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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독존기 2화

무료소설 이계독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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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2화

평범한 일상 (2)

 

 

사실 지금 지경천이 움직이지 못한 것은 바로 천악 때문이었다. 천악이 홀드(정지 마법)를 걸었기에 순간적으로 몸을 움직이지 못한 지경천이 방어조차 못하고 목숨을 잃은 것이다.

 

“이보시오. 그렇게 정신 팔 때가 아니지 않소!”

 

천악이 등으로 가로막았기 때문에 지금의 상황을 소희가 보지 못했지만 아마 조금 더 지나면 눈치를 챌 것이다.

 

장씨 형제들은 그제야 눈치를 채고 남궁소희를 데리고 갔다. 그녀는 살인의 충격에 아무렇지 않을 나이가 아니었다. 잘못하다 정신적 충격으로 잘못될 수도 있었다.

 

 

 

소희와 헤어지고 난 천악은 서점으로 향했다. 5년 동안 합비에서 생활을 하면서 반복적으로 해온 것이 바로 책을 읽는 것이었다. 천악에게 책은 즐거움과 동시에 새로운 것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

 

처음에는 책 읽는 데 속도가 붙지 않아서 하루에 한 권을 다 읽지 못했지만 지금은 수십 권을 모두 외워버릴 정도로 빠르게 정독할 수 있었다.

 

천기서점(天氣書店).

 

합비 내에서 가장 큰 서점이며 가장 많은 서책을 보유하고 있는 곳이 바로 천기서점이다. 천기서점은 총 3층으로 되어 있으며, 각 층마다 책이 주제별, 시대별로 구분이 잘 되어 있었다.

 

천악은 2년 만에 1층 서점을 섭렵하고 지금은 2층까지 모두 섭렵한 상태였다. 이제 3층만 남은 상태였다.

 

천기서점으로 들어가자 주인이 반갑게 그를 맞아주었다.

 

천악은 천기서점 최고의 우수고객이었다. 책을 사가는 양이 장난이 아니었고 가격도 고가로 쳐주었다. 특히 주인이 못 보던 고서책을 사오면 돈을 두 배로 올려 사주곤 했다.

 

“군 공자, 오셨소!”

 

실제 나이가 예순다섯 살의 노인이었지만 군천악은 스스럼없이 스물다섯 살의 공자 행세를 하고 있었다. 굳이 나이 들었다고 말할 필요도 없을뿐더러 스스로 아직 늙었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반갑습니다, 장 노인. 오늘 좋은 책 있습니까?”

 

“아직 새로 들어온 책은 없지만 3층에 고서책이 많으니 마음에 드실 거외다.”

 

“알겠습니다.”

 

3층에는 오래된 서책이나 상당히 학식이 풍부해야 이해할 수 있는 서책들이 있기에 웬만한 사람은 잘 올라오지 않는다.

 

천악은 5년 동안 학관에 등록해서 열심히 공부도 하였다. 마법 실력이 올라가면서 기억력과 이해력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 천악의 지식수준은 가히 천재를 넘어설 정도였다.

 

3층에 올라가서 주변을 이리저리 돌아본 천악의 눈에 한 명의 여인이 들어왔다. 열중하면서 책을 읽는 여인의 얼굴은 자연적인 미의 최고봉이라 할 만했다.

 

천악은 자신의 가슴이 약간이지만 두근거린 것에 놀라고 있었다.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천악의 마음은 차갑게 가라앉아 어떤 여인을 봐도 아무런 감흥이 일어나지 않았던 것이다. 오늘따라 여인을 상대로 두 번이나 놀라다니! 어린아이에 대한 귀여움은 어쩔 수 없다 해도 여인 때문에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은 스스로도 이상할 정도였다.

 

하지만 금세 천악의 시선은 다른 곳을 향했다. 굳이 모르는 여인에게 시비를 걸 생각은 전혀 없었다. 시대가 이상해서인지 이 시대에는 여인을 바라보는 것 자체로 칼부림이 나기도 했다. 물론 천악이 그 정도에 당할 리 없었지만 굳이 귀찮은 수고를 하고 싶지 않았다.

 

천악이 한 권의 고서를 골라보는 동안 여인은 책을 다 읽었는지 아래층으로 내려가려 했다. 그러던 중 천악을 본 여인은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곧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여인은 자신을 보았으면서도 책만 읽고 있는 천악을 인상적으로 보았다. 하지만 그녀도 그것이 다였다. 첫눈에 반한다는 말은 사실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아니기도 했다.

 

천악은 열 권 정도의 고서책을 대충 보고 난 후 아래로 내려가서 계산을 하였다. 시간이 저녁이라 문 닫을 시간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여기서 계속 책을 읽는 것은 장 노인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다. 가뜩이나 늙어서 힘이 없는 노인을 괴롭히고 싶지 않았다.

 

“군 공자, 골랐소?”

 

“여기 열 권, 계산해 주십시오.”

 

“음, 한 권에 은자 두 냥씩 스무 냥인데, 열여덟 냥만 내시오.”

 

“아닙니다. 굳이 그럴 필요 없습니다. 여기 스무 냥입니다.”

 

장 노인은 그냥 해본 소리였다. 여태껏 군천악은 한 번도 가격을 깎으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손님에게는 항상 미덕이 있는 주인으로 보여야 한다. 그래야 다음에도 손님이 계속 오고 장사를 계속할 수 있는 믿음이 쌓이는 것이다.

 

* * *

 

천악은 책을 아공간(我空間)에 집어넣고 나서 곧장 번화가로 나갔다.

 

합비 내의 치안상태는 상당히 안정이 되어 있었다. 남궁세가라는 무림제일세가가 버티고 있는 곳에서 뒷골목 패거리들이 활동을 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물론 일일이 남궁세가가 관여하지는 않겠지만 일단 걸리면 빼도 박도 못 하고 목숨을 잃는다. 특히 이곳 합비 내에서는 그게 심했다.

 

150년 전 남궁세가의 어린 공자가 밖으로 돌아다니다가 뒷골목 패거리들에게 죽는 어이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남궁세가에서도 감히 겁도 없이 합비 내에서 남궁세가의 인물을 건드릴 간 큰 놈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하필이면 만취한 놈들 중 하나를 잘못 건드린 게 사단이 난 것이다. 그 뒤로 남궁세가는 뒷골목 패거리들이 걸리기만 하면 인정사정을 두지 않았다. 150년이 지나면서 어느 정도 약화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아예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번화가의 중심에서 잠시 벗어난 곳에 금천상가가 지원하는 도박장이 있었다. 금천상가는 대륙 5대 상단에 들어가는 재력 있는 상가이기에 운영하는 도박장의 규모도 입이 벌어질 정도로 엄청났다.

 

총 5층으로 되어 있으며, 손님이 가진 돈과 명성에 따라 하급, 중급, 고급, 특급, 천급으로 구분하였다. 하급은 일반 사람들이 와서 언제든지 돈을 걸고 도박을 할 수 있는 곳이고, 급이 올라갈수록 판돈 액수가 커졌고 힘 있고 명성 있는 자들이 도박을 하였다. 따라서 각 층마다 대접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천급은 아직까지 누구도 올라가 봤다는 사람이 없었다. 소문으로는 도박장의 숨겨진 기인이 상대를 한다고 하는데 그가 누군지 알 수가 없었다.

 

천악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기분전환을 할 겸 도박장에 들렀다. 물론 순전히 기분전환이기에 반드시 이기려고 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무지막지하게 손해만 보지도 않았다.

 

도박장으로 들어가서 매번 이용할 때마다 신용이 생기고, 자주 들를수록 고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패를 살 수 있게 된다. 천악은 고급인 3층으로 갈 수 있는 금패를 하나 샀다.

 

금패의 모양에 따라 고급과 특급으로 나뉘지만 고급부터 상당한 대접을 받을 수 있기에 굳이 특급으로 가려고 하지는 않았다. 하루에도 금 수천 냥을 소비하는 곳이니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5년 동안 이곳에서 천악이 잃은 돈만 해도 금으로 2만 냥은 되었으니 그들에게 천악은 봉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것도 어느 정도 따면서 한 것이 이 정도였다. 만약 그대로 다 잃었다면 수십만 냥은 되었을 것이다.

 

“군 공자, 여기로 앉으십시오.”

 

“알았네.”

 

천악을 아는 여인이 환하게 웃으며 맞아주었다.

 

천악은 항상 같은 자리에서 도박을 했기에 미리 알고 자리를 준비한 것이다. 정확한 시간, 정확한 자리, 천악의 패턴은 항상 일정했다.

 

주사위와 비슷한 것 세 개를 컵에 놓고 돌리는 것이 이 게임이었다. 숫자의 높고 낮음을 9를 기준으로 하여, 낮으면 소, 크면 대를 선택하면 된다. 아주 간단하지만 컵을 돌리는 자가 웬만한 수준의 도박사가 아니기에 돈을 따는 것이 쉽지 않았다.

 

“자, 흔들겠습니다.”

 

따그락! 따그락!

 

휘이익!

 

탁!

 

“선택하십시오.”

 

“대! 5백 냥!”

 

고급부터는 단위가 모두 금이기에 그냥 숫자만 말하면 된다.

 

휙!

 

도박사가 컵을 올리자 그 안의 숫자는 모두 합해 7이었다. 그러므로 천악은 금세 5백 냥을 잃고 말았다.

 

평범한 사람은 평생을 가도 만져보지 못할 돈을 서슴없이 거는 천악이었다. 하지만 상관이 없었다. 돈은 너무 많아서 다 쓸 수도 없을 정도로 많았다. 그러니 이렇게 어이없이 소비한다고 그의 형편이 달라지거나 하진 않았다.

 

“안타깝습니다.”

 

씨익!

 

꿈틀!

 

도박사의 웃는 모습이 오늘따라 마음에 들지 않았다. 평소에 일어나지 않았던 일들이 연달아 일어나서 그런지 천악은 다른 때와 다르게 돈을 잃고 싶지 않았다. 여태까지 그저 감으로 돈을 걸었을 뿐이지만 이제부터 조금 다르게 해보기로 했다.

 

도박사가 다시 컵을 움직이다 내려놓았다.

 

“대! 1만 냥!”

 

멈칫!

 

도박사의 이름은 이만한이라는 사람으로 이곳 도박장에서도 상급 수준의 인물이었다. 그에게 보통사람은 그저 가벼운 수로 찜 쪄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도박 수준이 높았다. 이만한은 앞에 있는 천악을 완전 봉으로 여기고 있지만 갑자기 액수가 너무 커지자 자기도 모르게 몸이 멈칫한 것이다. 그리고 사실, 문제는 접시 안의 숫자가 9보다 크다는 것에 있었다.

 

고급에서 판돈의 한도 액수는 금으로 1만 냥이었지만 1만 냥이 누구 애 이름도 아니고 한 번에 거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곳 도박장에서 이길 경우 배당금은 세 배였다. 즉, 이번 한 판으로 천악이 가져갈 돈은 3만 냥이란 소리. 3만 냥은 일일이 세기에도 머리 아픈 액수였다.

 

아무도 모르게 이만한의 손이 움직였다. 너무 빨라서 아무도 볼 수 없을 정도였다. 손가락이 가볍게 움직이면서 숫자가 변했다.

 

‘오늘 날 잡았다.’

 

천악이 부른 액수에 놀라기는 했지만 그가 지리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만한이 모르는 것이 있었다. 천악에게 그 정도의 수법은 다 보인다는 것이다. 천악의 눈에 이만한의 동작은 너무 느려 하품이 날 정도였다.

 

천악은 가볍게 기운을 불어넣었다. 마법이 9서클에 이르면 뇌의 진화가 빨라지면서 염동력이라는 초능력이 생겨난다. 천악에게 기를 움직이지 않고 염력만으로 물체를 움직이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휙!

 

이만한이 웃으면서 컵을 들어올렸다.

 

‘응? 이럴 수가……!’

 

자신은 분명 ‘소’가 되도록 손을 썼는데 어찌된 일인지 ‘대’가 나왔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순간적으로 천악을 바라보았지만 천악은 팔짱을 낀 상태였고,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정면에서 본 자신이 가장 잘 알았다. 도무지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가 없었다.

 

“호오, 오랜만에 내가 이겼군.”

 

“그…렇습니다. 운이 좋으시군요.”

 

“흠, 운이 좋을 때도 있어야지 매일 잃어서야 되겠나.”

 

“허허! 그렇지요!”

 

헛웃음을 짓는 이만한의 표정과 말이 따로 놀았다.

 

“3만 냥을 땄으니 오늘은 그만할까나!”

 

단 두 판 만에 일어서려는 천악의 모습을 보고 이만한이 기겁했다. 오늘 그가 잃은 돈은 보통액수가 아니었다. 만약 이대로 천악을 보냈다가는 자신의 목이 남아나지 않을 것이다. 그것만은 절대로 피하고 싶었다.

 

“공자님, 오늘 운이 좋은데 더 하심이 어떻습니까? 운은 아무 날이나 오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흠, 그것도 그렇겠군. 그럼 더 해볼까나!”

 

“휴우!”

 

이만한이 한숨을 내쉬었다.

 

천악이 이대로 간다면 자신은 그냥 끝이었다. 지금 이대로는 도저히 보낼 수 없었다. 다시 원금을 회수하고 치욕을 안겨준 천악에게 복수를 해주어야 했다.

 

“그럼 이번에는 4만 냥을 걸어도 되나?”

 

‘헙!’

 

천악은 건 돈과 더불어 받을 돈을 한꺼번에 다 건다고 말하고 있었다.

 

원래라면 절대 안 되는 일이지만 이만한은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한 번에 손실을 만회할 수 있는 기회이니 당연히 욕심이 생겼다.

 

천악은 이만한의 속내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

 

도박사는 냉정해야 한다. 또한 욕심을 경계해야 한다. 도박을 할 때는 침착하며 욕심을 부리지 않아야 패가망신 당하지 않는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냉정을 잃고 욕심을 동시에 부렸으니 이만한은 도박사로서 실격이라 할 수 있었다.

 

천악에겐 무서운 이면이 존재했다. 천악은 자신을 속이거나 해를 입히는 존재에게 아량을 베풀 정도로 선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를 망칠 수 있는 독심까지 가지고 있었다.

 

“물론입니다. 자, 걸어보십시오.”

 

“대, 4만 냥.”

 

이만한은 이번에는 반드시 ‘소’를 만들겠다고 다짐하며 접시를 내려놓았다. 솔직히 소리와 감만으로도 그 정도는 가능했다.

 

‘이것으로 끝이다.’

 

이만한은 확실하다고 생각하며 접시를 잡고 들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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