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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속의 엑스트라 242화

무료소설 무림 속의 엑스트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7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242화

242화. 무림다루 (3)

 

 

 

보다 못해 옆에 있던 팽우문이 먼저 인사했다.

“허허, 하북팽가의 귀한 손님이 무림맹에 오셨구만.”

의천진인이 팽우문을 격려하며 다시 팽덕문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런데 이놈은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느냐?”

“저희 무림다루 직원이 하북팽가랑 해묵은 은원이 있나 봅니다.”

그제야 풍소가 의천진인에게 꾸벅 인사했다. 인사 후 가문이 멸문지화 당했던 이야기를 구구절절 하소연했다.

의천진인의 눈썹이 쓱 올라갔다.

“하북팽가가 무공도 모르는 집안을 그렇게 쑥밭으로 만들었단 말이지?”

풍소가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옆에서 무흔이 팽덕문을 손가락질했다.

“그때 저 자식도 있었던 모양입니다.”

의천진인이 심상찮은 눈빛으로 팽덕문을 노려봤다.

달리 무림맹주가 아니다. 의천진인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팽덕문은 숨이 턱 막히면서 기운이 쭉 빠졌다.

그렇더라도 어떻게든 변명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팽덕문이 입을 열었다.

“그, 그게 아니고요, 그 일은 악인을 비호했던…….”

퍽!

풍소가 참지 못하고 팽덕문에게 달려들어 얼굴을 마구 팼다.

팽덕문은 저항하려 했으나, 몸을 짓누르는 압력이 여전히 사라지지 않아 일방적으로 얻어터졌다. 금방 코피가 주르륵 흐르고 이빨이 와장창 날아갔다.

무흔은 비릿한 미소를 머금으며 그제야 누르던 기운을 거두어들였다.

“풍소야 그 정도 해라. 맹주님께서 한을 풀어 주실 게다.”

씩씩거리던 풍소가 간신히 이성을 되찾고 물러났다.

눈치를 보던 팽우문이 팽덕문을 부축해서 일으켰다. 제 버릇 남 못 준다고 팽덕문이 무흔을 향해 이빨을 갈았다.

“이, 이 원한을 하북팽가에서…….”

“그래? 그러다가 하북팽가 문 닫는 수 있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으로 한번 해볼까? 우리도 똑같이 멸문시켜놓고 다시 대화할까?”

무흔의 섬찟한 눈빛에 팽덕문이 입을 턱 닫았다.

그는 무흔이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그 주인인 백단영은 안다. 천향무후라 했던가. 사실상 불사신룡과 함께 무림맹 최강고수이자 천하제일인으로 등극한 여인이 아니던가.

그때 마침 무림다루에서 백단영과 남궁이화가 밖으로 나왔다.

“어머, 맹주님 오셨어요?”

백단영이 의천진인을 보고 꾸벅 인사한 다음 무흔에게 자초지종을 물었다.

팽덕문은 천향무후 옆에 있는 창궁일봉마저 알아봤다.

창궁일봉 남궁이화 역시 최근 들어 무공이 급상승해서 이제는 무림맹 최강고수 반열에 올라섰다고 한다. 거기에 방금 목격한 저 머슴의 무공은 또 얼마나 엄청나던가.

팽덕문은 하북팽가가 전력을 기울여도 이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절로 변명하려던 말이 목구멍에 걸려 나오지 않았다.

정작 하북팽가 일은 제쳐놓고 의천진인이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백단영에게 하소연했다.

“단영아, 어떻게 좀 안 되겠냐? 내가 늙어서 햇볕 오래 쬐면 일사병 생기거든. 오늘만은 좀 봐주라.”

한껏 애원하는 의천진인과 길게 늘어선 줄을 쓱 살피던 백단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어쩔 수 없죠. 그래도 무림다루 브이아이피시니까…….”

“응? 뭐라고? 부이? 그게 뭐냐?”

“아, 귀빈이시라고요. 요즘 젊은 세대는 귀빈을 그렇게 부르거든요.”

“아하, 내가 늙어서 신세대를 잘 이해 못 해서…….”

머리를 긁적이던 의천진인이 줄을 서 있던 쪽을 향해 손짓했다.

“여보게! 단영이가 귀빈 대우 해준데, 얼른 와!”

줄을 서 있던 몇몇 노인이 튀어왔다.

팽덕문은 그들의 면면을 보고 눈을 화들짝 떴다.

무림맹 책사인 만박노사, 주작대 대주인 무천권왕, 화산파 장문인인 화산신검에 최근 용봉대 대주가 된 서옹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무림맹의 최고 권력자들이었다. 그런 그들이 백단영에게 설설 기고 있었다.

“어서 오세요. 제가 과일빙수 대접해드릴게요. 대신에…….”

백단영이 팽덕문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의천진인이 근엄한 표정으로 팽덕문에게 지시했다.

“자네는 한 달 내로 팽가 가주를 모시고 오너라. 저 아이의 원한을 확인해 봐야겠다. 알겠느냐?”

팽덕문은 찍소리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백단영이 앞장서고 의천진인 등이 마치 어미 닭을 따르는 병아리처럼 졸졸 따라갔다.

팽덕문은 비현실적인 이 광경에 말문이 막혔다.

여전히 팽덕문을 향해 씩씩대는 풍소에게 무흔이 옆구리를 쿡 찔렀다.

“넌 얼른 가서 빙수 만들어야지. 뭐하냐?”

“헉! 그러죠!”

풍소가 냉큼 뛰어갔다.

무림다루에서 빙수를 만드는 과정은 간단해졌다.

예전에는 무흔이 최강의 검법으로 얼음을 얇게 갈아 눈꽃을 만들었지만 지금은 현대에서 가져온 수동식 빙수기를 썼다. 덕분에 품질도 좋아지고 누구나 쉽게 제조할 수 있게 됐다. 각종 맛난 소스와 재료는 덤이었다.

이 모든 것은 백단영이 가진 특수능력 덕분이었다.

 

***

 

무림다루 앞에서 벌어진 이 일련의 사태를 유심히 쳐다보는 인물이 있었다.

내리쬐는 햇볕을 가리기 위해 죽립을 눌러 쓰고 검은 흑의무복을 걸친 그는 백단영과 무흔이 들어간 무림다루를 한참 동안 쳐다보다가 몸을 홱 돌렸다.

흑의무복 사나이는 성큼성큼 걸어 무림다루가 있는 맞은편 골목길로 들어갔다.

복잡한 시전 바닥을 벗어나자마자 초옥이 이어졌고, 점차 집이 드문드문해지는가 싶더니 푸르른 논밭이 펼쳐졌다.

그 논밭 한중간에 허름한 여곽이 자리 잡고 있었다.

흑의무복 청년은 여곽 안으로 들어갔다.

손님들이 식사할 수 있는 작은 공간에는 곧 쓰러질 듯한 탁자 두 개가 놓여 있고, 그 앞에 모두 다섯 사람이 앉아 있었다. 그들의 나이는 삼심 대 후반에서 칠십 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흑의무복 청년은 여곽에 들어서자 쓰고 있던 죽립을 벗었다.

놀랍게도 그는 마교의 소교주였던 사마극이었다.

“오셨습니까?”

칠십이 넘어 보이는 노인이 벌떡 일어서서 인사하자 다른 사람들도 후다닥 일어났다.

사마극이 그들을 쓱 훑어보고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 앉았다. 다섯 사람 역시 우르르 자리를 차지했다.

“백단영과 무흔을 발견했다. 무림맹 앞 무림다루에서 잘도 놀고 있더구나.”

사마극이 탐탁지 않다는 듯 미간을 모았다.

칠십 대 노인이 바로 말을 거들었다.

“그곳이 엄청 장사가 잘되나 봅니다. 거기 말고도 그들이 운영하는 곳이 몇 군데 더 있다고 하더군요.”

이들 다섯은 바로 사마련의 주요인물이었다.

사마련 련주였던 혈각마신을 대신하여 련주에 오른 천산광소를 비롯하여, 연합의 주요 방파인 천지문주, 파천회주, 살궁주와 혈각마신이 죽은 후 혈각을 이끌게 된 혈고루였다.

애초에 이들은 무흔의 경고기한인 여름 전까지 백단영에게 사죄하기 위해 개봉으로 떠났다.

무흔의 무공에 완전히 정신이 압도된 천산광소는 사죄를 주장했으나, 다른 인물들의 생각은 달랐다.

그 가운데 반대 목소리가 가장 컸던 자는 천지문주였다. 칠십이 넘은 천지문주는 혈각마신이 살아있을 당시 사마련의 이 인자였었다. 당연히 사마련주가 된 천산광소가 미덥지 않았다. 게다가 칠십 평생을 살아온 그는 새파랗게 어린 여자에게 사죄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혈고루 역시 혈각마신을 죽인 원흉에게 사죄란 불가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런 분위기를 천산광소가 간신히 달래서 모두를 개봉으로 끌고 왔다. 천산광소는 그날 백단영과 무흔의 무위를 보았기에 경고를 무시할 경우 어떻게 될지 익히 짐작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개봉에 도착하자마자 그들 앞에 놀라운 자가 나타났다.

바로 사마극이었다.

“크크, 저들이 그렇게 노는 것도 곧 막을 내릴 것이다.”

사마극이 백단영과 무흔을 없애겠다고 천명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힘을 합치면 무조건 저들을 때려잡을 수 있습니다.”

“전대 련주의 복수를 해야 합니다.”

천지문주와 혈고루가 사마극을 지지했다.

천산광소를 제외한 남은 두 사람은 어정쩡한 태도를 보였다. 그들은 백단영이 멸겁방주 등을 죽이는 바람에 사마련에서 주요직책을 맡았기 때문이다.

“흐흐, 며칠 후에 저기 무림다루에서 백단영과 무흔을 잡을 것이다. 나에게 실패란 없다. 너희들은 나의 명령만 충실하게 수행하면 된다.”

사마극이 음산한 미소를 발산하며 천산광소를 노려보았다.

그의 위세에 두려움을 느낀 천산광소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

 

운경각 지하에서 무흔은 도서를 정리하고 있었다.

얼마 전 멸문된 곤륜파의 서고에서 다량의 서적이 발견됐다. 곤륜파에서 대대로 보관해오던 도가 경전과 각종 무공 비급이 졸지에 임자 없는 신세가 됐다.

그 서적이 표국을 통해 무림맹으로 이송됐다. 당연히 그 서적이 도착한 곳은 운경각 지하 서고였다.

무흔은 자신의 앞에 산더미처럼 쌓인 서적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으아, 할 일이 이렇게 많아서야.”

책 더미를 보면 볼수록 일할 의욕이 줄어들었다. 한동안 마교를 다녀오느라 자리를 비우는 바람에 쌓인 책을 간신히 분류해서 정리했더니, 이번에는 곤륜파 서적이 왕창 쌓였다.

“일해도 끝이 없어.”

투덜거리는 것도 잠시, 무흔은 책 분류를 시작했다.

대부분 도가 경전이라 무공과 무관한 것들이다. 이제는 책 제목만 보아도 도가 경전 또한 어느 정도의 가치를 지닐지 금방 파악했다.

희귀한 경전 원본만 한쪽으로 정리하고 나머지는 서적상에게 넘길 요량으로 입구에 쌓았다. 가끔 무공 비급도 등장하긴 했으나, 대부분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삼류 서적이었다.

휙- 휙-

경전을 쓱 보고 날리고 쓱 보고 날리던 무흔은 운경각으로 접근하는 은밀한 기척을 느꼈다. 순간 그는 모든 움직임을 멈추고 기감을 끌어올렸다.

지금은 이경 무렵. 대부분 잠자리에 들 시간이다. 그러니 운경각에 올 사람도 없다.

휘리릭-

무흔이 손을 휙 젓자 기둥 곳곳에서 불을 비추던 관솔불이 절로 꺼졌다. 지하 서고 내부는 어둠에 잠겼다.

어둠 속에서 무흔은 의자에 앉아 쥐죽은 듯 숨을 멈추었다.

끼이익-

조심스럽게 서고의 문이 열리고 그림자가 들어왔다. 어째 덩치가 만만찮게 컸다.

틱-

무흔이 손가락을 튀기자 다시 관솔불에 불이 확 붙으며 서고 내부가 밝아졌다.

들어왔던 녀석이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서며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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