 놀랐다.

그러면서 갑자기 백단영이 생각났다. 백단영이 이곳까지 왔나? 천애령은 협로가 이어진 위험지대다. 그곳에서 사마극과 아니, 절대마령과 대치 상태라면…….

갑자기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무흔은 은옥상에게 포섭되는 마두를 지켜보며 빨리 천애령으로 가봐야겠다고 결심했다.

 

***

 

시퍼런 빛이 어리는 절대마령은 무서웠다.

보고만 있어도 절로 몸에 경련이 일어나서 제대로 서 있기도 쉽지 않았다.

구진광과 모용예는 협로를 막고 있는 세 절대마령을 발견하고 마음을 굳게 먹어야 했다.

“저, 저것이 절대마령인가요?”

모용예가 손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당연히 구진광도 처음 보는 장면이니 대답하지 못했다. 얼마나 대단한 녀석들인지 알 수 없지만, 그 위압감만은 감히 접근을 불허할 만큼 대단했다.

한쪽에는 높은 암벽, 반대쪽에는 깎아지른 절벽. 협로를 막은 절대마령을 뚫고 지나갈 틈은 역시 없었다. 저런 절대마령을 뚫겠다는 용봉대의 작전이 참으로 무모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제 어떡하죠?”

“곧 사마극이 나타날 거요.”

두 사람은 절대마령 앞에서 약 오 장가량 떨어진 곳에서 대기했다. 어두운 밤이라 절대마령의 눈에서 빛나는 시퍼런 빛이 더욱 귀기스럽게 느껴졌다.

언제 나타났을까.

절대마령의 뒤쪽으로 흑의인이 등장했다. 검은 옷이 어둠에 동화되어 빨리 알아보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둠 속에서 오직 하얀 얼굴만 보이는 모습은 매우 이상했다.

모용예는 그 흑의인이 사마극임을 금방 눈치챘다. 예전에 팔곡산에서 사마극을 한 차례 만났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냐?”

구진광 혼자가 아닌 둘이 나타났으니 이상하게 생각한 사마극이 물었다.

사마극을 보자마자 예전 기억이 떠올라 숨이 턱 막힌 구진광은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그런 구진광을 비웃듯 모용예가 겁도 없이 한발 앞으로 나섰다.

“제가 볼일이 있어서 왔어요.”

“그대는?”

“천중화 모용예랍니다.”

이윽고 사마극이 손을 까닥였다.

“건너오라.”

“저, 절대마령을…….”

“절대마령은 그대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 것이다.”

사마극의 장담에 모용예는 조심스럽게 앞으로 걸어갔다. 절대마령은 그녀가 접근해도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그래도 안심이 되지 않아 벌벌 떠는 몸을 간신히 추스르면서 통과한 모용예가 사마극 앞에 섰다.

“무슨 일인가?”

“둘만 얘기하고 싶어요.”

모용예가 구진광 쪽을 슬쩍 쳐다봤다.

사마극이 몸을 돌려 협로를 걸어갔다. 모용예는 묵묵히 그를 따랐다.

좁은 협로가 이어지다가 한쪽에 비교적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 마침 그 위쪽 절벽에 소나무가 드리워져 있어서 밤이슬을 피하기에도 안성맞춤이었다. 그곳에는 사마극을 비롯한 마교인이 머무르고 있었던 듯 바닥에 두꺼운 천이 깔려있었다.

“앉아라.”

두 사람이 마주 보고 앉았다. 한 사람은 차기 마교 교주가 될 무시무시한 인물이었고 한 사람은 중원 최고의 미녀라는 절세가인이었다.

놀랍게도 모용예는 사마극 앞에서도 전혀 떨지 않고 입을 열었다.

“부탁할 것이 있어서 왔어요.”

“부탁?”

“엄밀하게는 협상이죠.”

“협상은 주고받아야 하는 법이지. 네가 나에게 줄 게 있을까?”

사마극의 딱딱한 반응에 모용예가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그건 협상하기 나름 아닐까요?”

“좋다. 부탁이 뭐냐?”

모용예가 안면을 굳히더니 명료하게 말했다.

“장후성을 살려줘요.”

사마극이 고개를 갸웃했다. 지금 장후성을 잡은 것도 아니고 전투가 벌어진 것도 아니어서 그녀의 부탁은 다소 이상해 보였다.

“어차피 양쪽이 싸우면 당신이 우세하니까요. 용봉대는 살아남기 어려울 거예요.”

모용예의 당당한 예상에 사마극이 헛웃음을 발했다.

“너무 미리 예단하는군. 최근에 장후성의 능력이 급증했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그래도 절대마령을 이길 수는 없을 거예요.”

“흐음.”

그녀의 예상을 사마극도 수긍했다.

“어쨌든 오늘 내일이 아니라 앞으로도 당신이 장후성을 죽이지 않으면 돼요.”

모용예의 요구에 사마극이 긍정을 표했다.

“사람 일이라는 게 한 치 앞을 알 수 없으니 확답은 어렵지만 노력해보도록 하지.”

예상했던 대답에 미소를 짓던 모용예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한 가지만 더, 백단영을 처리해 줘요. 죽이든 아니면 납치하든 뭘 하든.”

사마극은 미간을 좁히며 모용예를 주시했다. 갑자기 이 여자의 입에서 백단영이란 이름이 나온 이유를 알 수 없어서다.

“혼란한 상황이 당분간 계속될 테니 어려운 부탁은 아니라 생각합니다만.”

“허허.”

사마극은 백단영을 떠올렸다.

그녀를 소유하고 싶다는 생각은 여전했다. 지금은 무림맹에 속한 백단영이지만 언젠가는 자신의 곁에 두고 싶다고 생각했다. 만일 그것이 불가능이라면 죽여서라도 그녀를 다른 자에게 주고 싶지는 않다고.

“왜 백단영을 미워하지?”

“장후성이 그녀를 향해 있거든요.”

사마극은 딱딱하게 표정을 굳히며 모용예를 바라봤다.

“부탁을 접수하도록 하지. 이제 다시 원론으로 돌아가서 반대로 당신은 나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

상대의 굳은 표정에 모용예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당신이 원하는 것을요.”

화사하게 웃는 그녀를 보며 사마극은 자신이 무엇을 원해야 하는지 알아냈다.

“그대는…… 절실하군.”

“그럼요.”

“좋아, 받아들이도록 하지.”

그리고 중원 최고의 미녀라던 모용예의 옷자락이 아래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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