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 속의 엑스트라 19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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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05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192화
192화. 마교행 (2)
나무접시 세 곳에 물이 담겼다.
각기 열담, 한담, 한빙소에서 떠온 물이다.
얼핏 보기에 세 물은 구분되지 않았다. 연못에 있을 때는 색이 달랐지만 이렇게 그릇에 담은 상태에서 보니 모두 투명한 색이었다.
조용히 물을 내려다보는 무흔의 표정에 긴장감이 어렸다.
각고의 노력 끝에 세 곳의 물을 모두 모았다. 이 세 물의 특성을 파악해서 절대마령의 비밀을 알아내고 상대할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한참 물그릇을 내려다보던 무흔은 손가락 하나를 열담에서 떠온 물에 담그고 천단비화신공을 일으켰다.
고오오오-
열담의 물에서 가벼운 파문이 일렁였다.
운기하며 열담 물의 기운을 음미하던 무흔은 마침내 손가락을 꺼냈다.
그는 이번에는 한담에 손가락을 담갔다.
천상심공을 일으키며 한담 물의 기운을 전신으로 퍼트렸다.
고오오오-
마찬가지로 한담의 물에서 진동이 일었다. 그의 내력과 공명하는 현상이다.
다시 손가락을 빼낸 그는 마지막으로 한빙소의 물이 담긴 그릇을 유심히 쳐다봤다.
무흔은 손가락을 담그고 마중마공 비급에 적혀 있던 귀혼마령대법을 일으켰다. 귀혼마령대법은 심법이 아닌 일종의 주술 같은 느낌이었으나, 신기하게도 무흔의 손가락과 한빙소의 물이 공명을 일으키며 출렁거림이 일었다.
우우우웅-
무흔은 한동안 무심한 표정으로 출렁이는 물을 바라보며 운기를 계속했다.
마침내 세 물을 모두 확인한 무흔은 이번에는 양손을 모두 활용하여 한 손은 열담의 물에 다른 한 손은 한빙소 물에 넣고 운기를 시작했다. 천상심공으로 운기를 시작하면서 귀혼마령대법의 주술을 덧붙였다.
신기하게도 파문이 일던 양쪽 물의 진동이 잠잠해졌다.
이번에는 한 손을 열담에 넣고 다른 한 손은 한빙소에 넣은 다음 같은 작업을 반복했다. 물론 열담일 때는 천단비화심공을 운기하며 주술을 외웠다.
마찬가지로 파문이 사라지고 물 표면이 고요해졌다.
무흔은 명확하지 않으나 중요한 암시를 얻었다. 열담과 한담 모두 한빙소의 물과 공명을 일으켰다. 이들은 사실상 동일한 기원을 가진 비슷한 성질을 띠고 있으며 상성 또한 유사했다.
새로운 사실도 발견됐다. 열담이나 한담과 반응을 일으키는 천단비화신공이나 천상심공은 귀혼마령대법과 어울리며 열담이나 한담, 또는 한빙소의 기운을 억누를 수 있었다.
무흔이 천단비화신공을 운기하면서 귀혼마령대법을 일으키면 절대마령의 무력을 일부분 억누르거나 제압할 수 있다고 추측했다. 마찬가지로 백단영 역시 천상심공이나 반야금강선공을 운기하면서 귀혼마령대법을 일으키면 같은 효과를 볼 가능성이 있었다.
물론 그는 아직 귀혼마령대법에 숙달되지 않았기에 정확한 효과는 더 지나 봐야 확인하겠지만.
어쨌든 절대마령을 상대할 수 있는 중요한 실마리를 잡은 것에 만족했다.
나머지는 마교로 이동하면서 계속 고민해 보아야 한다.
무흔은 그릇에 담았던 물을 다시 원래의 물주머니로 옮겼다. 훗날 다시 필요할지도 모르기에 물을 원위치에 보관해 두었다.
절대마령을 처리할 수 있다면 앞으로 마교를 겁낼 이유가 없다. 열담에 다시 다녀온 후로 더는 두려워할 대상이 사라졌다. 이제는 사마극과 대결하더라도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백단영도 그와 비슷한 수준이기에 그녀 또한 앞으로 사마극을 겁낼 이유가 사라졌다.
무흔이 이곳 세계에 존재하는 가장 큰 목적은 사마극으로부터 백단영을 보호하는 것이다. 이제 그녀는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해져 스스로 살아남을 경지에 이르렀다.
그의 노력에서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적어도 마교가 정당하게 백단영을 공격한다면 백단영이 패할 일은 없을 것이다.
“아니, 이 기회에 아예 마교를 끝장내자.”
무흔은 새로운 작전을 세웠다. 아예 은옥상을 구하면서 사마극마저 제거해 버리는 것이다. 굳이 사마극을 백단영이나 장후성이 처리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가끔은 영웅이나 대마두도 운 나쁘면 이름 없는 자에게 죽을 수 있다. 사마극이라 하여 무흔이 죽이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래, 은옥상을 구하러 가자.”
그를 위해 한빙소 물을 구하다 잡혔으니 그가 구해야 할 사람이 분명하다.
***
하루 만에 옥소마희 현가빈의 상세는 대단히 좋아졌다.
귀의의 침술은 별호만큼 귀신이었다. 현가빈 역시 이렇게 좋아질 줄 몰랐던 듯 믿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거봐라, 어제 떠났으면 아파서 쉬고, 힘들어서 쉬고, 그러다가 천천히 갔겠지.”
무흔의 책망에 현가빈이 환하게 웃었다.
“길을 떠난 후 처음으로 몸 상태가 완벽해진 것 같습니다.”
“아직 완벽해지려면 멀었겠지. 그래도 떠나야지. 상황이 급한 것 같으니까.”
무흔의 재촉에 현가빈도 짐을 꾸렸다. 어차피 그녀는 가져온 것이 없어서 빈손으로 가면 된다.
두 사람이 떠나려 하자 양이설이 나타났다.
“가시게요?”
그녀의 얼굴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그녀였지만, 뭔가 엄청 위험한 곳으로 간다는 것은 직감하고 있었다.
“급한 일이 있어서 당분간 자리를 비우게 될 것 같네요.”
무심코 말하던 무흔은 백단영에게도 알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솔직히 은옥상을 구하러 마교로 들어간다고 하면 백단영이 허락해 줄까. 그런 위험한 곳으로 무흔을 혼자 보낼 리 없는 그녀 아닌가. 그렇다고 그녀마저 데리고 가는 것은 더욱 위험을 가중하는 일이다.
일단 떠나고 나중에 알리는 것이 맞을 것이다.
“어제 나타나서 싸웠던 그 사람들과 관련된 거죠?”
“그렇죠.”
“그 사람들 정말 무섭던데…….”
“그래도 제가 이기지 않았습니까.”
무흔은 너스레를 떨며 현가빈을 데리고 의방을 나섰다.
“우리는 시장에서 말을 사서 타고 갈 겁니다. 그리고 제가 아가씨에겐 말씀 못 드렸거든요. 일 끝나는 대로 빨리 돌아오겠다고 전해 주세요.”
여전히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우지 못하는 양이설을 향해 무흔은 손을 흔들었다.
길을 떠나자 그의 옆에 현가빈이 붙었다.
“그런데 무흔 대협의 표정이 그리 밝지 않아요. 꼭 집 떠나는 가장처럼.”
백단영을 염려하는 마음이 그렇게 드러났으려나. 무흔은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푹 내쉬었다.
“여기에 할 일을 많이 남겨 두고 가서 그런다.”
무흔은 적당히 둘러 댔다. 굳이 백단영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겠지.
그래도 이해가 된 듯 현가빈이 고개를 끄덕였다.
현가빈은 재빨리 쓸데없는 생각을 지우고 마교에 붙잡혀 있을 은옥상만을 생각했다.
“그래도 소교주이시니…… 아직은 살아계시겠죠?”
“그렇겠지. 아무리 사마극이라도 함부로 소교주를 제거하긴 쉽지 않을 테니까.”
대답하는 무흔의 목소리도 가라앉았다.
***
백단영은 온종일 무흔을 찾았으나 흔적도 발견할 수 없었다.
지난번에 갑자기 매화곡으로 사라질 때도 이런 식이긴 했다. 그래도 그날은 운경각에 전서를 남겨 놓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어디에도 흔적이 남지 않았다.
무림객잔과 무림다루, 거기에다 무림주루까지 부지런히 찾았으나 무흔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무흔 같은 고수에게 문제가 생길 리는 없기에 크게 걱정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걱정이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정말 어디로 사라졌지?”
무흔이 자주 가는 곳곳을 방문하면서 문의한 결과 대략 삼 일 전부터 무흔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설마…….”
백단영은 무흔에게 어떤 문제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의 걱정은 점차 커져 결국에는 화가 치밀었다.
“나타나기만 하면 이번에는 정말 다리를 확 부러트려 버려야지.”
실제로 실행 못할 악담을 퍼부으면서 백단영은 온종일 무림맹 내부를 다시 뒤졌다.
그녀의 걱정과 초조함이 얼굴에 드러났을까. 절친인 남궁이화가 옆에 붙었다.
“은공이 사라졌다고?”
“은공?”
“아……, 아니, 무흔.”
당연히 남궁이화도 같이 걱정에 휩싸였다. 생각해 보니 그녀도 요 며칠 무흔을 보지 못했다.
“개봉 시내는 뒤져 봤냐?”
“응, 다루랑 객잔이랑 싹 다 뒤졌어. 심지어 죽서루 청아에게까지 물어봤는데 못 봤다네.”
“응? 죽서루? 무흔이 기루도 출입하냐?”
남궁이화가 화들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
대충 보니 남궁이화가 단단히 오해한 것이 분명했다.
어차피 그런 오해를 백단영이 풀어 줄 이유는 없는 법. 그러잖아도 무흔에게 화가 치솟고 있는 판국에.
“근데 청아가 대체 누구야?”
어째 남궁이화가 화가 난 표정으로 깊이 파고들었다.
“죽서루에서…… 아니 개봉에서 제일 잘 나가는 기녀라더라.”
“내 이년을 당장…….”
갑자기 남궁이화가 소매를 걷어붙였다.
백단영은 황급히 그녀를 말렸다. 자칫하면 기녀 하나 잡을 판이다.
간신히 뜯어말린 백단영은 생각에 잠겼다. 며칠째 안 보인다는 것은 조용한 곳에서 무공을 연마하고 있거나 멀리 떠났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특별히 무흔이 자주 가는 연공실도 없으니…….
“연연의방에 가보자.”
마지막 희망을 품고 그녀는 남궁이화와 함께 연연의방에 왔다.
그곳에서 눈에 익숙한 양이설을 만났다. 마침 대호도 그곳에 와 있었다.
“무흔 봤어요?”
다급한 백단영을 본 양이설이 그제야 무흔의 당부를 기억해 냈다.
“아! 대협께서 며칠 전 급히 떠나신다고…… 전해 달라는 것을 제가 잊었어요. 죄송합니다.”
떠난다고 전할 틈도 없이 급히 갔다니? 서찰 한 통 쓸 시간도 없이? 어디를 간 것일까.
“아는 대로 다 말해 봐요.”
백단영은 양이설에게서 그날 있었던 일을 모두 알아냈다.
“그러니까…… 무시무시한 두 사람과 싸움을 벌인 후 웬 낭자와 단둘이서 갔다고요?”
“네.”
백단영의 추궁에 양이설은 안절부절못했다. 백단영의 표정을 보니 흡사 자신이 죄를 지은 기분이었다.
“낭자? 은옥상인가?”
남궁이화도 끼어들었다. 그녀 또한 백단영과 마찬가지로 은옥상에게 감정이 별반 좋지 않았다. 게다가 지금은 서옹을 통해 은옥상이 마교와 연관되어 있음을 알지 않은가.
“전 몰라요. 아…… 은 씨는 아니었고요. 이름이…… 혀…… 현가빈? 그랬던 것 같아요.”
백단영도 남궁이화도 처음 들어 보는 이름이었다. 점점 오리무중에 빠졌다.
“그, 그런데 그 낭자가 대협을 매우 정중히 모시던데요?”
“음?”
백단영이 부글부글 끓는 마음을 간신히 가라앉히고는 냉정을 되찾았다.
“그날 두 사람과 싸웠다고요? 혹시 시신을 치웠나요?”
다행히 아직 시신을 치우지 않았다.
양이설은 두 사람을 의방 뒤쪽 창고로 데려갔다.
그곳에서 백단영은 가마니에 덮인 두 남자의 시신을 확인했다.
시체에는 무수히 많은 검강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사인을 확인하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무흔의 무공 대부분을 꿰뚫고 있는 그녀였으니까.
“이건! 최근에 새로 창안한 검법이야. 검강 위주의.”
사실상 무흔의 최고 무공이다. 범인을 상대로 이런 고절한 무공을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니 이 두 사람은 최강고수가 분명했다.
“이 사람들 마공을 익힌 것 같아.”
남궁이화가 의견을 제시했다. 다양한 강호 경험을 통해 그녀는 이런 정도를 추측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마공이라면!
다시 은옥상과 매화곡이 의심됐다. 그리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곳. 바로 마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