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독존기 19화
무료소설 이계독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44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19화
깨달음의 시간, 소풍 (3)
고 총관은 절대 사실을 말할 수 없었다. 장주가 남궁태희를 기절시키고 마차에 태워 끌고 갔다고 하면 남궁혁성이 어떤 표정을 짓겠는가. 아마 환장하고 미칠 것이다.
‘다 소가주의 정신건강을 위해서 하는 거짓말입니다.’
남궁혁성은 현실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저렇게 멀쩡한 인간이 거짓을 말하고 있는 것 같지도 않으니 뭐라고 말을 하지 못했다.
“그럼 언제 오는가?”
“사흘 정도 걸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원래 장주님 성격이 제멋대로인지라 정확하게 뭐라 말씀드리기 어렵군요.”
“그것도 그렇군. 이거 어쩌지? 여기서 기다려야 하나?”
“방은 많지만 공사 중이어서 시끄러운데, 괜찮으시겠습니까?”
“그런데 무슨 공사를 하는 것인가? 저쪽을 보니 인부들도 꽤 많던데, 장원을 다 뜯어고치는 건가?”
“장주님이 대장간을 만든다고 하던데 평범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또 집도 다시 만든다고 하시네요.”
“대장간은 왜 만드나? 그리고 지금도 이렇게 좋은데 굳이 다시 만들 필요가 있나?”
남궁혁성이 보기에 풍운장원은 남궁세가보다 좋으면 좋았지 절대 못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다시 고치려는 천악의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더군다나 장원 내에 대장간을 만들어서 무엇을 만들려고 하는지 진짜 궁금했다.
‘진짜 어디로 튈지 아무도 모르겠군.’
* * *
따그닥! 따그닥!
진삼이 마차를 천천히 몰았다. 산들바람을 맞으며 마차를 모는 진삼도 기분이 좋았다. 합비에서 나오는 길에 마주친 사람들이 마차를 보면서 다들 감탄하자 우쭐하는 마음이 든 것이다.
마차 안에선 천악과 금은혜가 밖의 풍경을 구경하고 있었다. 아직 남궁태희는 기절한 상태였다.
금은혜가 혀를 찼다.
‘납치된 주제에 잘도 자는구나.’
금은혜에게 남궁태희는 방해꾼이었다. 그런 여인이 평온하게 잠을 자고 있는 모습에 심통이 나지 않을 수 없었다.
“으음!”
남궁태희가 금은혜의 날카로운 시선을 느꼈는지 잠시 뒤척이다가 천천히 눈을 떴다. 시야에 들어온 마차 안의 풍경에 남궁태희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가 자신을 기절시킨 군천악을 보자 허리를 벌떡 세웠다.
“이게… 무슨 짓이죠?”
“자다가 갑자기 앞뒤 잘라먹고 말을 하면 내가 어떻게 압니까? 진정하고 심호흡을 한 후에 말을 하세요.”
정중하면서 타이르는 듯한 천악의 말에 남궁태희의 고운 아미가 찡그려졌다. 그녀는 어린아이가 아니었다. 그런 대접을 받을 이유도 없을뿐더러 자신의 모든 것을 헛수고로 만든 사내의 입에서 나온 말에 수긍하기도 힘들었고 화가 났다.
“내가 왜 여기 있냐는 거예요?”
“음, 기절한 여인을 그냥 둘 수 없어서 데리고 온 겁니다.”
천악의 대답에 남궁태희는 기가 막혔다. 남궁세가의 여인인 자신에게 동의도 구하지 않고 데리고 와놓고서는 당연한 듯이 말을 하니 어이가 없었다.
‘후후!’
금은혜도 대화를 들으면서 웃음이 나오는 것을 참아야 했다.
마치 벽하고 말을 하는 것 같지만 사실을 교묘하게 섞어서 말을 하니 그 대화가 더 흥미진진했다. 천악이 지금 말한 것 중에 거짓은 없었으니 말이다.
“그게 말이 되나요? 나의 동의도 없이 마차에 태우다니 이런 짓을 하고도 무사할 줄 알아요?”
“그때는 소저가 기절해서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이제라도 가기 싫다면 마차에서 내리십시오.”
“이익!”
남궁태희는 뻔뻔스럽게 대답하는 천악과 더는 대화를 지속할 수 없었다.
사실 자신이 기절한 것은 맞았고, 그 상태에서 대답을 듣는 것이 무리라는 것도 알았다. 하지만 깨우고 물어봤어야 하는 것 아닌가!
더군다나 천악은 이제라도 내리고 싶으면 내리라는 듯 무성의하게 말하고 있었다. 그는 여인의 자존심과 심적인 고통 따위는 애초에 고려조차 하지 않았다. 그래서 남궁태희는 오기가 발동했다.
“됐어요. 그런데 어디 가는 거예요?”
“소호에 갑니다. 호수 구경하기 좋은 날 아닙니까?”
이미 거의 다 와가고 있었다. 호수의 찬 기운이 바람을 타고 흘러오는 것이 느껴지고 있었다.
남궁태희도 그 바람의 신선한 기운이 온몸을 시원하게 해주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분함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이 눈앞에 존재하는 무정한 인간, 군천악에게 남궁세가의 검이 강호제일검이라는 것을 인지시켜주고 싶었다.
“당신은 나에게 빚을 진 거예요.”
“빚? 의외군요, 남궁 소저는 그런 말을 하실 분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구태의연하고 뒤끝이 있군요.”
“동의 없이 날 마차에 태웠을 때부터 당신은 빚을 진 거예요. 아닌가요?”
“물론 아닙니다. 저는 남궁 소저와 아무런 대가 없이 대련을 해주었습니다. 그게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지는 않겠지요?”
고수가 하수를 위해 대련을 해주었다. 그것은 하수에게는 천금과 같은 기회이고, 고수에게는 시간낭비밖에 되지 않는다. 남궁태희와 군천악의 경우는 일방적으로 무엇을 배울 사이도 없이 끝이 나 버렸지만 이유가 어찌되었든 군천악으로서는 수고를 한 것이고, 남궁태희는 고수에게 한 수 가르침을 배운 것이다.
천악의 말에 남궁태희는 분하지만 고개를 숙였다. 한 수에 끝난 대결에서 경지의 발전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마음의 분함을 느끼고 반성하는 계기를 주었으니 그것만 해도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다고 볼 수는 없었다.
천악은 호수 근처에 마차를 세웠다.
마차 안에서 나오자 호수가 붉게 물들어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산과 산 사이로 붉은 해가 마지막 안간힘을 내는 듯이 산 아래로 조금씩 끌려가는 것처럼 보였다. 푸르스름하고 맑은 호수의 물이 태양의 붉은빛에 반사되어 아름다움을 맘껏 뿜어내었다.
자연의 아름다움은 인간이 만들 수 없는 광경을 자아냈다. 인간은 최대한 그 자연에 거스르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살아간다고 볼 수 있었다.
천악과 남궁태희, 금은혜도 한동안 조용히 노을이 지는 광경을 지켜보았다. 저녁노을은 천천히 지는 것처럼 보였는데 어둠은 금세 찾아오기 시작했다.
소호의 주변에 유명한 객잔이 많이 있겠지만 이곳은 객잔이나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가 아니었다. 사람들도 없고 빛이 새어나오지 않는 곳은 어둡기 짝이 없었다. 그나마 빛이 들어올 수 있는 달빛도 구름에 가려서 어둠을 몰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아름다운 저녁노을의 감상에 여념이 없다가 어두워지니 가장 먼저 투덜거린 사람이 금은혜였다. 그녀는 그냥 즐겁게 구경이나 하면서 객잔에서 맛있는 음식이나 먹는 것을 기대하고 있었지 이렇게 아무도 없는 곳을 여행하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너무 어둡잖아요. 이런 곳에서 무얼 하자는 거예요?”
“등불은 괜히 가져온 것이 아니다.”
마차 안에 준비된 세 개의 등불을 마차 주변에 꽂았다. 아지랑이와 같은 촛불의 일렁임에 어둠 속에 생겨난 그림자도 같이 움직였다.
“진삼, 가져온 음식을 차려라.”
“예, 장주님!”
마차의 오른쪽 문 옆으로 있는 작은 칸에 소풍 음식으로 마련된 것이 잔뜩 들어 있었다.
음식을 차리는 동안 천악은 낚싯대 세 개를 꺼냈다. 현대에 살았을 때는 취미로 밤낚시를 즐겼던 천악이었다. 조용한 밤에 낚시를 하는 것이 두렵기는 하지만 아는 사람과 같이 하면 그것만큼 즐거운 일도 없었다.
물결이 이는 장소에 낚싯대 세 개를 고정시켰다. 민물고기가 몇 마리 잡힌다면 바로 회를 먹을 수도 있었다. 초장을 준비하길 잘한 것 같았다.
사실 고추가 중원에 들어온 지는 얼마 되지 않아 고추장을 만들지 못했다. 고추장은 천악이 이아상 아낙을 시켜서 만들 수 있었다. 고추를 빻아서 죽에 전분과 꿀을 같이 섞어서 보관을 하면 고추장을 만들 수 있었다. 그녀도 고추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고추가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어 주로 그냥 먹는 방법이 보편적이었기 때문이다.
“이게 뭐예요?”
“고추장이라는 것이다.”
붉은색의 고추장을 보고 금은혜가 한번 찍어 먹어보았다. 장 맛을 보려고 한 것이다. 그런데 그 즉시 금은혜가 식은땀을 흘리면서 물을 찾았다.
천악이 만든 고추장은 고추 중에서도 가장 맵다는 청양고추보다 훨씬 더 매운 고추였다. 매운 맛에 길들여진 천악도 혀가 타버릴 듯한 통증을 느낄 정도로 매웠다.
“허억! 허억! 으, 매워! 이게 뭐야!”
“큭큭!”
방방 뛰는 금은혜의 모습에 천악의 입에서 쇳소리가 흘러나왔다.
금은혜는 시큼하면서 맵고, 매우면서도 혀끝을 자극하는 이 극독의 장에 기겁을 했다.
천악은 웃지 않고 있었지만 오른쪽의 입 꼬리가 잠깐 올라가고 소리가 들린 것을 금은혜는 놓치지 않았다.
‘날 죽이려고 독을 탄 게 분명해!’
사실 금은혜의 생각은 그다지 틀리지 않았다. 조선시대에 고추가 들어온 것은 고추의 매운 맛으로 조선 사람을 죽이려고 한 것이지만 그 맛을 조선 사람들이 익숙하게 여기고 발전시키지 않았는가. 정말 아이러니한 것은 고추로 인해 조선의 음식문화가 대변혁을 이루었다는 것에 있었다. 독이 결국에는 최고의 향신료가 된 것이다. 나중에 그 독을 사용한 인물은 조선의 사절로 대접을 받았다는 전설이 있을 정도다.
“밥을 물고 있어라. 그럼 조금 덜 매울 거다.”
소풍 음식으로 가져온 찬밥 한 덩어리를 잽싸게 입 안으로 넣은 금은혜가 그제야 매운 기가 조금 가셨는지 붉은 얼굴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혼자서 고추장을 가지고 쇼를 한 것이다. 아무리 천악이 냉정한 인간이라고 하지만 그 모습을 보고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옆에서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던 남궁태희도 웃음을 참으려고 애쓰고 있었다. 그러나 자신의 처지를 깨달은 남궁태희가 금세 다시 무표정한 얼굴을 하였다.
‘이자는 대체 왜 날 데리고 온 거야? 도통 알 수가 없네. 그리고 어떻게 그렇게 강한 거지? 고작 나와 얼마 차이나지 않은 것 같은데.’
후드득! 후드득!
고정시켜 놓은 낚싯대의 미끼를 물고기가 물었는지 낚싯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천악이 즉시 낚아챘다. 낚싯대를 다루는 솜씨가 거의 예술이었다. 물고기가 빠져나가려고 움직이다가 지친 그 순간을 정확하게 포착하고 바로 끌어올린 것이다.
파드득! 파닥파닥!
바늘에 걸린 것은 송어였다. 힘을 주어서 벗어나려고 할수록 낚싯대의 고리가 입속 깊숙이 파고 들어갔다. 결국 송어는 천악의 능숙한 솜씨에 이기지 못하고 소쿠리에 들어가는 신세가 되었다.
낚싯대를 설치한 지 불과 2각이 채 지나지 않아서 송어를 여섯 마리나 낚는 천악이었다.
사사삭! 사삭!
천악이 능숙하게 송어의 비늘을 벗기고 배를 갈라 내장을 꺼냈다. 민물고기의 내장은 완벽하게 다 꺼내서 매운탕을 끓여야 맛이 좋다.
천악은 송어의 껍질을 벗기고 살짝 회를 떴다. 순식간에 뼈만 남은 송어가 매운탕 그릇에 들어갔다.
천악은 송어회의 한 점을 손으로 집어 초장을 찍어 맛을 보았다.
“으음!”
마치 이전 세계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든 천악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금은혜가 옆에서 보더니 기겁을 했다. 자신은 고추장을 손가락에 조금 묻혀 먹었음에도 혀가 타는 듯한 충격을 받았건만 천악은 무식하게 많은 양을 물고기 살에 발라먹으면서 미소를 짓자 그가 인간으로 보이지 않았다.
‘저, 저… 저 괴물!’
괴물의 식성은 보통사람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것을 금은혜는 인정해야 했다.
천악이 금은혜를 보며 회를 한 점 건넸다.
“회가 아주 신선하다. 먹어볼래?”
도리도리!
금은혜의 고개가 바로 서너 번 회전했다. 그녀는 저것을 먹으면 바로 죽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저도 먹어보겠소?”
천악이 초장을 찍은 회를 남궁태희에게 건넸으나 그녀도 꺼림칙한지 쉽게 회를 먹으려고 하지 않았다.
“겁이 많군요.”
‘이익!’
원래의 남궁태희라면 이렇게까지 쉽게 흥분을 하지 않겠지만 천악 앞에서는 감정을 통제하지 못했다. 남궁태희에게 천악의 말은 왜 이런 것도 먹지 못하냐는 빈정거리는 말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오기가 발동한 남궁태희가 초장을 묻힌 회를 받아서 먹어보았다.
“흐읍!”
매운 맛이 혀끝을 타고 머릿속을 휘저었다. 신선한 회의 맛이 중화시켜주기는 했지만 그 매운맛을 모두 적응하기는 쉽지 않았다. 매운맛으로 인해 얼굴이 찡그려지고 땀이 났지만 차마 입으로 소리를 내지 못했다. 남궁태희의 자존심상 다시 천악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었던 것이다.
금은혜는 끝까지 먹으면서 신음소리를 내지 않는 남궁태희가 보기완 다르게 독한 면이 있다고 생각했다. 태생부터 생각하는 자체가 다른 남궁태희와 금은혜였다.
천악이 만약 대학생이었던 이전 세계의 자신이었다면 이 여인들과 이렇게 가만히 있진 못했을 것이다. 아마 여인에게 잘 보이려고 무진장 애를 썼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마음이 거의 사라지고 있었다. 다시 생각해 내려고 노력을 하지만 정작 식어버린 마음은 다시 회복하기 쉽지 않았다. 사내라면 저런 아름다운 여인을 갖고 싶은 마음이 이는 것이 당연한데 말이다. 그 원초적인 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해 보려고 금은혜와 남궁태희를 같이 데리고 온 것이다.
그런데 천악은 지금 그저 웃음이 나는 상황일 뿐 더는 이 여인에게 잘 보이겠다는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식어버린 마음만 확인한 셈이다.
‘야수의 마음은 쉽게 되돌려지지 않는구나.’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미 이렇게 되어버린 것 후회를 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다. 그저 조금씩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인간적인 마음을 되살려 보도록 노력하는 방법밖에는.
-라이트!
천악은 등불이 바람에 꺼지는 것을 보고 마법을 발현시켰다.
천악의 라이트 마법은 좌우 반경 3장 안을 환하게 비추었다. 마치 달빛이 천악과 그녀들이 있는 곳만 집중적으로 비추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원한다면 더 넓은 범위도 가능하겠지만 이 정도가 딱 좋았다.
화들짝!
갑자기 주변이 대낮처럼 밝아지자 금은혜와 남궁태희, 진삼은 모두 놀랐다. 천악이 무언가를 조용히 말하자 머리 위로 작은 구 모양의 빛 덩어리가 솟아오르더니 주변을 환하게 비춘 것이다. 빛의 구는 작지만 발하는 빛의 위력이 장난이 아니었다. 마치 최고의 야광주를 공중에 띄워놓은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천악의 신비한 능력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상상하는 것 이상이었다.
“도대체 감추고 있는 게 얼마나 있는 거예요, 무공은 둘째치고 그 기괴한 술법까지? 당신이 인간이 아니라는 데 내 전 재산을 다 걸겠어요.”
남궁태희도 어리둥절했다. 무공을 저 정도로 익히려면 보통사람은 평생을 다 바쳐도 불가능하다. 하늘이 내려준 천고의 자질과 훌륭한 무공 스승, 끊임없는 노력이 모두 합쳐진다고 해도 천악의 경지에 오른다고 장담할 수 없었다. 그런데 그는 무공뿐만이 아니라 이런 기괴한 술법에까지 통달해 있는 것 같았다.
‘인간으로서 저럴 수도 있는 건가!’
그녀의 마음속에 자괴감이 생기고 있었다.
“내가 일일이 다 말해 주어야 하나? 난 내 것을 남에게 쉽게 베푸는 사람이 아니야. 내 것이 되기 위해 내가 노력한 것을 남이 쉽게 얻는다면 그거야말로 배 아픈 일이지.”
그녀들이 보기에 천악이 얻은 힘과 술법이 별거 아니게 보일지 몰라도 그는 수십 년이라는 시간 동안 투쟁에 가까운 노력을 한 덕에 이 경지에 와 있는 것이다. 쉽게 얻은 것이라면 쉽게 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피땀 흘려 노력한 것을 남이 달란다고 쉽게 줄 사람이 이 세상에 얼마나 있는가! 성인군자가 아니고서 말이다.
금은혜는 심통이 났지만 더 이상 말을 섞는 것도 짜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