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 속의 엑스트라 202화
무료소설 무림 속의 엑스트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21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202화
202화. 한빙소 (3)
깜짝 놀라 무흔을 밀친 그녀가 순식간에 사라지더니 옷가지를 들고 몸을 가렸다.
무흔은 쓴웃음을 지으며 뒤로 돌았다.
그녀가 준비하는 동안 무흔이 말했다.
“우리가 여기 들어온 지 벌써 하루가 지났어.”
“설마…… 그렇게?”
“외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는 모르겠고.”
아직 절대마령이 돌아온 낌새가 없는 것으로 보아 사마극 역시 돌아오지 않은 것 같긴 하지만.
“이젠 겁나지 않아!”
은옥상의 목소리에서 자신감이 넘쳤다.
무흔은 쓴소리를 내야 했다.
“너 까불다가 다친다. 절대마령을 생각해봐. 넌 기껏 하루 이곳에 있었지만 절대마령은 한빙소에서 무려 백삼십 년 동안 자고 있었어. 비교되겠냐?”
“그런가…….”
무흔은 그녀의 팔을 이끌었다.
“얼른 돌아가자. 사마극이 돌아왔다면 남혼북령이나 난세마동도 위험해.”
그가 막 떠나려 할 때 은옥상이 그를 멈추게 했다.
“무흔, 그런데… 나만 이렇게 기연을 얻어도 돼?”
“무슨 말이야?”
“한빙소가 무림인에게 이렇게 좋다면 분명 무흔에게도 도움이 될 거잖아?”
무흔은 은옥상의 배려에 내심 기분이 좋았다.
“무흔에게도 도움이 되는 것 맞지?”
은옥상은 아직 한빙소의 물이 왜 자신에게 도움이 되었는지 전혀 모른다. 그녀가 익힌 특정 심법만이 이곳에서 효능을 발휘할 수 있다.
물론 무흔은 귀령마혼대법을 익혔기에 한빙소 물은 당연히 도움이 된다. 다만 한빙소의 기운을 받아들였을 때 열담의 기운과 어떤 작용을 불러올지 그것이 의문일 뿐이다.
시험 삼아 확인해 보고픈 생각이 들었지만, 외부 상황이 급박하다 느껴 다음으로 미룰 생각이었다.
선뜻 대답하지 못하는 무흔에게 은옥상이 씨익 웃으며 그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무흔, 내 걱정 안 해도 돼. 나, 이제 사마극이 와도 겁나지 않아. 절대마령이 나타나면 그냥 도망치지 뭐. 설마 하루 사이에 큰일이 벌어질까? 나 신경 쓰지 말고 한빙소에서 내력을 증진시키고 와.”
무흔은 내심 은옥상을 바라봤다. 그래도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만일 한빙소에서 그도 기연을 얻는다면 절대마령을 파훼할 방법을 찾을지도 모르는 건 사실이다.
선뜻 걸음을 옮기지 못하는 무흔의 앞을 막으며 은옥상이 말했다.
“나도 옆에 있어 주고 싶지만…… 먼저 갈게.”
무흔이 뭐라고 할 틈도 없이 은옥상이 사라졌다.
홀로 남은 무흔이 실소를 머금었다.
“하라는데…… 못할 것은 없지.”
그는 한빙소의 물을 바라봤다.
열담이나 한담과는 달리 느낌이 정말 무시무시했다. 동굴 속이라 어두워서 그런가.
가장 조심해야 할 사항은 이미 품고 있는 그의 내기와 한빙소 기운의 충돌이다. 그것만 아니라면 귀령마혼대법을 익힌 그는 한빙소의 기운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그는 한쪽에 옷을 개어놓고 한빙소 안으로 들어갔다.
물이 차가웠다.
***
마교를 향해 길을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백단영은 위험지대에 들어섰다.
사천에서 신강으로 넘어가는 이곳은 지금까지 지나온 중원의 다른 지역과 달랐다. 다른 곳이 비교적 울창한 삼림으로 이루어져 있었다면 이곳은 낮은 키의 잡목마저 보이지 않았다.
짙은 회색빛의 토양과 암석이 높은 산을 이루고, 그 중턱에 산허리를 두르며 좁게 나 있는 협로.
사람들이 천애령이라 부르는 이곳은 마교를 천혜의 요새로 만든 자연 방어막이었다. 한쪽으로는 깎아지른 절벽이, 다른 한쪽은 높은 암벽이 위용을 뽐내는 천애령은 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했다.
길이 험해 그들은 지금까지 타고 온 말을 포기해야 했다.
“이곳이 바로 천마산으로 들어가는 입구예요. 이 천애령 덕분에 마교를 공략하기 힘들어요.”
여기저기에서 모았던 정보를 떠올리며 백단영이 설명했다.
“여기는 다른 세상 같아요.”
양이설이 동의하며 백단영을 뒤따랐다. 그들은 끝없이 이어진 협로를 전진했다.
그렇게 협로의 중간쯤에 이르렀을 때 그들은 밤을 맞았다. 어쩔 수 없이 이곳에서 내일 아침까지 쉬다가 다시 떠나야 할 운명이다.
자리를 잡을 동안 대호는 주위를 정찰해 보겠다며 협로의 전면으로 사라졌다.
“밤이 되면 추울 것 같아요.”
“이런 정도야 내공으로 버텨야지, 안 그러냐?”
남궁이화가 모닥불에 잡목을 집어넣으며 중얼거렸다.
그들이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고 있을 때 멀리 염탐을 나갔던 대호가 뛰어왔다.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백단영이 되묻기도 전에 뛰어온 대호가 다급하게 모닥불을 발로 껐다.
“저쪽에서 이상한 놈들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이상한 놈?”
“세 사람인데 조금 이상해요. 정체를 모르겠습니다.”
대호가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치며 전면 협로를 가리켰다.
시선을 돌리던 백단영의 몸이 굳어졌다.
그들이 가야 할 길 앞쪽에서 시퍼런 불이 허공에 둥둥 떠서 움직이고 있었다. 모두 여섯 개. 그들은 그 불빛이 사람의 눈빛이란 사실을 깨닫고 기겁했다. 흡사 귀신이 다가오는 것과 같은 장면이었다.
“이게…… 무슨 일…….”
백단영의 경악성은 이어지지 못했다. 갑자기 어마어마한 기운이 몰려왔기 때문이다.
크르르르-
땅이 끌리는 듯한 기이한 소음과 함께 서서히 세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남자 둘에 여자 하나. 나이는 삼십에서 사십 정도. 그런데 이상하게도 안면에서는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은연중에 가해지는 압박을 백단영만 느낀 것은 아니었다.
“고수야!”
남궁이화 역시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옆에 놓아두었던 검을 잡았다.
양이설과 대호 역시 검을 잡고 전투태세에 들어갔다.
“아무래도 이상해.”
양이설이 겁에 질려 고개를 갸웃거렸다.
상대의 움직임은 일반 사람과 달랐다. 다리를 굽히지 않는데도 협로를 미끄러지듯 다가오고 있었다. 영락없이 귀신같은 모습과 움직임이다. 하지만 귀신이 존재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절대마령……!”
백단영의 입에서 신음이 새어 나왔다. 언젠가 무흔이 지나가는 말투로 중얼거렸던 기억이 얼핏 났다. 절대마령을 만나면 무조건 도망가라고 했던가.
백단영은 동료들에게 경고했다.
“저들은 무척 위험해. 상대하면 안 돼.”
“마교인이야?”
“사람은 아니지만 마교는 맞아.”
백단영도 자세히는 모른다. 다만 저들이 마교의 수족이란 것만은 확실하다.
“그래도 해보지 않고 포기할 수는 없지.”
남궁이화가 전투 의욕을 불태웠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사마련 연합 쪽을 몇 차례 만났으나 마교 측은 처음이었다. 처음 만난 상대를 보자마자 도망치는 것도 마음에 내키지 않았기에 그들은 절대마령을 노려보며 진열을 갖추었다.
마치 살아있는 사람이 아닌 것처럼 세 사람이 무표정한 얼굴로 그들의 앞에 등장했다. 좁은 협로가 나란히 선 이들에 의해 완전히 꽉 막혔다.
백단영은 이들이 누구인지 확인하고자 먼저 말을 걸었다.
“누구신가요?”
“선자불래라고…… 좋은 뜻으로 오진 않았을 거야.”
곧바로 남궁이화가 끼어들었다.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다. 백단영은 안면을 찌푸리며 조심스럽게 검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그 사이 적들 사이에 변화가 생겼다. 눈에서 번쩍이던 푸른빛이 더욱 강해졌다.
백단영과 눈빛을 교환하던 남궁이화가 가장 먼저 검을 뿌렸다.
깡!
남궁이화의 검이 한 남자의 어깨를 가볍게 내리쳤건만 들려온 소리는 황당했다. 마치 강철과 부딪치는 금속성이 울렸다. 더 놀라운 점은 맨살에 검을 가격했음에도 흔적도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헉? 이게 무슨 일이야?”
남궁이화가 눈동자를 둘리며 백단영에게 물었다.
“지, 진짜 절대마령인가 봐.”
그들이 한가하게 의사를 교환할 틈은 없었다.
갑자기 절대마령이 그들을 압박하기 시작한 것이다.
놀라울 정도로 강력한 일장이 절대마령에게서 쏟아졌다. 백단영은 상대의 장력에 정면 대응하여 자신도 장력을 뿌렸다.
콰앙-
강력한 폭발음과 함께 주위의 대기가 흔들렸다. 동시에 백단영은 강한 충격을 받고 뒤로 주르륵 밀려났다. 상대의 놀라운 공력에 감탄할 시간도 없이 그녀는 혼비백산하여 몸을 틀었다.
옆에 있던 다른 절대마령이 그녀의 어깨를 붙잡아왔기 때문이다.
남궁이화가 대경하여 백단영을 공격하는 절대마령을 향해 검격을 날렸다.
턱-
놀랍게도 절대마령이 그녀의 검을 쳐내면서 그녀의 팔목을 붙잡았다.
“으헉?”
기겁한 남궁이화가 어떻게 대처하기도 전에 절대마령이 그녀를 내팽개쳤다.
쿠당탕-
남궁이화는 속절없이 땅바닥에 처박혔다. 대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다행히 그녀는 절벽 끝에 아슬아슬하게 걸려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다. 식은땀이 흥건히 손에 배었다.
다음 순간 부근에 있던 절대마령이 그녀를 향해 발을 굴렀다. 사색이 된 그녀는 간신히 몸을 굴려 상대의 발을 피했다.
쿵-
강한 진각과 함께 땅거죽이 뒤흔들리고 일부가 무너져 흙더미가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으……, 이게 말이 되냐고!”
남궁이화는 신음을 흘리며 간신히 몸을 추슬렀다.
“이설, 대호! 저것들에 절대 대항하지 마.”
백단영이 두 사람을 그녀의 뒤로 물러나게 했다. 본능적으로 그 두 사람으로서는 절대마령을 상대할 수 없음을 깨달은 것이다. 사실 그녀라고 해서 상대가 되는 것도 아니었지만.
백단영과 남궁이화는 다가오는 절대마령을 향해 검을 겨누며 입술을 깨물었다.
아무래도 오늘 밤은 쉽지 않은 시간이 될 것 같았다.
***
전각에서는 난세마동과 옥소마희, 남혼북령이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무흔과 은옥상이 급하게 나간 이후 벌써 하루가 지났다. 외부 상황이 심각했기에 그들은 은옥상의 안전을 염려했다. 아무리 사마극이 자리를 비웠다지만 이곳은 사마극의 지지자로 넘쳐났다. 만일 은옥상이 감금되었다가 탈출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은옥상의 안전을 보장하기 어려워진다.
“왜 이리 늦을까요?”
남혼이 안절부절못하고 서성거렸다.
“하루는 걸릴지도 모른다고 했어.”
북령이 무흔의 말을 떠올렸다. 고개를 가로젓던 남혼이 난세마동에게 물었다.
“한빙소에 간다고 했죠? 거긴 왜 갔을까요?”
“글쎄다.”
난세마동은 한빙소의 비밀에 대해 전혀 몰랐다. 사실 마교 내에서 그 비밀을 제대로 아는 자는 전대 교주였던 혈천마종과 마령파파 외에는 없다.
절대마령의 위력을 경험했던 옥소마희는 언제 절대마령이 돌아올지 모르는 지금 같은 상황이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아무래도 안 되겠어요.”
남혼이 벌떡 일어났다.
“가보려고?”
“그래야지. 마냥 기다리는 것보단…….”
북령은 그리 좋은 방법이 아니라 생각했으나, 그렇다고 죽치고 있을 수만도 없어 따라서 일어났다.
“나도 같이 가.”
항상 함께 행동하는 남혼과 북령이 일어나자 난세마동도 어쩔 수 없이 따라나섰다.
“그럼 나도 같이 가자구나.”
세 사람이 자리를 뜨자 옥소마희 또한 묵묵히 뒤를 따랐다.
그래도 몰려다니는 것이 안전하다는 생각이었다.
네 사람은 전각 밖으로 나왔다.
어둠이 짙게 깔려있었다. 오가는 사람이라곤 없어 몰래 다니기에 나쁜 환경은 아니었다. 특히 난세마동이 있는 이곳은 본산 내에서도 구석진 곳이라 원래부터 인적이 드물었다.
그들이 천마산 비탈로 방향을 잡고 이동할 때였다.
앞쪽에 흐릿한 그림자가 길을 막고 있었다.
모두 여섯. 위압감을 풍기는 기세에 남혼북령 등은 걸음을 멈추었다.
“누구요?”
난세마동이 앞으로 나서 상대를 살폈다. 그의 안색이 확 변하면서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그들의 길을 가로막은 자는 소교주 혁무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