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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속의 엑스트라 234화

무료소설 무림 속의 엑스트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7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234화

234화. 마교의 변화 (1)

 

 

 

장후성과 은옥상이 서로 시선을 부딪치면서 미묘한 긴장이 흘렀다.

한쪽은 용봉대와 무림맹을 대표했고, 다른 쪽은 마교의 교주로 등극할 사람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지금은 침입자와 수비자이기도 했다.

“잘 지냈습니까?”

다행히 장후성의 목소리가 부드러웠다.

이들 두 사람은 예전에 무림맹에서 만난 적이 있었다. 당시 은옥상은 매화곡 제자 신분으로 방문했었다.

“보다시피 별로네요.”

은옥상 역시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었다.

다행히 두 사람 모두 계속 싸움을 진행하겠다는 의사는 없었다.

은옥상이 먼저 의견을 내놓았다.

“지금 본교가 어수선해서 손님을 제대로 맞이할 수가 없어요. 영빈관을 내어줄 터이니 그곳에서 머물며 기다리시겠어요?”

“하하, 환영해주신다니 감사합니다.”

장후성은 무림맹의 적을 사마극으로 간주했지 은옥상이라 생각지 않았다. 은옥상 역시 용봉대를 무흔이 속한 집단이라 생각했기에 적대시하지 않았다. 양쪽이 서로 싸운 것은 사마극 때문이라 핑계를 댔다.

두 사람 사이에 화해의 분위기가 드리워지자 일부는 환호를, 일부는 못마땅함을 드러냈다. 하지만 대세는 싸움을 그치고 대화하자는 방향으로 흘렀다.

백단영은 무흔을 품에 안은 상태에서 용봉대 친구들을 둘러봤다.

풍사검객의 시신과 그 옆에서 오열하는 몇몇이 눈에 들어왔다. 그 와중에 그녀의 눈길이 서옹에게 멎었다. 백단영과 시선을 마주친 서옹이 엄지손가락을 척 내밀었다.

백단영은 미소를 띠며 그제야 예를 표했다.

 

***

 

박무훈은 눈을 떴다.

그의 눈에 비친 장면은 사무실 안. 그의 앞에는 사만국이, 옆에는 백다연이 앉아 있었다.

그들 두 사람도 마찬가지로 방금 이 시대로 돌아온 듯 눈을 깜박였다.

박무훈의 손에는 휴대폰이 들려 있었고, 화면에는 천향무후 아이콘이 다시 적색으로 바뀌어 있었다. 천향무후에 접속한 후 그곳에서 100시간을 보낸 다음 다시 이곳으로 돌아온 것이다. 물론 이곳 현대에서의 시간은 접속하던 바로 그 순간으로 시간이 전혀 흐르지 않았다.

항상 그의 방 침대에서 뒹굴뒹굴하며 접속했다가 지금처럼 타인 앞에서 그것도 여럿이 함께 접속한 것은 처음이었기에 기분이 색달랐다. 게다가 천향무후 내에서의 시간마저 이번에는 정말로 뜨거웠으니.

“어, 어떻게 끝났어요?”

박무훈은 옆의 백다연에게 조용히 물었다. 정작 그곳에서 자신은 혈우파천만겁공의 후유증으로 기절해버렸으니 다음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알 도리가 없었다.

백다연이 빙그레 웃으며 속삭였다.

“어떻게 되긴. 내가 조용한 방에 잘 모셔놓았거든. 지금 잘 자고 있을 거야.”

별 변화 없이 무난하게 흐른 모양이었다. 정작 궁금한 것은 사마극의 행방. 박무훈은 눈을 들어 맞은 편의 사만국을 쳐다봤다.

현실로 돌아온 사만국 역시 아직도 그 격렬함이 가시지 않은 듯했다.

사만국은 정신이 들자 두 사람을 향해 적의를 드러냈다.

“넌 어떻게 됐냐?”

박무훈이 먼저 물었다. 그의 음성은 이전과 확연히 달라졌다. 지금까지는 사만국이 거대 기업의 사장이었고, 박무훈은 일개 심부름센터 아르바이트라서 서로 간에 수준 차이가 너무 났다.

또 이곳 일은 박무훈 그와 아무 연관성이 없었다. 백다연과 사만국의 일이었으니까.

그런데 이번에 함께 접속하고 난 이후 기분이 바뀌었다. 무림에서의 관계가 이곳에서도 직접 영향을 미친 것이다.

“허어, 거참.”

사만국이 짜증 섞인 눈빛으로 박무훈을 노려보았다. 박무훈을 보는 그의 시각 역시 달라졌다. 기억할 필요 없는 알바생에서 중요한 인물로 탈바꿈한 것이다.

“무흔! 세더군. 그 정도일 줄은 꿈에도 몰랐어. 어떻게 초마단을 복용한 나를 이겼지?”

“혈우파천만겁공이라고 들어봤나?”

사만국이 고개를 저었다.

마교 소교주라 해도 마교 서고에 있는 모든 무공을 전부 기억할 리 없다. 더구나 혈우파천만겁공은 그 절반이 소실된 비급이었으니까. 사마극은 아예 익힐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게 초마단이랑 비슷한 효과를 발휘하지. 부작용은 훨씬 적고.”

설명해준 박무훈은 반대로 사만국에게 궁금증을 드러냈다.

“그래서 넌 어떻게 된 거냐?”

사만국이 으드득 이빨 소리를 내며 책상을 주먹으로 쿵 쳤다.

“그래, 아직 살아있지. 알다시피 그 미로가 한빙소로 연결되어 있잖나?”

“초마단 때문에 정신이 이상해진 것 아니었냐?”

박무훈이 빈정거리며 다시 물었다. 이 부분은 매우 중요했다. 언젠가는 사마극을 잡아 죽여야 소설이 끝나니까.

사만국이 가소로운 듯 박무훈을 노려보며 대답했다.

“그 정도에 죽을 사마극이 아니다. 흐흐, 나도 GOD 작가랑 계약하면서 능력 하나를 받았거든. 초마단으로 이지가 흐려지는 것 정도는 문제가 되지 않아,”

역시 사만국은 몸을 치유하는 것과 유사한 능력을 얻어낸 것으로 추정됐다. 구체적으로 물어보고 싶었으나, 그러려면 자신의 능력도 밝혀야 하기에 박무훈은 깊이 파고들지 않았다.

성공적으로 사마극이 도망쳤다면 지금부터는 완전히 다른 시나리오로 흘러가게 된다. 그 누구도 경험해본 적이 없는 방향으로. 이번에 밝혀진 대로 사마극의 무공 수준은 명백하게 무흔에 미치지 못했다. 게다가 이제 마교라는 조직도 사마극의 것이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 사마극이 역전시킬 방법은 뭘까.

“이젠 무흔과 백단영을 상대하기 쉽지 않을 텐데?”

박무훈이 자신감을 드러내며 사만국을 자극했다.

사만국이 껄껄대며 웃었다.

“나를 너무 과소평가하는군. 이래 봬도 전작 천향무후의 중간부터 계속 악플을 달면서 끝까지 쫓아갔던 나다. 아직 승부는 끝나지 않았어.”

박무훈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 자식은 천향무후를 응원한 게 아니라 악플 달던 독자였던가? 아무튼 대단한 집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만국이 두 사람을 노려보며 마무리를 지었다.

“어쨌든 약속대로 사마극을 살려주었으니, 나도 너희들을 보내주도록 하지. 경고하건대 앞으로는 나를 더 자극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아무리 검사라도 그냥 두지 않을 거니까.”

“빠져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나?”

백다연이 차가운 음성으로 물었다.

“어려울 것 없잖아? 무림의 승부에서 내가 이기면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데.”

순간 박무훈은 GOD 작가와의 대화에서 목적을 달성했을 때 100억이냐 1000억이냐 고민하던 때를 떠올렸다. 만일 그런 소원이 가능하다면 사만국의 소원 또한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한숨을 내쉬며 백다연이 몸을 일으켰다. 박무훈도 여기에 남을 이유가 없기에 그녀를 따라 일어났다.

장담했던 대로 사만국은 두 사람을 잡지 않았다.

백다연이 문손잡이에 손을 댔을 때, 사만국의 자조 섞인 비웃음이 터져 나왔다.

“백단영이 당신일 줄 알았다면 정말 그냥 내버려 두지 않았어. 그게 나의 가장 큰 실책이야.”

아무리 뒤늦게 후회해도 이미 여기까지 흘러와 버렸다.

녀석의 후회를 한쪽 귀로 흘려버린 백다연이 사무실 문을 열었다.

사무실 밖에는 부하 직원 서넛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들은 갑자기 백다연과 박무훈이 나오자 어찌 된 일인지 내부의 눈치를 봤다.

“보내줘.”

안에서 묵직한 사만국의 음성이 들려왔다.

박무훈은 어리둥절 혼란스러워하는 부하 직원들에게 비웃음을 한 방 먹여준 다음 백다연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

 

이미 시간은 자정이 한참 넘은 때였다.

도로에는 지나가는 차가 대폭 줄었고 거리를 오가는 인적도 드물어졌다. 24시간 운영하는 패스트 푸드점과 커피숍의 불빛만이 오가는 사람을 유혹하고 있었다.

이제는 집으로 돌아갈 시간. 걸음을 멈춘 박무훈이 백다연에게 시선을 돌렸다.

“내일 출근하셔야죠? 아, 12시 넘었으니 오늘인가요?”

“출근이야 해야죠. 무흔…… 아니, 무훈 씨도 출근하셔야죠?”

“하하, 저야 뭐 천천히 나가도 됩니다.”

심부름센터 알바가 정시에 출퇴근할 일은 별로 없다. 일하다 보면 근무 시간이 쉬는 시간이 되고 퇴근 시간이 근무 시간 되고 그러는 것이지.

“그럼 커피나 한잔하고 가요.”

백다연이 자연스럽게 팔짱을 껴왔다.

천향무후에 접속하기 전과는 완전히 다른 행동이다. 함께 접속한 일이 그와 마찬가지로 그녀에게도 동료라는 친밀감을 불러온 것이 분명했다.

백다연과 팔짱을 끼자 어딘지 모르게 어색했다. 그의 평생 이런 일이 있었던가 하는 생각도 떠오르고. 나이 서른이면 이제 이런 일이 익숙해질 때도 되었건만, 영 적응이 되지 않는다.

나란히 거리를 활보하다가 부근의 커피숍으로 들어갔다.

아메리카노를 한 잔씩 시킨 다음 구석 자리에 나란히 앉았다. 마주 보고 앉지 않고 나란히 앉은 것은 사만국 사무실에서의 영향일까.

박무훈이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오늘 일이 망해서 어떡하죠?”

“괜찮아요. 앞으로 다른 기회가 분명히 있을 테니까요. 원래 범죄는 항상 흔적을 남기게 마련이거든요.”

헛수고했음에도 백다연의 표정은 밝았다. 백단영처럼 그녀의 성격도 밝았다.

“커피 보니 생각난 것인데 우리 무림다루에서 커피를 팔면 어떨까요?”

“아메리카노요? 커피를 구할 수 있어야…….”

“이곳에서 가져가면 되잖아요.”

현대의 과일이나 각종 물품을 무림에 옮겼던 백다연이었으니 커피 또한 가능하려나?

“커피머신이랑 원두 정도는 우습게 옮길 수…….”

“거긴 전기가 없는데요?”

“아!”

백다연이 멋쩍은 듯 머리를 저었다. 그가 방안을 제시했다.

“굳이 하겠다면 원두를 갈아서 커피를 내리면 가능하긴 하죠. 커피 머신은 빼고. 흠, 무림다루에서 앞으로 별의 별것을 다 팔겠는데요?”

생각해보니 무림다루와 무림객잔을 조금이나마 현대식으로 바꾼 것도 그였다.

“정작 난 그런 생각은 못 했었어요. 현대의 카페를 그곳에다 차리리라고는. 여름에 찬 음료를 팔겠다고 석빙고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듣고는 한방 먹었다는 생각을 했지만…… 아무튼 아이디어가 좋았어요. 앞으로 무림다루가 정말 재미있어질 거예요.”

백다연이 웃었다.

박무훈도 따라 웃으며 마저 커피를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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