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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속의 엑스트라 239화

무료소설 무림 속의 엑스트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6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239화

239화. 혈각마신 (3)

 

 

 

“그래서 어떻게 된 것인데?”

“그, 그게…….”

우문혁이 자신이 부련주직을 갑자기 떠맡게 된 경위를 털어놓았다. 혈각마신이 불러 부련주직을 권하면서 천향무후를 잡아 오라고 했다고.

말하는 표정을 보니 겁이 잔뜩 들었다.

원래 우문혁처럼 다소 우직하게 전장을 누비는 자는 이런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상대가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고수여서 실력 차를 인정하고 나면 분명하게 꼬리를 내린다. 잔머리를 굴리지 않고 뒤끝도 없다.

“부련주 직이 하고 싶었어?”

우문혁이 꿀 먹은 벙어리처럼 고개만 끄덕였다.

무흔도 그의 내심을 이해했다. 곧 사십 대로 접어들 나이로 보아하니 이제 젊은 날의 혈기가 점차 사라질 시점이다. 조직의 힘을 알게 되고 권력의 맛에 눈을 뜰 때다.

그런 상황에서 부련주 자리를 제안 받았으니 당연히 덥석 물었겠지.

무흔이 처리에 골몰하고 있자니 백단영이 끼어들었다.

“천산광소라 했지?”

갑자기 백단영이 묻자 눈을 끔뻑거리며 우문혁이 고개를 숙였다.

“예, 그렇습니다.”

비록 백단영과 손속을 겨루어보지 않았지만, 백단영이 상당한 고수란 사실은 혈각마신에게 이미 들었던 바가 있었다. 게다가 여기 있는 일행의 우두머리인 것처럼 보이니 절로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혈각마신은 지금 어디 있어?”

“동정호 어딘가에 계실 겁니다. 항상 선상에 계시거든요.”

배를 타고 있다는 말에 백단영은 아미를 찌푸렸다. 호수 가운데 있으니 접근이 쉽지 않고 잡으러 가는 동안 도망칠 우려가 크다.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백단영이 제안했다.

“천산광소, 내가 혈각마신을 때려잡을 테니까 네가 사마련 련주가 되는 건 어때? 지금 부련주라면서. 련주가 죽으면 자동 승계되는 것 아냐?”

“그, 그렇습니다만.”

우문혁은 예상치 못한 제안에 당황했다. 그래도 자신이 사마련 소속이라 련주를 제거하자는 말에 동의하기 어려웠다.

“너도 알잖아? 그 자식 엄청 나쁜 놈이거든. 내가 딱히 사마련을 미워하는 것 아냐. 그 자식이 나에게 살수를 보내서 그런 거지. 나를 건드리지 않았으면 나도 안 건드리거든. 내가 그 자식만 딱 잡고 너한테 자리 물려줄 테니까 앞으로 나랑 적대관계 청산하자. 어때?”

백단영의 입에서 청산유수처럼 말이 쏟아졌다.

“제, 제가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넌 나를 제압해서 혈각마신에게 데리고 가. 그다음에는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까.”

혈각마신은 천산광소에게 백단영을 잡아 오고, 어려우면 죽여도 된다고 했다. 백단영을 잡아가면 분명히 혈각마신이 엄청 좋아할 것이다.

우문혁이 동의하자 백단영이 구체적인 작전을 설명했다. 무흔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녀의 복수니 그녀의 뜻에 맡기는 것이 더 좋다는 생각이었다.

 

***

 

동정호 중앙에 유유히 떠 있는 커다란 배 앞으로 작은 나룻배가 접근했다.

나룻배에는 우문혁이 타고 있었다.

나룻배 중앙에는 흰옷을 입은 여인이 쓰러져 있었는데 그 여인은 바로 백단영이었다. 나룻배 뱃머리에는 무흔이 천산혈복의 일인으로 분장하여 노를 저었다.

혈각마신 표우량이 머무르는 유람선은 꽤 컸다.

평소라면 기녀를 포함한 부하들이 가득했겠지만, 지금은 필수 인원만 남아 있었다. 백단영을 잡았다는 보고 때문이었다.

유람선으로 접근하는 나룻배를 표우량이 친히 마중을 나왔다. 갑판 위에서 나룻배를 내려다본 표우량의 눈이 번쩍 빛났다. 나룻배 위에 절색의 미녀가 누워 있었기 때문이다.

“흐흐, 천향무후가 무림삼화라더니……, 진짜 미인이 확실하구나.”

표우량이 음산한 웃음을 머금었다.

그는 유람선 옆으로 나룻배를 대는 천산광소를 향해 소리쳤다.

“어떻게 잡았느냐?”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객잔에서 미혼약을 썼습니다.”

우문혁이 능글맞게 웃으며 대답했다.

표우량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 그의 기억에 천산광소는 싸움에서 잔머리를 굴릴 줄 모른다. 그런 녀석이 객잔에서 미혼약을 풀었다고? 어째 약간 수상쩍은 기분이 들었다.

“확실히 제압했느냐?”

“물론입니다. 지금 수혈을 찍어놓아서 잠에 빠져 있습니다.”

우문혁이 대답하며 무흔에게 손짓했다.

무흔은 백단영을 업었다. 잠이 든 백단영의 몸이 그의 등에서 축 늘어졌다.

우문혁이 먼저 유람선 갑판으로 올라가고 무흔이 뒤를 따랐다. 무흔의 등에 업힌 백단영을 본 표우량의 얼굴이 환한 웃음을 머금었다.

“흐흐, 절색이구나. 절색! 자, 안으로 들이거라.”

무흔은 백단영을 업고 선실로 들어갔다.

선실 내부에는 은은한 휘장이 처진 커다란 침상이 놓여 있었다. 표우량의 지시에 무흔이 침상 위에 백단영은 내려놓았다.

일을 끝낸 무흔이 한쪽 옆으로 물러나 있자니 우문혁이 표우량에게 물었다.

“련주님, 그럼 이제 약조하신 대로 저를 부련주에…….”

“아, 내가 그랬었지.”

표우량이 품에서 작은 금패를 꺼냈다.

“자, 여기 있다. 이게 바로 부련주를 증명하는 패니라.”

우문혁은 금패를 받으며 꾸벅 허리를 숙였다.

표우량은 그런 우문혁의 인사치레를 무시하고 바로 백단영에게 다가갔다.

“흐흐, 무림 호사가들이 입에 침을 바르며 미모를 칭찬하더라니…… 역시 끝내주는구나. 무림삼화라 하여 단순한 장난일 줄 알았는데 으흐흐.”

“자, 너희들은 그만 가보거라. 이제부터는 내가 알아서 처리하마.”

우문혁과 무흔은 꾸벅 인사를 하고 선실을 빠져나왔다.

문을 닫으려니 표우량의 나지막한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흐흐, 이제 슬슬 제대로 구경해볼까.”

무흔은 피식 웃으며 갑판으로 나왔다.

그는 나지막하게 우문혁에게 전음으로 말했다.

“너도 할 일이 끝났으니 그만 가봐라. 그리고 지금 사마련에서 가장 입김이 센 곳이 어디지?”

“혈각, 천지문, 파천회, 살궁 네 곳입니다.”

우문혁의 대답 또한 전음으로 들어왔다.

“백단영 암살 사건도 그 네 곳이 주도한 것이겠지?”

“사마련의 체계로 보면 네 곳의 방파가 모두 관련되어 있습니다.”

“후우, 그래? 그럼 그곳 문주에게 전하라. 올여름이 가기 전에 개봉으로 꼭 찾아오라고. 안 오면 멸문이라 일러라.”

무흔은 암살을 주도했던 네 방파를 모두 용서할 생각이 없었다.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래야 앞으로도 천향무후를 만만하게 보지 않을 것이다. 물론 지금의 천향무후는 정파 무림맹뿐 아니라 중원 전체에서 손꼽히는 고수여서, 그 누구도 뜻을 거스르기 어렵다.

멸문이라는 말에 주눅이 든 우문혁이 바로 머리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앞으로 넌 나를 배신하지 마라. 배신은 나쁜 거야, 알겠냐?”

무흔은 경고를 얹었다. 우문혁이 남은 세 곳의 문주를 만나면 어떻게 마음이 바뀔지 몰라서다.

“절대 그럴 일 없을 겁니다.”

“그래, 그럼 잘 가라. 앞으로 사마련을 잘 주물러 봐.”

우문혁이 타고 왔던 조각배로 다시 내려갔다.

무흔은 갑판에 서서 선실의 동정을 살폈다.

어째 조용했다. 백단영의 수혈이 실제로 찍혀 있는 것은 아니라서 큰일이 날 우려는 전혀 없었다. 그런데도 조용하니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

슬슬 안에서 뭘 하는지 점점 궁금해졌다.

거의 차 한 잔을 마실 시간이 지났을까.

우지직!

갑자기 하얀 강기가 선실에서 솟구치며 유람선을 정확히 길게 반으로 쭉 갈랐다.

갑판에서 한가롭게 선실을 기웃거리던 무흔이 솟구치는 강기에 기겁하고 옆으로 피했다. 그는 잘려나간 배의 구조물을 살폈다. 절단면이 깨끗했다.

“후아, 아가씨 무공도 대단하네.”

무흔은 감탄사를 연발하며 사태추이를 지켜봤다.

절단 난 배가 점점 옆으로 벌어지며 침몰하기 시작했다. 그제야 요란한 소리가 선실에서 터져 나왔다.

와장창!

사람인지 물건인지 확인이 되지 않는 물체가 선실을 박살내면서 밖으로 내동댕이쳐졌다.

“크윽!”

갑판에 얼굴이 처박힌 노인이 신음을 터트리며 데굴데굴 굴렀다. 혈각마신 표우량이었다. 얼핏 안색을 보니 이미 거의 죽어가는 모습이다.

다시 백단영이 사뿐 날아가더니 표우량을 두들겨 팼다.

“으아악!”

표우량이 목이 터져라 비명을 질렀다.

백단영이 난리를 피우는 통에 반 토막 난 배가 빠르게 침수하기 시작했다.

사지 이곳저곳이 부러진 표우량의 몸이 급기야 호수에 빠졌다.

백단영은 매질을 멈추지 않았다. 자세히 보면 그녀의 몸은 호수 위에 떠 있었다. 수상비로 신형을 물 위에 띄운 채 열심히 화풀이하고 있었다.

더는 밟고 있을 배 조각이 사라지자 무흔도 천상비를 펼쳐 허공에 몸을 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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