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독존기 20화
무료소설 이계독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12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20화
깨달음의 시간, 소풍 (4)
‘응?’
금은혜는 전부터 이상하지만 걸고 넘어가지 않은 것이 갑자기 생각났다. 이 기분은 뭘로 설명할 수 없는 찜찜한 것이었지만 두려움으로 인해 잠시 말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왜 저한테는 반말을 하고 저 여자에게는 존댓말을 해요?”
“너는 나를 오라버니라고 했다. 동생에게 존댓말을 하는 오라버니가 있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는데, 내가 틀렸나?”
따지고 보면 맞는 말이었다. 금은혜는 천악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아양을 부리며 오라버니라고 불렀다. 그런데 이제 와서 왜 반말을 하냐고 따지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됐다.
금은혜는 오히려 기분이 좋아졌다. 천악의 대답을 듣고 보니 자신을 인정한다는 소리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같은 혈족이 아닌 이상 사내와 여인이 오라버니라고 부를 수 있는 관계는 딱 한 가지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물론 금은혜도 여기까지 앞서서 생각하지는 않았다. 터무니없는 말이라는 것을 그녀도 알기 때문이다.
천악이 불같이 화를 내는 것을 보지는 못했지만 단 한 줌의 열화만으로도 태산을 태울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저 조금씩 천악에게 다가가고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정을 쌓으면 되는 일이었다. 그녀는 투자에 대해서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해서는 희생이 필요하고, 그 희생이 클수록 가장 큰 수확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남궁태희가 여기까지 따라온 이유는 다른 것에 있지 않았다. 알고 싶었다. 어째서 천악이 이처럼 강한지를 직접 듣고 싶었다.
그러나 무공에 대해서 묻는 것은 무림인들 사이에서는 불문율이었다. 쉽게 물어볼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기에 망설이고 있었다. 망설임이 길어질수록 그녀는 참지 못했다. 결국 천악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았다.
“군 공자는 어떻게 해서 그토록 강해졌나요?”
천악은 남궁태희의 말에 웃음이 났다.
그가 강해진 이유는 겁이 많고 세상을 두려워했기 때문이었다. 나약함과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마음을 닫았고, 끊임없이 혹독하게 몸을 다루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자 그는 강자가 되었다.
천악이 보기에 남궁태희는 약하지 않았다. 과거의 자신과 비교하면 터무니없이 강한 여인이었다. 그러나 해줄 말은 한 가지 있었다.
“창궁무애검법이라고 했나요?”
“그래요. 저의 독문검법이자 남궁세가가 자랑하는 검법이에요.”
지금까지 자신이 천악에게 진 것은 성취가 낮아서이지 창궁무애검법 자체가 모자라서 진 것이 아니라는 자부심이 묻어나오는 말투였다.
“하늘은 끝이 없고 넓습니다.”
“당연한 소리 하지 마세요. 그 말을 왜 지금 하죠?”
“하늘은 세상의 모든 것을 포용하는 관대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남궁 소저는 지금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까? 저는 창궁무애검법을 잘 알지 못합니다. 물론 알고 싶지도 않습니다. 창궁무애검법이 가지는 말뜻에서 느껴지는 관대함을 아직 소저는 갖지 못했습니다. 그저 제가 강하니까 그것을 시기하고 있는 겁니다. 시기심이야말로 무공을 익히는 자에게는 독이 되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아닌가요?”
쿵!
남궁태희는 순간 천둥이 치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무공을 익히면서 여인의 신체적 한계에 대한 자격지심으로 인해 자신도 모르게 정체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녀는 다시 한 번 자신의 삶을 관조하는 기분을 맛보아야 했다.
‘내가 나도 모르게 시기심을 가졌다는 것인가? 맞아, 하늘은 끝이 없는데 나는 도리어 한정을 짓고 있었던 거야.’
스르렁!
검이 손을 잡은 것인가, 손이 검을 잡은 것인가? 둘 중 어느 것인지도 모를 정도의 감격한 기분으로 남궁태희는 검을 빼어 들었다. 빼어 든 검을 들고 그녀는 지금까지 배운 창궁무애검법의 처음부터 끝까지 천천히 움직여 나갔다.
빠름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창궁무애검법은 세상을 품었다가 다시 세상을 놓아주며 그 한계를 벗어나려는 듯한 남궁태희의 검의 궤적이었다.
궤적이 유려하게 뻗어나가자 사방으로 검의 푸른빛이 반사되었다.
깨달음은 한순간에 찾아온다고 하지 않는가! 이 짧은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 남궁태희는 바로 검을 들었다. 그녀의 일생에 오늘보다 중요한 날이 언제 다시 찾아올지 몰랐다. 이 소중한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은 모든 무인들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차차착!
“히합!”
기합소리가 들리며 남궁태희의 검이 하늘을 품안에 넣었다가 다시 하늘을 향해 일직선으로 뿌려나갔다.
1각이 흐르고 2각이 흐르는 시간 동안 남궁태희의 검무는 계속되었다. 아름다운 여인이 천악의 라이트 마법에 반사되어 더욱 신비로운 모습을 자아냈다.
남궁태희의 검무는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이었다. 보는 사람의 혼을 빼앗을 정도로 아름다우며 그 안에 깃든 힘은 너무 포근하며 웅대했다.
남궁태희는 자신도 모르게 점점 호수로 다가갔다. 푸른 호수의 맑은 기운이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쿠쿠쿵! 우우우우웅!
남궁태희의 검이 움직이는 궤도에 따라 호수의 한 면이 아지랑이처럼 일렁이더니 굉장한 힘이 주변으로 뻗어나갔다.
그 힘은 창궁무애검법에 동조를 하며 세상의 기운을 모두 그 안으로 끌어들이려고 하는 것 같았다. 기운은 바람이 되었고, 바람은 안으로 회오리를 형성하여 남궁태희 외에는 누구도 접근하지 못하게 하였다.
휘이이잉!
바람의 세기가 강해질수록 남궁태희의 검무는 끝을 향해 치달았다. 보는 이로 하여금 몸을 유지하지 못하게 하는 돌풍이었다.
창궁무애검법의 마지막인 창궁무애(蒼穹無涯)가 마지막으로 펼쳐지고 나자 주변의 기운이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평온한 얼굴의 남궁태희만이 조용히 눈을 감고 서 있었다.
번쩍!
눈을 뜬 그녀는 조금 전까지의 남궁태희가 아니었다. 심연의 바다처럼 가라앉은 눈동자에서는 맑고 푸른 기운이 맴돌았다. 그 전까지 가지고 있었던 시기심이나 천악에 대한 질투심 등은 사라지고 없었다.
남궁태희가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천악의 말에서 느낀 깨달음과 더불어 호수의 물과 뭍이 닿는 그 경계에 생각지도 못한 진이 형성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진은 남궁태희가 가장 잘 아는 진법이었다. 아니, 잊을 수도 없는 진법이 이곳에 설치되어 있었다. 남궁세가의 인물이 아니고서는 설치할 수 없는 진법이, 그것도 사람이 아닌 자연과 어우러져 펼쳐져 있다는 것에 남궁태희가 가장 먼저 놀랐다.
“대창궁무애검진(大蒼穹無涯劍陣)이 이곳에 설치가 되어 있다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천악도 좀 전에 보인 그 기이한 현상에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남궁태희가 진법이라고 하자 더 의혹이 생겼다.
이곳은 소호라는 호수 중에서도 인적이 드문 외곽지역이었다. 사람들의 왕래가 뜸한 장소에 남궁세가의 검진이 펼쳐져 있는 것에 의문이 들었다.
“검진은 사람이 펼치는 것 아닌가?”
“맞아요. 창궁무애검법을 익힌 자가 다섯 명이 있어야 제대로 된 위력을 낼 수 있는 것이 바로 창궁무애검진이에요. 그런데 지금 이처럼 자연적인 장소에 인위적으로 창궁무애검진과 같은 효과를 내는 진법이 설치가 되어 있다니, 저로서도 이해할 수 없네요.”
천악이 그 기운이 서린 진법의 외곽으로 다가갔다. 다가가서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치치칙!
손과 진법의 공간이 부딪치면서 스파크가 일어났다. 검진이 천악의 손이 들어가는 것을 방해하였다. 사람이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 미증유의 힘이 작용하고 있었다.
‘날 막는 것인가?’
고작 진법 따위가 자신의 손을 거부하는 것을 허락하고 싶지 않았다.
창궁무애검법에는 반응을 하며 그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지만 허락 되지 않는 자는 진법의 공간에 들어가는 것조차 막는 것이 마치 진이 살아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금은혜는 천악이 진법 앞에서 들어가지 못하는 것을 보며 고소를 지었다. 진법은 무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자고로 머리를 써서 진법이 움직이는 그 원동력을 차분히 연구하여 파해(破解)를 해야 하는 것이다. 천악처럼 무턱대고 힘으로 밀어붙이면 저렇게 안으로 접근조차 할 수 없는 꼴을 당한다.
금은혜가 진법을 잘 아는 이유는 바로 도둑질을 잘하기 위해서 나름대로 공부를 했기 때문이다.
값비싼 물건을 갖고 있는 사람은 물건을 도둑맞지 않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 한다. 경비무사나 호위무사를 거느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최고로 어려운 것은 바로 진법가를 고용하여 진법을 설치하는 것이다. 진법은 혼란과 착시를 주기도 하며, 정신을 피폐하게 하여 괴롭히기도 한다.
그녀는 무영신투의 진전을 이으면서 많은 진법서를 봐왔으며 따로 공부를 열심히 했다. 오늘 그 실력을 천악에게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그동안 천악의 괴물 같은 신위에 위축되었으며 그 놀라운 능력에 부러워해야 했다. 이제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어 자신도 한 몫 할 수 있는 현명한 여인이라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그런데 그때 금은혜가 경악했다.
“아, 저런 말도 안 되는 짓을!”
그녀는 지금 보고 있는 것이 현실인지 꿈인지 알 수가 없었다.
“지, 진…법을 찢다니!”
검으로 가른 것도 아니고 주변을 조금씩 부숴서 진의 축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게 한 것도 아니라 그저 손으로 진을 찢어버린 것이다.
남궁세가가 자랑하는 대창궁무애검진을 저런 식으로 와해시켜버리다니 말도 안 되는 현실에 남궁태희도 놀라고 있었다. 좀 전에 자신에게 힘을 주었던 대창궁무애검진 속에 담긴 오의의 힘을 조금이나 느낀 남궁태희의 놀람은 다른 사람보다 더 컸다.
천악을 부정하는 공간을 향해 야수안(野獸眼)이 발동되었다.
야수안은 본능에 기본을 둔 절대영안(絶對靈眼)이었다. 상대의 작은 단면이지만 마음까지도 볼 수 있는 야수안이 발휘되자 대창궁무애검진의 흐름이 눈에 들어왔다. 느슨해진 그물처럼 잔잔히 흐르던 진의 기운이 누군가 침입을 하면 촘촘한 검막(劍膜)처럼 폭풍 같은 힘으로 침입자를 막아내었다.
천악의 손이 위에서 아래로 대창궁무애검진의 힘을 힘으로 짓눌러서 찢기 시작했다.
우르르르! 꽈과과광!
천지가 개벽하는 듯한 굉음과 더불어 진의 힘이 한꺼번에 폭사를 하며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오랜 기간 형성된 힘이 마지막 용틀임을 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진을 찢어버린 천악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고작 진법으로 자신의 야수권을 막아낸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다. 육체의 힘이 진법의 힘을 초월해 버린 것이다. 보통사람이라면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경천동지할 일이었지만 천악에게는 너무 쉬운 일이었다.
남궁태희가 허탈한 표정으로 그 굉장한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오늘 그녀는 짧은 순간이나마 생애에 다시 올 수 없는 깨달음을 얻어 이제 만족한 경지에 이르렀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다시 그녀는 좌절을 맛보아야 했다. 바로 깨달음을 준 천악에게 말이다.
‘저 무식한 내공과 힘에 비하면 나의 발전은 초라할 뿐이구나.’
내공이 조금 더 뒷받침이 되었다면 아까의 깨달음에서 환골탈태도 가능했을지 몰랐다. 그녀는 순식간에 절정에 이를 수 있었으며, 더 나아가서는 환골탈태를 통해 초절정의 경지에 발을 들여 놓았을지도 몰랐다.
금은혜도 기가 막혀서 말을 하지 못하고 멍하니 그 광경을 보고만 있었다.
‘저 인간은 누구 기 죽이는 데는 일가견이 있어. 젠장! 뭘 먹고 저런 괴물이 된 거야!’
천악이 부서진 진을 확인해 보았다.
호수와 땅이 만나는 장소가 좀 전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지금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났다. 물의 표면에 비치는 작은 동굴이 오랜 시간을 지나 드러냈다. 천악은 사람이 간신히 통과할 만한 수중동굴을 가리려고 진을 설치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진으로 감출 정도면 귀한 것이 있을지 모르겠군.”
남궁세가가 자랑하는 검진이 오랜 시간이 지나도 유지될 수 있도록 설치를 했다면 보통사람은 아닐 것이다.
자신이 블랙 드래곤의 유적을 발견한 것이 우연에 의한 일이었다면 이번에 발견한 것은 남궁태희의 기연과 맞물려 일어난 행운이었다.
천악은 진삼을 불렀다.
“진삼, 내가 저 동굴로 들어가는 동안 이곳을 잘 지키도록 해라.”
“예, 물론 잘 지키겠습니다.”
천악이 물속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남궁태희가 천악을 막았다.
꿈틀!
갑자기 앞길을 막는 남궁태희의 모습에 천악의 표정이 싸늘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물었다.
“왜 막는 겁니까?”
“몰라서 그래요?”
“모릅니다. 그러니 비키십시오.”
남궁태희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반응이었다. 남궁세가의 검진이 설치된 곳에 나타난 동굴이었다. 그 동굴엔 남궁세가의 고인이 잠들어 있을지도 몰랐다. 그것을 타인에게 보여줄 수 없는 것이 남궁태희의 입장이었다.
“이곳은 대창궁무애검진이 설치된 곳이에요. 그렇다는 것은 남궁세가의 무인이 잠들어 있을지 모른다는 소리입니다. 당연히 이곳은 남궁세가의 소유예요!”
“당연,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겁니까? 진법을 와해한 것은 바로 접니다. 그리고 남궁세가의 검진이 있다고 해서 자신들도 모르던 곳을 자신의 것이라고 우겨도 되는 겁니까? 세상에 어느 미친놈이 기연을 남에게 양도를 합니까? 그게 타당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천악은 남궁태희의 말에 화가 났는지 말투가 바뀌어 있었다. 그녀에게 예의를 차린 것은 어디까지나 남궁혁성의 동생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방해물이 된다면 그것은 적이나 마찬가지였다. 적에게 말을 높일 정도로 천악은 예의바른 인간이 아니었다. 솔직히 기연 따위는 필요없었지만 남궁태희의 말이 괘씸했다.
“헙!”
남궁태희는 천악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막강하고 광폭한 기운에 뒤로 주춤거리며 물러났다.
‘으윽! 너무 지독해!’
지독한 기운은 마치 자신의 몸을 칼로 찌르는 듯한 충격을 주었다. 즉시 기운을 와해시키기 위해 창궁무애심법을 끌어올려 혈맥을 보호하지 않았다면 심각한 내상을 입었을지도 몰랐다.
그녀는 생각을 바꿨다. 천악의 말이 틀리지 않은 것이다. 그래도 자신의 권리를 말해 줄 필요는 있었다.
“잠…시만요!”
기운을 갈무리한 천악이 말을 했다.
“뭐지?”
“제가 잘못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곳은 남궁세가의 조상님이 있을지 몰라요. 다른 건 몰라도 같이 들어갈 수 있는 권리 정도는 있지 않나요?”
타당하다 생각한 천악이 고개를 끄덕였다. 조상님의 묘를 보자는 말이었으니 딱히 부정할 수 없었다.
천악의 기세가 줄어든 그 틈에 금은혜가 잽싸게 꼽사리를 꼈다. 기회는 아무 때나 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안 금은혜의 재치였다.
“저도 같이 가고 싶어요. 전 구경만 할 테니 없는 셈 치세요. 헤헤…….”
“그래, 알았다. 하지만 손을 잘못 놀리면 잘릴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도록.”
금은혜는 천악의 살벌한 말에 몸이 움찔했지만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으로 극복을 하려고 했다. 그녀도 전에 도둑질한 것을 알기에 천악의 말에 부정하지 못한 것이다.
‘제발 내 손아, 내 의지를 거역하지 마라.’
무영신투의 무공을 익히면서 그녀는 스스로의 손이 마음보다 빠르게 남의 물건을 슬쩍한다는 것을 경험했다. 손 잘리기 싫으면 알아서 잘 단속해야 했다.
천악이 허락을 했으니 남궁태희로서는 어쩔 수 없었다. 같이 들어가서 동굴을 확인하고 남궁세가의 조상님이라면 그분의 물건을 남궁세가로 가져와야 했다.
홀로 남게 된 진삼이 입맛을 다셨다. 감히 꿈도 꾸지 못할 여인들 두 명과 같이 있을 수 있는 기회였건만 역시 세상은 만만하지 않았다.
‘아쉽다. 그림의 떡이지만 좋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