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 속의 엑스트라 197화
무료소설 무림 속의 엑스트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12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197화
197화. 구출 작전 (1)
무흔은 옥소마희와 마교 본산에 스며들었다.
어두운 밤을 틈타 마교 내부로 잠입하는 것이 과거와 달라진 점이었다. 예전에는 은옥상과 함께 양지를 돌아다녔다면 지금은 옥소마희와 음지를 돌아다니고 있다.
천마산 비탈에 세워진 마교 본산은 교주가 머무는 천마궁을 중심으로 각종 전각이 산재해 있는 구조다. 이 전각들이 비교적 넓은 공간에 배치되어 있어 숨어 돌아다니기에 그리 문제가 없었다.
무흔과 옥소마희는 본산이 내려다보이는 비탈에서 작전을 짰다.
“바로 소교주를 구하러 갈까?”
은옥상이 자신의 전각에 감금되어 있다는 사실을 들었기에 바로 그곳으로 직진하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긴 하다.
“가능할까요?”
현가빈이 우려를 표했다.
감금이니까 분명히 주변에 지키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특히 은옥상 같은 고수를 감금하려면 특수한 금제를 가하고 거기에다 수하를 많이 붙여 탈출에 대비했을 것이다. 은옥상이 탈출하면 가장 곤란해지는 사람이 바로 사마극이니.
“감시자가 있으리란 뜻이지?”
“아마 교주 휘하에 있던 오대 호법이 감시할 가능성이 커요.”
마교 내부 사정에 밝은 현가빈의 예측이니 그렇다고 믿어야 할 것이다.
“오대 호법과 싸우면 승산은?”
현가빈은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정작 무흔은 오대 호법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나, 어떤 경우에도 밀리지 않으리란 자신감은 있었다. 천상문에 다시 다녀온 이후부터 본인이 생각해도 괴물로 바뀌었으니까.
하지만 전각 내부에서 싸움이 벌어지면 주변에서 원군이 달려오고, 이때는 수습이 어려운 상황으로 변한다. 섣불리 쳐들어갈 문제는 아니었다.
“그럼 어떻게 할까?”
무흔은 현가빈의 의사를 물었다.
“북령과 남혼부터 찾아 봐야겠어요.”
그제야 무흔도 북령을 떠올렸다. 그 둘은 항상 은옥상을 그림자처럼 호위한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디에 있는 걸까. 은옥상과 함께 잡혀 있는 걸까.
“그들은 어디에 있지?”
“따라와 보세요.”
현가빈이 무흔을 이끌고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몇 개의 전각을 지나 구석진 곳에 있는 작은 전각을 앞둔 지점에 도착했다.
그들은 은은하게 불이 밝혀진 창문 하나를 발견했다.
“저긴 누가 있지?”
“난세마동요. 서열 사 위이고 오랜 기간 은 소교주님을 섬겨 온 사람이랍니다. 은 소교주님 지지자 가운데 최강인 사람이지요.”
이어서 현가빈이 소교주들의 세력 분포를 설명했다.
무흔의 도움으로 옥소마희를 끌어들이기 전까지 난세마동은 서열 십 위권 내의 마두 가운데 유일하게 은옥상의 편이었던 자였다.
현재 서열 십 위 내의 절대 무력을 지닌 자들의 지지 분포를 보면 사마극의 지지자가 넷으로 가장 많고 혁무휘가 둘, 은옥상이 둘, 지지를 표명하지 않은 중도파가 둘이었다.
옥소마희가 가담하기 전까지는 난세마동이 유일했으니, 은옥상이 얼마나 열세였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아마 지금쯤 난세마동 역시 은 소교주님에게 문제가 발생했음을 알고 있을 거예요. 또 남혼북령의 행방도.”
현가빈의 작전은 은옥상의 지지자부터 접촉해서 상황을 파악해 보자는 뜻이었다.
두 사람이 전각으로 접근하려고 떠나려는 순간 인기척이 느껴졌다.
무흔과 현가빈은 어둠 속에 몸을 숨기며 상황을 주시했다.
하얀 옷을 입은 묘령의 두 여인이 전각의 문을 두드렸다.
무흔은 그들이 누구인지 금방 알아봤다. 적어도 한 사람은 익숙했으니까. 바로 북령이었다.
그러잖아도 북령과 남혼을 찾으려고 고민 중이었는데 의외로 쉽게 해결됐다.
북령과 남혼이 전각 내부로 사라지자, 무흔과 현가빈은 불이 켜진 창문 아래로 숨어들었다.
조심스럽게 머리를 들어 창문 내부를 살폈다.
“저 사람이 바로 난세마동이에요.”
실내에는 다른 사람이 없어 누구인지 금방 확인했다. 무흔은 다소 의외인 상대의 외모에 깜짝 놀랐다.
놀랍게도 열 살가량 되어 보이는 어린 남자아이가 있었다. 키도 무흔의 가슴팍에 올 정도로 매우 작았고, 얼굴에 장난기가 자르르 흐르는 것이 영락없는 어린 개구쟁이었다. 저런 어린아이가 무려 서열 사 위에 올라 있는 초강고수라고?
“저 아이가 맞아?”
“아이가 아니고요, 단지 그렇게 보이는 것일 뿐입니다. 실제 나이는 일흔이 넘었어요.”
무흔은 다시 놀라 상대를 열심히 훑어봤다. 어디를 봐도 어린아이처럼 보였기에 쉽게 믿을 수 없었다.
“반로환동인가?”
전설에 따르면 무공이 극에 이르면 다시 젊어진다고 했던가.
무흔은 난세마동이 그런 경지에 이른 자인지 의심했다. 실제로 그의 외모를 자세히 살피니 귀 바로 위쪽 머리끝이 약간 희끗희끗했다.
“그건 저도 몰라요. 난세마동은 은 소교주님이 마교에 들어올 때부터 극진히 섬기셨거든요.”
은옥상이 처음 교주의 제자로 이곳에 왔을 때가 아마 열 살 전후였을 테니, 겉보기에는 난세마동과 그리 차이가 없을 때였을 것이다. 무흔은 두 어린아이가 즐겁게 노는 장면을 머릿속에서 그려 보다가 얼른 지웠다.
창가 아래에 쪼그리고 앉아 있으니 난세마동과 남혼북령의 대화가 들려왔다.
“어르신,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이렇게 계속 두고만 볼 수 없잖아요?”
“북령아, 넌 우리가 소교주님을 구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그건 아니지만 무슨 수라도 써야 하잖아요?”
“소교주님이랑 연락은 해 봤어?”
“연락이 번번이 막혀서…….”
대충 들어 보니 저들 역시 고민만 하고 있지 별다른 대책이 없어 보였다.
“현재 우리 편은 누가 있느냐?”
“예전 지지자 가운데 많이 돌아서서…… 이제 확실한 자가 누군지 특정하기 어려워요. 당장 조력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한 손에 꼽을 정도죠.”
“그럼 그들과 연합해서 구출 작전을 펴야 한다는 거네. 아직도 오대 호법이 감시 중이지?”
“대부분 그렇죠, 가끔 마극삼비가 가세하기도 하고요.”
“다른 자는?”
“서열 이십 위권 내에서 두 사람 정도가 상주하고 있어요.”
“첩첩산중이구나.”
무흔은 그들의 대화에서 은옥상을 감시하고 있는 자들의 규모를 짐작했다. 오대 호법과 두 마두. 적어도 일곱의 극강고수가 감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의외로 상황이 절망적이지는 않았다.
“우리 셋만으로는 가능성이 떨어져. 실패하면 우리뿐만 아니라 자칫 소교주님의 목숨이 위험해지니 신중해야 한다.”
그들의 대화가 잠시 끊어지고 침묵이 내려앉았다.
무흔의 옆에서 꼼지락거리던 현가빈이 조용히 전음으로 속삭였다.
“우리까지 합세하면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요?”
마침 무흔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은옥상이 특별한 위험에 빠져 있지 않다면 충분히 쓸만한 전략이었다.
다시 그들의 대화가 이어졌다.
“그런데 소교주님께서 이렇게 가만히 계실 분이 아닌데 혹시 뭐라도 아는 것 있느냐?”
“옥소마희를 기다리시는 듯해요. 사건이 있던 날 옥소마희만 극적으로 탈출했거든요.”
그날의 사건은 마교 내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사실 지금 은옥상이 감금 상태란 것도 핵심 몇몇을 제외하면 알지 못했다. 옥소마희가 그날 함께 있었다는 것도 북령이 간신히 알아낸 정보였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난세마동이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생각해도 그런 것 같구나. 옥소마희라면 어떤 식으로든 반전을 불러 오겠지.”
긴 대화가 마무리된 듯 남혼과 북령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보를 취합 중인 무흔에게는 꽤 유익한 대화이긴 했으나, 정작 저들은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했다. 지금 저들의 세력 판도 하에서는 여기까지가 한계일 것이다. 움직일 수도 없고 움직이지 않을 수도 없는.
전각 밖으로 북령과 남혼이 나왔다.
무흔과 현가빈은 창문 아래 전각 담벼락에 숨어 그들이 사라지기만을 기다렸다.
북령과 남혼이 저쪽으로 움직인 후 몸을 일으키려던 무흔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다시 주저앉았다.
“누군가가 있다.”
그는 현가빈에게 전음을 보내고 남혼북령이 사라진 방향으로 시선을 모았다.
역시 잠시 후 두 개의 그림자가 일렁거리면서 남혼북령을 따라갔다.
무흔은 현가빈의 옆구리를 툭 치고 조용히 일어났다. 뭔가 일이 벌어질 조짐이 보였다.
***
남혼과 북령은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은옥상을 구하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지만, 현실은 그리 간단하지 않았다. 사실상 열쇠를 지닌 난세마동은 지나치게 신중했다. 그 점을 나무랄 수 없지만 젊은 두 사람이 느끼기에는 답답한 것도 사실이었다.
“어려울 것 같지?”
남혼이 북령에게 조용히 물었다.
“그럴 것 같아. 확실한 기회가 아니면 어르신께선 뛰어들지 않을 것 같아.”
“어쩔 수 없잖아, 지금 저쪽 편에서도 우리 쪽을 어떻게든 처리하려고 기회만 노리고 있거든.”
겉으로는 평화롭지만 그녀들은 자신을 조여 오는 팽팽한 마수를 느끼고 있었다. 이 긴장감은 저쪽에서 그들을 섬멸하려는 날 터지게 될 것이다.
“그런데 옥소마희는 어디로 갔을까?”
다시 남혼의 질문이 이어졌다.
“그날…… 한빙소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아무도 몰라. 소교주님과 옥소마희만 알겠지. 다만…….”
“다만?”
“옥소마희가 어떤 사람을 찾아간 것 같아.”
“누구?”
북령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내심 확신하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막연한 희망마저 꺼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길을 걷던 남혼과 북령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다.
잠시 시간이 멈춘 듯 미동도 없던 두 사람이 천천히 뒤를 돌았다.
그녀들의 앞에 익숙한 두 사람이 등장했다. 남혼과 북령의 안면에 불길한 기색이 드리워졌다.
“귀…… 귀령신!”
치렁치렁한 머리를 휘날리며 귀기스러운 분위기를 발산하는 나이 추측 불가의 남자가 그녀들의 앞에 서 있었다. 귀령신은 무려 서열 삼 위에 해당하는 강자. 이전까지 혁무휘의 지지자로 알려져 있던 사람이었다.
귀령신의 옆에는 삼베옷을 걸친 평범한 노인이 허리에 술병을 메고 잔인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서열 십삼 위, 사마극의 심복인 녹령객이었다.
두 사람을 확인한 남혼과 북령의 안면에 어리둥절한 표정이 드리워졌다.
저들은 같이 몰려다닐 자들이 아니었다. 한 사람은 혁무휘의 지지자이고 다른 한 사람은 사마극 지지자였으니까.
‘설마 두 사람이 연합을?’
그것은 더욱 말이 되지 않았다.
두 소교주 모두 교주 자리에 욕심이 있는 상황에서 연합할 이유가 없었다. 두 사람이 함께 맞서야 할 적으로 은옥상의 세력은 너무 미약해서 그럴 이유가 없었으니까.
그렇다면 둘 가운데 한 사람이 배신했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사마극의 세력이 우세하니 당연히…….
“흐흐, 남혼과 북령. 오랜만이군.”
귀령신의 으스스한 목소리가 두 사람에게 전해졌다.
녹령객이야 어떨지 몰라도 귀령신은 그녀들이 상대할 수 없는 강자다. 마교에서 서열 십 위권 내와 밖은 그 강함이 천양지차이니까.
빠른 판단을 내린 북령은 다급하게 소리쳤다.
“도망쳐!”
순식간에 남혼과 북령의 신형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두 사람 모두 보법에 특화된 무공이었기에 그 빠름은 빛과 같았다.
귀령신의 입에서 가소롭다는 듯 허허로운 웃음이 터져 나왔다.
“흐흐, 도망쳐 봐야 벼룩이다.”
한차례 웃음을 터트리던 귀령신이 옆에 서 있는 녹령객에게 시선을 돌렸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만나자마자 그들의 신형이 마치 귀신처럼 사라졌다. 남혼과 북령을 추적하러 움직인 것이 분명했다.
다시 적막이 내려앉은 곳에 무흔과 옥소마희가 나타났다.
“남혼과 북령은 저들의 손에서 도망치지 못할 거예요.”
“저들이 움직임은 사마극이 움직였다는 것과 같은 거지?”
무흔의 질문에 옥소마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들어온 것을 눈치챘나 보네.”
무흔의 차분한 상황분석이 뒤를 이었다.
“이제 어떻게 하죠?”
“구해야지. 적어도 북령은 우리 편이니까.”
무흔은 북령과 함께했던 시간을 떠올렸다. 은옥상의 손발인 그녀를 이렇게 잃고 싶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