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독존기 21화
무료소설 이계독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97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21화
예기치 않은 기연(奇緣) (1)
천악은 호수와 물이 닿는 이 부분이 다른 곳과는 다르게 암석으로 이루어진 것을 알아냈다. 암석으로 이루어졌으니 동굴이 무너질 염려는 없었다.
천악이 물에 다가가자 물이 마치 벽을 만난 것처럼 점점 밀려나갔다. 천악의 주위로 반경 1장에 있는 호수의 물이 접근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기의 그물망이 완벽하게 유리의 표면처럼 물을 막은 것이다. 검막으로도 한순간 물의 전진을 막을 수 있겠지만 이것은 검막과는 차원이 다른 힘이었다.
기를 순식간에 조절하여 검막을 형성하는 것은 힘의 폭발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기의 장막은 끊임없이 막대한 기운을 뿜어내야만 가능하다. 경지는 둘째치고 상상을 초월하는 내공이 바탕이 되지 않고서는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일이 바로 지금 일어난 현상이었다.
“그렇게 내공을 낭비할 필요가 있나요, 그저 물에 들어가는 일인데?”
동굴 안에 무엇이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내공 소모는 나중을 위해서 도움이 되지 않았다. 남궁태희는 놀람을 제쳐두고 천악의 내공 소모를 걱정해서 충고를 해주었다.
“전 옷이 젖는 것이 싫습니다.”
뜨악!
단순히 옷 젖는 것이 싫어서 기의 장벽을 구사하다니, 무인들이 들었으면 기절초풍했을 것이다.
너무 진지한 천악의 표정에 남궁태희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천악을 자신이 아는 상식의 잣대로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가 있었다.
* * *
플라이 마법을 시전하여 가볍게 동굴 안으로 들어간 천악의 뒤로 금은혜와 남궁태희가 급히 따라 들어갔다. 어두운 동굴이기에 라이트 마법을 시전했다.
동굴의 내부는 밖에서 생각한 것과는 다르게 상당히 넓은 편이었다. 폭이 반 장 정도는 되어 걸어가는 데 불편은 없었다.
호수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호수의 아래 동굴로 들어가서 다시 땅으로 이어지는 곳으로 연결이 된 것 같았다.
안으로 계속 들어갈수록 습기가 적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50미터를 들어가자 넓은 공터가 나왔다. 공터의 내부는 라이트 마법으로 인해 훤히 보였다.
공터의 중앙에 흰 수염에 대인의 풍모를 가진 노인이 가부좌를 튼 채 앉아 있었다. 노인의 눈은 감겨 있었고 앉은 자리에서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어두운 동굴 안에서 홀로 앉아 있는 노인의 모습이 이상하기까지 했다.
“생명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지만 강한 기운을 풍기고 있군.”
노인의 몸에서는 생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오래전에 이미 운명한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천악은 그럼에도 시신이 훼손되지 않고 그대로 보존된 것이 의아했다.
눈 감은 노인에게 생기는 느껴지지 않았지만 내공의 기운이 뭉쳐져서 기운을 발산하는 것이 느껴졌다.
천악은 노인의 주변을 돌아보았다. 바닥에 쌓인 먼지들과 오랜 기간 사용했던 등불이 있었다. 등으로 사용된 그릇은 많이 낡아 있었다.
여러 가지 정황들이 무척 오랜 시간이 지난 것을 알려주었다. 노인이 입고 있는 옷도 건드리기만 하면 부서져버릴 것처럼 여기저기 해져 있었다. 그럼에도 시신이 온전히 유지되었다는 것이 신기했다.
쩌저적!
그때 시신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대창궁무애검진으로 보호되어 아무도 접근을 허락하지 않았던 곳에 사람이 들어옴으로써 노인의 몸이 외부의 기운에 노출되어버린 것이다. 움직이지 않은 곳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자 노인의 몸에 균열을 일으킨 것이다.
“사람의 호흡으로 부서지려고 하는 것인가?”
금은혜와 남궁태희가 놀라서 천악을 바라보았다.
“이 노인이 누군데 이곳에 잠들어 있는 거예요?”
“수백 년을 유지했던 몸이 새로운 기운을 만나면서 파탄을 일으킨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내공으로 육체를 보호했었다는 말이군요.”
사람이 죽으면 육체는 몇 년 안에 썩어서 사라지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런데 수백 년이라는 시간 동안 몸을 유지했다면 생전에 가지고 있었던 내공이 상상을 초월했다는 소리였다.
그녀들은 지금 앞에 있는 노인이 누군지 너무도 궁금했다. 노인의 정체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느낀 것이다.
후드득!
노인의 몸이 완전히 부서지고 뼈조차도 바스러져버렸다.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노인의 몸이 먼지로 화했다. 처음부터 보고 있지 않았다면 믿지 못했을 것이다.
벽 위로 노인의 검이 지나간 흔적이 남아 있었다. 천악이 벽의 한 부분을 만져보았다. 동굴을 구성하는 돌의 성분 중에 철이 많이 섞여 있는지 생각보다 단단했다. 웬만한 검으로는 흠집을 내는 것도 쉽지 않았다.
노인이 남긴 것인지 알 수 없지만 검흔은 아직도 살아 숨 쉬는 것처럼 생기를 발산했다. 검을 저 정도로 세밀하게 움직여서 글을 남긴다는 것 자체가 놀라웠다. 검강을 구사하는 것은 둘째치고 검강의 힘을 바늘구멍이 통과할 정도로 작게 움직였다는 소리였다. 내공의 출수와 회수가 놀랍도록 정밀한 자만이 가능한 일이었다.
남궁태희도 검흔을 보고 입을 쩌억 벌렸다. 검에 남겨진 힘을 그녀가 느낀 것이다. 검흔에서 창궁무애검법의 기운이 살아서 꿈틀거리는 것처럼 머릿속에 그려졌다. 만지면 바로 베어질 것만 같은 검흔을 남긴 자는 분명 대단한 고수일 것이다.
검흔으로 남긴 글의 내용은 천악과 여인들의 생각하는 것이 아니었다. 즉, 후인을 위해서 대단한 검법이나 구결, 또는 상승의 무리를 적어놓은 것이 아니라, 그저 한 사람의 일생에 대해 후회로 점철된 개인적인 내용이었다.
천악은 그 내용을 읽어 내려갔다.
후회스럽구나!
누군가 이곳에서 나의 글을 보고 있다면 그는 분명 남궁세가의 인물일 것이다. 내가 설치한 대창궁무애검진을 뚫고 들어오려면 창궁무애검법을 익힌 자여야만 가능하다.
나는 남궁세가의 8대 가주였던 남궁무적이라고 한다. 오랜 시간 강호를 살아가면서 과분하게도 검황(劍皇)이라는 칭호를 얻었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검의 절대경지를 넘볼 수 있는 자질을 가졌으며 성취도 뛰어났다. (중략)
젊은 시절 나는 한 번의 사랑을 나누었다. 그녀는 나의 모든 이성을 송두리째 뺏어갔다. 우리 둘은 사랑했고 간절했다. 나의 모든 것을 던져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다. 하지만 우리의 사랑이 깊어갈 수록 서로에 대해 알아갈수록 갈등도 깊어졌다.
그녀는 나와는 같이할 수 없는 사파무림의 여인이었다. 정도무림을 이끌어가는 남궁세가의 무인으로서 사파무림의 여인과 혼인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녀는 바로 홍염마녀(紅艶魔女)라 불렸다.
나는 그녀가 마녀라 불리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 원수에 의해 부모를 잃고 복수를 한 것 때문에 마녀라고 불리게 된 것이다. 그녀는 불쌍한 여인이었다.
나는 그녀를 위해 남궁세가를 버릴 생각까지 했다. 그 생각을 하며 그녀를 만나러 가는 길이 나의 인생에서 그녀를 볼 수 있는 마지막 날이 되어버렸다. 남궁세가의 반대를 알게 된 그녀가 내 앞길을 위해 스스로 자결하고 만 것이다.
나는 너무 서글펐다. 고작 정도와 사파라는 구분 때문에 왜 우리의 사랑이 이루어질 수 없는지 분하고 또 분했다. 모든 것이 다 싫었다. 옆에서 충고를 하는 동생과 장로들의 말도 싫었다. 하지만 나는 남궁세가의 가주였기에 어쩔 수 없이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다해야 했다.
사랑을 잊으려고 나는 검에 몰두했다. 그리고 나는 제왕검법 이외에 하나의 검법을 창안했다. 그것이 바로 창궁무애검법이다.
끝없는 창공에 그녀와의 사랑이 스며들기를 바라면서 검법을 만든 후 나는 이곳으로 와서 내 일생을 마무리 지을 생각을 했다.
사랑은 한 번 가면 가슴속에 앙금으로 남는다.
후인이여,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릴 수 있는가? 그렇다면 행복한 결정을 한 것이다.
피식!
천악은 글을 끝까지 읽으면서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왔다. 설마 이런 장소에서 그저 개인의 사적인 푸념이나 읽게 될 줄은 미처 몰랐다. 누가 그런 생각을 하겠는가.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라고 남기다니, 제정신이 아니군.’
남녀 간의 사랑을 일평생 짐으로 지고 사는 사람도 분명히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랑은 현재의 사랑에 충실하고 변하기 마련이다. 변하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니다. 마음이 움직이는 것을 거부하려고 하는 것이 오히려 죄악이다.
무언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무너뜨리는 노인의 글에 천악은 고개를 내저으며 흥미를 잃어갔다.
금은혜도 마찬가지였다. 조금이라도 돈이 생기는 것이 있다면 손 안에 움켜쥐려고 했건만 상승검법은 어쩔 수 없다고 쳐도 고철덩이 하나도 없는 이 동굴을 왜 만들었는지 화가 났다.
주르륵!
차가운 빙화 남궁태희는 그 유치한 글에 눈물을 흘렸다.
천악과 금은혜는 구구절절 낯간지러운 말을 서슴없이 써놓은 글을 보고 눈물을 흘리는 남궁태희가 정상처럼 보이지 않았다.
남궁태희는 눈물과 더불어 감격스러운 표정이었다. 그녀는 이 노인의 정체를 알자마자 경악을 했다.
남궁세가의 가주는 대대로 검왕이라는 칭호를 받았다. 검의 제왕이라는 평가를 받아왔고, 당연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노인은 검황이라고 불렸다.
검의 황제라는 칭호는 아무에게나 붙일 수 없었다. 지금 시대에도 검황은 존재하지 않았다. 일세를 풍미한 고수들조차 감히 뒤에 ‘황’ 자를 붙이지 못한다. 그럼에도 남궁세가 최초로 검황의 별호를 얻은 것이다. 3백 년 전에 활약한 남궁세가 최고의 고수가 바로 남궁무적이었다.
남궁세가 내에서 신화처럼 전해 내려오는 검황 전설의 주인공을 직접 봤다는 것에 남궁태희는 감격했고, 그의 사랑에 대한 일편단심을 보자 저절로 눈물이 흐른 것이다. 다른 사람이라면 느낄 수 없는 기분을 남궁태희 혼자서 느끼고 있었다.
타닥!
남궁태희가 노인이 있었던 자리에 절을 하였다. 조상님에 대한 예의였다.
그녀는 절을 하고 경건하게 검황이 있었던 곳을 보았다. 뼈가 부서져 무너진 곳 중앙에 빛을 발하는 작은 구슬이 있었다. 남궁태희는 그 구슬이 바로 검황 남궁무적의 내공이 뭉쳐진 내단(內丹)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내단을 집었다. 내단의 크기는 작은 구슬보다 약간 큰 정도였다.
검황의 내공이 고스란히 모여 이루어진 내단은 무인에게는 천고의 보물이나 마찬가지였다. 영물, 영과, 영단과는 비교가 될 수 없는 내단을 탐내지 않는 무인은 없을 것이다.
천악은 내단에서 내공의 기운을 뿜어낸 것을 이제야 알았다. 그러나 흥미는 없었다. 자신은 고작 죽은 사람의 내단을 탐할 정도로 궁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죽은 사람에게 무언가를 얻는다는 것 자체가 뭔가 찜찜했다.
천악이 흥미 없어 하는 것과는 다르게 금은혜는 탐욕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그러나 그것은 무인으로서의 탐욕이 아니라 돈이 된다는 재빠른 계산에 의한 탐욕이었다.
‘검황의 내단! 아, 달랄 수도 없고……!’
금은혜는 내단을 달라고 할 명분이 없었다. 그녀는 내단의 주인도 아닐뿐더러 남궁세가와는 전혀 상관없는 인물이었으니까.
하지만 천악은 달랐다. 대창궁무애검진을 와해시킨 인물이 천악이었으니 소유권이 반 정도는 있는 것이다.
“저, 설마 그거 혼자 가지겠다는 것은 아니겠지요?”
찌릿!
남궁태희는 금은혜의 이 같은 말에 기분이 상했다. 이 내단은 남궁세가의 것이었다. 더군다나 창궁무애검법을 익힌 자신이라면 이 내단을 복용할 권리가 있었다. 또한 천악에게 진 것이 내공이 부족한 탓이라 생각했던 남궁태희는 이 내단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지 않았다.
어리석은 생각이 남궁태희의 뇌리를 가득 채웠다. 창궁무애검법을 익히는 무인에게 창궁무애심법(蒼穹無涯心法)으로 뭉쳐진 내단을 바로 삼킨다면 초절정으로 가는 문을 확실하게 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말이다.
남궁태희는 천악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바로 내단을 입 안으로 털어 넣었다. 뺏기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잘못된 판단을 하게 만든 것이다.
꿀꺽!
“어, 어?”
금은혜는 갑작스럽게 내단을 삼켜버린 남궁태희의 행동에 기가 막혔는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허탈해 했다.
남궁태희는 내단이 목을 타고 뱃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군 공자에게는 미안하지만 다른 보상으로 해줄게… 억!”
그녀는 갑작스럽게 뱃속에서 요동치는 기운에 급히 운기조식을 해야 했다. 웅대한 기운은 남궁태희의 전신으로 퍼져나가면서 심한 고통을 동반했다. 검황의 내단이 가진 힘은 운기조식으로 쉽게 흡수될 수 있을 정도로 만만하지 않았다.
“으으으윽!”
남궁태희는 입을 벌리지 않으려고 애를 쓰며 창궁무애심법에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그녀가 잘못 생각한 것이 있었다. 검황의 내단은 가공할 양강지력(陽剛之力)을 가지고 있었다. 그 스스로도 말을 했다. 단 한 번의 사랑이었다고. 그는 자신의 순결을 끝까지 지켰다. 자식도 없이 홀로 고련한 검황의 내단은 자연스럽게 양강지력이 형성될 수밖에 없었다. 양의 정기만으로 가득 채워진 내단을 그에 상응하는 영약과 같이 복용하지 않았으니 남궁태희가 버틸 수 없는 것이 당연했다.
그녀의 온몸이 서서히 붉어지더니 얼굴까지 붉게 변했다. 그리고 온몸의 힘줄과 근육이 터질 것처럼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천악이 보기에 남궁태희는 지금 상당히 위험했다. 검황의 순수한 양강지력을 남궁태희가 버티지 못하는 것이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혈맥이 모두 터져서 폭발할지도 몰랐다.
“오라버니, 저러다 죽는 것 아니에요? 어떻게 좀 해봐요!”
금은혜는 남궁태희의 행동이 괘씸했지만 죽을 정도로 잘못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아까운 목숨이 저렇게 어이없게 죽는 것을 두고 보기 힘들었다.
그녀는 사정조로 천악에게 부탁했다. 그녀도 저런 상태를 회복시키는 방법을 알지 못했다. 그러나 천악이라면 무슨 방법이 있을 것이다.
천악은 고민했다. 자신은 남의 일에 관심은 없었다. 금은혜가 부탁을 하는데도 잠시 동안이지만 가만히 있었다.
“욕심을 부려 생긴 일인데 내가 도와주어야 하나?”
“그래도 같이 왔잖아요. 그리고 소풍에 데려온 것은 천악 오라버니잖아요. 다른 것은 둘째치고 오라버니가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해요!”
“그렇군. 내가 책임을 져야겠군.”
기절한 여인을 데리고 와서 죽게 하면 나중에 남궁세가에서 상당히 귀찮게 할 게 분명했다. 스스로 욕심을 부리다가 죽었다는 자신의 말을 믿어줄지도 의문이었다. 그럴 바에는 조금 수고를 하는 것이 나았다.
천악은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운기조식하는 남궁태희에게 다가가서 그녀의 몸 주위로 마법진을 설치했다. 신중하게 마법진을 설치하고 마법을 발동시켰다.
-타임 슬로(시간의 감속)!
남궁태희의 주변으로 시간이 느리게 가도록 하는 마법을 시전한 것이다. 타임 슬로는 9서클의 마법이었다.
타임 스톱(시간 정지)이라는 마법이 있기는 하지만 이것은 신을 초월하는 마법이었다. 아무리 천악이 대단해도 시간을 정지하는 것은 이 세상의 원칙을 위배하는 행위이기에 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었다.
시간은 세상이 돌아가는 원동력이다. 그 원동력을 마나의 뒤틀림이라는 마법으로 막아내는 것은 천악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타임 슬로도 공간의 제약이 있었다. 마음먹은 대로 시간을 느리게 할 수 있는 범위도 1장 이내 정도였다.
남궁태희 주변으로 마법진을 사용한 것은 시간의 느림을 더 강하게 만들기 위해서였고, 타임 슬로를 남궁태희 주변에 설치한 이유는 바로 그녀의 변화가 너무 빨라서 천악이 생각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영단이 있는 것이 아니니 지금 그것을 해결할 방안을 찾는 것이 급선무였다.
“은혜야.”
“왜요, 오라버니!”
“양강지력은 음한지력(陰寒之力)이나 빙극지력(氷極之力)을 가진 것으로 중화가 되지 않을까 하는데, 너는 어떻게 생각하지?”
천악이 오래 고민한 끝에 도출한 내용을 금은혜에게 말을 했다.
금은혜는 순간 울컥했다. 그 정도는 강호무인이라면 다 아는 내용이었다. 태극은 음양이고 음양의 기운이 조화를 이루어야 균형이 유지된다는 것은 무학을 배울 때 처음 배우는 이치였다. 그런 것을 물어보는 천악의 의도가 뭔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지금 이 동굴에 음한지력과 빙극지력을 머금은 영물이나 영단이 있을 턱이 없었다. 지금 당장 해결할 수 없는 것을 가지고 물어보자 짜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