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독존기 1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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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17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15화
구룡단주와의 만남 (2)
왕삼이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달려가고 있을 때, 천악은 한가하게 장원의 새 설계도를 그리는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이 시대로 오기 전 천악의 꿈은 건축설계사였다. 대학교를 다니고 있었고, 학과 내에서 도면 그리는 것에는 톱을 달리고 있었다.
‘배수로 공사는 이것으로 됐고, 다음은 목욕탕으로 넘어가야겠다.’
중원에 와서 느낀 것은 사람들이 목욕을 자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루에 한 번은 목욕을 하는 것이 천악의 습관이었기에 하녀들이 물을 끓이는 것이 고욕일 정도로 많은 물을 사용했다. 그녀들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귀찮은 일일 수 있지만 천악은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인이 돈 주는데 일을 안 하는 것은 잘라달라고 시위하는 것으로밖에 생각할 수 없지 않은가.
“장주님!”
“응?”
장원 내에서 큰 소리로 떠드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천악은 하인들에게 조용조용하게 말하라고 주의를 줬었다. 그러니 지금 장원을 울릴 정도로 큰 소리로 자신을 부르는 왕삼의 목소리가 거슬리는 것은 당연했다.
“뭐야, 내가 시끄럽게 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죄, 죄송합니다. 그것보다 무림맹에서 장주님을 뵈러 왔습니다. 빨리 모셔오라고 하십니다!”
왕삼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만약 잘못해서 장주가 다치면 자신도 무사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정작 천악은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다. 만약 무림맹주가 왔다고 해도 그의 반응은 별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게 그렇게 다급한 일이야? 내 중요한 생각을 망가뜨릴 정도로 말이야.”
차갑고 침착하게 말을 하는 천악의 목소리에 왕삼은 몸을 떨었다. 장주가 원래 저렇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진짜 적응이 되지 않았다. 장주가 화를 내는 것을 본 적이 없었지만 그런 장주가 왕삼은 늘 무섭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무림맹에서도 높은 사람인 것 같았습니다. 빨리 안 가시면 큰일을 당할지 모릅니다. 아실지 모르지만 무림인들은 모두 막무가내의 인사들입니다.”
왕삼은 그들이 무림인들이라는 것 자체만으로도 겁이 났다. 왕삼은 무인들이 평소에 평민들을 어떻게 대했는지 잘 알았다. 그들은 자신보다 약하거나 힘없는 사람들을 길가에 굴러다니는 돌멩이보다 하찮게 보며, 사람 죽이기를 개미 새끼 밟아 죽이듯 하는 살인마들이었다.
‘별 거지 같은 것들이 찾아와서 귀찮게 하는군.’
천악은 속으로 짜증이 일어났지만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모른 척 왕삼의 말대로 무림맹의 인물들을 보기 위해 움직였다.
“왕삼, 여기 그려놓은 설계도를 내 방에 갖다 놔.”
“알겠습니다, 장주님.”
“그리고 그들은 내 거실로 데리고 오라고 고 총관에게 말하도록!”
고 총관은 왕삼의 말을 듣고 곧바로 무림맹의 무인들을 보기 위해 달려갔다. 고 총관은 무림인은 아니지만 왕삼처럼 무작정 무림인들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또한 나름대로 학식이 뛰어나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기에 한낱 무부들에게 위압감을 받지 않으려 했다.
“풍운장원의 총관을 맡고 있는 고춘성입니다.”
무림맹의 무인들 중 삼룡인 팽세기가 고 총관을 노려보았다. 장주가 나와서 맞이해도 모자랄 판에 총관 따위가 나왔다는 것에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아마 제갈천기가 제지하지 않았다면 고춘성을 가만두지 않았을 것이다.
“장주는 어디 가고 총관이 나왔지? 나는 군천악을 보러 왔다.”
“장주님이 모셔오라고 해서 왔습니다. 기다리고 계시니 저를 따라오시면 됩니다.”
“그러지. 하지만 나는 대무림맹의 구룡단주일세. 나를 이런 식으로 대하는 것은 장주에게도 좋지 않아.”
제갈천기는 무림맹 구룡단주라는 지위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어딜 가나 문파의 최고어른이 나와 대접을 했었는데, 한낱 장원의 장주가 자신의 부름에도 나오지 않고 대리인을 내세웠다는 것에 불쾌감이 든 것이다. 하지만 그 이상의 말은 하지 않았다.
고 총관은 떨떠름한 표정이 되었다.
‘이런 백정 같은 놈들이……! 감히 장주님에게 뭔 소리야? 장주님이 니들 장난감이야?’
속으로 욕을 하고 있었지만 겉으로는 다시 웃으면서 그들의 비위를 최대한 맞추어주었다. 총관은 장원의 얼굴이자 장원의 위상을 나타내는 인물이므로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
* * *
천악이 거실로 이용하는 곳에 제갈천기가 들어왔다. 구룡단원들은 밖에서 대기를 하고 제갈천기만 들어온 것이다.
천악이 일어서서 제갈천기를 맞이한 후 자리를 내주었다. 제갈천기는 당연하다는 듯이 상석으로 이동해 앉았다.
천악이 보기에 상당히 무례한 놈처럼 보였다.
“자네가 강호에 시끌벅적한 소문을 내고 있는 풍운마룡인가?”
이미 알면서 저런 질문을 하는 것으로 보아 자신을 깔아뭉개려는 의도가 눈에 보였다. 처음부터 자신을 주인으로 보지 않고 아랫사람 대하듯 하는 태도에 천악은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조금 더 참아주지.’
신경질이 났지만 바로 울컥하며 달려들지 않았다.
“제가 군천악입니다. 무슨 일로 이곳까지 오셨는지요?”
볼일 없으면 가라는 말이다.
제갈천기도 심기가 불편한 천악의 말투를 읽었다.
“상당히 건방지군. 내가 누군 줄 알고 그런 소리를 하는가!”
“당신이 누군 줄 내가 어떻게 압니까? 하지만 좋은 의도로 온 것 같지는 않군요.”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말을 하는 천악의 표정에는 두려움이 없었다.
제갈천기는 오랜만에 신선한 충격을 받고 있었다. 자신을 향해 이처럼 말을 하는 녀석을 처음 본 것이다.
“명성을 얻었다고 보이는 게 없는가 보군. 뭐, 좋아. 그건 그렇고, 나는 자네 입으로 남궁혈사에 대해 직접 듣고 싶네. 하나에서 열까지 빠짐없이 말이야.”
제갈천기는 심기가 불편했지만 사건의 본질을 파악해야 하는 것이 자신의 의무라는 것을 잊지 않고 있었다. 그는 오만하지만 냉철한 이성을 가지고 있었다. 처음부터 상대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는 것은 군천악의 의중을 파악하기 위한 술수였다.
“내가 왜 그래야 합니까?”
“겁이 없군. 자네가 이런 식으로 나오면 나도 어쩔 수 없네. 무림맹의 일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으면 무림맹의 힘으로 자네의 앞길을 모조리 다 막아버릴 수도 있어!”
“협박입니까? 무림맹은 죄 없는 사람에게 이런 식으로 대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소리처럼 들리는군요.”
“죄가 없는지 있는지는 내가 판단을 하네. 자네는 그저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하면 되네.”
“전에 이미 남궁세가의 가주께 다 말했습니다. 그리고 무림맹에서 알고 있는 진실과 제가 말하는 것에 차이는 없는 것으로 아는데, 이런 식으로 남의 집에 와서 다짜고짜 진실을 말하라고 하면 이제껏 제가 거짓을 말했다는 소리처럼 들립니다.”
“호오, 그것도 그렇군.”
지금까지 말한 것이 거짓이 되면 천악이 남궁세가의 모든 사람을 기만했다는 소리가 된다.
제갈천기는 천악이 생각보다 뛰어난 심기를 가졌음을 알게 되었다. 사실과 다른 점을 찾아 왜 거짓을 말했냐고 할 생각이었건만 상대가 이미 의중을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제갈천기는 일단 더 밀어붙일 생각이었다.
“남궁세가 내에서 산공독에 중독되지 않은 사람 중에 자네가 포함되어 있더군. 중독되지 않은 사람들 중 대부분은 술을 먹지 않아서였네. 그런데 자네는 술을 먹었으면서도 산공독에 중독되지 않았지?”
‘왜 너만 술을 먹고도 중독이 되지 않았냐?’는 의심이 담긴 질문이었다.
산공독은 쉽사리 해독할 수 있는 성질의 독이 아니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내공을 억제하는 독이기 때문이다. 독이면서도 독이 아니기에 해독이 더 어려웠다.
그런데 이제 막 약관의 청년이 산공독에 중독되지 않는다는 것은 그가 독인(毒人)이거나 만독불침지체(萬毒不侵之體)라는 소린데, 그건 상식적으로 불가능했다. 해독제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기에 제갈천기의 의심에도 일리가 있었다.
“그래서 제가 흉수와 같은 편이란 소리입니까? 심히 불쾌하군요!”
“그럼 자네가 해독제도 없이 독을 이겨낼 경지에 들었다는 소리인가? 천하의 검왕도 해독할 수 없는 독을 말이야!”
“그럼 어디 시험해 보시지요. 그럼 되는 것 아닙니까?”
“후후!”
제갈천기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럴 줄 알고 당문에 의뢰해서 무형산공독(無形散功毒)을 얻어온 상태였다.
당문에서 생산해 낸 이 독은 상당히 위험한 독이었다. 일단 중독이 되면 내공 사용을 완전히 막아버린다.
‘날 시험하겠다고 미리 작정하고 왔군.’
천악은 들어올 때부터 제갈천기의 품안에 있는 독의 종류를 알고 있었다. 전에 먹었던 산공독과 기본적으로 비슷한 성질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제갈천기가 품안에 숨겨둔 작은 호리병을 꺼냈다. 호리병의 크기는 검지손가락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럼 이걸 먹어보게. 이걸 먹고도 내공을 사용할 수 있다면 의심을 거두지.”
제갈천기는 처음부터 의심을 풀 생각이 없었다. 천악이 무형산공독을 먹고 내공을 사용할 수 없을 것이라 단정하고 있었다. 그러면 자연히 모든 일의 중심에 천악이라는 인물을 집어넣을 수 있게 된다. 정파무림에 해가 되는 싹이라면 자라기 전에 잘라야 한다는 생각이 행동으로 옮겨진 것이다. 더군다나 자신에게 적대감을 가지고 있는 녀석이 정파무림에 좋은 기둥이 될 리 없지 않은가.
“좋습니다.”
제갈천기는 천악이 단번에 허락하자 좀 당혹스러웠다. 설마 이토록 쉽게 허락을 할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한 것이다.
‘호기(豪氣)를 부리는군.’
“단 제가 마시면 이대로 장원을 나가서 제 일에는 신경 쓰지 말아주었으면 합니다.”
“그러지.”
“흐흡!”
천악이 단숨에 호리병 안에 있는 무형산공독을 마셨다. 목 안으로 들어온 산공독은 빠르게 몸 안으로 흡수가 되어 혈맥을 막아버리려고 하였다. 그러나 천악의 몸 안에서 웅크리고 있는 야수의 기운이 들어온 모든 산공독을 잡아먹고 중화시켜버렸다.
파팟!
1각이 지나고 나자 갑작스럽게 제갈천기의 오른손이 천악의 목을 잡아채려 했다. 상당히 빠른 움직임이었다.
제갈천기가 자랑하는 응혈신조(凝血神爪)였다.
갑작스러운 기습이었다. 제갈천기는 당연히 천악이 피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였다.
타악!
“크으윽!”
제갈천기가 천악의 내공이 사라졌는지 확인하려고 쓴 수법이었다. 응혈신조에 당한다면 천악의 거짓말이 탄로나는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제갈천기는 순간 엄청난 고통을 받아야 했다. 어느새 천악의 손이 제갈천기의 오른손을 잡아버린 것이다. 손가락과 손가락이 마주 끼인 상태로 서로의 힘을 가늠하는 상태가 되었다.
그 순간 천악의 힘이 꿈틀거렸다. 제갈천기는 응혈신조를 쓰면서 5성의 힘을 가했다. 그 정도만으로 충분할 것이라 생각하였건만 오히려 충격을 받은 손가락이 부러지는 사태가 발생했다.
덜렁!
오른손이 힘을 잃고 덜렁거렸다.
제갈천기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천악을 바라보았다.
천악의 입 꼬리가 희미하지만 살짝 올라갔다.
“이놈이 감히! 커억!”
말을 하던 제갈천기의 입이 다시 벌어지기도 전에 천악의 손이 그의 목을 잡아버렸다.
‘어느새……?’
너무 빨라서 제갈천기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그는 이제야 천악이 엄청난 무인이라는 것을 알았다. 독에 중독되지 않는 괴물에다가 그 실력이 자신도 알아낼 수 없는 엄청난 고수임을 깨닫자 소름이 돋았다. 범의 아가리에 나 죽여달라고 목을 들이댄 꼴이었다.
“내가 만만히 보이나? ‘감히’라고? 나는 그 말을 가장 싫어하지. 오늘은 이 정도로 봐주지만 다시 얼쩡거리면 죽는 게 소원이라고 말을 하게 해주지.”
손에 힘을 풀자 제갈천기가 숨을 몰아쉬었다. 그는 금세 온몸이 축축하게 젖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정면에서 느껴지는 광폭한 힘의 기질을 잠시나마 본 것이다.
“나, 나…를 이렇게 대하면 당신에게 좋을 것이 없을 것이오!”
어느새 말투가 바뀌었지만 제갈천기는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말을 잘못했다가는 자신도 모르게 저세상으로 갈지 몰랐다.
“나를 시험한 것은 너다. 나는 귀찮은 것은 딱 질색이다. 하지만 나를 가만두지 않으면 당하는 것은 무림맹일 거야.”
발끈!
제갈천기는 이를 악물었다.
“당신이 아무리 강해도 무림맹은 강호의 태산(泰山)이오!”
“크크! 그깟 태산 부숴버리면 그만이지.”
광오하다고 할 정도로 엄청난 말을 하고 있는 천악의 말에 제갈천기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무림맹을 부숴버리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그게 말이 되는가!
“미치지 않고서야……. 그런 말을 하다니 무림공적이 되고 싶은 것이오?”
제갈천기는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파공성과 더불어 기의 충돌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목소리를 이 정도로 크게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밖에 대기하고 있는 구룡단원들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제갈천기가 주변을 돌아보았다.
“이, 이럴 수가! 언제 기막(氣膜)이……?”
기막은 말 그대로 기로 대기를 막아서 소리와 기운이 퍼지는 것을 막는 기술이다. 제갈천기 정도 되면 그 정도의 기술을 펼칠 수는 있다. 하지만 제갈천기 정도의 초절정고수가 느끼지도 못하게 친다는 것은 그가 생각한 것보다 몇 배는 강한 고수여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너도 한 번은 봐야겠지.”
말보다 직접 보여주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천악이 제갈천기의 어깨를 잡았다.
슈슉!
제갈천기와 천악의 모습이 사라졌다.
제갈천기는 속이 울렁거리는 충격과 함께 눈을 뜰 수 없었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는 대경실색하고 말았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눈을 떴을 때 나타난 곳은 이름을 알 수 없는 산이었다.
제갈천기는 나름대로 제갈세가의 학문을 모두 이어받은 기재였다. 또한 기관진식과 진법에도 일가견이 있기에 지금 보이는 이것이 환영이나 진법에 의한 현혹현상이 아니라는 것을 금세 알았다. 이것은 실제였다.
순식간에 사방이 닫힌 방 안에서 자신이 이곳으로 이동을 했다는 소리였다. 이건 상대가 귀신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우웅!
천악의 손에서 집체만 한 기의 덩어리가 둥글게 형성되었다.
그저 손 안에서 뽑아낸 기의 덩어리였지만 제갈천기는 몸을 사시나무 떨 듯이 떨었다. 기공탄(氣功彈)에서 느껴지는 상상을 불허하는 기운에 몸이 위축된 것이다.
천악이 사용한 기공탄은 기환을 연속적으로 압축한 절대무변의 기운이었다. 당연히 그 기운에 위축되지 않는 무인은 없을 것이다.
천악은 기공탄을 바로 앞에 있는 거대한 산봉우리를 향해 집어던졌다.
푸아아앙!
쩌억!
턱이 벌어진 제갈천기는 자신의 민망한 표정과는 상관없이 그대로 얼어버렸다. 그리곤 한동안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놀라고 말았다.
“사, 산… 산봉우리가 날아갔다.”
하나만 날아간 것이 아니었다. 기공탄이 지나간 산봉우리 뒤로 있는 산봉우리까지 모조리 다 날아간 것이다.
상상하기도 무서운 일이 현실에서 벌어지자 제갈천기의 그 좋은 머리가 돌아가지 않았다. 항상 침착하고 냉철한 이성을 가졌다는 철혈판관검 제갈천기의 사고력이 정지된 것이다.
화들짝!
천악이 무심하게 제갈천기를 바라보자 놀라서 몸을 움찔했다. 그는 지금 앞에 있는 인간이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산을 부숴버리는 인간이 어디 인간으로 보이겠는가!
‘태산을 부순다는 말이 사실인 건가?’
제갈천기는 태산을 부순다는 말을 이런 식으로 보여줄 것이라고는 전혀 짐작도 못 했다. 현실이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었지만 제 눈으로 똑똑히 보았던 말도 안 되는 현실을 더는 부정할 수 없었다.
“당신은 도대체 누구입니까?”
“난 군천악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지. 하지만 네가 무림맹에 나에 대해 말을 하거나 귀찮게 하면 어떻게 변할지 나도 모르지.”
오싹!
이런 괴물이 세상에 나간다는 것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이자는 알려져서는 안 된다. 너무 위험해.’
강한 것도 정도가 있는 것이다.
그 정도를 한참이나 벗어난 신적인 존재가 인간세상을 유린한다고 생각해 보아라. 그것만큼 무서운 일은 없을 것이다.
제갈천기가 보기에 천악에게 사람들은 하찮은 벌레정도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앞에서 얼쩡거리면 밟아 죽일 수 있는 그런 존재였다.