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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독존기 17화

무료소설 이계독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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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17화

깨달음의 시간, 소풍 (1)

 

 

제갈천기는 풍운장원에 머무는 동안 금룡화를 보았다. 풍운장원에서 금룡화 금은혜를 볼 줄은 꿈에도 몰랐다.

 

‘구문제독부의 금지옥엽이 왜 여기에 있는 거야? 이 중요한 정보를 내가 몰랐다니…….’

 

여기까지 오면서 그는 금룡화에 대한 정보를 듣지 못했다. 남궁세가에서 연락을 받지 못했을 뿐더러 사전조사에서도 금은혜에 대한 정보는 받아보지 못했다.

 

‘여기가 용담호혈이었구나!’

 

천악이 황제 다음가는 권력가인 구문제독부와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알자 제갈천기의 등으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풍운장원에 대한 조사가 전면적으로 백지화된 이유가 여기에 또 하나 있었다.

 

풍운마룡, 아니 풍운마신(風雲魔神)이라고 불릴 수 있는 괴물 같은 천악이 만약 황실과 손잡고 무림을 지배하려고 하면 정말 대책이 서지 않았다.

 

‘풍운마신이라… 정말 어울리는구나.’

 

바람에 따라 움직이는 구름 같은 존재, 언제 어느 때 폭풍처럼 몰아칠지 모르는 존재가 바로 군천악이었다.

 

“단주님, 저기 저 여인은 남궁세가의 빙화 남궁태희와도 비견될 정도입니다.”

 

제갈천기를 보조하는 구룡단원들의 공통적인 생각이었다.

 

그들이 생각하기에도 금은혜의 아름다움은 상상 이상이었나 보다. 강호를 돌아다녀 보아도 저 정도 미모의 여인은 구경하기 힘들었다.

 

“함부로 대하지 마라. 그녀는 구문제독의 딸이다.”

 

“예? 그럼 금룡화가 바로 저 소저입니까?”

 

“그렇다. 너희도 알지? 구문제독의 성격을 말이야!”

 

구문제독은 진정 무서운 인물이었다. 그는 일단 적이라고 생각하는 이를 살려둔 적이 없었다. 황실의 세력 중 동창과 금위군조차도 구문제독의 비위를 건드리지 못할 정도로 실세 중의 실세였다. 만약에 그의 비위를 건드리는 자가 있다면 삼족이 멸족당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팽세기를 비롯해서 혁천기와 이자성도 화들짝 놀라고 있었다. 금룡화와 사귄다면 그보다 좋은 일이 없겠지만 만약 구문제독의 비위라도 잘못 건드렸다가는 자신뿐 아니라 자신이 속한 곳까지 멸문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구룡단은 다시 한 번 놀라고 있었다. 금룡화 금은혜가 천악의 옆에서 온갖 아양을 부리고, 천악은 그런 금은혜를 없는 사람처럼 대하는 것을 보고 말이다.

 

“저, 저럴 수도 있는 건가?”

 

팽세기는 상당히 분한 상태였다. 저 정도로 아름다운 여인이 고작 저런 놈에게 관심을 보이자 같은 사내로서 억울한 기분이 든 것이다.

 

“쯧쯧!”

 

제갈천기는 구룡단원을 보면서 혀를 찼다. 상대를 봐가면서 질투를 해야지, 지금 그들이 질투하는 대상은 마신이었다. 마신을 상대로 헛짓거리를 했다가는 결딴나는 것으로도 부족할 것이다.

 

‘그런데 저 괴물은 왜 저런 쓸데없는 데 관심을 가지는지, 원!’

 

제갈천기가 생각하기에 군천악은 이해불가의 인물이었다.

 

상상을 불허하는 술법과 실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강호의 일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저 집 안에서 쓸 물건들을 만들거나 대장간 일에 몰두했다.

 

열흘이 지나는 동안에 계속 천악을 지켜본 제갈천기는 그를 강호의 해악이 될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그래도 위험한 것은 어쩔 수 없겠지.’

 

강호는 개입하고 싶지 않다고 해서 빠져나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강호무정(江湖無情)이라는 말이 괜히 생긴 것이 아니듯이, 일단 개입을 했으면 끝까지 빠져나가지 못하고 책임을 져야 하는 곳이 바로 강호였다.

 

‘그런데 그 책임을 강호가 물어야 할지도 모르겠군.’

 

* * *

 

그 시각 천악은 한창 바쁘게 인부들을 부리고 있었다.

 

장원의 세세한 입체설계도를 그리는데 닷새의 시간을 소비했다. 닷새가 지나자 고 총관이 인부들을 데리고 왔다. 인부들 중 두 명이 통솔자였고, 그들은 20년 이상을 건축 일에 몰두한 숙련자들이었다.

 

이 시대의 목수들과 건축가를 통틀어 도편수라고 하지만 천한 계급으로 치부돼 대우가 별로 좋지 못했다. 그러나 이들에게 대충의 구상만으로도 튼튼한 집을 만드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천악은 도면과 설계도를 펼쳐서 기호와 도면 보는 법 등을 그들에게 다시 설명해 주었다. 지금 시대의 설계도는 천악이 만든 설계도에 비해서 상당히 조잡하고 간단했다. 그들은 설명을 들으면서 경탄을 금치 못했다.

 

“굉장합니다.”

 

“집을 지으면서 이런 것은 생각도 못 했는데 전혀 새로운 것을 보고 말았습니다.”

 

인부들 중에서 충일과 도정은 천악의 설명을 들으면서 건축이라는 것에 대한 새로운 지평을 보았다. 이전까지 그저 몸에 익은 감각으로 집을 지었다면 지금은 정확한 측량과 도면을 위주로 만드는 것을 배우게 된 것이다.

 

“시간은 많으니까 천천히 하면 된다. 다만 정확하고 꼼꼼하게 지어야 한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맡겨만 주십시오.”

 

“일당은 지금까지 받았던 것보다 두 배를 더 주겠다.”

 

인부들은 지하에 배수로를 만드는 과정과 배수로에 쓰일 돌을 우선적으로 준비했다.

 

천악은 새로 지을 대장간에 대한 위치와 구도, 겉으로 보이는 외형 등을 설명해 주었다.

 

닷새 동안 천악이 몸소 설명을 하고 대략적인 것을 말해 주자 충일과 도정이 나머지 일은 알아서 처리해 주었다.

 

 

 

“군 오라버니, 오늘 놀러가요. 만날 이런 일만 하면 재미없잖아요.”

 

“오늘은 날씨가 정말 좋잖아요.”

 

“호수 구경 가면 기분전환에도 좋을 거예요.”

 

금은혜가 일만 하는 천악을 보고 계속 조르고 있었다.

 

금은혜는 자신이 원하는 것은 언제든지 가질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그런데 천악은 달랐다. 아무리 말을 붙여도 돌아오는 대답은 간단했다. 여인이기에 가질 수 있는 마음인지 몰라도 계속 천악이 차갑게 나올수록 자신도 모르게 집착을 하게 되었다.

 

금은혜는 점점 약이 올랐다. 자신이 이토록 애교를 부리고 있건만 꿈쩍도 하지 않는 천악이 야속했다.

 

그런데 그때 천악이 말을 했다. 그것은 그녀조차도 기대하지 않은 대답이었다.

 

“음, 날씨가 정말 좋군. 그럼 소풍이라도 갈까?”

 

“저, 정말이에요?”

 

“내가 농담이나 하는 성격으로 보이나?”

 

“아니에요. 그럼 바로 준비할게요.”

 

“부엌에 가서 소풍 음식을 마련하라고 해.”

 

“알았어요.”

 

“후후!”

 

천악은 실로 오랜만에 웃음을 지었다. 자신이 여인과 이야기하며 웃음을 지을 수 있을 줄은 몰랐다.

 

‘차갑게 얼어붙은 줄 알았건만 내 마음에도 아직 따뜻한 기운이 존재했던가?’

 

처음에는 그저 귀찮은 계집이었다. 그리고 살기 위해 애정공세를 벌인다는 것도 알았다. 그럼에도 그녀의 그런 행동이 어느 순간 밉게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여인을 위해서 목숨을 버린다든지, 그녀가 인생의 목표라든지 하는 감정이 생기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같이 있으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 정도였다.

 

고 총관이 다가왔다.

 

“보기 좋습니다.”

 

“지금 내 모습이 보기 좋은가?”

 

“인생을 살면서 누군가가 자신을 좋아해 주는 것만큼 행복한 것이 없지 않겠습니까?”

 

“너는 어떻지?”

 

“저야 아직 마음을 정할 여인이 나타나지 않았으니 어쩔 수 없지요.”

 

“소풍이라고 해도 하루 안에 다 볼 수는 없겠지. 한 며칠 쉬다가 올 테니까 인부들 관리 잘하도록.”

 

“물론입니다. 성심을 다해 관리하겠습니다. 장주님이 2세 만드는 계획을 방해할 순 없지요.”

 

고 총관이 능글맞은 웃음을 지으며 대답을 하자 천악의 표정이 떨떠름하게 변했다.

 

남녀가 하루 안에 돌아오지 못하는 곳을 간다는데 어떤 생각이 들까? 설마 손만 잡고 잘 거라는 당치도 않은 말을 그대로 믿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 좋겠지.”

 

“허억! 장주님, 대단하십니다.”

 

고 총관은 장주가 부끄러워할 줄 알았건만 자신보다 한 수 위의 언변을 과시하자 다시 한 번 존경심이 피어올랐다.

 

속으로 고 총관은 천악을 너무 부러워하고 있었다.

 

사내들이 이루고 싶은 욕망이 무엇이겠는가.

 

재력과 권력!

 

이 두 가지를 이루는 사람들이 부럽기도 하지만 사내로서 여자에게 매력을 발산하는 것만큼 부러운 것이 또 있을까. 즉, 가장 큰 욕망은 바로 성욕이다.

 

성욕은 사람의 가장 기초적인 야망이자 삶을 지탱하는 원동력이라고도 볼 수 있다. 천악에게 권력은 없어 보였지만 일반 사람들 입장에서 이 정도의 권력이라면 대단하다고 할 수 있었다. 재력은 또 어떤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 아닌가.

 

고 총관이 돈을 원할 때 천악은 망설임 없이 퍼부어주었다. 집 안에 돈이 있는 것이 아니었건만 돈을 어디서 구하는지 샘이 솟듯이 나왔다.

 

고 총관이 보기에 군천악이 사람을 편하게 해주거나 여자에게 말을 잘하는 성격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게 매력인지 여인이 따르고 있었다. 사내로서 이게 부럽지 않다면 필시 몸에 이상이 있을 것이다.

 

그런 주인을 보필하다 보니 고 총관으로서는 안타까운 일이었다.

 

‘눈만 너무 높아지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금은혜와 남궁태희를 봤으니 다른 여인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일단 높아진 눈이 다시 낮아지는 것은 산해진미를 먹다가 갑자기 시래깃국을 먹으라고 하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 * *

 

풍운장원 내에 준비된 마차는 그 크기부터가 다른 마차와는 차원이 달랐다. 전체적인 외곽의 길이만 4미터에 이르고 마차의 장식 또한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줬다. 외형을 구성하는 재료 또한 보통의 나무가 아닌 향단목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향단목은 향을 내는 나무이며 단단함과 따뜻함을 품고 있어 나무 자체가 상당히 고급이었다. 더군다나 나무의 결을 잘 살려서 보고 있는 사람으로 하여금 편안함을 주고 있었다.

 

마차를 모는 두 마리 말도 명마였다. 삼국시대 관우가 타고 다녔다는 적토마보다는 떨어질지 몰라도 그의 핏줄을 이어받았는지 힘이 세고 지구력 또한 뛰어났다. 말의 외형도 보통 말보다 1.5배 정도나 컸다.

 

마차 내부는 외부와는 비교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한 장식과 금으로 도금된 버팀목으로 구성이 되었다. 한쪽은 침상처럼 이루어져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되어 있고, 다른 한쪽은 버팀목 의자처럼 되어 있었다. 마차는 풍운장원의 창고에 들어가 있던 것을 이제 와서 꺼낸 것이다.

 

장주의 소풍 일정이 갑자기 결정되자 준비하는 데만 두 시간이나 걸렸다. 그 시간 동안 부엌에서는 소풍 음식을 만들어야 했고, 완성된 요리는 차근차근 마차에 옮겨 실어졌다.

 

금은혜도 그동안 옷을 갈아입고 화장을 하였다. 오랜만에 외출을 준비하니 그 시간도 즐거웠다. 여인의 화장은 기다림의 미학이라는 말이 있듯이 금은혜도 공들여서 열심히 하였다.

 

준비를 마친 금은혜는 눈부시게 화려하고 보는 사람의 눈을 현혹시키는 아름다움을 발산하였다. 화장을 하지 않았을 때는 난초와 같은 순수함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화장을 하자 완전히 변신을 한 것처럼 전혀 다른 아름다움을 발산하였다.

 

천악도 금은혜가 순간 역체변용(易體變容)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여자의 화장은 변화무쌍하군. 혼인할 때 화장 지운 모습을 꼭 보라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니었어.’

 

현대의 화장술과 비교해서 많이 떨어진다고 해도 이 정도면 정말 수준급이 아닐 수 없었다.

 

“많이 기다렸어요?”

 

“괜찮다. 어차피 준비하는 데 시간이 소모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거니까.”

 

여행은 계획을 짜서 해도 계획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무작정 출발을 해보아라. 말 그대로 엉망진창, 돈은 돈대로 버리고 피곤함과 더불어 구경도 제대로 할 수 없다. 간단한 소풍도 이 정도인데 3박 4일의 여행이라면 말이 필요 없지 않겠는가.

 

금은혜는 준비된 마차를 보고 놀라고 있었다. 구문제독부 내에서도 이런 화려한 마차는 없었다. 도대체 어디서 이런 것을 사오는지 그게 더 의문이었다.

 

“굉장해요. 마차 전체가 향단목으로 되어 있네요. 돈으로 치장을 해도 이건 너무할 정도네.”

 

“그런가? 고 총관이 알아서 준비한 건데, 뭐 그런대로 괜찮군.”

 

“괜찮은 정도가 아니에요. 이건 나 부자라고 떠벌리고 다니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산적들이 보면 아주 좋아하겠네요.”

 

“흠,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다른 쪽으로 생각해 볼 수도 있지. 이 정도의 고급 마차를 가지고 있는 자를 함부로 건드릴 수 있을까? 그놈들도 눈이 있을 텐데 말이야.”

 

보통사람이 생각할 수 없는 귀하면서도 사치스러운 마차를 보면 산적들이 대놓고 공격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들의 신분이 만약 상상할 수도 없는 인물이라면 산적들이 용빼는 재주가 없는 이상 죽을 수도 있었다.

 

간혹 이런저런 것들을 무시하고 무작정 덤비는 놈들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 해도 천악에게 그 정도는 애교였다. 물론 상식이 있는 산적이라는 가정 하에서였다.

 

천악의 생각은 지극히 이성적으로 판단한 것이지만 세상은 이성과는 별개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었다. 산적들이 언제 앞뒤 재면서 물건을 털었는가! 배운 것 없는 것들이 무식하게 행동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어쨌든 보기는 좋네요. 자, 가요.”

 

“좋은 게 좋은 거다. 그게 인생이지.”

 

마부는 새로 고용된 하인 중 한 명인 진삼이었다. 그는 하인으로 고용되기 전에 마부 노릇을 해보아서 마차 모는 데 익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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