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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속의 엑스트라 228화

무료소설 무림 속의 엑스트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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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228화

228화. 지하 광장 (1)

 

 

 

눈을 뜬 무흔에게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운기 중인 남궁이화였다.

자연스럽게 그의 시선은 남궁이화 옆에서 호위하듯 버티고 있는 백단영에게로 이동했다.

두 사람의 눈이 서로 마주쳤다.

지금 이 순간 그들은 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이제 서로의 정체를 너무 속속 알게 되었기 때문일까.

“여, 여기에서 또 보네요.”

무흔이 먼저 말을 꺼냈다. 뭔가 어색했다. 눈앞의 백단영에게서 백다연의 모습이 겹쳐졌다.

그런 느낌이 무흔만 든 것이 아니었을까. 백단영 역시 한참 그를 바라보았다.

어색한 분위기가 석실을 메웠다.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 무흔은 멋쩍은 미소만 지었다.

정작 그런 분위기를 깬 것은 백단영이었다.

“무흔? 지금까지처럼 대해도 되지?”

“물론이죠.”

백단영이 그에게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평소처럼 생글거리며 웃는 그녀로 돌아왔다.

“이제 확실해졌어. 어떻게든 사마극을 잡아야 한다는 거.”

“그렇죠. 우리 함께 사마극을 이곳 지하 미로 내부에서 끝장내도록 해요.”

무흔도 손을 잡으며 전의를 불태웠다.

이제 이곳 무림과 현실 세계의 연관성도 알아냈다. 현실에서는 비록 잡힌 몸이지만 이곳에서는 그렇지 않다. 사만국에 대한 분노를 사마극에게 불태울 의욕이 팍팍 일었다.

“남궁이화는?”

“아직 운기를 마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거예요. 그동안 우리도 재충전하도록 하죠.”

무흔의 제안에 백단영이 가부좌를 하고 앉았다. 그 또한 바로 옆에 앉아 운기를 시작했다. 물론 유사시에 바로 움직일 수 있도록 대비는 했다.

남궁이화가 깨어난 것은 한참 후였다.

그녀는 섭혼귀령에게 정신을 미혹 당했기에 그 영향에서 벗어나기까지 시간이 꽤 많이 소요됐다.

“어떻게 된 일인지 알겠어?”

걱정스러운 백단영의 물음에 남궁이화가 머리를 붙잡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전부는 아니지만 어렴풋하게 기억이 나. 내가 섭혼귀령의 섭혼술에 제압된 것도.”

“이제 돌아왔구나?”

남궁이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평소처럼 그녀의 얼굴에는 남궁이화 특유의 자신감이 묻어났다.

“몸은 어때요? 내공을 회복했나요?”

“아, 은공! 구해줘서 고마워요. 이제 괜찮아졌어요.”

남궁이화가 무흔을 향해 밝게 대답했다.

세 사람 모두 거의 완벽한 몸 상태를 회복했다. 음천마령과의 전투로 고갈되었던 내력이 본래대로 돌아온 것이다.

“자, 이제 사마극을 잡으러 가죠.”

무흔이 먼저 묵천신검을 들고 벌떡 일어났다.

백단영과 남궁이화도 따라서 검을 들었다. 석실 문이 열리고 그들은 다시 통로로 나왔다.

석실 외부에 쓰러진 시신이 보였다. 그들이 석실 내에 들어가 있는 동안 외부에서 소규모 전투가 벌어졌던 모양이다. 시신은 모두 마교인. 사마극 측과 은옥상 측이 충돌했으려나.

통로를 나선 무흔이 천마궁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들이 걸음을 옮기고 얼마 되지 않아 갑자기 맞은편 석벽이 열리며 네 명의 마교인이 튀어나왔다.

“흐흐, 용봉대구나!”

마교인이 다짜고짜 검을 휘두르며 그들을 죽이려 했다.

분노한 무흔이 장력을 날려 녀석들을 벽으로 밀어붙였다.

“크윽!”

예상대로 적들은 강하지 않았다. 무흔의 장력에 어설프게 대항하던 녀석들이 내상을 입고는 석벽까지 밀렸다.

번개처럼 접근한 무흔의 수강이 한 녀석의 가슴을 꿰뚫었다. 벽을 따라 시뻘건 피가 흘러내리고 신음을 지르던 녀석의 몸이 바닥을 뒹굴었다.

“가, 강하다!”

다른 장한들의 안색이 사색으로 변했다. 용봉대를 무시하던 분위기가 싹 바뀌었다.

무흔은 남은 세 녀석을 향해 손을 쓱 들어 보였다. 새하얀 수강이 손끝을 맴도는 장면을 그들에게 영원히 공포로 남을 것이다.

부들부들 떨던 한 녀석이 급하게 주머니를 뒤졌다. 품에서 작은 검은 단환이 한 알 나왔다.

“이 시펄! 넌 죽었어!”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인지 녀석이 전혀 망설임 없이 단환을 삼켰다.

“응?”

무흔은 갑작스러운 녀석의 행동에 당황하다가 그 단환이 그가 독의의 거처에서 바꿔치기한 연하단임을 알아보았다.

절로 웃음이 나왔으나 가까스로 참고 그는 진지하게 상대에게 물었다.

“그게 뭐냐?”

“초마단이다! 네놈을 저세상으로 보내줄.”

잠시 대화를 주고받는 사이 다른 두 녀석도 재빨리 단환을 삼켰다.

그제야 눈치를 챈 듯 백단영과 남궁이화도 흥미로운 눈으로 녀석의 변화를 주시했다.

무흔은 여유롭게 기다려주었다. 원래대로라면 그냥 단칼에 죽였겠지만 연하단의 성능이 궁금했던 탓이다.

단환을 먹고 눈치만 보던 세 녀석은 무흔이 별다른 공격을 하지 않자 한결 안정된 표정을 지었다.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초마단 덕분에 혼내줄 수 있다고 믿었으니까.

반 각쯤 지난 후 무흔이 녀석의 몸을 툭 건드렸다.

“어떻게 됐냐? 힘이 좀 솟구치냐?”

녀석의 안면이 점점 붉어지며 몸에 힘이 들어갔다. 옆의 두 녀석은 급기야 몸을 배배 꼬기 시작했다.

“자, 잠깐만…….”

녀석이 부들부들 떨며 손을 내저었다. 얼굴을 보니 싸지 않으려고 힘을 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헉헉, 이, 이럴 리가 없는데…….”

옆의 녀석들도 거의 한계에 이른 듯 거친 숨을 내쉬었다.

무흔이 녀석의 뺨을 툭툭 건드리며 물었다.

“어때? 쌀 것 같지?”

“으으윽.”

안면을 우거지상으로 만들며 힘을 쓰는 녀석들을 돌아본 무흔이 백단영과 남궁이화에게 손짓했다.

“우린 이만 가죠.”

무흔이 걸음을 옮기자 백단영과 남궁이화도 킥킥 웃으며 뒤를 따랐다.

저들을 베어버릴 수도 있지만 어차피 살려놓아도 전혀 해를 끼치지 못하는 놈들이다. 연하단을 먹은 저들은 앞으로 며칠간 뒷간에서 힘을 좀 써야 할 것이다.

무흔 일행이 사라지자 기겁한 세 녀석이 통로를 벗어나 석실로 뛰어 들어갔다. 그래도 이곳에서 볼일을 보려면 통로보다는 석실이 나은 까닭이다.

 

***

 

구진광은 아무것도 없는 미로를 지나고 있었다.

사마극이 이쪽으로 가라고 해서 가긴 가지만 점점 불안감이 솟구쳤다. 적인 사마극을 온전히 믿을 수 없는 데다 그 역시 기관진식에는 젬병이었다.

그나마 마교인이 보이지 않으니 다행이라 생각해야 하나.

어디에선가 석벽을 쿵쿵 두드리는 소리가 울려왔다. 그곳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구진광은 허리에 찬 검을 확인했다.

이대로 용봉대로 돌아가면 모용예랑 다시 얼굴을 부딪치게 된다.

“크크, 그래 봐야 제까짓 게 어쩔 거야?”

비록 사마극의 방해로 실패했지만, 그는 모용예의 약점을 확실하게 잡았다고 자신했다. 물론 모용예 역시 그의 약점을 잡고 있긴 하다. 그렇더라도 분명한 사실은 모용예는 절대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구진광이 앞으로 걸어가고 있을 때, 맞은편에서 한 사람이 등장했다. 복장으로 보아 용봉대는 아니고 마교인이었다. 그것도 여자로 보였다.

바짝 긴장한 그는 걸음을 멈추고 검에 손을 가져갔다.

상대방도 그를 발견한 듯 걸음을 멈추었다. 그제야 구진광은 상대의 외모를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상대는 삼십 대 중반의 미부였다. 젊었을 적에는 꽤 명성을 날렸을 것으로 보였다. 풍기는 기세는 잘 가늠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녀의 자세가 이상했다. 상의는 피투성이였고 두 팔을 다친 듯 축 늘어트리고 있었다.

구진광은 순간적으로 결정 장애를 일으켰다. 상대는 아마도 사마극의 부하일 것이다. 죽여야 하나, 살려야 하나. 애초에 심각한 부상을 입은 여자에게 패배할 것이란 생각은 아예 하지 않았다.

상대 여인도 그를 주시하는 것이 조심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런 행동의 의미는 분명했다. 강하지 않다는 것이다. 강한 무공을 지닌 자라면 저렇게 조심할 리가 없다.

구진광은 결심을 굳히고 검을 들었다. 그래도 자신은 용봉대니까 마교인을 죽이는 것이 좋다. 사마극이 가한 모욕의 분풀이로도 적당할 것 같고.

구진광의 맞은편 여인, 섭혼귀령의 미간이 점점 찌푸려졌다.

그녀가 본 구진광은 용봉대가 분명했다. 무려 마교 서열 구 위인 자신에게 한주먹거리도 안 되는 녀석이다. 그런 햇병아리가 그녀를 열심히 훑어보더니 검을 뺐다. 죽이겠다는 뜻인가.

“호호, 뜻이 그렇다면.”

부상이 심상치 않아 어지간하면 그냥 보내주려고 했다.

사마극에게 합류하기 전까지는 어떻게든 자중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녀석의 행동을 보니 그럴 마음이 싹 가셨다. 오히려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자신의 어깨를 작살 낸 녀석도 분명히 용봉대니까 이 녀석을 이용해 용봉대에게 복수하자는 계략이었다.

구진광이 거들먹거리면서 여인에게 다가갔다.

“본좌가 오늘 기분이 별로다. 그런데 네년이 내 길을 가로막네? 어떻게 해야겠냐?”

섭혼귀령은 구진광의 행동을 보자 짜증이 났다. 평소라면 저런 말이 나오기도 전에 목이 떨어졌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두 팔이 성치 않아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 그래도 모욕을 참을 수 없어 반사적으로 다리가 나갔다.

기초적인 각법이 펼쳐지면서 섭혼귀령의 발이 붕 날아 구진광의 가슴팍을 스치고 지나갔다.

“으헉?”

예상외로 날카로운 일퇴에 구진광이 다급하게 물러섰다. 그런데도 상대의 공격이 스쳐 간 가슴팍이 화끈거렸다. 예상외의 고수였다.

그래도 자신은 정파에서 일검이라고 칭송받는 후기지수다. 나름대로 검에서 일가견을 얻은 강자가 아니던가.

“크크, 분풀이라도 널 죽여야 겠구나, 양팔도 쓰지 못하는 퇴물은 취급하기 싫은데 말이지.”

구진광은 자신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번개처럼 앞으로 쏘아나갔다.

휙-

검이 공기를 가르는 기세가 마음에 들었다. 이만하면 저 여자의 허리에 구멍이 뚫릴 것이 분명했다.

순간 여인의 신형이 옆으로 이동하면서 검이 허공을 찔렀다. 여인의 움직임이 뭔가 비현실적으로 인식됐다.

“헉?”

검이 빗나가는 순간 구진광의 눈이 여인을 향했다. 급하게 앞으로 쏠렸던 무게중심을 다시 안정시키며 구진광은 여인의 움직임을 경계했다. 만일 여인이 공격으로 전환하면 바로 반응해야 하니까.

그의 기대와 달리 여인은 아무런 동작을 취하지 않았다. 대신에 그녀의 눈에서 시뻘건 귀기가 깜박였다.

몸을 돌려 자세를 잡던 구진광의 눈빛이 흐리멍덩하게 변했다.

섭혼술을 쓰리란 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데다 내공에서 섭혼귀령과 구진광의 차이는 매우 컸다.

“오호호, 넌 누구냐?”

“이, 일검, 구진광.”

당연히 섭혼귀령이 그가 누군지 알 리가 없었다. 다만 확실한 것은 구진광이 용봉대 소속일 것이란 점이었다.

“검을 넣어라.”

구진광이 얌전하게 검을 넣었다.

상대를 잡아먹을 듯하던 살기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상대가 완벽하게 섭혼술에 걸린 것을 확인한 섭혼귀령은 잔인한 미소를 머금었다. 구진광을 이용해서 용봉대를 공격할 생각을 하자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

 

지하 미로에 진입한 이후 은옥상은 보무도 당당하게 전진했다.

그녀의 옆에는 난세마동과 옥소마희를 비롯하여 그녀를 지지하는 몇몇 실력자들이 포진해 있었다. 남혼 또한 변함없이 은신 상태로 그녀를 호위했다.

은옥상은 사마극을 만나든 무흔을 만나든 상관없었다. 무흔을 먼저 만나 도움을 받는 것이 유리하겠지만 결국 최후의 적은 사마극이었으니까.

가장 조심해야 할 대상은 음천마령. 음천마령만 피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지하 미로의 격변 속에서도 은옥상 일행은 거의 흩어지지 않았다. 이점은 분명히 천운이었다.

덕분에 은옥상은 지하 미로를 돌아다니면서 사마극 측 인물이 눈에 띌 때마다 가차 없는 공격을 가했다. 인원이 많았던 사마극 측은 그만큼 뿔뿔이 헤어진 자도 많았으니까.

정작 그녀에게 곤란한 대상은 용봉대였다.

용봉대와 못 싸울 것도 없지만, 무흔 때문에 껄끄러운 데다가 용봉대와 싸우다 피해를 본다면 정작 중요한 사마극과의 전투에서 불리하기 때문이었다.

중간에 용봉대와 한 차례 만났으나 은옥상 측이 알아서 피했다. 용봉대도 무리하게 추격하지 않았기에 전투는 벌어지지 않았다.

지하 미로를 걷고 있을 때 은옥상의 귀에 환청이 들려왔다.

[중앙 광장으로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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