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 속의 엑스트라 203화
무료소설 무림 속의 엑스트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15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203화
203화. 반란의 날 (1)
혁무휘 뒤로는 그를 호위하는 암영이군 두 사람과 서열 팔 위에 속하는 혈풍쌍검, 거기에 서열 상위권에 속하는 두 마두가 함께 있었다. 숫자로 따지면 적이 둘이나 더 많았다.
야밤에 양쪽이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난세마동이 조심스럽게 혁무휘에게 인사했다.
“소교주님께서 야밤에 어쩐 일이십니까?”
“은옥상을 찾으러 가나 본데…….”
단번에 그들의 목적을 꿰뚫은 혁무휘가 쭉 둘러보며 말했다.
“난세마동! 내 밑으로 들어올 생각은 없는가?”
난세마동은 크게 당황했다.
혁무휘가 갑자기 이렇게 나올 줄은 전혀 예상 밖이었다.
굳이 지지 세력을 확장하겠다면 난세마동이 홀로 있을 때 조용히 권유할 수는 있다. 그만큼 난세마동은 서열이 높은 인물이니까.
하지만 지금처럼 은옥상 지지자들이 몰려 있는 상황에서 이런 권유를 한다는 것은 의미가 다르다.
여러 명을 한꺼번에 영입하겠다는 의미보다 모두를 제거하겠다는 의도가 강하다.
“으으음.”
이런 사실을 깨달은 난세마동은 절로 신음을 내뱉었다.
위기감 속에서 난세마동은 자신의 전력을 다시 살폈다. 자신과 옥소마희는 서열 십 위권 내의 강자이고, 남혼북령 역시 가볍게 볼 수 없는 고수다.
저쪽 편은 인원수가 많지만 혈풍쌍검은 옥소마희와 비등한 자이고, 호위인 암영이군은 남혼북령과 막상막하. 그렇다면 그와 혁무휘의 싸움이 되는가.
“소교주께선 자신이 있으신가 보군요.”
“당연하다. 그렇지 않았다면 내가 이렇게 나설 리 있을까.”
자신감을 내뿜던 혁무휘가 손바닥을 난세마동 앞에 내밀었다.
우우웅-
어둠 속에서 황색의 기운이 점차 모이며 손바닥 위에서 빛나는 구를 형성했다.
난세마동의 입에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광을 완성하셨군요!”
“흐흐, 그렇다. 어디 광뿐이겠느냐? 섬도 대성했다.”
혁무휘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밤하늘을 울렸다.
사마극이 교를 장악하는 동안 혁무휘는 전각에서 두문불출했다. 그 이유는 바로 천마광과 천마섬을 완벽하게 연마하기 위해서였다. 마교 교주를 위한 한 글자 무공 여섯 종류 가운데 무려 두 종류를 대성한 것이다.
이것은 실로 전대 교주인 혈천마종에 견줄 성취였다.
“사마극은 지지자를 모아 반란을 꾀하지만, 난 순수하게 무공으로 승부한다. 이 마교 내에서 나를 능가할 자가 그 누구더냐? 강자존인 이곳에서 나보다 더 확실한 교주감이 누가 있느냔 말이다!”
혁무휘는 사마극도 은옥상도 자신의 상대가 아니라고 선언하고 있었다.
몸을 움츠리는 난세마동 일행을 향해 혁무휘가 음산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 밑으로 와라. 합당한 지위를 부여할 것이다. 오늘 밤을 기점으로 이곳 본산은 나 혁무휘 천하가 될 것이다. 사마극은 이곳으로 돌아올 수 없다. 은옥상? 그대들이 내 밑으로 들어오면 알아서 나와 협력할 것이다. 어떤가?”
이곳에 있는 모두 혁무휘의 원대한 구상을 이해했다. 그가 두 종류 무공을 익혀 사마극을 압도한다면 절대 불가능하지 않은 작전이기도 했다. 그렇더라도 절대마령을 처리해야 한다는 문제는 남게 되겠지만.
난세마동은 곤란한 처지에 빠졌다.
혁무휘의 말이 사실이라면 사실상 혁무휘를 상대할 자는 없다. 제안을 거부하면 몰살당할 것이다. 그렇다고 은옥상을 배신하고 혁무휘에게 붙을 수도 없고.
“시간을 주시오.”
난세마동은 은옥상이 나타날 때까지 시간을 끄는 것이 최선이라 여겼다.
혁무휘가 미친 듯 비웃었다.
“큭큭, 불허한다.”
속셈을 빤히 보고 있다는 듯 혁무휘가 속전속결로 나왔다.
암영이군을 비롯한 다섯 사람이 그들을 포위했다. 당황하는 난세마동 일행을 향해 혁무휘가 무시무시한 살기를 내뿜었다.
“항복하지 않는 자는 바로 척살한다.”
우우웅-
혁무휘가 양손을 서로 마주하자 그 사이에서 황색의 구가 부풀어 올랐다. 빛을 내뿜던 구가 점점 커지면서 사방을 압도했다. 방원 십여 장의 영역이 황색 구에 가두어졌다.
순간 난세마동을 비롯한 모두의 안색이 확 변했다.
갑자기 어마어마한 압력이 그들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천마광의 위력이었다. 빛에 갇힌 상대는 만근의 압력을 받아 움직임이 둔해지다가 죽음을 맞게 되는 신공이었다.
“으윽!”
북령이 보법을 펼치려다 평소와 달리 움직이기 쉽지 않음을 깨닫고 신음을 터트렸다.
상황의 불리함을 깨달은 난세마동이 장력을 끌어올려 천마광에 저항했다.
콰앙-
놀랍게도 그의 장력이 황색 구에 흡수되며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크크, 여기에 더해!”
양손을 마주한 혁무휘가 손가락을 까닥이자 순간적으로 하얀 번개가 난세마동을 가격했다.
섬!
위력적으로 내려치는 번개를 깨트리고자 난세마동은 전력을 다해 장력을 뿌렸다.
콰직-
그를 향해 내리꽂던 번개가 옆으로 휘어지며 땅거죽을 때렸다. 다행히 혁무휘의 천마섬을 막았으나, 그 무시무시한 위력에 난세마동은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흐흐, 결정해라. 나냐? 은옥상이냐?”
최후의 경고가 내려졌다.
“우리도 불가다!”
북령이 싸늘하게 소리쳤다. 어차피 혁무휘에게 항복할 생각은 일행 중 그 누구도 없었다. 다만 이 위기를 헤쳐보고자 시간을 끌었을 뿐이다.
“클클, 어쩔 수 없군. 나와 함께 하는 새 시대를 거부하다니.”
혁무휘의 안면에 잔인한 미소가 드리워졌다.
그의 손에서 더욱 강력한 황색 빛이 이글거리기 시작할 때였다.
갑자기 혁무휘의 정면에 흐릿한 그림자가 생성됐다. 놀랍게도 그림자에서 뿜어지는 어둠이 황색 빛을 잡아먹으면서 그 영역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혁무휘와 난세마동 중간에 생성된 이 그림자는 마침내 황색 구의 빛을 압도하면서 사람 형상을 갖추었다.
“소교주님!”
남혼과 북령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나타난 그림자는 은옥상이었다. 놀랍게도 은옥상이 황색 구 내부에서 나타나 황색 빛의 영향력을 소멸시킨 것이다.
갑자기 나타난 은옥상과 때를 맞춰 소멸된 천마광에 혁무휘는 아연실색한 상태로 입을 쩍 벌렸다.
“이, 이게 어떻게 된…….”
은옥상이 천천히 손을 뻗었다.
마치 어둠 속에서 거대한 손이 꿈틀거리는 것처럼 기이한 기운이 혁무휘의 목을 옥죄었다.
“들어는 봤나? 이게 천마합이란 것이거든.”
“천마합?”
한 글자 무공은 모두 여섯 종류. 그 가운데 합이란 무공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순간 은옥상의 머리를 향해 강렬한 번개가 내리찍었다. 혁무휘의 전력을 다한 천마섬 공격이었다.
은옥상이 허공을 향해 가볍게 손을 뒤집는 순간 내리찍는 번개와 은옥상의 손에서 뻗은 광휘가 서로 충돌을 일으켰다.
콰아아앙-
세상을 하얗게 만드는 거대한 빛무리가 폭죽처럼 퍼져나갔다.
***
절대마령은 강했다.
백단영과 남궁이화가 쉴 새 없이 공격했으나 전혀 기세가 누그러지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점은 길이 좁아 그들이 막고 있으면 양이설이나 대호를 공격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이건 완전 괴물이군!”
남궁이화는 사실상 검이 먹히지 않는 절대마령을 어떻게 할 방법을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검으로 불가하면 장력으로 처리하는 방법밖에 없었지만, 절대마령의 무지막지한 공력은 도무지 장력 싸움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그나마 남궁이화와 백단영은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가며 연합공격을 펼쳤기에 절대마령의 공격을 가까스로 막아낼 수 있었다. 물론 이 모든 상황에서 가장 큰 도움이 된 것은 절대마령이 빠르지 않다는 약점을 이용하여 무흔천상보를 펼치는 백단영의 속도였다.
“흐음, 이건 의외인데?”
멀찌감치 떨어져 전투를 지켜보는 사마극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가 판단한 백단영과 남궁이화는 과연 강했다. 이제는 자신이라도 쉽게 처리하기 힘들 수준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그런 수준으로 절대마령에게 이렇게 오래 버틸 수는 없다.
특히 백단영의 경우는 놀라웠다.
마치 절대마령의 공세가 제대로 먹히지 않는 것처럼 별다른 충격 없이 대등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런 선전은 사마극 자신도 힘든 일이었기에 그는 눈에 힘을 주고 사태를 지켜봤다.
무공의 상성 문제인가? 이상하게도 절대마령의 기세가 백단영 앞에서는 한풀 꺾인 느낌이었다.
“많이 성장했어.”
어쨌건 예전에 본 백단영과 현재의 백단영은 천양지차였기에 사마극은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 연달아 수세에 몰리던 남궁이화가 돌변했다.
그녀의 검이 마치 번개가 내리치듯 아래로 내리찍으며 절대마령의 기운을 산산조각 냈다.
콰아앙-
그녀를 잡으려던 뇌천마령의 손에서 번쩍거리는 섬전이 일면서 남궁이화의 검격을 깨트렸다. 그 충격파는 실로 대단해서 뇌천마령의 신형이 뒤로 우르르 밀려났다. 절대마령이 밀리는 결과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아마 뇌천마령이 아닌 다른 절대마령이었다면 더 큰 피해를 봤을 것이다.
남궁이화가 입은 충격도 만만찮았다. 그녀는 최후의 절초인 비천삼검의 삼 식을 펼쳤고 이 검법 또한 절대마령에게 먹히지 않음을 확인했다. 그 과정에서 그녀는 과다한 내력 소모와 함께 신형이 뒤로 십여 장이나 밀리는 수모를 겪었다.
사마극이 미간을 더욱 모았다.
그는 남궁이화가 방금 펼친 무공을 알아봤다.
“비천삼검?”
놀라운 일이었다. 실전된 비천삼검을 남궁이화가 펄치다니.
비천삼검이란 무공의 내력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마극이었다. 비천삼검은 백 년 전 사대고수로 추앙받았던 무아검객의 독문절기였다. 무아검객의 사문은 불분명하나 그는 당시 검 한 자루로 천하를 누볐으며 적수가 없었다.
당시 같은 사대고수였던 파천마종, 불사신승, 천상신모에 비해 비록 명성에서는 뒤떨어졌으나 무공으로만 따지면 오히려 능가한다는 평가도 있을 정도였다.
어쨌든 확실한 것은 무아신승의 비천삼검은 검법의 정점에 선 무공이었다.
그런 비천삼검의 비급이 최근 들어 중원에서 발견되었고, 사마극은 천년적화초와 함께 마교로 가져오기를 명령했었다. 그 과정에서 구곡산을 지나면서 비급이 사라졌다. 의심은 용봉대였고.
“그렇다면 예상대로 남궁이화가 범인이었나?”
이미 마교의 무적 무공을 익히고 있었기에 그는 비천삼검에 별다른 애정을 갖지 않았었다. 그런데 막상 지금 눈앞에서 보니 아깝기도 하고, 적황쌍마가 죽었던 과거마저 생각나서 분노가 치밀었다. 저 무공은 바로 자신의 것이어야 했거늘.
튕겨 나가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는 남궁이화를 백단영이 엄호하며 가까스로 절대마령의 위협에서 벗어나는 것이 보였다.
위협을 느낀 백단영과 남궁이화가 동료를 데리고 멀리 떨어져서 대치했다.
사마극은 그런 그녀를 보며 피식 웃었다.
절대마령으로 계속 몰아쳐서 저들을 사로잡을까. 잠시 고민하던 그는 고개를 저었다. 굳이 오늘 밤에 무리할 필요는 없다. 백단영은 포기하지 않을 테니.
백단영과 남궁이화의 목적지는 마교가 확실해 보였고, 마교를 가려면 반드시 이곳을 지나가야 한다. 절대마령이 이곳을 지키고 있는 이상 절대 저들은 이곳을 통과할 수 없다.
그는 내친김에 큰소리로 외쳤다.
“백단영! 더 할 거냐?”
한참 동안 사마극을 노려보던 백단영이 대답 없이 뒤로 물러났다.
사마극은 그 모습에 내심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사마극의 뒤로 마극삼비가 나타났다.
“교주님, 교내의 문제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어떻게 되고 있지?”
“혁무휘 소교주께서 움직이셨습니다.”
“큭큭, 그럴 줄 알았어. 판을 깔아줬으니 움직이지 않을 도리가 있나. 교내의 반란 세력은 저절로 양패구상해서 정리되겠군. 기다려보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마극삼비가 다시 사라졌다.
사마극은 현재 벌어지는 복잡한 상황을 다시 점검했다. 아직 그의 손안에서 모든 일이 벌어지고 있음이 확실했다.
며칠이 지나지 않아 안팎으로 정리되면 진정한 마교의 시대, 그것도 사마극의 시대가 열리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