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 속의 엑스트라 23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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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80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림 속의 엑스트라 232화
232화. 최후의 일전 (1)
군웅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금방 파악하지 못했다.
천장에서 거대한 석판이 떨어졌고, 석판은 바닥과 천장 사이에 존재하던 모든 것을 흔적도 없이 한 줌의 먼지로 만들었다.
다행히 그 아래에는 아무도 없어서 깔려 죽은 자는 없었다. 아니, 딱 한 사람 있긴 했다. 바로 음천마령이었다.
음천마령이 아무리 금강불괴의 몸을 지니고 있다 한들, 십만 근의 하중을 견딜 리가 없었다. 거대한 거석 밑에 깔린 음천마령은 아무런 기척을 보내지 못했다.
“으아아.”
그제야 사태를 인지한 군웅들이 신음을 토해냈다.
무너진 천장, 내려앉은 거석을 바라보며 그 아래 깔려있을 음천마령을 떠올렸다. 일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변해 생각의 공백이 일었다.
그때 유일하게 움직인 자가 있었다. 바로 구진광이었다.
섭혼귀령의 대법에 걸린 구진광은 동료를 죽일 기회만 엿보고 있었다. 모두가 난데없이 떨어진 거석에 정신을 빼앗긴 그때 구진광이 검을 들었다.
그는 벼락처럼 옆에 있는 자의 가슴을 푹 찔렀다. 바로 용봉대 대주인 풍사검객이었다.
푸욱-
기습을 받은 풍사검객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구진광을 쳐다봤다. 곤륜의 제자가 왜 자신을 찌른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가슴에선 피가 뿜어져 나왔고, 의식이 희미해졌다.
풍사검객이 바닥에 쓰러진 다음에야 부근 사람들도 그 사실을 인지했다.
서걱-
다시 구진광의 검이 허공을 가르고 이번에도 옆에 있던 다른 대원의 허리를 벴다.
“구, 구소협이!”
위험을 느낀 용봉대가 흩어지며 다급하게 외쳤다. 구진광이 그들을 향해 연달아 검격을 날렸다.
동료였기에 차마 대응하지 못하고 피하느라 정신없는 상황에서 장후성이 다급하게 구진광과 검을 부딪쳤다.
“진광! 정신 차려!”
하지만 구진광의 광기는 진정되지 않았다. 그는 장후성을 향해 다시 검기를 뿜어냈다.
간신히 몸을 돌려 피하는 장후성을 향해 모용예가 소리쳤다.
“오빠! 구 소협은 오래전부터 사마극의 사주를 받았어요!”
그러자 구진광이 광기 어린 눈동자가 모용예를 노려보더니 광소를 터트렸다.
“크하하! 사마극과 내통한 네 년이 할 소리는 아니지?”
순간 모용예의 안색이 파랗게 질렸다. 그녀는 반박도 변명도 하지 못했다.
모용예는 자신도 모르게 장후성의 눈치를 봤다. 이 긴급한 순간에 자연스럽게 터진 그녀의 반응은 장후성에게 진실을 확인시켜주었다.
번쩍!
장후성의 검이 허공을 가르고 구진광의 가슴이 쩍 갈라졌다. 동료가 죽은 자리를 용봉대원의 비명이 가득 메웠다.
광장의 한쪽 구석.
섭혼귀령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무려 용봉대의 대주를 처리했다. 이것만으로도 구진광의 쓰임새는 충분했다. 장후성까지 해치웠으면 더 좋았겠지만, 그것은 구진광의 능력 밖의 일이었으니.
비록 자신의 두 팔이 무흔에 의해 망가졌지만 이것만으로도 그녀는 자신의 존재감을 충분히 확인했다. 아직 자신의 섭혼대법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유용했다.
“한 건 올렸고 이번에는 은옥상 측을…….”
만족한 미소를 입가에 드리우며 몸을 돌리던 섭혼귀령은 갑자기 나타난 한 인영을 발견하고 눈을 부릅떴다. 복장을 보니 마교인이었다. 어딘지 알 것 같은 사람인데 기억이 가물거렸다.
순간 상대가 그녀의 가슴을 향해 가볍게 손을 뒤집었다.
“크윽!”
순간적인 기습에 그녀는 대응하지 못했다. 예전 같았으면 바로 장력으로 맞받아쳤겠지만, 두 팔이 망가진 지금은 단지 생각만 할 뿐이었다.
상대의 공격은 무시무시했다. 가볍게 친 것 같았는데 내부 장기가 완전히 망가졌다. 입으로 울컥 쏟아지는 피를 간신히 머금으며 섭혼귀령은 눈앞의 적을 쏘아보았다.
“누, 누구냐?”
서서히 다리가 굽혀지고 바닥이 가까워지는 가운데 섭혼귀령은 상대의 나지막한 목소리를 들었다.
“나? 나는 북령.”
***
거대한 석판이 떨어져 난장판이 된 광장 한가운데에 무흔이 우뚝 서 있었다.
그는 잔잔한 미소를 머금고 뚜벅뚜벅 걸음을 옮겨 사마극에게 다가갔다.
“으으.”
사마극은 두려움에 질려 한발 물러섰다.
정말 음천마령이 무너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보다 검이든 도든, 아니면 장력이든 무공을 사용해서 음천마령을 처리할 줄 알았건만, 십만 근의 거석이라니.
문득 광천마령이나 뇌천마령도 이런 식으로 처리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떠올랐다. 물론 그곳에는 천장이 존재하지 않으니 위에서 바윗덩어리를 떨구었거나 아니면 절대마령을 절벽 아래로 내몰았거나.
대충 어떻게 된 영문인지 의문이 풀렸다.
“감히 절대마령을…….”
어떻든 간에 결과는 나왔다. 무흔이 절대마령 셋을 모두 처리한 것이 확실했다.
뚜벅뚜벅 걸어온 무흔이 사마극의 앞에 우뚝 섰다.
“이제 어떻게 할 거냐?”
사마극은 바로 대답할 수 없었다. 무흔의 어마무시한 무공을 확인했다. 허공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던 신비한 무공에 강력한 파괴력까지. 가슴에 주눅이 들었다.
지금까지 무흔이 그의 상대라고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오늘 그의 무공을 본 이후 과소평가를 싹 지웠다. 무흔과 일대일로 싸워도 이기기 쉽지 않다. 아니 오히려 패배할 확률이 높다. 더구나 지금 주변 전력을 훑어보면…….
사마극은 양쪽의 세력을 가늠했다.
은옥상과 용봉대가 합치지만 않는다면 아직은 해볼 만한가? 서열 이 위인 적월마왕이 버티고 있고 서열 구 위 섭혼귀령은…… 젠장!
그밖에 서열 십 위의 독의와 십사 위의 혈정마편, 십오 위 독심혈제가 줄줄이 버티고 있긴 하지만 막상 은옥상과 비교하면 절대 우월하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이 음천마령과 염귀팔군을 제거한 무흔 탓이다.
막상 자신조차 무흔이 버겁다고 여겨지는 상황에서 은옥상에 백단영과 장후성까지! 이것은 첩첩산중이었다. 언제 이렇게 전세가 기울었는지 그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으드득!
사마극은 이빨을 질끈 씹었다. 불리해지자 무흔의 제안이 떠올랐다.
오늘 이 자리에서 그를 놓아주는 것과 현실에서 백다연과 박무훈을 놓아주는 것을 맞바꾸자고 했던가. 박무훈은 몰라도 백다연은 놓아주기 싫은데…….
사마극은 아직도 가진 다른 패를 떠올렸다.
음천마령은 사라졌으나 독의가 준 초마단이 남아있다. 초마단은 잠력을 끌어내 내력을 최소한 두 배 이상 증가시킨다던가. 두 배라면 무흔이든 은옥상이든 전혀 두렵지 않았다. 거기에다 수하들까지 초마단을 복용한다면 단번에 이 상황을 뒤집을 수 있다.
‘초마단의 부작용은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다.’
그는 마지막 안배까지 점검을 마쳤다.
[무흔, 약속을 지키리라 믿는다.]
사마극의 전음이 무흔에게 날아갔다.
무흔은 무슨 뜻인지 금방 인지했다. 오늘 이 사태가 어떻게 귀결되든 사마극의 목숨을 살려주면 현실에서 백다연과 박무훈을 놓아주겠다는 거래다.
[이제야 현실을 깨달았나 보군.]
빈정대는 무흔의 전음에 곧바로 답변이 날아왔다.
[흐흐, 아직이다. 기고만장하지 마라.]
무흔과 대화를 끝낸 사마극이 광장 중앙으로 걸어 나왔다.
그 위압감 덕분에 어수선하던 장내가 순식간에 정리됐다.
사마극이 나서자 은옥상도 바로 중앙으로 나오며 요청했다.
“내가…….”
“내가 먼저 할게. 난 사마극과 할 일이 남았거든.”
무흔은 은옥상을 다시 돌려보냈다. 이미 사마극과 한판 싸워 은옥상이 그 위용을 보여주었으니 굳이 은옥상이 위험을 또 감수할 필요는 없다. 은옥상보다 무흔 본인의 무공이 월등히 우세했고 무흔 자신도 사마극과 해결할 문제가 있으니.
정작 사마극은 누구든 신경 쓰지 않았다.
무흔과 대결 구도가 형성되자 사마극이 잔인한 미소를 터트렸다.
“흐흐, 둘만 싸우기보단 여럿이 함께하는 것이 좋지 않겠나?”
사마극이 뒤에 늘어선 자신의 지지자들을 쭉 훑었다. 모두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한 순간 사마극이 품에서 검은색의 작은 단환을 꺼냈다.
“모두 나를 따르라! 힘으로 적을 누르자!”
“와아아!”
적어도 초마단을 먹어 그 능력이 두 배가 되면 은옥상 지지자 측과 용봉대 모두를 제거할 수 있다고 사마극은 확신했다. 그가 무흔을 압도할 수 있는 것도 당연하다.
초마단이 등장하는 순간 사마극 지지자들 역시 광기에 휩싸여 품에서 초마단을 꺼냈다. 그들 모두는 이 순간 초마단이 승리를 가져다줄 비약이란 사실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다만 초마단의 부작용을 누구보다 잘 아는 독의만은 머뭇거렸다.
초마단을 높이든 사마극이 지지자들을 훑어본 후 단숨에 꿀꺽 초마단을 삼켰다.
사마극의 선도적인 행동에 지지자들 역시 조금의 의심도 없이 초마단을 입에 털어 넣었다. 다만 사마극과 주변 지지자의 눈치를 보던 독의는 먹는 척만 했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이해한 은옥상은 걱정에 휩싸였고, 용봉대 쪽에서는 이 사태가 어떤 식으로 발전할지 흥미진진한 눈으로 주시했다.
사마극은 무흔을 무시무시한 눈빛으로 압박했다. 불과 열을 세기도 전에 초마단의 효능이 온몸으로 퍼져 나갔다. 야수의 힘이 전신을 타고 흐르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자신의 성격에 딱 맞는 약이었다. 적어도 지금은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
으드득-
사마극은 상대를 노려보며 이빨을 갈았다.
쿵!
가볍게 구른 진각에 광장에 흩어져 있던 각종 돌과 파편이 폭풍우에 실린 듯 허공으로 솟구쳤다. 그 위력은 군웅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사마극의 동향을 지켜보던 무흔 또한 긴장했다.
‘진짜 초마단이군.’
급증한 사마극의 힘이 거의 절대마령에 육박할 것처럼 느껴졌다.
“흐흐, 이제 넌 끝이다!”
사마극의 오만한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리는 가운데 사마극 지지자들은 마치 자신이 힘을 얻은 것처럼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은옥상과 백단영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사마극의 변화가 심상치 않음을 감지한 것이다.
정작 무흔은 그들에게 가벼운 손짓으로 자신의 의사를 피력했다. 그에게도 최후의 패가 남아있다.
고오오오-
사마극이 내력을 발산하자 산악 같은 하중이 무흔의 어깨에 가해졌다. 천마패가 극으로 펼쳐진 것이다.
과거에 펼쳤던 천마패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위력이 무흔을 억압했다.
무흔은 천마합을 시전했다.
상성 면에서 유리하다고 하나 내력 차이가 크게 벌어지자 천마패의 무시무시한 압력을 벗어나기 어려웠다.
천마패로 무흔을 옥죈 사마극이 발을 구르며 빛의 속도로 무흔을 공격했다. 허공을 날아온 사마극이 마치 매처럼 무흔을 덮쳤다.
강기를 앞세운 사마극의 일권이 무흔의 가슴을 짓이겼다. 순간 무흔은 패천마혼비를 뿌렸다. 강기의 파편이 폭죽처럼 사마극의 몸을 감쌌다가 호신강기에 막혀 하얀빛을 쏟아냈다.
순식간에 두 사람의 신형이 서로 합쳐지고 치열한 공방이 펼쳐졌다. 무흔은 천강십이수를 이용해 상대의 약점을 공략했으나, 사마극의 빠른 속도에 바로 막혔다. 무흔천상보를 펼치며 그 또한 사마극을 따라잡았다.
콰아앙-
강기가 서로 대립하며 폭죽을 터트렸다. 두 사람의 신형이 다시 좌우로 쪼개졌다.
막상막하!
불과 한차례의 공방이었건만, 무흔은 자신이 사마극에게 현저하게 밀린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초마단을 복용한 사마극의 능력은 절대마령에 육박하거나 오히려 절대마령보다 우세했다. 절대마령의 약점이었던 낮은 지능과 느린 속도가 사마극과는 전혀 상관없었으니까.
“크크, 탐색전은 끝이다. 이번에는 목숨을 빼앗아주지!”
승리를 확신한 사마극이 강기를 내뿜었다. 그의 신체에서 푸른빛의 강기가 넘실거리며 뻗어 나왔다. 가히 내력이 극에 이른 절정의 무공이었다.
이대로는 상대를 꺾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자 무흔의 판단은 빨랐다. 지금 현재로는 그가 우세한 부분이 전혀 없었다. 힘에서도 속도에서도 초식에서도 어느 것 하나 믿을 구석이 없었다.
“무흔!”
백단영의 외침이 들려왔으나 무흔은 무시하고 마지막 패를 끌어올렸다.
고오오오-
무흔의 몸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마교의 절정 무공이자 무흔 또한 단 한 번만 사용해보았던 죽음의 무공이 시전된 것이다.
혈우파천만겁공!
초마단과 마찬가지로 몸의 잠력을 일시에 끝까지 끌어올리는 극악의 무공이 무흔에게서 펼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