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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속의 엑스트라 224화

무료소설 무림 속의 엑스트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1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224화

224화. 섭혼귀령 (3)

 

 

 

석실 내의 두 사람은 모용예와 단리석운이었다.

단리석운은 오대세가의 일원인 단리세가의 장남으로 용봉대 내에서는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가문의 위세에 비해 무재는 떨어지는, 한 마디로 존재감이 미미한 자였다.

구진광을 발견한 두 사람의 안색에 반가움이 일었다.

“살아있었네?”

퉁명스러운 구진광의 말에 단리석운이 간신히 입을 열었다.

“그, 그게 운이 좋았어. 마교인을 만났었는데…….”

단리석운이 옆구리를 손으로 움켜쥐고 신음을 터트렸다.

구진광이 주의 깊게 살펴보니 단리석운의 옆구리에서 피가 배어 나오고 있었다. 상당히 많이 다친 것으로 추측됐다.

“단리 소협이 날 구하려다 다쳤어. 다행히 마교인을 먼저 죽이긴 했는데…….”

모용예가 말을 덧붙였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어떻게 된 일인지 눈에 뻔히 보였다. 이들은 미로가 격변할 때 둘이서만 따로 떨어져서 이곳으로 온 듯했다.

“장 소협은?”

“모르겠어.”

모용예가 고개를 저었다.

이곳 지하 미로로 들어오는 순간 난리가 났다. 장후성은 용봉대의 거의 맨 앞에서, 모용예는 가장 나중에 미로에 진입했으니 같은 곳으로 이동할 확률이 전혀 없었다.

“으음.”

단리소운이 다시 신음을 터트리며 주저앉았다. 부상 때문에 이동이 어려울 것으로 보였다.

“치료부터 해야겠는데?”

구진광이 단리석운 옆에 웅크리고 앉아 상처 부위를 살폈다.

“그래도 움직여야 하지 않아?”

모용예는 이동할 것을 주장했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빨리 장후성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아냐, 여기가 더 안전해. 치료가 우선이야.”

구진광은 그녀의 의견을 무시했다. 사실 그의 의견도 틀린 것은 아니었다.

어쩔 수 없이 모용예가 수긍하면서 치료를 시작했다.

구진광은 단리석운의 상의를 걷고 피 묻은 부분을 옷자락으로 닦아냈다. 옆에서 모용예가 금창약을 건네며 치료를 도왔다.

문득 구진광은 백단영이 떠올랐다. 용봉대에 들어갈 때부터 백단영을 노리고 기회를 엿봤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운이 닿지 않았고, 심지어 만혈대에서 기회를 잡았을 때는 반대로 사마극에게 걸리기도 했다.

백단영에 대한 분노와 함께 무림삼화가 떠올랐다.

모용예, 남궁이화, 백단영. 이 세 여인 모두 그를 사람 취급조차 하지 않았다. 백단영은 만혈대 사건 이후 그와 거의 말을 하지 않았고, 남궁이화는 아예 그를 무시했다. 모용예 또한 그가 변절한 것을 알기 때문인지 벌레 보듯 했다.

“젠장.”

절로 입에서 욕설이 새어 나왔다.

갑자기 자괴감이 엄습했다.

그러다 구진광은 결심했다.

푸푹-

검이 순식간에 단리석운의 심장을 뚫었다. 눈을 부릅뜬 단리석운이 믿기지 않다는 눈빛을 짓다가 천천히 호흡이 끊어졌다.

“구 소협?”

놀란 모용예가 벌떡 일어났다.

당연히 구진광도 번개처럼 일어나 그녀의 목에 검을 댔다.

비틀비틀 뒤로 물러서던 모용예의 몸이 벽에 닿았다.

구진광은 잔인한 미소를 머금으며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왜, 왜 이래요?”

떨리는 그녀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구진광은 그녀에게 닿을 듯 바짝 붙은 다음 입을 열었다.

“흐흐, 내가 모를 줄 알았나?”

“그, 그게…….”

그녀가 변명할 틈도 없이 구진광의 검이 그녀의 목에 닿았다.

“내가 그렇게 싫어?”

“그, 그게 아니라…….”

검이 목에 닿은 상황에서 모용예는 부들부들 떨며 눈만 깜박였다. 방금 단리석운이 죽는 것을 보았기에 그녀는 함부로 대답할 수 없었다. 지금 이곳에서 죽으면 모두가 마교인이 죽였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 누구도 구진광을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넌 내가 단리석운을 죽였다고 보고할 수도 없어. 내가 너와 사마극이 한 짓을 약점으로 잡고 있는 한.”

구진광의 경고 또한 전혀 틀리지 않았다. 모용예는 빠져나갈 방법이 없었다. 설사 거부하더라도 구진광은 자신의 욕심을 채울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모용예는 고개를 끄덕였다.

비릿한 미소를 머금고 구진광이 조금 거리를 두고 그녀의 목에 걸린 검을 수직으로 다시 겨눴다.

검이 그녀의 옷자락을 자를 기세로 천천히 목에 걸리자 모용예는 바들바들 떨었다.

그때 묵직한 음성이 석실 내부를 울렸다.

“크크, 뭐 하는 짓이지?”

화들짝 놀란 구진광이 다급하게 몸을 돌렸다.

눈앞에는 흑의무복을 입은 젊은 청년이 그를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그 뒤로는 초로에 접어든 거구의 노인과 회색무복을 입은 날렵해 보이는 남자가 보였다.

“사, 사마극!”

구진광은 신음을 터트리며 주춤 뒤로 물러섰다. 그의 손에서 검이 떨어지며 금속성을 울렸다.

나타난 자는 사마극과 적월마왕, 그리고 풍이었다. 그들은 지하 미로를 누비다가 이곳에 도착했다.

“넌 어째 만혈대에서도 여기에서도 완전 쓰레기로군?”

“그, 그게 아니라…….”

안면을 일그러트리는 구진광의 어깨를 툭툭 치며 사마극이 비웃었다.

“너도 참 일관성 있네. 어떻게 너 같은 놈이 정파의 촉망받는 기재가 되었는지…….”

구진광은 감히 불쾌한 기색조차 떠올릴 수 없었다. 사마극에 대한 공포가 워낙 컸기 때문이다.

돌아가던 상황을 보던 모용예가 재빨리 구진광의 위협에서 벗어났다. 

사마극이 섬뜩한 표정으로 구진광에게 말했다.

“넌 앞으로도 계속 나에게 소식을 전하면 된다. 일관성 있게 말이지.”

손을 휘휘 젓는 사마극을 향해 구진광은 식은땀을 흘리며 몸을 돌렸다.

왔던 길로 돌아가려는 구진광을 향해 사마극이 말했다.

“그쪽으로 가면 마교의 정예랑 부딪힐 거야. 거기 석실 문 앞에 돌출부 보이지? 눌러봐.”

지적을 받은 구진광은 무시할 수도 없어서 돌출부를 눌렀다.

그그긍-

석벽이 회전하며 새로운 미로가 드러났다.

쪽 뻗은 통로가 보이고, 그 내부에는 아무것도 없었으나 구진광은 왠지 들어가기 싫었다.

“아무것도 안 보이지? 거기로 가라.”

구진광은 찝찝함을 털어내며 어쩔 수 없이 통로 안으로 들어갔다. 그가 사라지자 모용예가 한숨을 내쉬면서 사마극에게 인사했다.

사마극은 묵묵히 미소로 답했다.

“그럼 저도 이만 가봐야겠어요.”

모용예가 떠나려 하자 사마극이 뒤쪽 통로를 가리켰다.

“저쪽으로 가면 용봉대랑 만날 수 있을 거다.”

“감사해요.”

다시 인사한 모용예가 머뭇거리다가 재차 물었다.

“지난번 약속은 아직 유효한 거죠?”

“물론.”

사마극이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잠시 사마극이 그날의 일을 떠올리는 듯 허공을 바라보았다.

 

***

 

미로를 정신없이 질주하던 무흔이 어느 순간 갑자기 정지했다.

무흔을 바짝 붙어서 뒤따르던 백단영이 멈춰 서지 않고 그를 스쳐 지나가려는 순간 무흔의 손이 그녀의 허리를 휘감았다.

자연스럽게 백단영은 무흔의 품에 안기게 됐다.

그녀는 깜짝 놀라 몇 차례 심호흡하며 마음을 진정시킨 다음에야 무흔의 가슴을 밀어냈다.

“무흔, 너 은근히 내 몸에 손을 자꾸 댄다?”

[앞에 누군가가 있어요.]

무흔이 전음으로 그녀에게 속삭였다.

그들의 앞쪽으로 통로가 쭉 뻗어 있었으나, 자세히 보면 몇 걸음 앞에서 우측으로 통로가 분기되어 있었다.

무흔이 말한 통로가 우측 통로임을 인지한 백단영은 바짝 벽에 붙어 기감을 높였다. 역시 우측에서 한 사람의 기운이 느껴졌다.

무흔도 함께 벽에 바짝 붙어 저쪽 통로에서 접근하는 사람의 기운을 측량했다.

인원은 하나. 무척 강했다. 무공으로 가늠해보아 한방에 해치우는 것이 가장 피해도 적고 안전하리란 판단이 섰다. 더구나 지금 접근하는 상대는 그들이 이곳에 숨어 있음을 전혀 모르는 상황이니까.

내공을 끌어올리며 번개처럼 튀어나가려던 무흔은 상대의 기운에서 익숙함을 느꼈다. 그것도 그의 기운과 대단히 닮았다.

“음, 뭐지?”

무흔의 인상이 절로 일그러졌다.

[왜 그래?]

백단영이 그에게 전음으로 물었다.

[기운이 특이해요. 뭔가 익숙한.]

[아는 사람일까?]

확실히 이런 부분에서 보면 백단영은 무공의 세밀함에서 무흔과 차이가 있었다.

[기습을 포기해야 할 듯해요.]

무흔은 백단영에게 작전 변경을 고지하고는 천천히 앞으로 나갔다. 어차피 적은 혼자이고 그들은 둘이니 여차하면 합공하면 되니까.

통로로 뛰어나가 상대를 향해 버럭 소리를 지르려던 무흔은 절로 입을 다물었다.

“헉! 이화?”

백단영 역시 적을 보고는 깜짝 놀라 입을 다물었다.

그들의 앞에 남궁이화가 등장했다. 남궁이화는 자신의 애검을 들고 평소처럼 뚜벅뚜벅 걸어오고 있었다. 그 움직임이 그녀의 성격답게 당당했다.

두 사람을 발견한 남궁이화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감돌았다.

백단영이 반가움을 이기지 못하고 달려가서 남궁이화를 와락 껴안았다.

“무사했네? 걱정 많이 했어.”

“난 괜찮아.”

남궁이화가 백단영을 안으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남궁이화의 손에 들린 검 끝이 천천히 백단영의 등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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