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독존기 1화
무료소설 이계독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28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1화
서장
나의 이름은 군천악. 나이는 예순다섯 살이다.
나는 중원과는 다른 차원에서 온 사람이다. 이곳과는 다른 세상에서 온 나는 처음엔 아무것도 아닌 존재였다. 무차별적으로 발휘되는 권력과 힘이 지배하는 이 세상에서 기연을 얻지 못했다면 아마 그날로 죽었을 것이다.
운이 좋게도 나는 블랙 드래곤의 유적을 발견하였고, 드래곤의 모든 것을 물려받을 수 있었다. 또 한 가지, 무공까지 얻었다. 무공을 만든 이는 불명이었고, 불명의 무인이 만든 무공의 이름은 야수권(野獸拳)이었다.
블랙 드래곤 가이렌스도 차원이동을 한 존재였다. 이 세상으로 와서 힘이 다해 어쩔 수 없이 동굴에서 지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나는 이곳에서 블랙 드래곤의 기억과 마법, 동시에 야수권을 익혀나갔다. 상상 속에서나 가능했던 것들을 가능하게 해준 마법과 야수권은 그야말로 신천지의 무공이었다.
야수권은 초감각의 무공이다. 형식과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감각을 예리하게 만들어나가는 무공이기에 수련의 혹독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했다.
마법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수식을 외우는 것도 문제지만 엄청나게 빠른 연산속도를 가지고 있어야 했다.
동시에 두 가지를 익히는 것이 힘들어지자 나는 야수권을 중점적으로 수련하고 마법을 익혀나갔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야수권의 초감각은 마법을 익히는 데 도움을 주어 서로 발전할 수 있게 하였다.
블랙 드래곤이 남긴 최고의 보물은 드래곤 하트였다. 드래곤 하트의 충만한 기운을 흡수하게 된 나는 몸이 부서지도록 고통스러웠다. 너무나 막강한 드래곤의 힘을 육체가 견디지 못했기 때문이다. 만약 야수권을 통한 육체의 단련이 없었다면 그 자리에서 몸이 터져버렸을 것이다.
스무 살에 이 세상에 와서 수련을 한 기간이 20년이 되었다. 보통사람이라면 견디지 못했겠지만 수련하는 동안 시간이 가는 줄 몰랐기에 가능했다. 사실 야수권과 마법을 익히는 동안 시간을 잊고 살았다는 것이 더 맞을 것이다.
그리고 나이 마흔이 되었을 때 야수권이 본궤도에 올랐고, 마법 또한 6서클에 이르게 됐다.
그래도 다행히 마흔 살이 되었어도 육체의 나이는 이십대 때와 다르지 않았다. 드래곤 하트의 영향인지 야수권의 수련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그것으로 지나가 버린 젊은 시절을 위안받을 수 있었다.
나는 야수권의 수련 시 필요한 육체의 수련을 위해 전장을 택했다. 따라서 이 세상의 전쟁병사로 지원해 5년 동안 무수히 많은 사람을 죽여 나갔다. 야수권을 익히면서 마음조차 야수가 되어버린 듯이 말이다. 그땐 인간의 성향을 무시할 정도로 강력해진 힘에 취해 있었다.
스스로를 극한으로 몰고 가기 위해 몸 안에 금제를 가해 놓기도 했다. 금제는 내공의 힘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순수하게 육체만으로 전투를 하게 하였다.
극강의 육체와 초감각을 가진 나에게 상대편 병사들은 수수깡보다 못한 존재들이었다. 나의 한 수에 무기와 동시에 몸이 부서져 버리자 더는 전장에서 수련의 의미를 찾지 못했다.
군을 나서서는 바로 낭인으로 용병생활을 해나갔다. 대막에서 혹한의 바람을 맞으며 이리떼처럼 위험한 일에 달려들었다.
다시 5년의 험난한 생활을 통해 몸은 저절로 강해져 금강불괴가 되어버렸다. 육체의 단단함이 상상을 초월했고 상처가 난다고 해도 금세 아물어버렸다. 이미 인간이라고 하기에는 무서울 정도로 강인한 육체를 가지게 되었다.
틈틈이 마법을 익히기는 했지만 아직도 6서클을 넘지 않았다. 그렇다고 불편한 것은 없었다.
내공의 금제를 풀자 이제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강인함을 가진 것 같았다. 그러나 대막을 기점으로 중원으로 돌아올 때 생애 처음으로 패배의 쓴맛을 봐야 했다. 극강의 육체는 상대의 검 앞에 무참하게 갈라졌고, 마법 또한 소용이 없었다.
패배와 동시에 나는 최초의 스승을 모시게 되었다. 나를 패배시킨 무상검제 혁리광이 나를 가르친 것이다.
무상검제!
스승은 중원에서 가장 강하다는 다섯 명의 무인 중 하나였다. 한 시대에 현경의 무인이 한 명 이상 나오지 않는다는 말이 있는데, 이들 다섯 명은 모두 현경의 무인이라고 하였다.
스승에게 나는 무공의 극을 이루는 기초를 다시 배우게 되었고, 나의 모든 것을 완벽하게 가다듬는 계기가 되었다.
스승은 딱히 나에게 그의 무공을 가르치지 않았다. 그저 절대자가 되는 길을 안내해 주었을 뿐이다.
10년이 지난 후 스승이 우화등선을 하자 나는 비로소 강함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강함만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무공보다는 새로운 인생을 찾아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때 나이가 예순, 그로부터 5년 후가 현재의 내 모습이다.
평범한 일상 (1)
안휘성 합비.
안휘성의 성도이며 연중 기온이 평안한 이곳은 상인들의 성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물자의 수송과 판매가 성행하는 곳이다. 특히 안휘성의 패자인 남궁세가가 다스리고 있기에 누구도 감히 함부로 경거망동할 수 없는 곳이기도 하다.
풍운장원(風雲莊園), 5년 전에 이곳으로 온 군천악이 머무는 곳이다.
천악은 장원에서 거의 무위도식하며 생활하였다. 호화로운 장원 생활은 블랙 드래곤이 남겨놓은 엄청난 재산이 있기에 가능했다.
오랜 기간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수련이라는 맹목적인 방법을 택한 이후, 처음으로 그는 인간 본성에 충실하며 즐거움을 만끽했다.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방해할 것도 없으며, 방해하는 것이 있으면 제거할 수 있는 무력 또한 가지고 있었다. 절정이니 화경이니 현경 같은 구분 따위는 천악에게 하등 쓸모가 없게 되었다. 그런 것에 의지하지 않고서도 천악은 고금무쌍(古今無雙)의 신체와 9서클의 마법을 가지고 있기에 적수가 없었다.
합비에서 가장 유명한 한성객잔에서 상이 부러지도록 음식을 시켜놓고 마음껏 먹고 있는 천악이었다. 돈이 있기에 가능했다.
객잔은 사람들로 붐비기는 했지만 천악이 있는 3층은 정말 귀빈이 아니면 감히 들어설 엄두도 내지 못하는 곳이기에 한적한 편이었다.
천악은 이곳에 오면 항상 3층에서 금으로 쉰 냥에 해당하는 돈을 서슴없이 뿌리곤 했다. 그러고도 돈이 전혀 줄지 않았다.
금 한 냥이 은 서른 냥에 해당하고, 은 한 냥이 철전 백 개에 달했다. 철전 다섯 개가 만두 1인 분인 것을 감안하면 천악이 쓰는 돈은 만두가 3만인 분이라는 소리다. 즉, 일반사람들이 상상하지 못하는 돈을 쓰고 있는 것이다.
“음, 아주 맛있어. 역시 사람은 이렇게 살아야 하는 것이야.”
천악은 기분 좋아서 호쾌하게 혼자 웃고 있었다. 옆에서 보는 사람들이 미친놈 보듯 보고 있어도 상관하지 않았다.
근처 호수를 바라보면서 호화로운 식사를 마친 천악은 객잔을 나와서 소화도 시킬 겸 호수 구경을 하기 위해 그쪽으로 걸음을 옮기려 했다.
천악은 자신의 앞으로 귀여운 여자아이가 달려오는 것을 보았다. 귀하게 자란 아이인 듯 고급 옷감으로 치장하고 있었다.
아이가 뛰어오다 천악의 바로 앞에서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려 하자 천악은 급히 아이의 허리를 잡아 넘어지지 않게 하였다.
“괜찮니, 어린 아가씨?”
“응, 고마워, 오빠! 난 소희야!”
“그렇구나. 이 오빠는 천악이라고 한단다.”
나이가 환갑을 넘어 오빠 소리를 듣자 자신도 모르게 얼굴에 웃음을 띠는 천악이었다. 아이의 모습도 귀엽지만 하는 행동도 깨물어 주고 싶을 만큼 앙증맞았다.
아이의 뒤로 호위로 보이는 두 명의 무인이 보였다.
‘음, 꽤 귀한 집 아이인가 보군. 저 둘의 모습으로 보아 남궁세가인 듯한데……?’
꽈악!
소희가 천악의 소매를 잡으며 한 곳을 가리켰다. 바로 꼬치구이를 파는 곳이었다. 처음 만난 자신에게 꼬치구이를 사달라고 당당하게 요구하는 소희였지만 천악은 거절하지 못했다. 호위들을 보니 이해해 달라는 듯한 웃음을 띠고 있었다.
호위들은 남궁세가의 무인들로 장경과 장담 형제였다. 그들도 소희가 밖으로 나가 노는 것을 좋아하고 먹을 것을 사달라고 조르는 것을 감히 거절하지 못했다. 하지만 처음 만난 사람에게 저토록 호감을 보이는 것은 정말 의외의 일이었기에 조금 놀랐다.
“그래, 소희야. 내가 사주마.”
천악은 기분이 좋아서 소희라는 아이가 해달라는 것을 다 해주고 싶었다. 우선 꼬치구이를 사달라고 했으니 파는 곳으로 갔다.
“마음대로 골라라.”
“응, 천악 오빠. 난 저걸로 할래.”
소희는 이제 일곱 살이었지만 천악은 그녀가 자라나면 엄청난 미인이 될 것이라 확신했다. 그렇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어른으로서 아이가 커가는 모습을 생각한 것이지 절대 변태 같은 생각을 한 것은 아니었다.
냠냠!
소희가 맛있게 먹는 것만 봐도 천악은 배불렀다. 물론 한성객잔에서 배 터지도록 먹은 것도 한몫했다.
찌잉!
그때 천악의 초감각에 살기가 감지되었다.
은밀하게 접근한 미세한 살기였지만 천악의 기감을 벗어나지는 못했다. 남궁세가의 장씨 형제들도 살기가 1장 이내로 접근하자 알게 되었다.
“크크크!”
은밀하게 접근하고서는 갑작스럽게 사악한 미소를 날리는 외팔이 노인.
노인은 얼굴 전체적으로 각이 유난히 많이 진 형상이었고, 눈이 찢어진 것과 주름으로 인해 보는 이로 하여금 악귀를 연상하게 만들었다.
“섬뢰마검!”
장씨 형제가 놀란 얼굴로 말을 하였다.
섬뢰마검 지경천.
무림의 서열을 일일이 정확하게 정할 수는 없지만 알려진 고수 중 서열 1백 위 안에 든다고 하는 무인 중 하나가 바로 섬뢰마검 지경천이었다.
정파고수의 수만 해도 물경 50만이 넘어가는 가운데 백 위 안의 고수라면 자주 보기도 힘든 절대고수들이다.
지경천은 광폭한 쾌검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빠른 검속과 더불어 잔인한 성정으로 그의 비위를 거스른 자를 절대로 살려두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다. 하지만 그도 임자를 만났다.
강호백대고수라고 하지만 그 중에서도 상위 서열로 십대고수가 존재한다. 서열상의 무위가 완벽하게 갈리지 않는다고 해도 십대고수는 정말로 강했다. 가히 초인의 반열에 든 무인들이 그들이었다.
남궁세가의 검왕 남궁장천의 검법 앞에 섬뢰마검 지경천은 자신의 수족과 같은 오른팔을 잃고 도주를 해야 했다. 검을 쓰는 자로서 팔을 잃은 것은 무공의 전부를 잃은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 뒤 그는 자취를 감추었고 10년이 지난 지금 다시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계집을 빼고 다 죽여주마!”
진득한 살기가 폭사되자 주변사람들이 모두 도망을 갔다.
장씨 형제는 몸으로 전해져 오는 엄청난 압박에 전신이 찢겨져 나갈 듯한 충격을 받았다. 강호절정고수의 살기는 웬만한 무인이 아니고서는 버티기 힘들 정도의 수준이었다.
그렇지만 장씨 형제는 물러설 수 없었다. 그들의 임무가 바로 남궁소희를 지키는 것이었기에.
천악은 소희가 살기를 느끼지 못하도록 은밀히 기막을 쳤다. 그리고 상황을 보지 못하게 몸으로 가렸다. 아직 어린 소희가 봐서 좋을 것이 없었기에 그리했다.
오른팔을 잃고 10년 동안 왼손으로 절치부심한 끝에 다시 나타난 지경천이었다. 이제야 비로소 제대로 된 검술을 펼치게 되었지만 아직도 그의 뇌리에는 남궁장천에 대한 두려움이 존재했다. 또한 홀로 남궁세가를 무너뜨릴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그는 기회를 엿보았고, 남궁장천의 막내딸 남궁소희를 납치해서 협박하기로 한 것이다.
“애송이들이 감히 내 상대가 될 것이라 생각하느냐?”
“크윽!”
“웃기지 마라. 늙은 노물이 어디서 소리를 지르는 것이냐!”
“후후, 곱게 죽이지 않겠다.”
섬뢰마검의 독문검법은 바로 혈룡쾌(血龍快)라는 쾌검법이다. 섬광과 같은 붉은 용이 지나가면 그 자리에 남겨진 자는 피를 뿜고 쓰러졌기에 붙은 이름이다.
사삭!
지경천이 지체하지 않고 검을 출수하였다.
움찔!
지경천은 갑자기 몸이 무뎌지는 것을 느꼈다. 순간적으로 몸이 굳어버린 것이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이게… 무슨?’
지경천이 망설이는 것을 보자마자 장씨 형제가 달려들어 검을 휘둘렀다.
10년을 절치부심한 지경천의 목이 허무하게 바닥을 뒹굴었다. 강호백대고수를 죽인 장씨 형제는 방금 자신들이 엄청난 일을 해놓고도 믿을 수가 없어 멍한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