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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독존기 16화

무료소설 이계독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2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16화

구룡단주와의 만남 (3)

 

 

꿀꺽!

 

침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소리가 시끄럽게 울렸다.

 

“제갈세가는 이 산봉우리보다 튼튼할지 모르겠군.”

 

“허억!”

 

“대인, 저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오늘 아무것도 보지 못했고 듣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저희 세가만은 살려주십시오.”

 

제갈천기가 지금의 자리에 있게 된 것은 모두 제갈세가 덕분이었다. 제갈세가는 자신에게 삶을 준 곳이자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곳이었다. 여기서 자신이 죽는다고 해도 세가에만은 피해를 줘서는 안 되었다.

 

제갈천기가 생각하기에 천악이 순식간에 공간이동을 해서 저 광폭한 기공탄을 세가에 날린다면 그 안에 살아 있는 존재는 그 흔적을 찾을 수 없을 것이 분명했다.

 

“전에 제갈세가의 계집아이가 내 앞에서 건방지게 굴더군. 그때에도 난 상당히 많이 참았다.”

 

천악은 귀찮아서 잊어버리려고 했지만 그의 기억력은 그것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마법적으로 상당한 경지에 이르면서 기억력이 너무 좋아졌기 때문이다.

 

제갈천기는 천악이 제갈지를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미간을 타고 흐르는 땀이 옷을 축축하게 적셨다. 얼마나 그가 긴장하고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제갈지에게 제갈천기는 숙부였다. 평소엔 제갈지를 귀여워했지만 오늘은 원망의 대상이 되었다. 잘못하다가는 정말 군천악과 악연이 될 수도 있었다.

 

“제가 그 아이를 따끔하게 훈계하겠습니다.”

 

“흠, 됐어. 지난 일은 들추고 싶지는 않다.”

 

‘그러면서 왜 말은 한 거야, 괜히 긴장되게.’

 

말을 안 했으면 모를까 이미 말을 했으면서 저런 소리를 무덤덤하게 말하는 천악이 무서우면서도 얄밉게 느껴졌다.

 

다른 사람들이 제갈천기의 이 우스꽝스러운 모습과 말투를 보았다면 믿지 못할 것이다. 항상 무게감 있고 냉정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던 그의 모습과 극과 극이었기 때문이다.

 

“난 조용히 지내는 게 좋다.”

 

“물론입니다. 최대한 조용히 수사를 마무리하겠습니다. 풍운장원의 ‘풍’ 자도 들리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널 어떻게 믿지? 난 누가 내 뒤통수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제갈천기가 강하게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아닙니다. 저는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강호에서 저는 철혈판관검이라고 불립니다. 제 별호를 걸고 맹세합니다.”

 

-치료가 되어라! 힐링!

 

천악의 말이 끝나자 제갈천기의 오른손에 빛이 스며들었다.

 

제갈천기는 깜짝 놀랐지만 빛이 사라지고 나자 오른손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기겁을 하고 말았다. 손바닥이 완전히 으스러진 것을 말 한 마디로 고친 것이다. 눈으로 보고 직접 체험하지 않았다면 믿지 못할 광경이었다.

 

‘엄청난 술법이다.’

 

술법에다가 엄청난 무공까지… 이건 자신이 상상할 수 있는 기준을 벗어나 있었다.

 

“이걸 먹어라.”

 

천악의 손에 작은 단약이 놓여 있었다.

 

“이게 무엇입니까?”

 

“아직 말할 여유가 있었나? 먹으라면 먹을 것이지 말이 많아! 죽고 싶은가?”

 

“아… 먹습니다.”

 

제갈천기가 두말하지 않고 단약을 삼켰다. 그게 무슨 약인지 상관없었다. 어차피 이 괴물 같은 놈이 마음먹으면 자신은 바로 죽을 것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건 폭충이라는 것이다. 네가 허튼 마음을 먹게 되면 머리가 터져 죽게 되지. 별거 아니니까 그렇게 놀랄 필요는 없다. 그저 네가 배신할까 봐 미봉책을 쓴 것뿐이니까 말이야.”

 

사람 머리를 터뜨리는 기생충을 먹게 했으면서 아무렇지 않아 하는 모습에 제갈천기의 표정이 한없이 일그러졌다. 그렇다고 무슨 발악을 할 수도 없는 처지가 한심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이곳에 오는 것이 아니었어.’

 

자신의 직감과 통찰력을 믿고 왔건만 이건 정말 안 오는 것만 못한 결과가 되어버렸다.

 

천악이 이 방법을 쓴 것은 다 이유가 있어서였다. 어차피 제갈천기를 죽여봤자 다른 놈들이 올 게 뻔했다. 그럼 더 귀찮아질 것이 분명했다. 그럴 바에는 제갈천기를 구워삶아서 자신의 존재에 대해 없었던 것으로 하면 무림맹에서 더 이상 귀찮게 하지 않을 것 같았다. 제갈천기는 제법 명성이 있다고 하니 그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후우!”

 

제갈천기는 나이에 비해 내공의 힘으로 젊어 보이는 편이었지만 지금은 나이에 비해 더 늙어 보였다. 얼굴에 보이는 피폐함 때문인지 몰랐다.

 

“당분간 장원 내에 머물러라. 급하게 가면 조금 이상하니까 말이지.”

 

“알겠습니다, 대인!”

 

“말조심하는 것 잊지 말고.”

 

 

 

제갈천기가 밖으로 나가면서 말을 하였다. 그것도 전과는 다르게 화사한 웃음을 지으면서 반갑게 천악을 대했다.

 

“내가 오해를 했네. 이렇게 협의를 아는 젊은 친구를 오해하다니 내가 다 무안해지는구나.”

 

“아닙니다. 저야말로 귀찮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구룡단원들은 단주의 모습에 아연실색했다. 그들은 구룡단주와 생활하면서도 저런 모습은 처음 본 것이다.

 

‘이거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단주님이 맞는 건가?’

 

인피면구를 쓴 다른 사람이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그리고 단주가 저토록 친근하게 말을 건네는 풍운장주에게 자신들도 함부로 대할 수 없었다. 그것은 구룡단주의 얼굴에 먹칠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곳에 오신 김에 며칠 쉬었다 가십시오.”

 

“그럼 자네의 성의를 봐서 며칠 묵다 가겠네. 그리고 환대를 해주어서 정말 고맙네.”

 

‘제기랄! 내가 뭐 하는 거지? 이 괴물은 정말 날 바보로 만드는구나. 그렇다고 안 할 수도 없고.’

 

제갈천기는 일생에 해보지 않았던 연기를 하고 있었다. 그것도 협박에 못 이겨서 말이다. 철혈판관검이라는 별호가 가진 명예가 땅에 처박히는 상황이었다.

 

“고 총관, 여기 구룡단주님을 별채로 안내해 드리게.”

 

“알겠습니다, 장주님!”

 

고 총관은 내심 감탄했다. 힘만 믿고 덤비는 저자들을 어떻게 대했기에 저토록 유들유들하게 만들 수 있단 말인가.

 

‘역시 장주님이야.’

 

* * *

 

남궁세가의 검왕 남궁장천은 정말 뜻밖의 손님을 맞고 있었다. 남궁장천이 알기로 지금 눈앞에 있는 사람은 좀처럼 사천 당가 밖으로 움직이지 않는 인물이었다. 젊은 시절 몇 번 손속을 나누었던 인물이었고, 가장 까다로운 상대이기도 했다. 지금에 와서 같은 십대고수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인물이었다. 그는 바로 사천 당가의 태상가주인 천수암제 당지독이었다.

 

사천 당가에 전해지는 궁극의 암기술인 만천화우(滿天花雨)를 완성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의 암기술과 독공은 자타가 공인하는 무서운 수준이었다. 특히 그의 용독술은 일반 무인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독의 무서운 점은 한 번에 수많은 무인들을 중독시켜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아무리 많은 무인이라고 해도 천수암제 당지독이 독수를 한 번 펼치면 그 앞에서는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는 소리였다.

 

특히 당지독이 만천화우와 더불어 펼쳐지는 삼환극독(三環極毒)의 위력은 검왕 남궁장천이라고 해도 막아낼 수 있다고 장담하지 못했다.

 

삼환극독의 경우 무형지독(無形之毒)의 바로 아래 서열이었다. 무형지독은 말 그대로 전설의 독, 심독의 경지에 이르러야만 쓸 수 있다고 전해지고 있기에 당가에서도 전설이 되어버렸다.

 

당지독은 남궁장천보다 열 살 정도 위의 인물이었고, 어떤 무인이든지 꺼려하는 무인이기에 그는 당당히 중원오천존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당 선배가 여기는 어쩐 일입니까?”

 

“오랜만에 여흥거리가 생겼다고 내 손녀가 그러더군. 그런데 자네는 아직도 가주 자리를 꿰차고 있는 건가? 쯧쯧… 무인에게 자리는 실력 상승에 장애물인 것을 알 만한 나이일 텐데 말이야.”

 

남궁장천에게도 당지독은 어려운 상대였다. 그의 젊은 시절 괴행은 아직도 기억에서 생생했다. 그 시절에 몇 번 손속을 나누다가 자신도 죽을 뻔하지 않았는가. 나중에 그저 장난이었다고 웃으며 말하던 젊은 시절의 당지독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 남궁장천이었다. 그런데 지금 나타나서 아직도 권력을 놓지 못했냐고 자신을 질책하듯 말하자 남궁장천이 꿈틀했다.

 

“아직 저는 당 선배보다 10년은 정정합니다.”

 

“그래도 내가 더 오래 살 거다.”

 

“칠순을 넘겼으면서 그런 말이 나옵니까?”

 

“그래, 작년 고희연에 자네는 안 오지 않았나? 그러면서 그런 소리를 하다니 정말 섭섭하군.”

 

당지독은 매번 이런 식이었다. 능글맞은 영감탱이가 아닐 수 없었다.

 

자신은 남궁세가의 가주인 남궁장천이었다. 다른 문파의 경축일에 자신이 직접 가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것은 사천 당가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일엔 각 세가의 장로 급이나 소가주 정도가 참석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이는 세가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남궁장천이 직접 움직이다가 위험한 일이 발생할 경우 남궁세가와 같은 오대세가가 입는 피해가 너무 엄청났기 때문이다. 세가의 중심은 무림의 중차대한 일이 아니면 움직이지 않는 것이 당연했다.

 

‘그런데 이 노독물이 갑자기 왜 온 거지?’

 

당지독이 뛰어난 독인이지만 남궁장천도 독인을 좋아하지는 않았다. 당한 것이 있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풍운마룡이라는 놈에 대해 알지?”

 

“아는데, 왜 그러십니까? 그 아이가 당가와 관련이 있을 턱이 없을 텐데요.”

 

남궁장천은 갑작스럽게 나타나서 군천악에 대해 물어오는 당지독의 의중을 파악하기 힘들었다. 이미 공개적으로 풍운마룡에 대해서는 다 밝혀진 상태였고, 무림맹에서도 조사를 마무리하는 단계였다. 즉, 이틀 전 철혈판관검 제갈천기가 군천악에 대한 의심을 모두 거두고 맹에 그렇게 보고한 것이다. 그런 상황인데 이제 와서 당지독이 군천악에 대해 관심을 가지자 이상하게 생각되었다.

 

당지독 정도 되는 인물이 강호에 이제 막 발을 들인 젊은 용을 볼 이유가 없었다. 물론 군천악의 괴물 같은 신위를 알고 있는 남궁장천이라면 모를까, 정확한 힘을 알지 못하는 대다수 무인들에게는 해당사항이 없었다.

 

“허허, 그저 궁금해서 그러는데 너무 타박을 하는군.”

 

“당 선배는 그저 궁금하다는 이유 하나로 여기까지 직접 오실 분이 아니지 않습니까?”

 

당가의 태상가주가 할 일 없이 돌아다닐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분명 무언가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남궁장천이었다.

 

“자네, 전부터 나를 그렇게 생각한 모양이구먼. 내가 인생을 그렇게 살지 않았는데 후배가 이토록 사람을 무안하게 하다니, 강호의 예의범절이 점점 퇴색하는 것이 안타깝구나.”

 

‘이……!’

 

부글부글!

 

예전부터 사람 복장을 뒤집는 데는 이 사람만큼 뛰어난 사람이 없었다. 검왕이라는 별호를 부여받고 난 이후에도 자신은 오천존이라고 말을 하고 다니면서 속을 긁었던 당지독이었다. 또한 당지독도 젊은 시절 강호 예의를 차렸던 인물이 아니었다. 독특한 성격과 괴팍하기까지 한 괴행으로 인해 강호무인들 모두 그의 앞에 서기를 두려워했다. 그런 주제에 자신 앞에서 저토록 뻔뻔스럽게 말을 하다니 속이 타 들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묘정이 그 아이가 상당히 곤욕을 당하고 왔다지 뭔가!”

 

말투가 조금 달라졌다. 그 전까지 가벼운 말투였다면 지금은 조금 무겁게 가라앉았다.

 

남궁장천도 알고 있는 사실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당지독이 당묘정을 지독하게 아낀다는 것을 말이다. 당가 내의 할아버지와 손녀 간의 그 끈끈한 정은 강호가 알아주는 비사였다. 당지독이 너무 싸고돌다 보니 당묘정의 건방짐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는 사실 또한 모두 알고 있었다. 그 누가 감히 당지독의 명성을 알면서도 당묘정을 함부로 대할 수 있겠는가! 편히 죽기 싫은 인물 빼고 말이다.

 

‘설마 천악이 묘정이를 건드린 것인가? 그럴 리 없을 텐데?’

 

이것은 남궁장천도 알지 못하는 사실이었다.

 

군천악의 성격상 당묘정 같은 오만한 아이를 마음에 두지는 않았을 것이다. 결론은 당묘정 그 아이가 군천악에게 호되게 당했다는 소리였다.

 

자신조차 군천악에게는 함부로 하지 못하는데 강호의 젊은 녀석들이 감당할 수 있는 군천악이 아니었다.

 

“크크……!”

 

“자네, 왜 웃나? 내 손녀가 망신을 당했다는데 웃음이 나오는가!”

 

남궁장천은 웃음이 나오는 것을 억지로 참았다. 군천악을 건드린다면 아무리 천수암제 당지독이라고 해도 무사하지 못할 것을 생각하자 절로 웃음이 나온 것이다.

 

‘나조차 손도 써보지 못하고 기절하는 꼴을 면하지 못했는데 선배라고 다르진 않겠지요. 크크크!’

 

그러나 지금은 웃음을 참아야 했다. 당지독이 망신당하는 꼴을 보고 싶지만 지금은 침착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었다.

 

“천악이 그럴 아이가 아닌데……?”

 

남궁장천이 고심하듯이 말을 하자 당지독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천악이라는 놈이 그럴 아이가 아니라면 자신의 손녀가 그럴 아이라는 소리 아닌가! 듣고 나니 기분이 나빴다.

 

“자네, 요즘 독 맛을 통 보지 못했지? 내 요새 고심해서 만든 독이 있는데 그 맛이 아주 상큼하다네. 자네가 처음으로 견식해 보는 영광을 줄 수도 있는데 말이야.”

 

“컥! 무슨 그런 위험한 말씀을 합니까? 저는 그저 천악이의 평소 성격을 알기에 한 말입니다.”

 

천수암제의 극독은 남궁장천이라고 해도 무서웠다.

 

“그것보다 그 천악인지 악천인지 하는 놈이 감히 내 손녀의 자존심에 심대한 타격을 주었다는데 말이야, 얼굴이나 좀 보게 소개 좀 시켜줬으면 좋겠는데, 안 되겠나?”

 

 

 

당묘정은 남궁세가에서 돌아온 후 폐관수련에 들어가 버렸다. 당지독은 자신의 얼굴도 보지 않고 바로 폐관수련에 들어간 손녀 때문에 눈물을 삼켜야 했다.

 

당지독은 일의 자초지종을 알기 위해 손녀와 동행했던 황보현성을 불렀다. 천악에게 당한 것에 대한 불만을 가지고 있었던 황보현성이 곧이곧대로 사실을 말할 턱이 없었다.

 

사실 그날 황보현성이 맛본 좌절감은 상상 이상이었다. 나름대로 복수를 생각하고 있었던 황보현성이었지만 그날 본 군천악의 압도적인 신위에 상당히 위축이 되어 있었다. 복수한다는 생각이 절로 사라져버렸지만 군천악에 대한 열등감만은 자리하고 있었다.

 

황보현성은 진실이라고는 전혀 보태지 않고 주관적이고 악의적인 말만을 보태서 당지독에게 말을 전했다. 그 결과 당지독의 머릿속에 군천악이란 사람에 대한 평가는 다음과 같았다.

 

오만방자하고 악독한 놈.

 

나이도 어린 게 시건방지고 남을 무시하는 놈.

 

손녀를 특별히 괴롭힌 사악한 놈.

 

평소 당지독이 괴행을 일삼고 독특한 이념을 품고 있지만 머리는 천재였다. 천재가 아니라면 독의 복잡하고 미묘한 성질을 파악하지도 못할뿐더러 암기술조차 절대경지에 이르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이성적인 판단이 극도로 흔들릴 때가 존재했는데 그게 바로 손녀에 대한 일이었다. 손녀에 대한 사랑이 유독 큰 이유는 당지독이 낳은 자식들이 모두 아들이었기 때문이다.

 

 

 

남궁장천은 당지독 모르게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제가 천악이를 이곳으로 부르겠습니다. 그 전까지 여기가 당 선배의 집이라고 생각하십시오.”

 

‘곧 개망신 당할 테니 그때까지 편하게 쉬라고.’

 

남궁장천은 같은 십대고수 중 군천악을 상대하고 멀쩡할 수 있는 인물이 있을지 궁금했다. 내심 자신만 당한 것 같아 의기소침했었는데 이렇게 당지독이 자기 발로 직접 찾아오자 기분이 급반전됨을 느꼈다. 환갑이나 되어서 하는 생각치고는 상당히 유치했다.

 

부르르!

 

“왜 갑자기 오한이 들지?”

 

당지독은 갑작스럽게 몸이 떨리자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 독성의 경지를 밟은 이후로 추위를 느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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